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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301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4.30 18:32
조회
836
추천
7
글자
10쪽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DUMMY

“뭐 읽고 싶은 만화책 있어요? 빌려다줄게요. 열혈강호? 원피스, 슬램덩크 ... 뭐 어떤 종류의 만화책 좋아해요?”


진수가 말했다.


“깨난지 얼마 안돼서 책 보는 건 눈 아플 것 같아. 뭐 웹소설 같은 거 재밌는 거 있으면 읽어주든지.”


김혁은 혹시나 해서 웹소설 얘기를 꺼내보았다.


“웹소설도 읽었어요?”


진수가 유난히 반짝이는 눈으로 물어본다.


“너 또 니 거 읽어주겠다고 할려는 건 아니지? 그건 솔직히 좀 유치한데.”


“누나 취향이 아니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지. 나 구독자 2천명 거느린 작가라고, 왜 이래?”


어? 저 말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말인데 ‘내가 이래 뵈도 구독자 천명을 거느린 웹소설 작간데’ .... 진수와 만났던 밤에 진수가 한 말이 떠올랐다. 혹시 설마? 진짜?


“읽어볼래요? 제 거?”

“그래, 읽어줘 봐.”


진수는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의 소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소설 내용을 전부 봤던 게 아니니까 그걸로는 그 진수가 이 진수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고.... 어떻게 확인하지?


진수는 혼자서 피육, 퓽, 윽 하면서 효과음을 섞어가며 꽤 진지하게 읽어간다. 옆 침대의 아저씨도 흥미롭게 듣고 있는 게 보였다.


“그만 그만. 시끄러워죽겠네.”

서정이 만류한다.


“왜 재밌는데, 학생, 좀 더 읽어봐.”

옆 침대의 아저씨가 참견하고 나섰다.


“깨난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시끄럽게 구는 것 같잖아요. 나중에 읽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재밌는데 나중에 읽어주라.”


서정의 편을 들어줘야 할 것 같아서 김혁이 그렇게 말하니 실망한 듯한 표정의 진수. 저 표정은 확실히 구복남 할머니네서 본 그 진수의 표정이 맞는 것 같다.


“알겠어. 누나가 나중에 꼭 읽어줘 그럼.”

“알았어.”


무의식 상태일 때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서정이 해준 게 틀림없다. 그래서 아마 그런 꿈을 꾸게 된 것이리라. 어쩌면 진수가 서정 대신 봐주면서 목소리를 들려주었을 수도 있고 웹소설을 몰래 읽어주었을지도 몰랐다. 현실과 무의식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아무도 밝혀낸 자가 없지 않은가!


서정은 자기 가족을 찾았으니 기뻤을 테고 분명히 이런 저런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았을 것이다. 잠자듯이 누워 있는 자신 옆에서 자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혼자 늘어놓고 있는 서정이 상상되니 조금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 이야기들만으로 저런 표정이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도 상상이 가능한 것일까 의문스럽기도 했다.


“음, 혹시 여기 옆 침대에 천재 소녀나 긴머리 아가씨 뭐 고시를 했었다거나 하는 남자 뭐 그런 비슷한 환자도 있었어?”


김혁은 혹시나 해서 서정에게 물어보았다.


“응? 그런 여자들은 없었는데. 여긴 거의 남자 환자들 위주로 있는 병실이라서 왜?”


“아니 그런 꿈을 꾼 것 같아서 누가 한 얘기를 꿈으로 꾼 건가 싶네.”


“모르지 뭐, 보호자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나도 자리를 비울 때도 있었으니까. 근데 무의식 상태에서 꿈도 꿔?”


“글쎄, 그런 것 같은데 그게 확실치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진수가 돌아가고 난 다음 김혁은 처음으로 걸어볼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누워 있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라는 의사의 말대로 조금씩 조금씩 해볼 생각이었다.


처음엔 병상에서 일어나서 서 있을 수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일어나 있을 수 있었다. 아주 예전만큼 혈기왕성한 편은 아니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서 고꾸러지거나 하진 않았다. 괜히 서정을 안고 싶어서 넘어지는 척을 하긴 했지만.


황급히 김혁을 떠받치는 서정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김혁은 속으로 좋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안타까움을 느꼈다. 왜 이렇게 말랐냐? 기집애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활동량을 늘려가면서 병원 복도도 왔다갔다하고 병원 밖으로도 나가기도 했다.


꽃이 화르르 피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꽃내음을 실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여기저기 화사해 보였다. 서정과 단둘이 이렇게 있게 되는 날이 오다니 꿈만 같았다.


서정은 딴 사람이 돼버렸다. 너무나 다정한데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든 걸 챙겨주지 못해 안달이다. 말도 많아졌다. 서정이 그렇게 말을 잘하는 아이인 줄 김혁은 처음 알았다.


서정의 엄마가 처음 찾아왔던 이야기나 할머니가 남기고 간 유산 이야기도 해줬다. 진수는 고등학교를 그만둔 상태라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웹소설 작가라고 했다. 다행히 고아원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외출도 잘하는 건강한 소년으로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김혁으로선 여전히 저승사자로 돌아다녔던 시간들이 꿈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구복남 할머니가 서정의 외할머니고 진수가 서정의 쌍둥이 동생이라니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그런 잘 짜여진 꿈을 꿨다는 걸 놀라워 해야 할지 서정의 할머니와 동생이 그들이라는 걸 놀라워 해야 할지 헷갈리기는 했다.


뭐 어쨌든 이제 서정은 더 이상 고아도 아니고 가난하지 않으며 가족도 생겼다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이렇게 깨어나 서정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다정한 한때를 보낼 수 있다니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처럼 생각되는 법이다. 이전의 기억이 꿈이었든 말든 무슨 상관이랴!


어느 저녁, 서정은 가족을 만나게 된 사연을 좀 더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그날.... 그 밤에 오빠가 의식을 못 찾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어. 명수가 마을로 달려가서 경찰에 신고했고 원장님은 감옥에 가게 됐어. 오빠가 병원에 실려가고 한동안 우리끼리 지냈어. 알고 보니까 원장님은 그냥 고아원 관리자였다고 하더라고. 정부에 신고도 안 돼 있는 시설인데다 어떤 단체가 따로 관리하는 종교 시설로 돼 있어서 경찰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둘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당분간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있겠다고 사정하고 또 가끔 전화 걸려 오는 곳도 있으니까 곧 누군가 오겠지 싶어서 우리끼리 지내기로 했던 거야.


다행히 원장한테 약간의 돈도 있어서 그럭저럭 지냈는데 겨울에 갑자기 고아원에 어떤 남자랑 여자가 찾아왔어. 막 서류들을 뒤적거리고 하면서 고아원에 새로운 사람을 내려 보내네 어쩌네 하더니 자고 가겠다고 했거든. 근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없는 거야. 말도 없이 간 것도 이상하고 그날밤에 눈보라도 치고 있었는데 왜 굳이 갔을까 궁금하긴 했는데 뭐 되게 급한 일이 있어서 갔나보다 생각하고 말았지. 근데 나중에 그 사람들이 마을 밖 도로에서 둘 다 죽은 채로 발견이 됐다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우리도 뉴스 보고 알았어.”


응? 저건? 설마! 성모와 장규석 얘긴데.... 의식 없을 때 서정이 얘기를 했었다 해도 그 눈보라치는 밤에 장규석과 차 안에서 둘이 나눈 대화는 그럼 뭘까? 그건 서정도 모르는 얘기일 텐데....


“그 일이 대대적으로 뉴스를 타고 한동안 화제가 됐는데 기자들이 캐고 다니면서 그 사람들이 사이비종교 교주랑 연관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랑 우리 고아원도 그쪽 시설로 돼 있다는 게 알려졌어. 그때 한바탕 마을에 기자들이 몰려오고 난리도 아니었어. 그걸 보고 내 엄마가 찾아 오게 된 거야. 오빠, 혹시 우리 고아원이 사이비 종교랑 관련된 거 알고 있었어? 오빠도 몰랐지?”


“그럼. 몰랐지.”


뉴스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조합해서 그런 꿈을 만들었다? 그런 건가? 내가 그만큼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은 아닌데... 점점 뭐가 뭔지 모르게 되는 기분이다.


김혁은 계속 미심쩍으면서도 여전히 꿈일 거라고 믿는 편을 택했다. 저승사자였다고 생각하면 왠지 소름끼쳐 오는 부분이 있었다. 저승사자였던 과거를 기억하면서 인간으로 산다는 건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1년 동안이나 옆에서 간호한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건 바로 그동안 자신은 살아 있는 사람이었단 증명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승사자로 돌아다닌다는 거지?


만약에 정말 자신이 저승사자였던 게 맞고 악마와 천사를 만났던 게 다 사실이라고 해도 인간으로 다시 살게 하려면 기억을 모두 지워야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원래 환생을 시켜줘도 전생의 기억은 다 지우는 법인데 말이다.


아,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 저승에 다녀온 얘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또 아닌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 때마다 이건가 이건가 헷갈리기만 했다. 그저 머리나 긁적긁적 해볼 뿐이었다. 어떻게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 그저 꿈이라고 믿는 게 가장 속편했다.


김혁은 뭐든 오래 깊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서정이 들려준 이야기들이 꿈으로 영상화 된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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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5화 슬픈 진실 +1 18.05.02 870 8 9쪽
45 제44화 슈퍼맨의 마음2 +1 18.05.01 910 7 9쪽
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66 9 11쪽
»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7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7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3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87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0 9 8쪽
38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5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7 7 8쪽
36 제35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4) +1 18.04.26 878 8 8쪽
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798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3 8 7쪽
33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48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38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1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6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0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2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3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2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4 9 8쪽
24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3 7 9쪽
23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4 8 9쪽
22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6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39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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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2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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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2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85 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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