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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309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4.13 08:41
조회
1,084
추천
9
글자
8쪽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DUMMY

“진수라고 하던데?”


진수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표정이 환해지며 웃는 얼굴로 변한다. 그 얼굴은 좀 낯이 익다고 김혁은 생각했다.


“아, 드디어 나한테도 악마가 손을 내미는 건가요?”

“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그거요. 내가 너에게 재능을 줄 테니 니 영혼을 팔아라 그거.”


진짜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이게 꿈이라고 생각하나?”


“아니요. 전 꿈과 현실은 구분할 줄 알아요. 있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전 영혼이 없다고 단정 짓지 않아요. 죽으면 귀신이 될 수도 있고 또 천사나 메피스토 같은 악마도 있을 수 있죠. 그렇다면 영혼을 파는 일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겠어요? 전 세상의 소설이나 전설이 전부 거짓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저승사자도 말문이 막히게 하는 아이다.


“ ..... ”


“그러니까 내 영혼을 사면 뭘 주실 건가요?”

“난 그런 거 안 사.”

“그럼요?”

“난 영혼을 거둬가지.”

“에? .... 아, 그럼 결국 내가 죽는 거군요. 난 또 메피스토가 내 작가적 재능을 업시켜 주러 온 줄 알았는데.”


진수는 정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다.


“메 뭐? 넌 안 무섭냐? 이렇게 사람도 아닌 것이 공중에 떠 있고 영혼을 거둬간다고 하는데 무슨 반응이 그래?”


“이렇게 사는 건 정상적인 거라고 생각하세요?”


되려 큰소리다. 이거 참 이상한 상황이다.


“그러니까 말야. 내가 할 소리지 그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뭐 저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전 이런 삶을 살기 시작한 것뿐이에요.”


이건 또 뭔 소린지, 철학하는 꼬마를 만나 미치게 되는 저승사자도 있을 수 있으려나?


“방에서 안 나간다지?”


“사람들은 절 안 좋아해요. 저도 그들을 안 좋아하긴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이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 나도 그렇긴 한데 그건 뭐 그러거나 말거나 하면 되지. 뭔가 다른게 더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학교도 안 가고?”

“그까짓 거 시시해요. 다 아는 얘긴데 듣고 있는 것도 짜증나고.”

“다 안다고?”


정말 다 알아서 저렇게 말하는 건가?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지?


“검정고시 칠거예요. 3년이나 시간 낭비하느니 전 그 시간에 제 할 일을 하려고요. 물론 이렇게 일찍 죽게 된다니 놀랍긴 하네요.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이런 걸 소설로 써놓고 죽는다면 그 소설은 대박날 건데 그러면 제 이름이 영원히 남겠죠?”


김혁은 눈까지 반짝이며 열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그 아이가 낯설기만 했다. 소설이 뭔데 저렇게 저 아이를 사로잡은 걸까? 어디 낯선 나라에서 온 사람을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진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마치 연극배우처럼 주절이 주절이 떠들기 시작했다.


“악마가 나타나 나는 말했다. 영혼을 사실 건가요? 아, 아니지. 악마가 말했다. 네 영혼을 거두러 왔다. 그날밤 나는, 이렇게 시작하면.... 혹시 이름이 있나요?”


“얘가 진짜 ....”


김혁이 뭐라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겠다는 듯이 이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하는 진수.


쟨 뭐냐 진짜! 서정보다도 더 이해 불가한 존재가 있다니. 세상엔 정말 다양한 별별 인간이 다 존재하는구나!


새삼 김혁은 놀라고 있었다. 말을 더 시켜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미 진수는 키보드를 두들기느라 정신이 없다. 정말 악마를 주인공으로 한 대단한 소설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낼 기세다.


김혁은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었다.


“왜요?”


창문 소리에 진수가 돌아본다.


“넌 이 냄새를 어떻게 견디냐? 날도 더워죽겠는데 문도 안 열고.”

“무슨 냄새요? 전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요.”


진수는 표정 변화도 없이 대답했다. 이 지독한 악취가 아무 냄새도 아니라고?


“코가 막혔냐?”

“글쎄, 축농증이라던가? 아마 그럴 걸요.”

“아 내가 미쳐. 할, 아니 엄마는, 엄마는 이 방을 치우려고도 안해?”

“사실 엄마 못 들어오게 하려고 이렇게 널려놓은 거예요.”

“뭐라고? 그건 또 뭔 말이야?”

“난 엄마가 싫거든요.”


진수는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왜? 엄마는 너만 끔찍이 생각하던데.”

“그럴까요?”


점점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한다. 이 집안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가족들이 다 이 모양인 걸까? 할머니는 손주를 자기 아들로 키우고 애 엄마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도 않고 애는 수다쟁이 히키코모리라니.


“너 아빠는 어디 계시냐?”

“아빠요? 음, 태어날 때부터 없었는데요.”

“그래? 흠, 누나는 언제 집을 나간 거야?”


진수의 눈꺼플이 살짝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그의 오라도 좀 더 짙푸르게 물들었다.


“뭐 꽤 오래 됐어요. 한 7년 넘은 것 같은데 음, 누굴 찾아다니고 있대요. 누군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제 생각엔 누나도 엄마가 싫어서 그냥 집을 나간 것 같아요.”


“연락도 안하고?”

“네.”


하지만 진수의 얼굴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서둘러 다시 키보드를 치기 시작하는 모습이 좀 어색하다. 할머니 모르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건가? 설마 엄마가 할머니인 것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김혁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3층 아래 세상은 고요했다.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새벽을 깨우는 키보드 소리만이 나직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엄마가 싫어서 쓰레기를 방안 가득 널려 놓았다는 건 또 무슨 소리지? 할머니의 말과는 다르게 할머니가 생각하는 진수와 원래 진수는 다른 아이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 그 반댄가? 어젯밤에 본 할머니가 원래는 그렇게 친절하고 따뜻한 할머니가 아니라면? 어떤 일들로 인해 할머니가 이 아이를 여기다 가둔 꼴이 된 거라면? 그 내막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래도 이 아이가 조금 이상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엄청 헷갈린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겠다고 반가워하다니, 소설이 유명해지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라니 ... 저승사자를 앞에 놓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진수를 본다. 악마 같은 건 만난 적도 없다는 얼굴로 모니터만 바라보는 진수의 얼굴은 여태껏 만난 이들과는 정말 다른 것이었다. 그게 뭔지는 아마 오랫동안 모를 것 같았다.


저승사자임을 알고 나면 으레껏 풍기게 되는 그 흔한 공포의 냄새도 거의 없고 반응도 예상과는 늘 다르다. 방의 악취 때문에 공포의 냄새를 못 맡은 것일까 잠시 생각해보지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진수는 정말 악마든 귀신이든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오히려 그런 존재를 만나게 돼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말 할 상대가 생겨서 기쁜 것일까? 정말 이해불가다.


고개를 가로젓던 악마가 떠올랐다. 아직 어리구만, 그래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이 어리다는 다른 말이라면 맞는 말인 것 같다.


악마의 이름이라, 악마도 이름이 있을 수 있단 생각을 왜 못했지? 지옥에서 자신을 반기는 그 새빨간 덩어리에게 이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 확실히 머리 좋은 애들은 뭔가 생각하는 게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오늘은 저들을 관찰해봐야겠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한다. 빛과 함께 김혁도 모습을 감췄다. 김혁이 사라지든 말든 진수는 여전히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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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46화 악마는 악마다(완) +11 18.05.02 1,282 12 13쪽
46 제45화 슬픈 진실 +1 18.05.02 870 8 9쪽
45 제44화 슈퍼맨의 마음2 +1 18.05.01 910 7 9쪽
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66 9 11쪽
43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7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7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3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88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0 9 8쪽
38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5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7 7 8쪽
36 제35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4) +1 18.04.26 878 8 8쪽
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798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3 8 7쪽
33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48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38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1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6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0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2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3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2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5 9 8쪽
24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3 7 9쪽
23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4 8 9쪽
22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6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39 8 8쪽
20 제19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1) +1 18.04.16 992 9 11쪽
19 제18화 잔인한 여름 +1 18.04.16 991 8 10쪽
18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1 18.04.15 1,192 8 11쪽
17 제16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6) +1 18.04.15 978 7 10쪽
16 제15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5) -악마와의 첫 만남 +1 18.04.14 1,059 7 9쪽
15 제14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4) +1 18.04.14 1,215 11 8쪽
»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1 18.04.13 1,085 9 8쪽
13 제12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2) +1 18.04.13 1,172 9 9쪽
12 제11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1) +1 18.04.12 1,412 13 10쪽
11 제10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3) +4 18.04.12 1,658 11 11쪽
10 제 9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2) +1 18.04.11 1,370 15 9쪽
9 제8화 바람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1) +1 18.04.11 1,406 14 10쪽
8 제7화 첫 임무 완수, 그리고 여름 +1 18.04.10 1,563 19 9쪽
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3 21 10쪽
6 제5화 개와 늑대의 시간(3) +1 18.04.09 1,737 22 8쪽
5 제4화 개와 늑대의 시간(2) +1 18.04.09 1,814 22 8쪽
4 제3화 개와 늑대의 시간(1) +1 18.04.09 2,026 22 8쪽
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2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85 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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