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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바빙 님의 서재입니다.

동이(東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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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바빙
작품등록일 :
2016.08.3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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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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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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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음모(陰謀) #06

본 소설의 모든 내용, 지명, 정치적 소견 및 종교적 견해는 작가 개인의 창조물로서 허구입니다.




DUMMY

# 2023년 9월 22일 일본 도쿄 내각부 내 회의실

회의실에서 보고를 받는 사쓰라의 머리에는 앞에서 발표중인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몇 걸음만 더 가면 된다.’

다쓰라 총리와 뜻을 함께 하겠다고 다짐을 한 내각 각료들은 그들이 해야 할 최우선의 목표에 대해 명확히 이해했다.

- 전 국민의 완전한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

다쓰라 총리를 비롯한 신조 가문과 일부 극우라 불리던 인물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을 준비해오고 시도하였으나, 늘 그에 반하는 적대 세력들과 국민들의 반대에 부딧혀 무산되거나 반쪽의 승리에 그쳐 버리고 좌절 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기본적으로 일본 국민들은 세계 유일의 원자폭탄에 공격당한 사실과,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라는 역사를 가진 이들로 ‘전쟁’이라는 단어는 ‘방사능’ 이상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임기에 달성해 낸 평화헌법 개정뿐만이 아니라 긴급사태 조항 신설이라는 한정적인 부분에서까지도 국민들의 여론은 언제나 50% 이상이 반대하며 자신의 앞을 막아서 왔다.

결국 평화헌법을 수정하기 위해 사쓰라는 반대세력의 수장을 암계로 처리했을 뿐 아니라, 그렇게도 반대하던 국민들을 외면한 채로 평화헌법의 개정을 완수했다.

자신을 지지해주고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국민들을 ‘어리섞어 자신의 큰 뜻을 이해 못한다’는 식으로 매도하며 말이다.

하지만 평화헌법개정이나 자신이 해온 일들과 비교한다면 이번 계획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압도적인 지지로 총리 4연임이라는 기록을 만들고 있는 자신이지만, 이는 나약한 일본국민들이 바라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신에게 느끼는 대리만족감에 대한 보답과 동경의 의미이지, 그 옛날 군주를 따르던 사무라이의 용맹한 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패전을 겪고, 폐허에서 지금의 경제대국을 일구어 낸 선대들과는 달리 풍요롭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태어나 자란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는, ‘전부를 걸어야 하는 목적’ 따위는 애초에 생소한 일이였던 것이다.

더구나 그런 목적이 전쟁을 수반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아마 자신은 조선 이전에 일본의 젊은이들을 먼저 물리쳐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하지만 사쓰라는 지금에야말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것도 그냥 지지가 아닌, 전 국민이 일치 단결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유.

그를 비난하고 그의 사상을 부정하고 그의 목표를 막아서던 그 모든 적들까지도 두 손을 들고 자신의 품으로 안길 수 밖에 없는 절대적인 이유가 말이다.

지난 두 달간 그를 비롯한 각료와 그의 지지자들은 수 많은 일들을 진행해왔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수 십년전 안타깝게 조선에서 물러나면서부터 심어놓은 씨앗들은 충분히 자라 그 수확을 기다리는 중이고, 자란 풀들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는 중이였다.

이번 후쿠시마 폭탄테러건도 한국 내 자리잡은 그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첨예한 대립으로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 내의 상황도 충분히 원하는 선까지 잘 이끌어 왔다는 평가다.

현재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이는 지난 두 달간 정보부와 각 부서들의 합심으로 만들어낸 일본 내의 정세에 대해 자랑스럽게 발표중이였다.

“아직 VIP들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의 자극은 위험하므로, 약간의 냉각기를 주어 작전 개시일에 맞춰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목적입니다.”

한국인들의 거주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폭행과 테러, 그리고 미성년자 강간부터 변태적인 살인까지 최근 들어 급증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인들의 강력범죄 소식은 연일 일본의 뉴스에서 헤드라인을 차지하는 중이였다.

물론 이는 사쓰라를 비롯한 내각과 극우단체의 자작극이지만, 사건의 깊숙한 이면을 보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그런 뉴스에 두려워하고, 분노하며 그에 대한 원망을 오로지 한곳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조선을 불태워라.”

“조선인을 죽여라.”

“조선땅을 우리가 갖자.”

그나마 일부 폭력적인 시위를 제외 하고는 질서있게 벌어지던 일본내의 반한기류와 시위는 지난 후쿠시마 원전 폭파테러를 분기점으로 전혀 다른 성질의 시위로 변하고 있었다.

인터넷과 매체들로 자연스럽게 퍼지는 진실에 편승한 거짓들은 그 파괴력을 더하며 일본 국민들의 뇌리 구석구석에 한국에 대한 원망을 넘어 원한을 가지게끔 조장하고 있었다.

자연재해로 인해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수 백명의 희생을 무릅쓰고 훌륭하게 조기에 처리한 일본 정부를 시기하던 한국인들이 일본의 순진하고 착한 국민을 속여 원전의 ‘동토차수벽’을 파괴하려 했고, 그 테러로 인해 안정을 되찾아가던 일본이 다시금 방사능의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소리는 이제 일본내의 인터넷이나 방송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너무나 비합리적인 사건의 실체를 의심하고 믿지 않던,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일본인들마져 한국 검찰에서 조사한 발표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사쓰라의 시선을 노트북에 머문다.

화면에는 누군가 붉은 페인드로 건물에 쓴 글씨가 보인다.

얼마 전 일본 내에 유포된 루머

- 홋카이도 수몰과, 아소산 분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

- 비겁한 조선은 우리가 재난에 처한 이 상황을 그냥 넘기지 않고 반드시 그 틈을 노려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을 해할 것이다. -

- 이제 생존을 위해서는 반도로 진출 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선택지도 없다 -

- 그냥 반도로 나아가 조선인들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멸족시켜야만 우리 일본인의 미래가 천년만년 밝을 것이다. -

큐슈의 저 끝자락 촌 동내 ‘시마도마리’까지 번진 저 아름다운 문구가 사쓰라를 미소짖게 하고 있었다.

유래없는 재난이 다시금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 속에 퍼지는 이야기는 그 진위와는 상관없이 일본국민들의 생존본능을 자극하고 있었고, 그런 자극은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지금 일본은 냄비 안의 끓는 기름이였다.

작은 물방울 하나만 던져 넣으면 폭발하는 상태.

그리고 지금 자신의 손에 맺혀있는 이 물방울을 언제 털어내야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조만간 VIP들의 의사만 확실해지면, 자신은 망설이지 않고 기름 냄비 안에 물방울을 떨어트릴 것이고 그 이 후 저 안전하고 풍요로운 땅은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 2023년 9월 28일 우장산공원로 부근 강수환 사회부 기자

“헉····헉····으····아····”

강수환은 달리고 있었다.

‘망할 말로 해도 되는 거잖아’

“훅··· ”

‘왜지? 굳이 이렇게 까지 한다고? 왜?’

“하아····엇!!”

‘그냥 한낮 기자나부랭이한테 왜 이러는데’

숨이 목까지 차올라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로 우장산을 향해 달리는 수환

몇일 전 국장에게 열변을 토한 수환은 그 동안 여러 보강조사를 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에서 정상적인 루트로는 제대로 된 진실을 알기 어렵다는 건 기자 초년시절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였고, 이번에는 좀 제대로 파고들어볼까 하는 마음에 경비문제로 상의를 드리려고 들어온 국장실에는 아무도 업었다.

“음? 뭐지? 비서는 어디가고?”

시계를 보던 수환은 아차싶다.

“아.. 퇴근시간 지났구나. 엇? 문은 열려있는데? 아직 퇴근전인가?”

좀 기다려보기로 하고 텅 빈 방안 가운데 테이블의 의자에 앉아 방금 사온 명함 케이스형 모양처럼 생긴 녹음장치를 박스에서 꺼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설명서를 읽어가면서 작은 수은건전지를 끼우고, 버튼을 눌러보면서 정말 작동이 되는지 말이다.

“이게···· 녹화, 이건 재생?”

털컥.

문 열리는 소리에 돌아본 수환의 눈에는 국장실 윤비서가 품에 가득 택배상자를 가지고 낑낑거리며 국장실 문을 통과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 윤비서에게 다가가 쓰러지기 직전인 상자들을 받아준 수환은 웃으며 말한다.

“어이쿠! 우리 윤비서가 이런걸 혼자서 하고 있데?”

“휴우···· 이거 말고도 아직 더 있어요. 아무리 추석이 낼 모레라 바쁘다지만 이걸 1층에 그냥 다 내려놓고 가면 어쩐데요.”

“하하하 여기와서 명절 처음 보내는거구나.”

금년 3월에 채용된 윤정은 국장비서는 지금 가온 신문사에 아이돌이였다.

예쁜 얼굴에 훤칠한 키, 여성스러운 성격으로 짝 없는 기자들이 뺀질나게 들이대는 공주님.

“원래 명절때마다 이런가요?”

“뭐 명절때마다 이렇게 선물이 많이 쏟아지냐면 그건 아니지만, 명절때는 1층에 택배를 다 내려버리고 가더라고.. 자 가지 내가 도와줄게.”

“잉!! 그러면 고맙죠!! 국장님 어디가셨지?”

사내 아이돌의 상콤한 애교에 수환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어디가신지 몰라?”

“저 이거 수령하느라 내려간지 한 30분 되거든요. 명단이랑 발송처도 아직 다 확인 못했어요, 국장님 먼저 퇴근하신거면 좋겠다..배고프다구요.”

“엇, 그럼 나랑 저녁이나 먹을까? 나도 점심부터 굶었다고?”

“음!! 생각해보구요!”

상자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수환은 정은과 함께 1층 로비로 향한다.

그렇게 둘이 상자를 가지고 다시 올라와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그리 크지 않은 테이블이 가득 차버리고, 수환은 이제 한번 더 다녀오면 되니 자신이 갔다 온다며 정은에게 퇴근 준비나 하라며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잠시 후 방안 테이블 위의 상자들을 다시 정리하는 정은의 뒤로 국장이 들어오며 말한다.

“나는 좀 더 있어야 되니 먼저 퇴근해요.”

“아! 아래 상자 한번 더 가져와야 해요.”

“내일 하면 되니 지금 바로 퇴근하세요.”

“그····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닫히는 문을 보던 국장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동안 모니터를 주시한다.

문 밖에서 나는 인기척이 없어질때까지


남은 상자들의 명단과 발송처를 확인하고 서명을 하려던 수환은 마침 내려오던 윤비서를 보면서 놀라 묻는다.

“왜? 퇴근이예요?”

“네에! 국장님 지금 오셨는데 먼저 퇴근하라고 하셔서요. 그거 내일 올리면 된다고 퇴청을 명받았습니다요!”

“아!”

“저 맛있는거 먹자고 하셨는데 어디예요? 나 아사 직전이라구요!”

“어····그게 저기 나가서 삼거리에서 돌면····”

다가와 팔짱을 끼우며 재촉하는 윤비서의 가슴의 뭉클한 감촉에 순간 몽롱해진 수환은 그대로 끌려 건물 밖으로 나간다.

“얼른 가요? 뭐 두고 온거 없죠?”

‘두고온거? 어 녹음기.’

당장 머릿속에 국장실 테이블에 올려놓은 녹음기가 생각이 났지만 이····행복한 팔을 빼야 하는 이유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였다.

“아니요. 어서 가죠”


“그냥 좀 아까운 녀석이라서요. 이번 그 이명준건도 아···아닙니다. 당연히 문제가 생길 꺼리는 미연에 방지하는게 맞습니다만 일단 제가 설득해보····”

“....”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국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다 고개를 돌려 책자에 있는 사진을 바라본다.

국장으로 진급전의 자신과, 입사 1년차로 정신 못차리고 좌충우돌하던 수환과 몇몇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

“운빨 없는 놈은 독박을 써도 쪽박이라더니 쯧쯧쯧!!”

작게 중얼거리던 국장은 컴퓨터를 끄고 방을 나서 어디론가 향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사무실로 달려온 수환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윤비서를 발견하고 크게 인사라며 다가온다.

“아~ 윤비서 어제 잘 들어갔어?”

일부러 크게 소리치는 수환의 목소리에 몇몇 남자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수환을 의식한다.

“어? 강기자님, 어제 너무 먹어서 돼지가 될 것 같다구요. 호호”

“어이구 돼지가 이렇게 날씬하면, 우리 이제 돼지고기는 다 먹었네”

왠지 윤비서와 좀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에 다른 늑대들보더 앞선 기분인 듯한 수환.

“나 어제 국장님실에 두고 온거 있어.”

“어? 그래요?”

“아침에 생각났거든.”

“그럼 저랑 같이 올라가요.”

“그럴까?”

분노가 서린 남자들의 눈빛의 칼날이 수환의 등을 난자하지만, 수환은 마냥 웃기만 한다.

사무실에 도착한 윤비서는 국장님 방 환기시키고 청소하려다 발견한 메모에 중얼거린다.

“이상하네? 국장님 오늘 출장 스케줄 없었는데?”

“왜?”

“국장님 이번 추석 연휴에 출장가신다고 메모 남기셔서요. 원래 이렇게 갑자기 어디 가시는 분이 아닌데..”

“그렇네. 이 양반 혹시 출장 간다고 뻥치고 가족들이랑 해외 여행 간거 아니야?”

여전히 윤비서의 웃는 얼굴에 넋이 나가 장난만 치고 있는 수환

“방에 놓고 가셨다는거 챙기세요. 정리해놓고 문 다시 잠가 놓아야 하니까요.”

“잠깐만..”

테이블의 쌓인 상자들을 밀어보고 내려보던 수환은 상자 사이에 끼여있는 명함케이스 모양의 도청기와 설명서를 찾아낸다.

물건을 챙겨 나오는 수환을 보며 윤비서가 묻는다.

“강기자님은 이번 추석에 뭐하세요? 고향에 가시나?”


‘추석에 도주극이라니..’

영등포에서 노들길을 타고 달려온 수환은 강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골목에서 튀어나오던 차량과 충돌한다.

안전벨트 덕분에 큰 부상을 피한 수한은, 차에서 내려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집에서 입는 잠옷 같은 반바지에 메리야스 하나만 걸치고 구두를 신은 채 허리에 힙색을 하나 매달고 달려가는 수환은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이 미친듯이 달려가고 있는 저 사내의 등에 보이는 길다란 핏자국.

차사고가 났는데 왜 등에서 피가 나는 것인지 궁금해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수환을 바라바던 상대 차량의 운전자가 차에서 비틀대며 내리고, 주변의 사람들도 웅성거리지만, 지금 수환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멍청했어. 냉정히 생각하면 시내도로에서 무슨 짓을 할리는 없는데 서두르다가..’

수환을 쫓는 듯한 차량은 분명 눈에 띄이는걸 꺼려하는지 차량으로 도주하는 자신에게 이렇다 할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저 거리를 유지한채 쫓아올 뿐.

처음 집에서 공격당한 이후 너무 당황하고 겁에 질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자신의 실수로 사고가 난 것이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수환의 눈에 띄인 곳은 주변의 아파트 단지였다.

1층의 베란다 앞에 널린 빨래들을 발견한 수환은 망설이지 않고 단지의 경계벽을 넘어 건조대에 걸린 옷들 중 자신의 몸에 맞을 만한 게 있나 찾지만 있는 거라곤 유아용 옷과, 비치타올 뿐. 그나마 자신의 발보다 조금 큰 듯한 운동화가 있다는게 천운이였다.

얼른 구두를 운동화로 갈아신고 타올을 상체에 두른 수환은 서둘러 단지내로 들어가 몸을 숨길 곳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한다.


“여기로 들어간 모양입니다.”

“이런 한심한 일이 있나, 직접 내려서 움직여. 나는 차 끌고 둘러볼테니”

“예”

차에서 내린 장한 두명 중 하나는 멀리서 수환이 넘어간 벽을 똑같은 모습으로 넘어가고, 다른 하나는 반대쪽의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에 있던 남자는 그대로 차를 천천히 몰아 단지내로 진입한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울리는 전화기를 받은 남자는 그리 밝지 못한 목소리로 말한다.

“놈이 도망중입니다.”

"...”

“너무 어두워서 실수한 모양입니다.”

이유가 뭐든 실수한거다.

놈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스턴건까지 가지고 덤벼들 줄 말이다.

“아닙니다 우장산쪽으로 도주하다 3분전에 접촉사고를 내고 도보로 도주중입니다.”

“...”

“감사합니다.”

“...”

“예”

전화를 끊은 사내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경찰에 뺑소니로 연락해서 긴급수배를 내리겠다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왠지, 이런 간단한 일조차 해결 못하는 자신을 힐책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새끼 껍질을 벗겨주마.”

으르렁대는 사내의 눈빛은 전방을 세세히 바라보며 놈을 찾는다.


아파트 동에서 저쪽 동으로 가는 일조차 너무 힘이 들었다.

수환은 깨닳았다.

영화는 영화라는걸 말이다.

당황한 마음에 주변에 살려달라 소리치지 않는 것 정도가 최선이라는 걸 말이다.

이렇게 숨어 있는 것만 해도 온 몸의 신경과 근육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지나치는 그림자만 봐도 온 몸이 움추려든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던 도망자들의 멋지고, 통쾌한 복수들은 사실은 허구라는걸.

그들이 보여준 이성적이고 간단한 행위조차 자신은 섣불리 하기 힘들었다.

‘미친놈, 무슨 배짱으로 누가 오기를 기다린거냐? 어디든 도망가던가, 아니면 형님 오시기 전까지 숨어있던가.. 이 똘아이야.. 으이구.. 지 무덤자리..’

수환의 형님, 편집국장 이홍길은 지금 출장중이였다.

순간 들리는 인기척에 동과 동사이에 있던 정자의 사각에 숨어있던 수환의 귀가 쫑긋거린다.

으르르르르

디젤 자가용의 엔진소리

살짝 정자의 틈으로 옆을 살핀 수환이 눈이 커진다.

분명 자신을 쫒던 그 BMW 승용차가 헤드라이트도 안켜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놈들이다.’

쪼그리고 있던 엉덩이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바로 옆에 나타난 놈들에 놀란 수환이 오줌을 지린 것이다.

‘도..도망가야.. 움직이면..들킬거야.. 어쩌지?’

짧은 순간 머리가 터질 지경인 수환의 귀에 들리는 작은 목소리

“...”

“그래? 이미 빠져나간거 같다라...”

“...”

“하긴 그렇게 대놓고 기다릴 정도로 간이 큰 놈이 이런 독안에서 잡히길 기다리지는 않겠지. 경찰서 가봐라, 뺑소니로 신고해놨다고 하니 뭔가 잡히겠지. 난 종국이 태우고 놈의 집에 다시 가본다.”

그리고 밝게 퍼지는 자가용의 헤드라이트.

천천히 멀어지는 BMW엠블럼을 바라보던 수환은 일어나 어디론가 도망가려 하지만 순간 다리에 쥐가 나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져 신음하기 시작한다.

너무 힘들었는지 그대로 기절해버린 수환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깨어났다.

밤에는 제법 쌀쌀한 날씨 덕택에 온 몸은 얼음장 같았고, 이제야 느껴지는 등의 통증은 상상 이상이였다.

‘병원으로 가야되나?’

이내 고개를 젓는다.

‘뺑소니 신고를 했다면 병원을 가도 분명히 경찰에 잡힌다. 대체 어디까지인거지?’

다리를 주물럭거리던 수환은 겨우 힘을 내 일어서지만 그 몰골이 처참하다.

원래 모습도 보기좋은 모습은 아니였지만, 거기에 이제 축축하고 흙까지 범벅이 된 그의 바지와 하체는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모습이다.

‘어디로 가지? 그나마 새벽이라 다행이야... 으 죽겠어’

조금씩 떨려오는 몸을 비치타올로 감싸고 두리번 거리는 수환의 눈에 보이는 헛 옷 수거함.

수환은 그리로 달려가 안에 옷들을 꺼내보려 하지만 손이 닿을리 없다.

결국 위에 얻어져 있던 이불을 둘러싸는 것으로 만족한 수환은 천천히 단지의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분명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고 들었지만, 작은 인기척이나 차량의 소리만 들어도 몸이 움찔거리고 그대로 움츠려드는건 본능인 모양이다.

겨우 단지 밖으로 나와 우장산 입구를 보던 수환은 반대편의 도로를 바라본다.

‘그래. 일단 우장산으로 들어가서 반대편으로 가보자’

그렇게 수환은 깜깜한 새벽에 우장산 공원길을 달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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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9 16.10.11 656 3 16쪽
30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8 16.10.10 648 3 12쪽
29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7 16.10.09 630 4 18쪽
28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6 16.10.09 633 4 14쪽
27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5 16.10.08 786 3 15쪽
26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4 16.10.07 630 4 15쪽
25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3 +2 16.10.05 896 7 14쪽
24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2 16.10.05 681 5 12쪽
23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1 16.10.05 753 5 15쪽
22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7 +4 16.10.02 957 3 13쪽
21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6 16.10.01 805 4 15쪽
20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5 16.10.01 988 1 13쪽
19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4 16.09.30 982 4 14쪽
18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3 16.09.29 1,018 6 13쪽
17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2 16.09.29 1,005 4 12쪽
16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1 16.09.29 1,233 5 12쪽
15 과거(過去)와 미래(未來) #04 16.09.24 1,152 8 23쪽
14 과거(過去)와 미래(未來) #03 16.09.24 1,032 10 13쪽
13 과거(過去)와 미래(未來) #02 16.09.09 1,244 9 18쪽
12 과거(過去)와 미래(未來) #01 +2 16.09.09 1,410 9 19쪽
11 음모(陰謀) #07 16.09.08 1,249 9 19쪽
» 음모(陰謀) #06 16.09.07 1,229 6 19쪽
9 음모(陰謀) #05 16.09.05 1,449 9 17쪽
8 음모(陰謀) #04 +2 16.09.05 1,595 10 15쪽
7 음모(陰謀) #03 16.09.03 1,835 11 14쪽
6 음모(陰謀) #02 16.09.02 1,751 14 12쪽
5 음모(陰謀) #01 16.09.02 2,007 18 11쪽
4 침몰(沈沒) #02 +1 16.09.01 2,376 14 17쪽
3 침몰(沈沒) #01 +3 16.08.31 2,556 17 18쪽
2 Prologue #02 +5 16.08.31 2,559 26 7쪽
1 Prologue #01 +7 16.08.31 3,561 3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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