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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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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387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4.18 06:01
조회
905
추천
8
글자
9쪽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DUMMY

김만재는 뺑소니와 불륜을 미끼로 대단한 껀수를 잡은 모양새다. 저런 것만 봐도 살아온 인생에 범죄 한 두개 안 저질렀을 리가 없다. 안 봐도 짐작이 간다. 그러니 악마의 리스트에 올라가지. 뺑소니범보다 더 나쁜 놈. 만삭의 아내를 두고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운 남자도 덜한 것 없는 나쁜 인간이지만 김만재를 그냥 놔두면 저 임산부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


김만재의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면 일단 합의를 보게 한 다음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러자니 저쪽 아내도 불쌍하고.... 너무 시간을 질질 끌면 지금껏 잘한 거 다 까먹고 또 악마의 일장연설을 들어야 할 테지? 어쩐다? 김만재는 하루 이틀 안에 합의해 줄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선 임산부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인 것처럼 여겨진다.


아, 그냥 깔끔하게 그 도로에서 데려 갔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갑작스런 뺑소니로 일정이 온통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일단 검사 결과는 깨끗하다고 하니 데려가도 별 문제는 없을 듯도 하고 오늘 밤이라도 데려가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복도로 나가 임산부를 찾아보았다. 몸이 무거워 걸음이 빠르지 않아서 금새 찾을 수 있었다. 임산부를 따라 가보기로 했다.


임산부는 병원 밖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자동차의 조수석에 올라 대기하고 있던 여자와 대화를 나눈다.


“뭐래?”

운전석의 여자는 임산부의 표정부터 살핀다.


“아, 정말 제대로 엮였어. 합의고 뭐고 터무니없는 돈을 달래. 정말 이거 어쩌면 좋아. 형부는 뭐래?”


“음, 아주 큰 부상 아니면 보험료로 해결해도 괜찮을 거라는데.”


“그 남자가 뺑소니 얘기를 하던 걸?”


“뺑소니?”


“응 멀리 갔다가 다시 돌아왔대. 자기가 봤대. 그래서 더 그러는 것 같아. 원래 질좋은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어떡해 언니.”


“그런 거면 소연 아빠하고 상의해봐야지. 변호사 형부 뒀다 뭐해. 이럴 때 써먹지. 사무실로 먼저 가야겠다.”


운전석의 여자가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차가 출발하고도 자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이나 나나 모아둔 돈 결혼할 때 다 쓰고 이제 아기도 태어나는데 정말 왜 이런 일이 생겨가지고.”


임산부는 깊은 한숨을 쉬고 부른 배를 내려다보며 한손으로 쓰다듬는다.


“아빠한테 돈 얘기 할 생각하지마. 그렇지 않아도 제부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래서 반대하는 결혼은 하는 게 아니야.”


“그럼 무슨 수로 그 큰돈을 마련해. 집 담보 대출도 받을 만큼 다 받았는데 그 사람은 지금도 가끔 술먹으면 주정 비슷하게 한 소리해. 돈 많은 장인이 집 한칸 사는데 돈도 안 보태줬다고.”


“뭐래니? 처가덕 볼 생각하기 전에 시댁에서는 뭘 해줬는데? 양심이 있어야지. 집 마련을 누가 해야 하는 건데? 혼수는 혼수대로 바리바리 싸들고 가고 집까지 마련해줘야 되니? 참나 말이나 안 하면 중간이라도 가지. 누구 팔푼이 시집보내? 돈도 지지리도 없는 게 남의 집 귀한 딸 임신시켜서 데려간 건 잘 한 거야?”


“언니. 그 사람 욕하는 거 듣기 싫어.”


“알았다. 니 서방이라 이거지? 헛똑똑이. 저 좋다는 그 많은 남자들 놔두고 골라도 하필.... 그런 녀석한테 꽂혀가지고.”


“....”


사고친 사람은 딴 사람인데 불꽃은 왜 엉뚱한 데서 점화되는지 모를 일이다. 자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김혁도 궁금증이 일었다. 처갓집 반대도 무릅쓸 만큼 사랑했고 죽고 못 살아서 결혼까지 했는데 그 남자는 왜 딴 여자랑 바람을 피우지?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 걸 알게 되면 저 임산부는 어떻게 해야 하지? 여기도 참 복잡하다. 사람이란 단순하게 살기는 원래 어려운 건가?


임산부는 마음이 상했는지 말이 없고 언니도 잠시 침묵을 지켰다. 차는 계속 도심지를 향해 달려간다. 변호사 사무실까지 따라가서 들어봐야 지루하기만 할 것 같아 김혁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김만재는 역시 아내에게 있는 대로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찾아온 검은 양복의 사내를 보고 말을 뚝 멈췄다.


김혁에게는 검회색 오라를 휘두른 그 뒷모습만 보였는데 덩치가 좀 있고 차돌처럼 단단한 근육을 가진 남자였다. 딱 봐도 깍두기 형님.


“어이, 김만재님. 많이 아파?”

“아, 여긴 어떻게....”

김만재는 얼굴이 굳어진 채 말도 다 끝맺지 못했다.


“사고 소식 듣고 마음이 아파서 안 올 수가 있나. 우리 사장님도 걱정을 많이 하시고 말이지. 어떤가 해서 보러 왔어.”


건들건들 주위를 둘러보더니 옆에 놓인 음료수 박스를 제 손으로 뜯어 음료수 하나를 꺼내 마신다.


“아, 목말라서 말이지. 손님한테 음료도 안 권하고 뭐 그래?”


니가 사들고 왔어야지. 이 깍두기 양반아!


“그래서 보상금은 두둑해? 우리 사장님 것부터 해결해야 되는 거 알지?”


“그, 그게 저쪽도 돈이 없다고 해서 얼마...”


“뭐?”


갑자기 남자가 소리를 버럭 질러 병실의 모두가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병원에서 무슨 짓이냐, 이 인간이 정말. 낮만 아니었어도 확 끌고 나가서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다.


남자는 이번엔 김만재의 아내를 향해 말을 걸었다.


“아줌씨, 아줌씨도 잘 들어. 우리 사장님 무서운 분이야. 얼마가 됐든 합의금 받으면 우리 사장님 돈부터 갚아야 돼. 알았지? 안 그러면 어떻게 될지는 뭐 상상에 맡기겠어.”


김만재의 아내는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이미 짐작을 하는 바가 있는지 겁에 질린 표정 외에는 별 말이 없고 남자도 그쯤 했으면 됐다고 여겼는지 돌아갈 태세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전화 꼬박꼬박 받고. 우리는 당신이 어디 있든 찾아낼 수 있으니까 명심해. 빨리 나으라고. 우리는 고객님께서 병원에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지.”


양아치는 주변을 한번 쓰윽 둘러보더니 병실을 나갔다.


근데 그 얼굴이 낯이 익다. 어디서 본 얼굴 같은데.... 상철이형? 그는 분명히 오래전에 고아원에서 가출했던 상철이형이다. 덩치도 커지고 얼굴도 조금 변했지만 돌아볼 때 그 특유의 찡그린 얼굴은 그만의 특징이라 아무도 흉내낼 수 없었다. 온 얼굴이 한쪽으로 쏠리는 듯한 찡그림. 아닐 수도 있겠지만 김혁의 마음은 이미 남자가 상철이형이라는 쪽으로 굳혀진 다음이다.


반가운 마음에 그를 따라 병원을 나섰다. 가출해서 연락도 없더니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학교 때도 주먹깨나 쓰던 애들이랑 어울려 놀더니 결국 이렇게 풀렸다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좋지 않았다.


남자는 폐차 직전의 낡은 차에 올라타고 병원을 빠져 나갔다. 저녁때까지 기다렸다가 한번 만나보고 가는 게 좋을지 망설여지는 마음도 있고 그냥 어떻게 사나 구경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도 들어 차 뒷좌석에 앉아 남자의 행선지까지 동행했다.


남자는 도로 한켠의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더니 의자를 뒤로 젖히고 몸을 기댔다. 짧은 낮잠이라도 자려는 모양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벨이 울리자 이름을 확인하더니 욕설을 먼저 날리고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전화를 받았다.


“네, 형님... 네... 네, 형님. 김만재는 막 보고 나왔는데 멀쩡한 편이더라고요. 걱정 크게 안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전화 드릴려고 하던 참입니다. 아니, 거기는 석호가... 네, 네, 알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쇼. 형님.”


전화를 끊자마자 거칠게 변하는 말투,


“아, X발 새끼가 걸핏하면 나더러 하래. 석호 개새X는 어디 간 거야? 아~씨.”


그는 시동을 켜고 급히 차를 출발시켰다.


그는 또 다른 사람을 찾아가 엄포를 놓고 위협적인 몸짓을 좀 내보이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점심 때라기엔 늦은 시간인데 점심도 못 먹었던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도시락 하나를 사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차에 올랐다.


다른 사람에게 위협적으로 보이고 협박하는 것이 일이라... 그런 삶을 사는 건 어떤 것일까 상상해본다. 상철이형은 자신이 그런 삶을 살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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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44화 슈퍼맨의 마음2 +1 18.05.01 913 7 9쪽
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69 9 11쪽
43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8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9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4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89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3 9 8쪽
38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6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8 7 8쪽
36 제35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4) +1 18.04.26 880 8 8쪽
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800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5 8 7쪽
33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50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40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3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7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1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3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5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4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6 9 8쪽
24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5 7 9쪽
»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6 8 9쪽
22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8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40 8 8쪽
20 제19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1) +1 18.04.16 994 9 11쪽
19 제18화 잔인한 여름 +1 18.04.16 993 8 10쪽
18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1 18.04.15 1,194 8 11쪽
17 제16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6) +1 18.04.15 979 7 10쪽
16 제15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5) -악마와의 첫 만남 +1 18.04.14 1,060 7 9쪽
15 제14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4) +1 18.04.14 1,216 11 8쪽
14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1 18.04.13 1,086 9 8쪽
13 제12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2) +1 18.04.13 1,173 9 9쪽
12 제11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1) +1 18.04.12 1,414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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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8화 바람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1) +1 18.04.11 1,407 14 10쪽
8 제7화 첫 임무 완수, 그리고 여름 +1 18.04.10 1,565 19 9쪽
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5 21 10쪽
6 제5화 개와 늑대의 시간(3) +1 18.04.09 1,739 22 8쪽
5 제4화 개와 늑대의 시간(2) +1 18.04.09 1,816 22 8쪽
4 제3화 개와 늑대의 시간(1) +1 18.04.09 2,027 22 8쪽
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4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89 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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