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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바빙 님의 서재입니다.

동이(東夷)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부바빙
작품등록일 :
2016.08.31 01:08
최근연재일 :
2016.10.22 23:38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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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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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6,264

작성
16.08.3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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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Prologue #01

본 소설의 모든 내용, 지명, 정치적 소견 및 종교적 견해는 작가 개인의 창조물로서 허구입니다.




DUMMY

사내는 설원을 달린다.

도심지와 거주지를 연결하는 도로들은 꾸준한 제설작업으로 어느 정도 다닐 만한 길이지만, 사내가 달리는 길은 완전히 인적이 없는 곳이였다.

간혹 아래로 꺼져 있는 지형을 밞기라도 하면 허리까지 들어가 버리는 통에,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사내는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며 설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헉..헉.. 이 주변일텐데, 이놈의 gps가 고물인거야? 내가 길치인거야?”

잠시 멈춰 자리에 앉아버린 사내의 모습이 그대로 눈으로 들어가 버려 보이지 않게 됬다.

“탕!!”

저 멀리 들리는 총 소리에 순간 긴장한 채 방향을 가늠한 사내는 몸을 낮추며 총성이 들린 쪽으로 향한다.

눈 때문에 전진하기는 힘드나, 대신 발각될 염려가 적다는 이점이 있었다.

‘벌써 이 지역에도 수색대가 돌아다니는군.’

경사진 언덕을 지나 보이는 광경에 급히 엎드려 목에 걸린 작은 망원경을 꺼내 전방을 살피는 사내.

그의 작은 망원경의 시야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적에게 제압되어 있는 이들이 보인다.

‘뭐하러 기어 나와 목숨을 버리나? 멍청한 새끼들.’

러시아 특유의 복장에 무기를 소지한 이들 셋과, 제트스키 세대가 보인다

‘최소 셋인가? 무리다’

한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눈길을 행군하느라 이미 몸의 상태도 좋지 않아, 저 인원을 상대로 도발을 하는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총알도 이제 3발 뿐이야’

두 놈까지는 처리 할 자신이 있지만, 세 번째 놈을 놓치면 어차피 저들은 죽을테고 자신도 위치가 발각 되버린다.

‘게다가 겨우 셋일 리가 없지’

도박을 하기에는 자신이 가진 정보가 너무나도 중요했다

망설이는 사이 울리는 총성 두발.

“탕, 탕”

대항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아온 것만 수백이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게 한심하지만, 자신의 목표는 그 이상의 중요성을 가진 걸 알기에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이 곳까지 올 수 있었다.

“잘가게”

잠시 후 반대편에서 합류하는 두 명의 러시아 수색대원을 발견한 사내는 죽은 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다섯이 탑승한 제트스키가 요란한 굉음을 뿌리며 저 멀리 사라지자, 사내는 다시금 몸을 일으켜 신중히 죽은 이들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처음부터 놈들의 움직임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무슨 함정이 있는지 알수 없다.

‘어디냐? 너구리’

조금씩 전진하며 주변을 살피고, 한참을 자리에 대기하며 다시금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던 사내는 전진하려 힘을 주려던 오른 다리의 힘을 빼고 그대로 주저 앉아 서서히 몸을 낮춰 엎드린다.

‘뻔한 수작이구만’

사내는 적 다섯을 보고 의심하지 않을 만큼 풋내기가 아니였다.

최대한 바닦에 얼굴을 대고 두 손으로 귀를 감싸 땅에서 들리는 울림을 느끼려 하는 사내의 귀에 눈소리, 바람소리, 저 멀리서 들리는 놈들의 제트스키의 엔진음이 들려온다.

머릿속에 울리는 소음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사내는 놈이 숨어 있는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집중한다.

‘거기냐? 너구리’

영악하게도 이런 날씨임에도 확인을 위해 눈속에 숨어 먹이감을 기다리는 집요함이라니..

‘칫! 성실하군’

사내는 아주 조심스럽게 위치를 옮기다가도, 바람이나 여타 소음이 크게 울리는 찰나에는 아주 과감하게 속도를 내, 적이 매복지의 후미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얼마 후면 놈의 동료들이 데리러 올 것이다.

그렇게 교전 없이 상황이 종료되는 것도 사내에게 나쁘지 않았지만, 끈질기게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직접 처리해야 할 듯 하다.

사내는 이제 정확한 놈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다시금 바닦에 얼굴을 대고 집중한다.

민감한 귀와 그 민감한 귀로 들어오는 수 많은 소리 중 원하는 소리를 걸러내고, 그 소리의 근원지를 어느 정도 예측 할 수 있는 능력은, 평범한 예비군이였던 사내가 압도적인 전력의 우세를 가진 적들을 따돌리고, 이 곳 시베리아의 구석진 곳까지 무사히 도달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였다.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놈의 위치를 가늠하던 사내의 감각에 약간 부스럭거리는 놈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지퍼소리? 이 새끼가?’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과 거리는 명확했다.

사내는 놈의 위치를 명확히 인지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일으켜 발을 띠지 않고 밀듯이 눈길에 걸음을 내 걸으며, 놈이 있는 곳의 우측을 향해 목에 걸려 있던 망원경을 던진다.

푹!

눈밭 위로 망원경이 떨어지는 기척에 전방을 향하던 놈의 총구가 우측으로 이동하고, 그 움직임에 놈의 몸을 덮고 있던 위장막이 흔들리며 쌓여있는 눈을 흐트러트린다. 흐트러진 눈결은 총열에서 이어져 스코프를 지나 놈의 머리와 목, 그리고 상체가 위치한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나게끔 보여준다.

몸을 날려 놈의 위로 떨어져 내리며 두 개의 단검을 각각 놈의 머리와, 심장의 위치에 쑤셔 넣는 사내와, 인지하지 못한 공격에 신음도 내 밷지 못하고 절명해버린 놈의 시신이 늘어진다.

놈을 살펴본 사내는 피식거린다.

'성실은 개뿔, 이 새끼가 얼마나 우리를 허수아비로 봤으면, 작전 중에 소변을 누려고 지퍼를 내리냐?'

놈은 아마도 누군가 접근하리라고 기대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려던 모양이다. 매복 중 스나이퍼는 소변을 바지에 그대로 싸는게 일반적이다.

대충 별 걱정도 안되고, 또 춥기도 해서 그냥 지퍼만 내리고 옆쪽으로 볼 일을 보려 했던 것 같다.

서눌러 놈의 총을 챙기고 몸을 뒤져 쓸만한 물건들을 챙긴 사내는 아까 죽은 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옷을 뒤지며, 혹여 남아있을 수 있는 보금품을 찾지만, 그다지 쓸만한 것들은 남아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시신들의 목에 걸린 인식표를 챙기고 그대로 일어서 달려 나간다.

목적지에 도착한 사내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듯한 커다란 헛간의 구석에 몸을 누인 채, 잠시라도 폭설과 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얼마 전부터 놈들의 압박이 좀 줄어든 것을 보면, 미국의 엉덩이를 핧아주느라 바쁜 일본 놈들이 대접을 시원찮게 해주는가 보다.

전 같았으면 죽은 이들들의 인식표까지도 다 수거해 쪽바리 놈들에게 전달했을텐데 최근에는 그런 사소한 것들은 소홀히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이제 짝짝꿍이 벌어질때가 됬지’

사내는 가슴의 주머니를 열어 무언가를 꺼낸다.

더러워져 그 본래 색을 짐작하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천을 정성스럽게 펼치니, 그 곳에 있는 것은 이미 다 타버린 담배 재였다.

“으아.. 한 대 피고 싶다.”

지난 몇 달간 온전한 담배는 구경도 못한 사내는 그 무엇보다 담배 한대 피울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고역이였다.

몇 시간 전 처리한 그 놈은 안타깝게도 비흡연자였던 모양이다.

‘러시아 새끼가 담배를 안 펴? 죽일놈’

스스스

헛간 밖에 몰아치는 바람소리와 낡은 헛간의 나무들이 삐걱대는 소리 사이로 들리는 미묘한 소음은 사내가 배우고 경험한 자연적인 마찰음이 아니였다.

숨을 쉬고 체온을 가진 인간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마찰열과, 소리였다.

긴장한 사내는 총을 쥐어 들고 소리의 위치를 찾는다.

천천히 몸을 헛간 내의 구조물에 감춘 채 움직이던 사내의 귀에 입구 밖에서 들리던 미약한 소리가 사라진다.

‘또 너구리냐?’

입구까지 포복으로 천천히 이동한 사내는 바람에 흔들려 삐걱거리는 헛간의 소음에 리듬을 맞춰 몸을 일으키고, 나무벽 틈으로 밖을 살핀다.

시야를 좁혀 꼼꼼히 주변을 살피지만 보이는 건 내리는 눈뿐.

‘뭐지?’

시야의 끝에 보이는 나뭇가지.

이상했다.

내리는 눈에 1분 정도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테니, 방금 누군가 두고 간 것이다.

경계를 하던 사내는 아무런 움직임이나 소리가 없는 듯하자 조심스럽게 입구의 문을 밀어낸다. 사내가 들어온 후 다시금 눈이 쌓여 묵직함이 느껴지지만, 그 덕에 소음이 줄어든 상태로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끼익

문을 약간 열고 그 상태로 땅의 울림과 주변의 소리를 확인하던 사내는 기어서 아까 확인해두었던 장소로 이동해, 이미 눈속에 사라진 나뭇가지를 집어 낸 후, 그대로 눈밭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온 몸이 완전히 눈 속으로 숨어든 후 손목의 토시에 끼워진 작은 후레쉬을 꺼내 버튼을 눌러대자 미약하지만 빛이 뿜어지기 시작하고, 나뭇가지를 비추자 익숙한 문자들이 적혀 있다.

- ㅁㅇ°ㅊㅅ'ㅊㅊ.ㅇ"부 ㅈㄷ ㅈㄷ°ㄹㅂ 'ㅊㅈ.ㅇ"에 -

‘망할, 여긴 또 어디야?’

가슴속에 주머니에서 작은 액정패드를 꺼내 전원을 킨 사내는 위도와 경도 그리고 대략적인 경로를 파악 하고 다시 전원을 끈 후 가슴 속 깊이 집어넣는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따르는 수밖에 없다.

‘하아.. 쉽게 되는 일이 없구만.’

사내의 한숨에 입에서 피어나는 하얀 입김이, 그가 파고들어와 있는 눈구덩이에 차오른다.

‘변경된 장소까지 가려면 아마 2일은 꼬박 가야 할 테니 서둘러야 겠구만.’

밖으로 나가기 위해 주변의 변화를 살피던 사내가 순간 멈칫한다.

발소리

자신의 위치는 헛간에서 5미터 가량 떨어진 위치

그가 움직인 흔적은 사라졌을테고, 헛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냥 지나갈만한 위치지만, 얼마 전 처리한 놈이 발각된거라면.

‘안심할 수 없다. 기다려야하나? 아니면...’

다가오는 발소리에 정신을 집중하던 사내는 결국 기다리기로 한다.

여기서 위험을 감수할 바에는 아까 그들을 그리 죽게 버려둘 필요가 없었으니, 최대한 참기로 한다.

쌓인 눈을 한겹 걸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둘이나 셋 정도, 제트스키의 엔진음이나 지반의 떨림이 없었다.

‘아까 그 놈들은 아니야.’

다행히 잠시동안 헛간을 살펴보던 놈들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멀어지는 듯하다.

‘그래..얼른 가라.. 얼른 가서 발닦고 잠이나 자라고’

보온기능이 좋은 옷을 입었다고 해도 영하의 날씨에 우의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과 맞닿아 있던 몸은 10여분을 꼼짝 않고 있던 탓에 사내는 천천히 전신에 힘을 주었다 풀었다 하면서 근육을 풀어 주기를 반복한다.

눈을 파고 나온 사내는 새로운 목적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틀이나 걸려 목적지에 도착한 사내는 작은 건물안에 숨어 그를 기다린다.

이 곳에서 그를 만나야 한다.

아버지와 어머님의 마지막 말이 담긴 유서를 가지고 온 남자.

사내는 그를 처음 만났던 그 날을 떠올렸다.




내용에 대한 비평, 오타, 의견 무엇이든 과감히 이야기 해주세요.


작가의말

일단 남들처럼 첫번째에 프롤로그를 배치하였습니다만, 시놉상 프롤로그가 어디서 끝날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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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14 +1 16.10.18 703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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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12 16.10.16 58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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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10 16.10.12 661 4 15쪽
31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9 16.10.11 656 3 16쪽
30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8 16.10.10 646 3 12쪽
29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7 16.10.09 629 4 18쪽
28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6 16.10.09 632 4 14쪽
27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5 16.10.08 785 3 15쪽
26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4 16.10.07 629 4 15쪽
25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3 +2 16.10.05 895 7 14쪽
24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2 16.10.05 680 5 12쪽
23 각자(各自)의 전쟁(戰爭) #01 16.10.05 752 5 15쪽
22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7 +4 16.10.02 956 3 13쪽
21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6 16.10.01 805 4 15쪽
20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5 16.10.01 987 1 13쪽
19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4 16.09.30 981 4 14쪽
18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3 16.09.29 1,017 6 13쪽
17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2 16.09.29 1,005 4 12쪽
16 하나의 공간(空間) 세 개의 시간(時間) #01 16.09.29 1,232 5 12쪽
15 과거(過去)와 미래(未來) #04 16.09.24 1,152 8 23쪽
14 과거(過去)와 미래(未來) #03 16.09.24 1,032 10 13쪽
13 과거(過去)와 미래(未來) #02 16.09.09 1,244 9 18쪽
12 과거(過去)와 미래(未來) #01 +2 16.09.09 1,409 9 19쪽
11 음모(陰謀) #07 16.09.08 1,248 9 19쪽
10 음모(陰謀) #06 16.09.07 1,228 6 19쪽
9 음모(陰謀) #05 16.09.05 1,448 9 17쪽
8 음모(陰謀) #04 +2 16.09.05 1,594 10 15쪽
7 음모(陰謀) #03 16.09.03 1,834 11 14쪽
6 음모(陰謀) #02 16.09.02 1,750 14 12쪽
5 음모(陰謀) #01 16.09.02 2,007 18 11쪽
4 침몰(沈沒) #02 +1 16.09.01 2,375 14 17쪽
3 침몰(沈沒) #01 +3 16.08.31 2,556 1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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