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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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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377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4.18 12:32
조회
884
추천
7
글자
9쪽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DUMMY

상철이형은 어릴 때부터 무서운 편이었다. 덩치도 또래보다 컸고 목청도 컸다. 고아원의 어린 소년 소녀들에게는 원장 다음으로 무서운 존재였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무서웠지만 또 바깥에서는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곤 했었다. 주먹쓰는 법, 인상쓰며 기선 제압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도 상철이형이었다.


일찍부터 원장에게도 반항기가 다분했던 상철이형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중학교 때 가출을 해버렸다. 동네에서 논다 하는 형들이 집적거리고 오라가라 많이도 불려다니더니 그것도 한 이유였을지도 몰랐다. 그런 것에 비하면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동네에 그런 형들이 거의 없던 때였으니.


가끔 생각나곤 했다. 어디서 뭘 하고 살고 있을까 하고.


세상이 넓은 것 같아도 좁은 모양이다. 여기서 마주칠 수도 있다니 김혁은 새삼 놀라워하며 남자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 삶은 좀 고단해 보인다. 겨우 이십대 초반인데 젊음의 풋풋함이 사라져 버렸다고 해야 할까. 생기라곤 없이 검회색 오라를 휘두른 데다 검은 양복을 뻗쳐 입고 휘적휘적 걸어다니는 폼이 꼭 저승사자 꼴이다. 김만재가 그 도로에서 왜 자신을 돈 받으러 온 사람으로 착각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른한 오후 내내 어설픈 깡패 연기를 하는 모양새로 보내고 나서 남자는 해질녘쯤에 어떤 노래방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는지 벌써 담배만 몇 개피째였다. 그 모습도 처량맞기가 이를 데 없다.


차에서 기다리면 안 되나? 김혁이 그렇게 생각할 무렵 그는 결국 마지막 담배를 다 피우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비벼 끄고는 차로 돌아간다.


해가 졌다.


그는 차 안에서 형님이란 사람과 또 간단한 통화를 했다. 오늘은 수금한 것이 한 건도 없어서 사무실에 들를 필요가 없다는 요지였는데 전화 너머로 엄청난 꾸지람을 듣는지 한동안 말없이 네 네 소리만 연발하고 있었다.


백미러 속에는 인상을 잔뜩 구긴 상철의 얼굴이 있었다.


김혁은 아무래도 상철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어른스럽게 달라져서 알아보지 못할 텐데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뭐 피차 마찬가지고 세월이 또 많이 흘렀으니까 그러려니 하겠지 생각하고 다음 목적지에 내리면 대화를 해보자 마음먹었다.


상철은 전화를 끊고 나서 또 한바탕 욕설을 내뱉고 그러고 나서 차를 출발시키고 ... 그의 모든 행동은 참 단조로웠다. 차는 한참을 달려 어딘가 낡은 집들이 가득 들어찬 동네로 들어섰다. 퇴근하고 돌아올 빚쟁이를 만나러 가는 건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상철이 차를 세우고 내려 걸어갈 쯤엔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사물 분간도 잘 안 되는 때였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져 있긴 했지만 어두운 공간이 더 많은 동네였다.


가로등도 비껴난 어두운 길에 이르렀을 때 상철의 뒤에서 조용히 다가드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검은색 오라를 두른 작은 남자의 손에 들린 것은 칼이었다. 그 남자는 곧바로 상철의 등을 찌를 것처럼 다가들고 있었다.


김혁은 재빨리 칼든 사내에게 다가들어 칼을 멀리 쳐냈다. 칼이 저만큼 나동그라지며 챙그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상철이 돌아보았다. 순식간에 칼을 놓쳐버리고 얼굴이 탄로날 위기에 처한 남자는 잽싸게 뒤돌아 도망쳤다. 상철은 따라갈 생각도 안하고 멀찌거니 떨어져 있는 칼만 보고 있었다.


“위험했습니다.”

“누구요? 왜 날...”


상철은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건지 아니면 사내의 가오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건지 방금 칼맞을 뻔한 자의 얼굴치고는 차분했지만 공포에 질린 자가 내뿜는 특유의 냄새는 숨길 수 없었다. 상철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채 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칼이 보이길래 다급한 마음에.”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러기 쉽지 않은데 정말 고맙군.”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뭔가를 말해야 된다고 생각했는지 별 의미없는 말을 내뱉었다.


“아 ... 그러니까 음....”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누구나 처음 겪는 일엔 그런 마음이 먼저 드는 법이다. 누가 자신이 칼 맞을 뻔한 것을 예상이나 하겠는가, 또 누가 그런 자신을 구해줬다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김혁은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낯이 익은데 혹시 유상철씨 아닙니까?”


“나를 압니까? 누구신지...”


누군가 등 뒤에서 칼날을 들이대고 있었던 것보다도 오히려 자신의 이름을 대자 더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저 김혁이에요. 형!”

“김혁....?”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금새 환한 얼굴로 되물었다.


“김혁? 그 김혁이라고?”

“네. 그 김혁.”

“어이구, 이 자식아!”


상철이 갑자기 김혁을 덥석 안아서 김혁은 깜짝 놀랐다.


“혁이, 혁이라고? 진짜 이런 데서 어떻게 만나지?”

상철은 반가움에 몸까지 흔들어 댄다. 커다란 덩치에 꽉 안긴데다 몸이 마구 흔들리니 숨까지 막혔다.


“아이구, 형. 이런 건 형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나 좀 놔줘. 숨막혀.”


“방금 죽을뻔 하다 살아났는데 또 가족 같은 녀석을 만나고 이 정도도 못하냐?”


“남자들끼리 부둥켜 안고 있으면.... 좀.”


그제서야 팔을 풀고 떨어지는 상철.


“그래, 어디 가서 술 한잔 할까? 아, 잠깐 너 아직 미성년자지? 뭐야, 너 가출한 거야? 왜 여깄어.”


걱정스레 묻는 폼이 진짜 가족 같다. 김혁을 다시 한번 쭉 훑어보고는


“그새 많이 컸네. 몰라보겠어. 키도 훤칠해지고. 난쟁이 똥자루만해서 언제 자라나 했더니 코 찔찔 흘리던 코흘리개가 음?”


“아, 그건 아니다 형. 내가 언제 그랬다는 거야?”


상철이형이 가출한 게 중학교 3학년 때니까 그때 내 나이 열 두살. 난쟁이 똥자루?... 만, 하긴 했겠다. 키가 많이 크기 시작한 건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니까 그래도 누가 코를 흘렸다고 .... 흠!


“암튼, 밥이나 먹으러 갈까? 뭐 어디 가던 길이야? 이 동네 살아?


“그건 아니지만 시간이...”


상철이형이 편의점에서도 주머니를 털어 간신히 값을 치르던 걸 본 터라 걱정이 되었다.


“얌마, 생명의 은인한테 밥 한끼 사주고 싶은데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지. 이렇게 만나는 것도 다 하늘이 돕는 거지. 어떻게 여기서 이런 순간에 우리가 만날 수가 있어. 야, 진짜.”


상철이 두꺼운 팔을 어깨에 걸치고 걷자 자연스럽게 딸려가게 되는 모양새가 됐다.


허름한 식당에 들어서자 반갑게 어서오세요, 말하던 식당 주인이 상철을 알아보고 인상이 굳어졌다.


“오늘은 밥 먹으러 왔어.”


자리를 잡고 앉자 상철은 뭘 먹을 건지 물어보지도 않고 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시켰다. 주머니는 비었어도 마음만큼은 갑부 저리 가라 한다. 폼에 살고 폼에 굶어죽겠다!


“야, 돈벌어서 뭐하냐? 이런 데 쓰는 거지. 근데 자식아, 넌 여기 웬일이야. 정말 가출이라도 한 거냐?”


“그런 건 아니고 잠깐 그럴 일이 있어서.”


“뭐야, 어릴 때는 안 그렇더니 자식이 의뭉스러워졌네. 사내녀석이 시원시원스럽게 딱 딱 그렇다 저렇다 해야지.”


“그보다 형은...”


좀전의 상황이 떠올랐는지 상철은 약간 어두운 얼굴이 됐다.


“아 그거? 걱정하지마. 내가 하는 일이 원래 좀 그래.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너도 알다시피 내 가방끈이 워낙 짧아야지. 나 같은 놈이 할 일이 뭐 있겠냐 너도 짐작하겠지만 뭐 그렇게 산다. 다른 애들은 잘 있냐? 그 자식은 아직도 만수무강하고?”


고아원 원장에 대한 분노는 여전한 모양이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다들 그냥 저냥 그래, 똑같지 뭐. 배고프고 춥고 하하.”


“너 솔직히 말해봐라. 가출한 거지?”


“아니야, 그런 거.”


“아니긴. 지금 방학 때도 아닌데 학교 다닐 시간에 여기 있는 것만 봐도 딱 알지. 나도 이해한다. 답답하지, 바닷가 가서 소리라도 한번 지르고 오고 싶다 그런 마음, 근데 임마 가출은 한번이면 족하다. 응? 학교는 마쳐야지.”


지난 여름에 나무 위에 걸쳐 놓았던 중학생에게 해주던 말들처럼 상철이형도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일 것이다. 자신이 겪어보니 후회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동생만큼은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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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69 9 11쪽
43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8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8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4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89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3 9 8쪽
38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6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8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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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800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4 8 7쪽
33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50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40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3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7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1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3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5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3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6 9 8쪽
»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5 7 9쪽
23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5 8 9쪽
22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7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40 8 8쪽
20 제19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1) +1 18.04.16 994 9 11쪽
19 제18화 잔인한 여름 +1 18.04.16 992 8 10쪽
18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1 18.04.15 1,194 8 11쪽
17 제16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6) +1 18.04.15 979 7 10쪽
16 제15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5) -악마와의 첫 만남 +1 18.04.14 1,060 7 9쪽
15 제14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4) +1 18.04.14 1,216 11 8쪽
14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1 18.04.13 1,086 9 8쪽
13 제12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2) +1 18.04.13 1,173 9 9쪽
12 제11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1) +1 18.04.12 1,413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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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5 21 10쪽
6 제5화 개와 늑대의 시간(3) +1 18.04.09 1,739 22 8쪽
5 제4화 개와 늑대의 시간(2) +1 18.04.09 1,816 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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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3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89 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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