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389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4.28 12:21
조회
836
추천
9
글자
8쪽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DUMMY

“장규석!”


김혁은 어둠속에 몸을 나타내고 장규석을 불렀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교묘하게 무대처럼 그 둘을 비추고 있다. 장규석은 느닷없이 어둠속에서 들려온 사람 목소리에 움찔 놀라 여자를 놓쳐버렸다. 털썩, 여자의 몸이 바닥에 부딪친 채 미동도 없다.


장규석은 차츰 앞쪽으로 다가오는 김혁을 보고는 겁에 질려 있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범죄 행각을 들켜버린 자의 어쩔 수 없는 공포감일 것이다.


김혁과 장규석 사이로 헤드라이트 빛이 가로놓여 있고 휘이잉, 눈보라만 어지러이 휘감기며 흩날린다.


“누, 누구냐?”

“장규석!”

“누구냐니까.”

“지금 뭘 하는 거지?”

“그, 그건...”

“야밤에 혼자 힘들어 보이네? 뭐 좀 도와줘?”


김혁이 앞으로 다가가자 장규석이 뒤로 한발짝 물러났다.


“뭐야? 너는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곳은 평상시라도 차량 통행도 거의 없는 길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가는커녕 멀리 한점 불빛도 없는 칠흑천지였다. 장규석 입장에서는 대체 이 남자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걸까 궁금할만도 했다.


“내가 먼저 물었잖아. 지금 뭐하고 있냐고.”

“누군지부터 밝혀.”

“내가 누굴까?”


김혁은 재빨리 장규석 앞으로 다가가 한팔로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 손을 놓으면 바로 장규석은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급작스럽게 벼랑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진 상황에 당황해서 제대로 버둥거리지도 못하고 장규석은 애매한 단어만 반복하고 있었다.


“뭐, 뭐야, 뭐, 뭐야?”

“저 여자 혼자 저 아래 있으면 심심할 거 아니야.”

“안돼, 내려놔. 뭐하는 거야?”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할거야?”

“그,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김혁은 장규석을 바닥에 조금 세게 내려놓았다.


“으아!”


눈이 쌓여 있긴 해도 차갑게 얼어붙은 바닥이라 좀 아플 것이었다.


“일어나! 저 여자 차에 태워.”


장규석은 일어나 여자를 들어 올려 차 뒷자리에 다시 눕혀 놓았다.


“차에 타.”


장규석은 자신이 운전석에 타자마자 조수석에 먼저 앉아 있는 김혁을 발견하고 또 한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럼 얘기를 시작해볼까? 저 여자 어떻게 된 거야? 저녁때까진 살아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 ”


“질문 말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하라니까. 내가 다시 차밖으로 나갈 땐 널 바로 던져버릴 거다.”


“그, 그러니까 그게.... 자다가 숨막히다고 하더니 갑자기 죽어버렸어...요.”


김혁은 때릴듯이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확! 거짓말하는 거 다 알거든? 내가 저승사자야. 어디서. 그냥. 바로 데려 갈까?”


“으익? 저승...? 말도 안돼.”


“그냥 지금 당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어차피 지옥 가면 다 탄로나게 돼 있어.”


“제가 지옥에요? 저 여잘 데리러 온 게 아니구요?”


“난 저 여자 몰라. 널 데리러 왔는데 우연히 이런 광경을 보게 된 거라 너무 궁금해서 말야. 둘이 동반자살 할 정도의 사이야?”


남자가 숨을 삼키고 되물었다.


“... 네?”


“그렇잖아. 여기 두 사람이 나란히 죽어 있으면 모두 그렇게 생각 할 건데 말이지.”


남자에게서 강한 공포의 냄새가 맡아졌다.


“아니, 뭔가 착각을 한 것 같은데 난 인명부에 없는 사람인데 ... 뭔가 착오가...”


“아 진짜,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의심이 많은지 몰라.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김혁이 리스트를 꺼내 리스트 내용대로 읽어주자 장규석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그러니까 정말 지옥에서 나를 데리러 왔다는 겁니까?”

“그래.”

“그럴 리 없는데? 난 인명부에서 지워졌다고 했는데?”

“뭔 소리야?”


“난 오래전에 제를 올려서 이미 인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졌고.... 저승사자도 못 찾을 거라고 그랬는데.”


인간이 어떻게 죽음 이후의 일에 관여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걸 믿는 인간들은 뭐지?


“누가? 누가 그런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해?”

“그분께서.”

“그분이 누군데?”

“오, 그분은 이름을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되고 똑바로 바라보아서도 안 되느니.... ”


갑자기 장규석이 정색을 하고 웅변조로 소리치는 바람에 김혁은 살짝 놀란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런 이상한 말투도 우스꽝스러운데 그 내용은 더 뜬금없었다. 이 사람 살짝 미친 건가?


“오 하늘과 땅을 관장하시고 인간을 복되이 하사....”

“아, 시끄럽고. 저 여자는 어떻게 한 건지나 말해.”

“그냥 갑자기 켁하고 죽은 거라니까요.”

“아우, 진짜.”


김혁은 답답함에 화가 치밀었지만 가까스로 화를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왜 여기다 버릴려고 하는데? 경찰에 신고하면 되잖아. 사체유기보다 불륜이 탄로나는 게 더 무서워?”


“그건...”

“거짓말도 앞뒤가 맞게 하라고 좀.”


장규석은 별 말이 없다. 아무래도 장규석 입에서 진실을 듣기는 어려울 듯하다.


“뭐 혹시 마지막으로 가족들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지금 전화라도 해.”


“정말, 저를 정말...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수는 없다고 했는데.”


장규석이 눈물이 살짝 맺힌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대체 아까부터 왜 자꾸 쉰소리야? 전화하기 싫어? 그럼 바로 가자고.”


김혁이 몸을 움직이자 장규석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 아니 걸게요. 걸게요 전화? 집에, 우리 애엄마한테 그러니까.”


장규석은 핸드폰을 꺼내 단축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전화기만 오래 들고 있을 뿐 쉽사리 말을 꺼내놓지는 않는다. 저쪽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디 갔지?”


장규석은 이상해하며 다시 한번 전화를 끊었다 걸어본다. 역시 통화는 되지 않는다.


“이런 적이 없는데...”


장규석은 슬몃 김혁의 눈치를 살피며 다른 번호를 눌러본다. 역시 전화 통화는 되지 않았다.


“뭐냐? 가족들이 다 전화를 피하는 이유라도 있어? 원래 다들 취침 중엔 전화를 안 받나보지?”


“그, 그런 게 아니라.”


“하, 참나. 암튼 난 기회를 줬는데 저쪽에서 안 받은 거니까 날 원망하진 말고.”


“자, 잠깐만, 저기요. 근데 정말 저승사자입니까?”


“뭐 얼마나 더 해줘야 믿을래? 이렇게? 이렇게?”


김혁은 몸을 사라지게 했다가 나타나게 했다를 반복했다.


“너는 지옥의 악마에게 찍혀서 이 리스트에 올랐고 나는 너를 데리고 가는 임무를 맡아서 지금 이 고생이잖아. 추워죽겠는데.”


“하, 하지만 저는...”

“대체 니가 뭘 했는데 자꾸 하지만 하지만이라는 거야?”

“그분께선 제가 천국으로 갈 거라고 하셨는데 왜...”

“너처럼 완벽하게 검은 오라는 내 보다 보다 첨 봤다. 근데 천국이라고?”

“오, 오라요?”


“그분께서 그게 뭔지는 안 가르쳐주든? 사람마다 그게 있지. 자기만의 색깔 같은 거랄까. 영의 기운 같은 거랄까. 근데 네 놈은 오라가 이 밤처럼 검어. 시커멓다고. 특히 죄를 많이 지을수록 그렇지.”


“내 죄는 이미 성모님께서 다 사해주셨는데...”


“뭐라는 거야? 아까부터. 그분은 또 뭐고 성모는 또, 그들이 무슨 신이라도 돼?”


“네!!”


장규석이 너무도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김혁이 당황스런 기분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의 화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37화, 38화 관련- 사이비종교 관련 에피소드 18.04.28 746 0 -
공지 복수의 화신을 쓰면서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작가 사견) 18.04.22 588 0 -
공지 복수의 화신은 어떤 느낌? (작가 사견- 읽지않으셔도 됩니다. 징징거림 주의) 18.04.13 629 0 -
공지 전에 읽으셨던 분들께- 소제목 수정과 등장인물 이름 수정건 18.04.11 819 0 -
47 제46화 악마는 악마다(완) +11 18.05.02 1,284 12 13쪽
46 제45화 슬픈 진실 +1 18.05.02 871 8 9쪽
45 제44화 슈퍼맨의 마음2 +1 18.05.01 913 7 9쪽
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69 9 11쪽
43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8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9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4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89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3 9 8쪽
»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7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8 7 8쪽
36 제35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4) +1 18.04.26 880 8 8쪽
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800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5 8 7쪽
33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50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40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3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7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2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3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5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4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6 9 8쪽
24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5 7 9쪽
23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6 8 9쪽
22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8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40 8 8쪽
20 제19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1) +1 18.04.16 994 9 11쪽
19 제18화 잔인한 여름 +1 18.04.16 993 8 10쪽
18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1 18.04.15 1,194 8 11쪽
17 제16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6) +1 18.04.15 979 7 10쪽
16 제15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5) -악마와의 첫 만남 +1 18.04.14 1,060 7 9쪽
15 제14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4) +1 18.04.14 1,216 11 8쪽
14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1 18.04.13 1,086 9 8쪽
13 제12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2) +1 18.04.13 1,173 9 9쪽
12 제11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1) +1 18.04.12 1,414 13 10쪽
11 제10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3) +4 18.04.12 1,659 11 11쪽
10 제 9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2) +1 18.04.11 1,371 15 9쪽
9 제8화 바람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1) +1 18.04.11 1,407 14 10쪽
8 제7화 첫 임무 완수, 그리고 여름 +1 18.04.10 1,565 19 9쪽
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5 21 10쪽
6 제5화 개와 늑대의 시간(3) +1 18.04.09 1,739 22 8쪽
5 제4화 개와 늑대의 시간(2) +1 18.04.09 1,816 22 8쪽
4 제3화 개와 늑대의 시간(1) +1 18.04.09 2,027 22 8쪽
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4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89 2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