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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윤의 서재입니다.

투시透視, Second Sight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최승윤
작품등록일 :
2014.08.03 00:37
최근연재일 :
2014.12.18 17:34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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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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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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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Episode 02 웃는 인형 (완결)

DUMMY

8. 꿈틀거리는 빛




밤이 무르익었다.


몇 군데 켜져 있던 술집의 불빛들도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 방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일대여서 그런지, 간간이 순찰차가 돌며 빛을 날렸다. 그 외에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세준이 계영과 응시하는 골목 안쪽은 특히나 적적했다.


몇 명의 행려자들이 좁고 어두운 골목길 안쪽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박스와 신문으로 몸을 둘둘 말은 나그네들에게서 고독이 묻어났다.


계영은 커피를 마시며 전방을 주시했다. 작고 하얀 양손으로 거머쥔 테이크 어웨이 컵은 다른 사람들 손에 있을 때보다 커 보였다.


그는 입김처럼 하얀 김을 홀홀 불어대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강지한 씨에게 연락이 왔다고? 이 밤중에?”


네, 세준은 대답했다.


“경찰 누나에게도 연락이 왔고요. 아마 저쪽에서 대기 중일 겁니다.”


“그럼 경찰 언니 맞은편에 있는 게 태민 씨겠네. 근데, 오늘 강지한 씨 근무일 맞대? 아까 퇴근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다소 애매하긴 했다. 세준은 모호한 기분으로 대답했다.


“저도 몇 번을 물어봤는데, 요새 방화 때문에 피곤이 쌓인 동료가 많아서 일단 대기 타고 들어갔답니다.”


계영이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날씨가 맑고 건조하니까, 불이 더 잘 붙기 십상이군. 요새 며칠 간 비가 내린 것을 포함해서, 오늘이 송가연이 움직이기 딱 좋은 날이긴 해. 강지한 씨까지 근무라면 더욱더…….”


“아까 진희 씨한테 연락 왔는데요, 송가연 씨가 놀던 술집에서 한 시간 전에 출발했다고 하더라고요.”


시크릿 세이버 X팀은 이제 본격적으로 탐정 놀이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진희는 아예 미행을 자처했다. 그는 송가연을 몰래 미행하다가 술집을 떠나는 때에 문자를 발송했다.


「그 여자가 술집을 떠났다. 쌍봉낙타 두그닥두그닥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다리」


고려 속요처럼 여음이 따라 붙는 쌍봉낙타는 무시하고, 첫 구절부터 심장이 뛰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비정한 계획에 모든 것이 들어맞는 상황이다. 첫째, 계영의 말처럼 며칠 만에 맞는 건조하고 맑은 날씨였다. 둘째, 강지한의 근무 날이며, 셋째, 송가연은 시크릿 세이버의 접근과 강지한의 외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대로 받은 상황이다.


연쇄 방화에는 많은 심리적인 분석이 존재하지만, 송가연의 경우는 전형적인 ‘쾌락추구형’ 범죄자였다. 그는 반사회적인 기제를 바탕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많은 연쇄 살인범들이 어린 시절부터 방화나 동물학대와 같은 방식으로 그릇된 에고이즘을 표출하곤 하는데, 강지한의 말에 의하면 송가연의 사례 역시 유사했다.


“심리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송가연 씨는 어떤 방화범에 속하지?”


훈김을 흐리던 계영이 마침 질문을 던졌다. 세준은 싸늘하면서도 땀이 배는 손을 핸들 아래에서 닦았다.


“글쎄요. 범죄적인 성향으로 봤을 때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데, 연쇄방화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행위적 완성을 방화로 치장하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해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정립된 사이코패스죠.”


“사이코패스는 정확한 정신분석학적 용어가 아니라고 했잖아?”


계영이 컵의 테두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밤은, 그것을 기다리지 않는 자들에게는 공허하고 느린 속도로 흘러갔다. 길 위의 사람들은 불편한 장소에서도 노곤히 잠들었다.


세준은 그들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은 약간 차원이 다른데, 아무튼 심리학적 용어는 아니죠. 사이코패스는 범죄학적인 용어에 가깝습니다. 반사회적이면서 자기애적 장애 성향을 띤 사람들 중에 극소수가 사이코패스라고 볼 수 있는데, 많은 연쇄방화범이 이 반사회적인 마인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송가연은 그런 마인드에 아주 밀접하면서, 동시에 행위 자체에 충동을 느끼거나 쾌감을 추구한다기보다는, 목적의 완성과 그로 인한 쾌감을 기대하면서 방화를 저지르는 게 아닐까 해요. 그런 면에서 많은 연쇄 방화범과는 좀 구별이 되고요. 첫 번째 기록된 살인이 친모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 송가연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들이 자신들의 수집품으로 반사회적인 행위 시에 느끼던 쾌감을 기억해 내는 것처럼, ‘불’이 그런 매체가 된 것 같거든요. 송가연의 쾌감 도구,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도구, 강지한이라는 목적을 불러낼 도구가 바로 방화가 아닐까 합니다. 이 경우는 반사회성과 자기애적인 뒤틀림이 합쳐진 결과물이 방화라고 보는 거죠.”


자기를 중심으로 나머지 인간을 목적적인 도구로 쉽게 이용하는 자기애적 결함과 사회에 대한 불안을 가학적으로 표현하는 반사회적인 경향. 송가연은 그 둘이 합쳐진 결과였다. 보통의 사이코패스-보통이라는 표현이 웃기기는 하지만-들이 흔히 겪는다는 어린 시절의 학대나 뚜렷한 외상이 없다고 해도, 결론적으로는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반사회적인 경향에게서 많이 보인다는, 전전두엽의 태생적인 결함이 문제일 수도 있다.


해석이 어떻게 되든 당면한 문제와는 무관했다. 원래 연쇄살인범들이나 방화범들의 형태 또한 ‘연쇄’라는 흐름 안에서 결과론적인 공식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송가연의 문제가 어린 시절 무의식의 상처이든, 뇌의 문제이든, 혹은 정말 해결할 수 없을 만큼 타고난 본성의 영향이든 무엇이든 중요치 않았다. 문제는 이미 한 번 이상 그 기질이 발휘됐다는 점이다. 이런 기질들은 한 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


사이코패스들의 뒤틀린 욕구는 연소의 과정과도 비슷했다. 그들의 욕구는 ‘타는 물질’, ‘발화점 이상의 온도’, ‘산소’라는 세 가지 장場을 거치면 발휘된다. 송가연에게 강지한은 발화점 이상의 온도 같은 역할이다.


몇 시간 전, 잠복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한으로부터 연락이 도착했다. 지한은 자신이 오늘 비번을 빼고 대신 근무할 거라는 말과 함께, 소름 끼치는 전갈을 보내왔다.


「몇 개월 전부터 가연이로부터 오는 연락을 계속 피하고 있었습니다. 송 회장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게 정말 지옥의 시작이라고 여겼거든요. 그 당시 가연이 어머님의 화재 현장에 남아 있던 어린 아이의 장난감과 인형들, 혹시 아십니까? 아까 말씀드렸죠. 그거 저와 송 회장님이 태어날 아이를 위해 마련했던 거라고.

근데 몇 개월 전 송 회장님 말씀이……, 제가 유학을 간 동안에도 가연이는 그때 화재로 그을린 그 물건들을 가끔 꺼내 보고는 몰래 슬며시 웃곤 했다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소름 끼치는데, 그 여자가 오늘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차 물어본 아들의 행방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오빠가 나를 만나면 그 아이를 가장 먼저 물어볼 것 같아서 멀리 보내버렸다’라고요.」


단지, 집착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아이의 존재와 안부를 먼저 물어보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다니. 사랑하는 남자의 번식욕을 부채질하기 위해서라 자식을 없앨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세준은 머리를 세게 털며 계영을 돌아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여자, 정말 끔찍하네요. 송가연이 우리에게 한 말들 기억하세요? 강지한과 다시 만날 생각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결혼까지 할 생각이었다고 스스로 밝혔지 않습니까? 강지한 씨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도요.”


“……이미 그러고자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그렇게 될 거라고 끝까지 믿는 거지.”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라면 일말의 관심도 없을 것 같은 여자가 대답했다. 세준은 저녁 무렵에 집에 들러 문제의 장난감과 인형을 트렁크에 실어놓은 상태였다. 계영은 그것들을 볼 때부터 약간 이상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던 송회장의 자서전과 데이터 파일 자료도 같이 트렁크에 담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정확히는 언짢은 기색이 아니라 곤란해 보였다. 단지 송 회장과 송가연에 관련된 물건을 한 박스에 담을 뿐인데도, 굉장히 복잡한 태도였다.


그의 당황한 듯한 여운은 때 아닌 잠복을 하는 내도록 여전했다. 평상시처럼 커피를 들이마시며 태연한 척하고 있으나, 실은 아니었다. 컵을 꽉 쥔 손가락의 손톱은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그의 체온이 낮아진다는 증거였다.


세준은 한숨을 쉬며 계영을 관찰했다. 이 색다르고 독특한 파트너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동요가 감지됐다.


계영의 말투는 전에 없이 애잔했다.


“정말 이상하지. 송가연 말이야……. 자기 부모는 그렇게까지 그 인간을 사랑으로 돌려놓으려 애를 썼잖아? 열린 문으로 도망가지 않고, 딸에게 다가서서 마지막 얼굴을 보여주고 인간성을 되찾게 해주려고 했다는데……. 그 부모는 딸의 잘못을 숨기고 괴로워하며, 사랑을 더 쏟아 부으면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믿었다는데……. 근데 그 딸이라는 인간은 단지 자기만족을 위해서 이런 괴물 같은 일을 저지르고 말이지…….”


딱히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다. 그저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동요를 제어하고자 꺼내는 말이다. 조용하게 떨리는 말끝이 그 심정을 대변했다.


그러나 왜 그렇게 괴로워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세준은 한숨을 숨기며 전화 버튼을 눌렀다. 강지한의 이상을 확인하려는 목적이었으나, 지한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근무 중이라 그런가요? 전화를 받지 않네요.”


계영은 대답 없이 골목 안쪽을 주시했다. 골목 어귀의 외등이 수명을 다한 것처럼 간헐적으로 깜박였다. 바로 그 찰나, 또각또각, 부드러운 구두 소리가 이어졌다. 지면을 노크하는 힐 소리는 가볍고 날아갈 것 같은 무게를 상징했다.


마침내 인적이 거의 끊어진 거리로, 송가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투시로 본 것처럼 후드 차림은 아니었다. 정장 치마 차림에 늘씬한 다리를 드러내고, 깃이 좁은 가을 코트를 입고 있었다. 검은 테가 둘러진 페도라를 깊이 눌러썼지만, 작고 섬세한 얼굴과 온화한 눈매는 그림자 아래에서도 또렷했다.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시선이 그의 행각을 주목했다. 송가연은 머리가 좋기로 유명하기에, 그가 이 잠행을 파악하고 행동할 것도 계산에 넣어야 했다. 그런 경우, 현장을 잡지 않으면 다음번이라는 기회는 없을 게 자명했다. 세준은 여차 하면 달려 나갈 생각으로 손잡이를 잡고 기다렸다.


송가연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 잠들어 있는 행려인의 모자를 벗겼다. 페도라 아래의 입술은 자애로운 성모처럼 부드러운 호를 그렸다. 잠과 술에 취한 남자가 겨우 송가연을 알아채며 올려다봤다. 가연은 구호의 손을 내밀듯, 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입술 모양이 묻고 있었다.


‘춥죠?’


행려인은 천사라도 만난 것처럼 몽롱한 눈이었다. 그는 잠결에도 꽉 쥐고 있던 술병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연은 웃음을 띤 채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정 동정하듯 주변을 살펴보았다.


골목 안에는 뜯겨진 포스터와 신문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가연은 어지러운 아이들의 방을 치우는 어머니처럼 그것을 조용히 쓸어 모았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상냥한 몸짓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야밤의 행인 몇이 골목의 어두움을 일별하고는 곧 사라졌다. 가연이 페도라를 더 깊이 눌러쓰고는 폐지들을 모아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계영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는지, 자동차용 소화기를 들고 문고리를 젖혔다. 그때 세준의 전화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반대쪽 입구에서 지키고 있던 태민의 메시지였다.


「선배, 거기서 송가연 보여요? 여기서 안 보여요. 그쪽으로 돌아간 것 같은데! 골목길 안쪽에 코너가 있죠? 거기 있는 걸까요? 아, 참, 그리고 김 형사님이 말씀하시는데, 오늘 밤에 강지한 씨 비번이 맞답니다! 출근하지 않았고, 지금 연락 안 받는대요.」


정말 선뜩했다. 땅거미 속에서 마주했던 강지한이 뇌리를 스쳐갔다. ‘약속’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그가 했던 말들도 떠올랐다.


‘송 회장님은 제게 시간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게 실패하면 그때는 제게 막아 달라, 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우리의 ‘약속’입니다.’


바로 그 말을 떠올린 순간.


송가연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음영 쪽에서 갑자기 환한 불꽃이 확, 하고 일었다. 불에 붙은 신문지를 든 손, 하얀 손이 사각지대 안에서 팔을 뻗었다.


“안 돼!”


세준은 정신없이 달려 나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어둠 속에 누워 있던 남자 하나가 벌떡 일어섰다. 꾀죄죄한 모습으로 숨어 있던 강지한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세준이 입구에 도착하는 찰나에 가연에게 다가섰다. 가연은 태민의 예측처럼, 골목 안쪽의 휘어지는 코너에 서 있었다. 그의 눈은 자신의 화염으로 드러난 지한을 알아차리고는, 얼어붙은 듯 휘둥그레졌다.


튀는 불꽃을 쥐고 선 자와 그를 마주한 가까운 자.


그 둘을 둘러싸고 건너편에서도 달려온 정현과 그 파트너가 우뚝 멈춰 버렸다.


강지한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사람들을 이미 예상한 것처럼 손을 들어 모두의 접근을 막았다.


그리고는 아마도 송가연이 반했을, 그 시절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가연에게 바싹 다가섰다.


“……안녕.”


그가 가연에게 인사하며 그의 몸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몸이 순식간에 엉겨 붙었다. 두 사람 중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신나 냄새가 골목을 뒤덮었다. 불꽃이 튀고, 어느 샌가 끌어안은 두 몸은 불잉걸처럼 타올랐다.


술과 세월에 취해 잠들었던 이들이 완전히 깨어났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고, 정현과 계영이 소화기를 든 채로 덤벼들었다.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재의 불꽃이 하늘로 상승하며 반짝거렸다.


화염의 시간. 불이 반딧불이처럼 빛나는 밤.


괴물은 소훼燒燬했다.


선량한 기억만을 볼 수 있다는 눈동자가 설명할 길 없는 표정으로 그 빛을 응시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낯빛은 창백했다.




-*-




계영은 묵묵히 서 있었다. 괴물의 기억만을 보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영혼이 다가왔다.


“……계영 선배? 대리님?”


연기가 자욱하고, 가라앉은 불길 속에서 사람들이 좀비처럼 뛰어다녔다. 그들은 모두 분주했다. 분주하고 비통하고, 또한 비참하며 참담했다.


방금 전까지도 살아있던 두 사람이, 열기를 품은 녹고 있었다. 계영은 이런 장면을 몇 번이고 보아왔다. 불에 탄 장면은 아니었지만, 몇 분 전까지도 생생하던 육신이 소멸하는 현장을 다른 사람들보다는 자주 목격했다.


그런데도 이것은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계영의 인생에 있어 가장 견디기 힘든 교착점은, 하나의 영혼이 소실되는 순간에 찾아오는 일이 잦았다.


“선배, 괜찮으세요?”


세준이 다가와 어깨를 건드렸다. 뺨은 아직 차갑고 손바닥은 소화액으로 눅눅했다. 인체의 분말이 폐장을 건드리며 지나갔다.


계영은 “아니.”하고 대답했다. 이 순간에는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어떤 것도 괜찮지 않았다.


“선배, 우리 일단 여기를 떠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한세준이 옆에서 뭐라고 속삭였다. 계영은 비로소 탄내 자욱한 현장에서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방금 본 것을 세준에게 설명해야 할지 고뇌가 들었다. 한세준은 정통으로 ‘지킬과 하이드 DNA’에 대해 알고 싶어 했지만, 그래도 당장 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 괴로운 일이다.


“내가 뭘 볼 수 있냐고 물었지? 내가 가진 비밀을 털어놔야 공평하다고 말했지?”


계영은 골목으로부터 눈을 돌리며 말했다. 세준이 앞서 걷던 걸음을 우뚝 멈췄다. 홱, 하고 돌아보는 그의 얼굴 역시 조금 전의 일 때문에 복잡한 표정이다.


괴롭고 힘든 것이 고스란히 밴 인간적인 미간.


계영은 담담하려 애쓰며 본 것을 털어놓았다.


“강지한이 송가연을 끌어안는 순간에…… 정말 아름다운 빛을 봤어.”


아마도 강지한이 말한, 송가연과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계영은 그 순간을 ‘다시’ 목격했다.


과거 행복했을지도 모를 한때.


햇빛이 비치는 풀밭 위에서 강지한이 책을 읽고 있었다. 가연 역시 책을 읽다가 반듯한 태도로 고개를 들었다.


‘오빠, 그럼 불이 붙을 때 공기가 계속 들어오는 야외에서 불이 붙으면······’


‘아, 연소의 과정?’


지한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정하게 대답했다.


‘고기는 표면부터 타들어가. 이렇게 볏짚이나 모닥불에 고기를 구우면, 연기가 더 생기지? 그건 산화 작용으로 피부 껍질부터 타들어가는 거야. 피부의 지방이 녹으면서 기름으로 뚝뚝 떨어져 불길을 더 강하게 하고······’


‘아, 그러니까, 밖에서부터 안으로 타들어간다는 거지?’


‘어. 근데 너 그 단원을 배울 차례가 아닌데, 그런 거에 왜······’


‘오빠는 소방관이 된다고 하니까.’


가연이 사랑스럽게 웃었다. 들판의 풀들이 낭창낭창하게 흔들렸다. 부드럽게 쏟아지는 햇빛이 사방을 온통 빛내는 시절이었다. 지한이 그 계절과 시간에 매료된 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수줍은 듯 선한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맞아, 소방관이 될 거야. 사람들을 구할 거야. 생각해 보면, 아프거나 다치거나 불이 날 때, 아니면 사람들이 가장 위급한 순간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들이잖아. 언제나 모든 경우에……’


‘멋지겠네. 오빠.’


뽀얗고 맑은 피부 위로 햇살이 똑바로 떨어졌다. 폭렬의 시기가 채 시작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따사로운 봄날, 풀 냄새조차 구원의 기도처럼 여겨지는 계절의 와류 속에서, 가연이 속삭였다.


‘그거 보고 싶다. 오빠가 영웅처럼 사람을 살리는 거.’


매우 아름다운 미소였다. 햇살이 응답하듯 더 시원하게 반짝였다. 풀들과 잎들의 반질거리는 면들도 그 웃음을 따라 하늘거렸다. 청아한 새소리가 들리고, 공기마저도 순수하고 깨끗할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그 안에서, 남자는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


괴물의 잉태가 어디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봄날의 5분은, 남자의 인생에서 어떻게 해도 소훼할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5분으로 남고 말았다. 남자는 그 5분을 위해 평생을 달렸고, 그리고 남은 생을 버렸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본다고요?”


세준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는 돌아서던 발걸음을 황급히 돌려 계영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댔다.


“그걸…… 선배는…… 바로 이 순간에 봤고요?”


매연 때문에 코가 아팠다. 눈동자가 자극을 받아 심하게 쑤셔왔다. 시커멓게 타들어간 두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 갔다.


계영은 눈꺼풀을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 본 건 아니야.”


그리고 더 갈라진 목소리로 설명했다.


“아까…… 송 회장의 물건들을 한 박스에 모두 담을 때, 아기의 장난감들을 담을 때, 작고한 송 회장 부부의 남은 장면도 봤어.”


한 인간에게 평생의 괴로움을 견디게 하는 가장 찬란한 순간은 언제 오는 걸까.


누구에게도 정답이라 부를 만한 순간이 존재하진 않았다. 계영이 아는 것은 단 하나, 바로 그 찬란한 순간 때문에, 남은 시간이 괴로워질 수도 있다는 점뿐이다.


어떤 사람은 죽는 순간에 본다는 마지막 빛.


계영은 항상 그 빛들을 봐야 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품고 다니는 것이건 혹은 죽은 사람이 남겨놓은 것이건.


이곳으로 오기 직전에는 송 회장의 남은 빛을 목격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 빛. 그 빛은 어떤 시간의 틈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무형의 동력이었다. 송기철의 젊은 시절, 한때 그 빛이 형성됐다.


창문 사이로 투과되는 햇빛 속에서 산모가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었다. 젊은 남자가 뛰어 들어와 땀에 젖은 산모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막 해산한 젊은 부인 역시, 남편과 아기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울먹였다.


‘정말 예쁘지 않아요, 우리 아기?’


남자는 부인을 향해 바보처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뻐, 예뻐. 정말 예뻐.


그는 감동에 젖은 눈빛으로 아기의 뺨을 어루만졌다.


‘여자 아기니까…… 우리가 전에 정했던 그 이름으로 해야지……?’


부인 역시 행복에 가득한 웃음을 띠며 동의했다.


‘네, 가연이었나요, 이름이……?’


남자가 맞아, 하고 메모지에 그 이름을 썼다. 한자와 같이 쓰며 그 뜻을 기쁜 기색으로 읊조렸다.


‘이렇게 쓰는 거지, 아름다울 가佳, 잇닿을 연聯, 가연. 아름다운 것이 계속 연결되다는 의미야, 여보. 우리 아기는 아름다운 것만 보고, 아름다운 것만 생각하고 자라라고……’


‘좋아요. 정말 좋은 뜻이에요.’


이미 아이의 존재로 인해 아름다움에 젖어든 부인이 속삭였다. 부인은 피곤한 것처럼 감기는 눈으로 남편의 손을 잡았다. 남편은 그 손 맞잡아 토닥이며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정말 천사 같아. 여보, 고생했어. 수고 많았어. 해 준 게 없어서 미안해…….’


그리고 그는 아내가 잠든 틈을 타, 말랑말랑한 아기의 뺨에 대고 속삭였다.


잘 왔다, 우리 딸, 정말 잘 왔어.


햇빛이 쏟아지는 창문이 그들을 잔뜩 비추며 점점 더 큰 구멍으로 확장했다.


사람의 인생을 사로잡은 단 몇 분의 찰나는 언제나 빛으로 시작하고, 커다란 빛이 무한처럼 확장하며 사라졌다.


매번 그래서 눈이 부셨다. 그래서 더 참혹하고, 그래서 더 괴로웠다.


세준이 트렁크를 열어 박스 안의 인형을 응시했다. 그는 조금 전 계영에게서 들은 송 회장의 가장 찬란한 촌각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계영은 그의 곁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기다렸다. 목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슬로우 모션처럼 이어지던 거리의 방화 때문은 아니었다.


현기증은 세준이 X팀으로 들어오고 나서, 그의 투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부터 점점 심해졌다. 계영은 그때마다 심장이 심하게 뛰고 식은땀이 났다.


“너는 나를 죽일 거야.”


평상시처럼 담담한 음성이 튀어나온 것은, 세준이 트렁크를 닫기 위해 팔을 뻗었을 때였다. 그는 모든 동작을 멈추고 순간 굳어버렸다.


“그럴 리가요.”


반듯한 얼굴이 심란한 시선으로 웃었다.


“가끔 그런 살심이 들긴 하겠지만, 선배, 저는 절대로 선배를 죽이지 않는……”


“나는 운명론자가 아니야.”


아찔하던 현훈이 겨우 진정됐다. 계영은 미소를 되돌리며 온화하게 말했다.


“내가 그 말을 한 건 운명론자의 비극적인 예언이 아니야. 논리적인 예측을 말하는 거지.”


“그러니까 그게 무슨…….”


숨 쉬는 것마저 청령할 것 같은 남자였다. 한세준, 바람직한 인성을 가진, 좋은 놈이다.


계영은 항상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인성이 좋은 놈 때문에 소멸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너는 나를 죽일 거야. 그건 네가 좋은 놈이고,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상관없이 벌이질 일이야.”


바람이 불었다. 머리가 날리고, 목덜미의 체온이 내려갔다. 세준은 노곤한 시선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계영은 “맞아.”라고 일러주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 투시는 에너지의 문제라고. 차원의 문제라는 거지. 저번에 설명했다시피…….”


“그렇게 설명하시긴 했죠. 그런데 그게 왜……”


“죽은 사람이든 산 사람이든 어두운 기억과 찬란한 기억을 모두 가지고 살아가는데……, 우리가 유독 죽은 사람들이 남긴 에너지들과 잘 마주치는 이유는 인간이 죽을 때야말로, 시간에 대해 엄청난 집중력을 가질 때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 영혼이 몸을 떠나는 순간에, 인간은 두 개의 주마등 중에 한 개를 떠올리지. 어떤 사람은 죽음의 공포로 점철된 기억만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공포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었던 가장 빛나던 기억을 떠올릴 때도 있겠지. 어쨌든 생명이 떠나는 순간의 에너지는 엄청나기 때문에 우리는 대개 죽은 사람들에게서 그걸 보는 일이 많은 것 같아.

하이드 DNA는 그 중에 어두운 기억을 투시해서 바라보는 걸로 알고 있어. 지킬 DNA는 그 반대를 보지, 너의 분석처럼.

……그리고 우리는 하이드와 지킬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하나에 종속되어 있으나 결코 둘 다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되는 능력을 나눠 가진 거야. 원래 하이드는 지킬의 것이고, 지킬은 하이드의 것이잖아. 시간의 구간이 정해지면, 어떤 사람도 두 인격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해. 이건 꼭…… 입자와 반입자의 관계와 같아. 만약 부득이하게 그 둘이 만나게 된다면, 부딪히고, 또 사라지거든.”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의심에 찬 청년임에도 담백한 반문이다. 계영은 따뜻한 기분으로 웃고 말았다. 컨디션이 본래로 돌아와 기뻤다.


“맞아. 그런 거지. 아주 대충 설명하자면.”


“그래서 제가 선배를 죽인다?”


쾅, 하고 트렁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세준은 고개를 저으며 차 문을 열었다. 그는 수긍할 수 없는 논리를 가벼운 웃음으로 눙쳤다.


“반대로 좀 생각해 보죠, 선배. 사실 실제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선배가 저를 죽이는 거 아닙니까? 전 사람을 없애기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거든요. 착하진 않지만, 좋은 사람이죠.”


확실히 청량한 말투였다. 한세준이 타인에게서 어떤 기억을 보든 상관이 없었다. 계영은 항상 그가 투시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에게서 나무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볕 좋은 곳에서 잘 자란 나무의 향이 났다. 스킨의 향도 아니고, 면도 크림의 냄새도 아니다. 그냥 체취였다. 거대한 숲 안에서 유독 이타적인 나무에게서 나는 향.


계영은 먼발치의 현장을 물끄러미 바라본 후에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은 그래도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주말에…… 시간 돼?”


시동이 켜지기 직전, 계영은 딴청을 피우며 확인했다. 세준이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네.”하고 대답했다.


“선배가 어떤 제안을 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되고, 또 안 되기도 합니다.”


정말 한세준다운 발언이다.


처염상정處染常淨.


계영은 명쾌하고 바른 목소리에서 그 성어를 떠올렸다. 연꽃은 진흙탕에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워지지 않고 깨끗하다, 라는 의미의 말. 처염상정. 어디에 있어도 치우침 없이 깨끗하다, 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


“나와 함께 갈 데가 있어. 네가 그렇게 나에게 까악까악 울며 괴롭혀대던…… 푸른 수염과 신데렐라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대해 내가 아는 것만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에게 갈 거야.”


그의 목울대가 꿈틀거렸다.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기어를 당기는 손이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죠.”


좋아, 계영은 정말 지친 기분으로 시트에 몸을 묻었다. 한참이 지나 인적이 드문 교차로에서 차가 멈췄다. 신호에 빨간 불이 켜지는 순간, 세준은 갑자기 생각난 듯 인상을 찡그리며 돌아봤다.


“그런데 제가 까악까악 울었다고요?”


계영은 눈을 감은 채로 고즈넉함에 젖어 웃었다.


아직도 소흔燒痕의 잔향이, 불빛이 별처럼 부유하던 장면이 잊히지가 않았다.


차는, 계영의 고요에 마지못해 수긍하는 것처럼 가볍게 몸을 떨며 출발했다.


텅 빈 거리의 교차로 위로, 새벽이 오기 시작했다.








에피소드 2. 終


작가의말

드디어 앞 부분의 수정이 조금 끝나서...^^;

에피소드 2의 완결편을 올립니다.

에피소드 3부터는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까요..ㅠ_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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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22 더마냐
    작성일
    14.11.10 16:3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0 최승윤
    작성일
    14.11.30 06:17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4.11.10 18:59
    No. 3

    가장 빛나는 순간에 이런 비극이 잉태되는 거 아이러니하고, 그리고 슬퍼요.;ㅁ;
    그건 그거고, 드디어 계영씨의 양파껍질을 하나 더 깔 수 있게 되나요. 두근두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최승윤
    작성일
    14.11.30 06:19
    No. 4

    계영 씨의 양파껍질은 다음 편에서 와르르! 벗겨집니다..ㅎㅎㅎ
    어떤 사람들은 충분히 사랑받고 자랐어도 반사회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는데 (아주 드물지만요) 그런 사람들도 태어날 때는 많은 축복을 받았을까요...ㅠㅠ
    삶은 어떨 때는 정말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추천글....!!! 제가 뒤늦게 대해서 그때 미처 감사하다는 말씀 못드렸는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온연두콩
    작성일
    14.11.10 19:12
    No. 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0 최승윤
    작성일
    14.11.30 06:21
    No. 6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20 그린데이
    작성일
    14.11.19 01:30
    No. 7

    1 왜 N이 안 떴는지 모르겠군요.
    2 고려속어는 고려속요 오타일까요?
    뭐라고 길게 쓰다가 지웠습니다. 못보셨길 바래요. 주제넘은 소리였습니다. ^^;
    다음 에피소드도 기대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최승윤
    작성일
    14.11.30 06:24
    No. 8

    고려 속요의 오타입니다..ㅋㅋㅋㅋㅋ 으앗, 고려 속어...ㅎㅎㅎㅎ 저의 오타는 정말 가끔 진짜 웃긴 것 같아요.
    음, 근데 왜 지우셨어용? 나이트윙님(작가님이 또 닉을 원래로 돌리셨군요...ㅎㅎㅎ)께서 남겨주시는 말씀은 진지하게 곱씹으며 저를 후려칠 텐데요! ^__^
    으악, 이렇게 말씀하시니 더 궁금합니다.... 훌쩍.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젤라
    작성일
    14.12.11 19:55
    No. 9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99 크림
    작성일
    14.12.13 20:28
    No. 10

    비극 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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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pisode 03 그때 당신이 통화했던 사람(The Phone) (5) +10 14.12.15 730 12 23쪽
32 Episode 03 그때 당신이 통화했던 사람(The Phone) (4) +11 14.12.09 675 11 32쪽
31 Episode 03 그때 당신이 통화했던 사람(The Phone) (3) +7 14.12.03 638 11 13쪽
30 Episode 03 그때 당신이 통화했던 사람(The Phone) (2) +7 14.11.30 702 9 19쪽
29 Episode 03 그때 당신이 통화했던 사람(The Phone) (1) +7 14.11.30 616 9 7쪽
» Episode 02 웃는 인형 (완결) +10 14.11.10 905 11 27쪽
27 Episode 02 웃는 인형 (13) +6 14.10.18 557 15 19쪽
26 Episode 02 웃는 인형 (12) +15 14.09.30 787 16 26쪽
25 Episode 02 웃는 인형 (11) +9 14.09.29 765 13 26쪽
24 Episode 02 웃는 인형 (10) +7 14.09.27 804 21 10쪽
23 Episode 02 웃는 인형 (9) +6 14.09.26 624 12 9쪽
22 Episode 02 웃는 인형 (8) +9 14.09.25 754 12 26쪽
21 Episode 02 웃는 인형 (7) +4 14.09.24 616 17 25쪽
20 Episode 02 웃는 인형 (6) +4 14.09.23 690 15 18쪽
19 Episode 02 웃는 인형 (5) +4 14.09.22 683 16 10쪽
18 Episode 02 웃는 인형 (4) +4 14.09.20 818 15 21쪽
17 Episode 02 웃는 인형 (3) +6 14.09.19 649 17 18쪽
16 Episode 02 웃는 인형 (2) +4 14.09.18 667 14 19쪽
15 Episode 02 웃는 인형 (1) +7 14.09.17 1,265 23 11쪽
14 Episode 01 빨간 드레스 (완결) +6 14.09.17 591 16 3쪽
13 Episode 01 빨간 드레스 (13) +7 14.09.16 637 17 25쪽
12 Episode 01 빨간 드레스 (12) +8 14.09.15 575 15 20쪽
11 Episode 01 빨간 드레스 (11) +9 14.09.13 561 17 22쪽
10 Episode 01 빨간 드레스 (10) +5 14.09.12 545 17 18쪽
9 Episode 01 빨간 드레스 (9) +8 14.09.11 515 14 17쪽
8 Episode 01 빨간 드레스 (8) +9 14.09.10 718 14 10쪽
7 Episode 01 빨간 드레스 (7) +5 14.08.03 818 15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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