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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재 님의 서재입니다.

유랑기사와 움직이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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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구소재
작품등록일 :
2024.05.22 12:30
최근연재일 :
2024.06.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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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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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대전사 (5)

DUMMY

나무꾼이었던 볼크스는 18살 때 영지전에 징집병으로 참전하여 도끼 한 자루로 다섯의 생명을 빼앗았다.


둘은 똑같이 징집된 농부였고, 하나는 용병, 하나는 군마, 마지막은 군마에 타고 있던 기사다.


나무를 쪼개는 건 지루한 노동이지만 사람을 쪼개는 건 신나는 일이란 걸 깨달은 후 고향을 떠나 용병이 되었다.


도끼가 13번 부러지고 죽인 숫자가 30명이 넘었을 때 볼크스는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다.


매너나 교양은 꽝. 기마술도 형편없으며 병사를 이끄는 전술적 역량도 없는 함량 미달의 기사.


그러나 고르드라는 지역이 강한 놈이면 콩깍지를 쓰고 봐주기에 어딜 가나 잘만 대접받았다.


“항복할 거면 미리 말해라. 아까 놈처럼 비참하게 뒈지지 말고.”


볼크스가 도끼자루로 손바닥을 툭툭 치며 말했다.


방패를 쓰지 않기에 사슬 갑옷 곳곳에 철판을 덧대었는데, 큰 덩치와 양손 도끼랑 조합되니 기세가 대단하다.


유진은 철제 원형 방패와 롱소드를 든 채 크레시의 시체를 봤다.


“좀 전에 저 기사를 죽이지 않고도 제압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잘 못 본 건가?”


볼크스의 완력이면 충분히 도끼를 멈출 수 있었다. 힘을 주체 못 해 부상 정도야 입힐 수 있겠지만.


“싸우고 나서 항복이 뭔 소용이야? 난 한 번도 도끼를 중간에 멈춰본 적이 없다고! 일단 휘둘렀다면 나무든 사람이든 쪼개질 때까지 패야지 않겠어?”

“그렇군. 잘 알겠다 네 방식.”


유진이 싸울 자세를 취하자 볼크스가 흉폭한 미소를 지었다. 말로는 항복을 권했으나 그러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피를 결투장에 쏟아내느냐로 전사의 격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흐아아아!”


볼크스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왔다.


흔치 않은 위용이었으나 거대 멧돼지의 돌진에 비하면 귀엽게 보일 뿐이다. 유진은 양손으로 내리친 도끼를 옆으로 간단히 피했다.


“어디 계속 피해 봐라!”


볼크스가 눈앞의 모든 것을 찢어발길 기세로 도끼를 휘둘렀다. 종으로 횡으로 커다란 도끼날이 바람 가르는 소리가 무시무시하다.


지금껏 그가 상대한 어떤 적도 여기에 휘말리면 결말은 똑같았다. 피하든 막든 계속 궁지에 몰리다 막다른 상황에 도달하는 순간 쪼개졌다.


하지만 유진은 여유롭게 다 피하며 간격을 유지했다.


“이놈! 언제까지 쥐새끼처럼 도망 다닐 셈이냐?”


볼크스가 더욱 투지를 불태우며 거센 공격을 퍼붓는다.


“저, 저러다 지는 거 아닌가?”

“분명 고프리 경의 직계 제자라고 들었는데.”

“파니스! 어떻게 된 거요?!”


얼핏 볼크스가 압도하고 유진이 밀리는 것처럼 보였기에 본야드 관객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침착함을 유지하는 구경꾼은 카라스와 호미, 대기 중인 상대측 대전사와 고르드 귀족들뿐이다.


한편 유진은 유진대로 실망하고 있었다.


‘열심히 감각을 키워둔 게 쓸모가 없네.’


볼크스의 움직임이 너무 직선적이라 귀를 막고 싸워도 차이 없을 것 같았다.


부웅!


또 한 번 도끼날을 피한다.


“이놈이!”


청각을 키워 고프리의 반의반이라도 흉내 내보려 했으나 실전에서 도움은 안 되었다.


붕!


‘암만 감각을 갈아봤자 스승님처럼은 안 되는군. 앞으론 그냥 상대 관찰이나 하는 게 낫겠어.’


부웅!


도끼질이 한참을 빗나가니 슬슬 무예를 모르는 관객들도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휴우.”


파니스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아아!”


볼크스도 가빠진 숨을 들이켠다.


“네놈이 기사라면 똑바로 싸워라!”

“알았다.”


유진은 날아오는 도끼를 방패로 쳐올렸다.


떵!


계속 피하던 상대가 상상을 초월하는 힘으로 반격하니 도끼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크윽.”


방패에 담긴 힘이 어찌나 센지 볼크스의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도끼를 놓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스팟.


만세 자세가 된 거한의 겨드랑이에 섬광이 번뜩인다.


“크아악!”


볼크스의 오른팔 겨드랑이에서 피가 쏟아졌다. 평범한 자상이라 볼 수 없는 격렬한 출혈이다. 댐 가운데 거인이 칼을 휘둘러 강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탕!


자루를 든 오른손에 힘이 쭉 빠지며 도끼 머리가 땅에 닿았다.


“자, 잠까...”


볼크스는 난폭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즉시 조치해야 하는 심각한 부상임을 깨닫고 항복하고자 왼손을 들었다.


스팟!


그렇게 드러난 왼쪽 겨드랑이에도 섬광이 그어진다.


“캬악!”


텅그렁.


도끼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양 겨드랑이로 피를 줄줄 쏟는 거한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친다.


“이겼다아아아!”

“저 야만인 같은 놈 꼴 좋다!”


다 죽어가던 본야드 관객석이 순식간에 부활했다.


“말도 안 돼!”

“볼크스가 힘에서 밀렸다고?”

“제기랄! 내 도오오온!”


고르드 측에서는 당황한 기색이다. 내기 판돈을 걸었다가 머리를 쥐어뜯는 자도 있었다.


승패가 결정되자 볼크스의 종자가 재빨리 뛰어나와 주군을 의원에게 끌고 갔다.


절레절레.


그러나 이번에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양쪽 동맥을 모두 잘렸소. 이건 도저히.”

“사, 살려... 제발 살려...줘.”


심장이나 폐 같은 급소는 무사했으나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점점 입술이 파리하게 변하며 누런 이빨이 딱딱 부딪힌다.


“명예를 계속 쌓아가겠다. 다음 상대는 나와라.”


유진이 고르드 대전사들에게 칼을 겨누며 중후한 음성으로 말했다.


슬쩍 본야드 방향을 보니 속상한 얼굴의 호미가 있다. 볼크스의 종자처럼 우렁차게 주군의 영광을 선포하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목이 원망스러운 모양이다.


탁!


카라스가 위로한답시고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호미의 손에 커트 당했다.


“명예를 위하여.”


두 번째로 나온 대전사 바델이 유진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의 가문은 바다 약탈자들이 찾아오기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서부 정통 귀족. 다른 고르드 기사들과 달리 폭력성을 경계하고 절제의 미덕을 숭상했다.


“바델 경! 힘내세요!”


어느 아가씨가 목소리 높여 응원했다.


“고르드의 영광을 지켜주십시오!”


다른 관객들도 그에 호응하여 주먹을 흔든다.


그 마음에 감사하며 바델은 방패를 들었다. 뭉툭한 역삼각형 모양의 히터 실드다.


‘위험하다. 이 자, 정말로 위험한 기사다.’


볼크스조차 압도하는 힘에 검의 속도는 빛과 같고 몸놀림은 바람을 타는 깃털처럼 유연하다.


전신이 보내는 위험신호. 몸을 쓰지도 않았건만 바델의 이마로 땀방울이 흘렀다.


먼저 달려든 건 유진이다. 스승님 흉내가 쓸모없다는 걸 깨달았으니 그저 승리를 쟁취할 뿐.


쩡!


바델의 아밍소드와 유진의 롱소드가 충돌했다.


당연하게도 크게 기우뚱거리는 건 바델 혼자. 그는 필사적으로 방패를 들어 2격을 막았다.


콰지직!


두꺼운 방패가 단칼에 찢겨나갔다.


두 토막 나진 않았으나 방패 상단이 다 갈려서 얇은 줄기에 매달려 옆으로 대롱거린다. V자였던 방패가 w 모양이 되었다.


“이, 이게 대체?”

“맙소사.”


상식을 초월하는 파괴력에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안다르 백작은 포도주를 마시다 엎질러서 수염과 상의가 흥건하게 젖었다.


그 사이 유진의 3번째 공격이 날아갔다. 옆으로 세운 철제 방패가 바델의 검을 튕겨내며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퍼억!


“커헉!”


유진은 방패 끝에 느껴진 손맛으로 갈비뼈 몇 대가 금 갔음을 확신했다.


땡그랑!


바델이 검을 놓치고 볼품없이 나가떨어졌다. 부르르 떨며 검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기어갈 힘도 없어 보인다.


유진이 뚜벅뚜벅 다가갈수록 고르드 관객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콱.


바델의 멱살을 잡아드는 순간.


“자비를!”


누군가가 소리쳤다.


“바델 경! 안 돼!”

“본야드의 기사님! 부디 자비를!”

“명예로운 기사를 죽이지 마시오!”


유진은 고르드 관객석을 훑었다. 입이나 눈을 가린 귀부인들과 침통한 표정의 남자들. 볼크스가 피 철철 흘리며 실려 나갈 때는 보여주지 않던 반응이다.


“좀 전에 크레시가 죽을 때 너희 쪽을 봤거든.”


유진이 눈을 뜨고도 얼마 간은 크레시가 살아 있었다.


“친한 자도 아니고 뒤에 숨어 편히 돈 벌려는 태도는 형편없었지. 그래도 잠시나마 한솥밥 먹던 자가 비참하게 죽는 건 보기가 영 그렇더라고.”


그때 고르드 진영에서 유일하게 성호를 그으며 적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사를 발견했다. 말할 것도 없이 바델이다.


“그대의 존중은 명예로웠어. 그만 패배를 인정하겠나?”

“...내가 졌소.”


바델이 수긍하자 유진은 그를 풀어주고 뒤로 물러섰다.


곧바로 바델의 종자가 달려와 그를 의원에게 데려갔다.


“당장 갑옷부터 벗기고 눕혀야 합니다!”


드디어 뭔가 할 수 있는 게 생긴 의원이 최선을 다해 조치를 시작했다.


“승리다!”

“명예로운 기사께 영광을!”

“유진 경 만세!”


관객석에서 뜨거운 환호가 들려온다. 볼크스를 이겼을 때와의 차이는 고르드 진영에서도 소수 칭송이 나왔다는 점이다.


“마지막까지 명예를 완성하겠다!”


유진이 검을 치켜들며 선언했다.


처음의 패기가 어디로 갔는지 잠잠해진 고르드에서 마지막 주자가 나왔다. 방패와 한손 도끼를 든 립튼이다.


‘선제공격 해야 한다!’


바델의 싸움을 봤을 때 방어적으로 가면 필패다. 립튼은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달려들었다.


도끼로 공격할 듯 페이크를 준 후 기습적으로 방패를 휘둘렀으나, 유진도 속지 않고 똑같이 방패로 받아쳤다.


쾅!


두 개의 방패가 충돌하자 립튼 혼자 뒤로 날아갔다.


철푸덕!


볼품없이 바닥에 엎어지며 전장에서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방패가 손에서 벗어났다. 만약 도끼마저 놓쳤다면 굉장한 망신이었을 것이다.


립튼이 힘겹게 일어서자 그의 종자가 재빨리 방패를 전해주었다.


상대가 다시 싸울 준비를 하는 동안 기다려주는 유진의 기사도에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대체 이런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립튼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는 방어할 때는 철옹성, 공격할 때는 2개의 무기로 몰아친다고 찬사받을 만큼 공수 밸런스가 완벽한 기사다.


방패로 패 죽인 적의 숫자는 대륙에서 제일!


하지만 그 방패가 박살 나는 상황이면 소용이 없었다.


쾅! 쾅! 쾅!


거세게 몰아치는 유진의 참격에 립튼이 연신 뒷걸음질 쳤다.


테두리를 철로 보강한 참나무 원형 방패가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었다.


“크윽!”


갈가리 찢어진 방패 사이로 손등이 깊게 베이며 피가 쏟아진다.


“이야앗!”


남은 손으로 어떻게든 도끼를 휘둘렀으나 방패 치기 한 방에 저 멀리 도끼가 날아갔다.


“내가 졌다.”


립튼은 목 앞에 드리워진 검 앞에 패배를 인정했다.


“신들께서 판결을 내리셨습니다!”


상석에 앉아있던 로만 귀족이 앞으로 나와 외쳤다.


“본야드 시는 약정한 모든 것을 소유할 권리를 가집니다! 이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신성한 율법이 보증하는바! 감히 맹세를 파기하는 자는 신들의 심판을 받아 지옥 불 속에서 고통받을 것입니다!”


참관자 대표가 신의 이름으로 결과를 공고히 하는 건 흔한 일이다.


다만,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내용이 장대했다. 아무래도 제비뽑기 때문에 로만 귀족의 감정이 섞여 들어간 듯하다.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유진은 고르드 귀족들을 살폈다. 신성한 결투라곤 해도 대전사로 나와 물 먹인 자신에게 원한이 생길 수밖에 없을 터.


실제로 유진을 노려보는 귀족, 입맛을 다시는 귀족도 보인다.


“와하하하! 방패가 그리 쪼개지는 건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한편 웃고 떠드는 귀족도 있었다. 바로 제비뽑기를 권했던 안다르 백작이다.


‘의외로 반응이 나쁘지 않은데?’


안다르 백작은 가득 채운 포도주잔을 유진에게 들어 보인 후 벌컥벌컥 마셨다.


“하여튼 고르드 놈들이란.”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으면 왜 이런 푸닥거리를 하는 건지.”


본야드 측 관객석에서는 황당하다는 듯 바라볼 뿐이다.


‘돈도 벌고 힘 있는 귀족에게 밉보이지 않았으면 된 거지 뭘.’


언제나처럼 좋게좋게 생각하는 유진이었다.




* * *




싸우러 나갈 때는 조용했으나 이기고 귀환할 때는 반대였다.


“도시를 구원한 대전사들을 위하여!”

“명예로운 승리자들께 영광을!”


도시의 경비대와 계약 중인 용병들이 총동원되어 사열했다. 전장에서 싸운 것도 아니건만 그들 사이로 지나가니 개선장군이 된 기분이다.


대회의 멤버들도 지갑을 열었다. 아이들은 작은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고 젊은 여자들은 바구니에서 꽃잎을 뿌렸다.


“난 한 것도 없는데 민망하군.”


카라스만이 투덜거렸다.


“없진 않지. 날 귀찮게 굴던 기사들을 막아주며 컨디션 관리를 해줬잖나.”


웃으며 말하는 유진의 머리에는 어떤 소녀가 씌워 준 화관이 있다.


“지금 놀리는 거냐?”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카라스가 유진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대단한 기사라고는 생각했다만 내 상상력이 부족했군. 그 셋을 징집병 다루듯 작살 내버리다니. 이런 인간한테 까불고도 멀쩡한 게 천운이야. 이따가 신전이라도 찾아가 기도해야겠어.”

“농담하는 건가?”

“나도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정말 얻은 게 많은 싸움이었다. 보수도 보수지만 본야드란 도시는 여러 나라와 이어지기에 출세의 기회를 노리기 좋은 위치.


이런 곳에서 중범죄 미만 면책권과 야간 통행권 같은 특권을 부여받는 건 의미가 컸다.


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점도 있다.


“전쟁이 아니라 전리품이나 몸값이 없는 게 아쉽군. 볼크스야 그렇다 쳐도 바델이나 립튼을 잡았다면 가문에서 돈을 두둑하게 내줄 텐데.”


카라스는 입맛을 다시는 유진을 어이없다는 듯 보았다.


“보기보다 욕심이 많네. 네 이름을 칭송하는 저 목소리들이 안 들리는 거냐?”


사방에서 사람들이 유진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전승기사! 전승기사!”

“유진 경 이쪽 좀 봐주세요!”

“본야드의 전승기사!”


전승기사는 전당 전쟁에서 홀로 모든 적을 꺾은 자에게 수여되는 명예로운 칭호로 최소 3명을 이겨야 한다.


결투 재판과 달리 쉽게 발생하지 않고 각지의 유명 기사를 모아오기에 힘든 영예다.


이번 대결도 카라스는 호기롭게 나섰으나 3명 다 이기는 건 솔직히 불가능했으니까.


“혼자서 고르드 기사 놈들 셋을 내리 이기셨대.”

“그런데 왜 저렇게 멀쩡해 보여? 땀도 안 흘린 것 같은데.”

“한 대도 안 맞았나 보지 뭘.”

“그런 게 가능해? 고르드 기사들은 손바닥이 우리 얼굴만 하다고!”

“그러니까 더 그렇다는 거지. 그 흉악한 도끼쟁이들이 알아서 설설 기었을까?”


귀환하는 전승기사를 그린 명화는 제법 된다.


수천의 목숨을 대신해 벌이는 결투!

홀로 적을 다 쓰러트리고 돌아온 기사!


이 시대 사람들의 로망을 하나로 압축한 결정체와 같으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그리고 이런 영웅 서사에서 구질구질한 진실은 생략된다.


흠집투성이 갑옷, 땀과 피로에 젖은 얼굴, 산발 된 머리칼, 피에 물든 옷, 잘린 손이나 애꾸가 된 눈, 심지어 중상을 입고 마차에 실려 오는 반송장까지.


유진처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명화와 똑같은 모습으로 복귀하는 전승기사가 과연 있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늘의 이 광경이 영원히 기억될 거라는 점이다.


“잘 보고 있지? 똑같이, 아니 더 대단하게 옮겨야 한다. 유진 경의 위업을 천년 후에도 이어지게 하는 거다!”

“맡겨주십시오, 치안관님. 제 붓은 세월조차 범접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제가 뭘 빼거나 추가할 필요도 없겠는데요 뭘.”


파니스는 비싼 돈 들여 로만 아카데미에서 졸업한 화가를 준비해뒀다. 승리를 확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화가는 열렬한 환호 속에 영웅처럼 귀환하는 전승기사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이것은 도시 귀빈용 저택의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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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줄서기 (2) +26 24.06.26 5,285 266 14쪽
42 줄서기 (1) +28 24.06.25 6,086 323 13쪽
41 지휘관이 된다는 것 (4) +25 24.06.24 6,410 334 13쪽
40 지휘관이 된다는것 (3) +37 24.06.23 6,744 347 13쪽
39 지휘관이 된다는 것 (2) +19 24.06.22 7,059 383 14쪽
38 지휘관이 된다는 것 (1) +21 24.06.21 7,326 373 14쪽
37 첫 토벌전 (8) +22 24.06.20 7,501 376 14쪽
36 첫 토벌전 (7) +26 24.06.19 7,646 381 13쪽
35 첫 토벌전 (6) +16 24.06.18 7,804 349 13쪽
34 첫 토벌전 (5) +22 24.06.17 7,923 361 14쪽
33 첫 토벌전 (4) +15 24.06.16 8,172 344 15쪽
32 첫 토벌전 (3) +22 24.06.15 8,549 373 14쪽
31 첫 토벌전 (2) +35 24.06.14 8,915 366 13쪽
30 첫 토벌전 (1) +20 24.06.13 9,279 368 14쪽
29 바르다 (5) +43 24.06.12 9,492 488 13쪽
28 바르다 (4) +23 24.06.11 9,644 419 13쪽
27 바르다 (3) +11 24.06.10 9,633 397 14쪽
26 바르다 (2) +18 24.06.09 9,893 387 14쪽
25 바르다 (1) +14 24.06.08 10,339 424 14쪽
24 마법사의 초대 +13 24.06.07 10,298 421 13쪽
23 승전 연회 +16 24.06.06 10,463 423 13쪽
» 대전사 (5) +16 24.06.05 10,550 417 16쪽
21 대전사 (4) +12 24.06.04 10,385 387 14쪽
20 대전사 (3) +10 24.06.03 10,635 381 14쪽
19 대전사 (2) +11 24.06.02 10,889 394 15쪽
18 대전사 (1) +17 24.06.01 10,980 382 14쪽
17 본야드 (4) +17 24.05.31 11,010 413 13쪽
16 본야드 (3) +15 24.05.30 10,989 390 13쪽
15 본야드 (2) +15 24.05.29 11,271 422 14쪽
14 본야드 (1) +8 24.05.28 11,622 415 15쪽
13 세상 밖으로 (3) +11 24.05.28 11,512 439 14쪽
12 세상 밖으로 (2) +10 24.05.27 11,746 415 14쪽
11 세상 밖으로 (1) +16 24.05.27 12,094 454 15쪽
10 3가지 세상을 이해하는 자 (10) +12 24.05.26 12,260 407 14쪽
9 3가지 세상을 이해하는 자 (9) +15 24.05.26 11,930 421 13쪽
8 3가지 세상을 이해하는 자 (8) +7 24.05.25 12,182 377 12쪽
7 3가지 세상을 이해하는 자 (7) +13 24.05.25 12,320 37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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