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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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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408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4.23 19:03
조회
850
추천
13
글자
8쪽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DUMMY

어느새 초겨울이다. 길 한켠엔 마른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나무들은 나뭇잎을 몇 개 달지 않고 헐벗어 있다. 반대로 사람들의 옷차림들은 겹겹이 두꺼워져 있었다.


리스트를 찍자 어떤 쓸쓸한 소도시에 있는 작은 단독주택 앞이었다.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검은색 오라를 휘두르고 손에는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오는 한 중년 여인이 보였다. 숱많은 머리칼은 염색도 하지 않아 흰머리가 반쯤 섞여 있는 단발이다. 꾸밈없이 수수한 차림새의 중년여자지만 딱 ‘아줌마’라고 하기엔 뭔가 다른 흔해 보이는 타입은 아니다. 저 여자인가?


[연옥자. 49세. 무직. XX동 XX길 151번지]


여자는 열쇠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강아지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나와 여자를 맞았다. 다른 인기척은 없다.


“초코야 어이구 혼자 심심했지? 우리 새끼 엄마가 맛있는 거 사왔다 먹구싶어? 먹구싶어? 아구 요녀석.”


여자는 강아지의 목덜미를 좀더 쓰다듬어주다가 몸을 일으켰다. 사온 물건들을 하나씩 식탁위에 꺼내놓고 강아지에게 줄 음식을 그릇에 담았다.


“맘마먹자 자 맘마.”


강아지가 여자의 다리를 잡고 기어오르기를 여러 차례 하다가 먹이통을 내려주자 재빨리 달려들어 황급히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여인은 사온 식료품들을 냉장고며 싱크대장에 정리해서 넣기 시작했다.


그 사이 김혁은 집안 곳곳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허름한 물건들로 대충 꾸며진 방 두 개와 욕실, 부엌, 거실이 전부인 간소한 주택이었다. 칫솔이나 신발 등에서 다른 사람의 흔적이 없는 걸로 보아 여자 혼자 사는 집인 것 같았다. 가족도 없고 그저 개 한 마리와 사는 여인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악마의 리스트에 올랐을까 궁금한데 여기서 더 알아낼 건 없을 듯 보였다. 더 볼 것도 없이 빨리 지옥으로 가는 게 나을 듯 싶다.


김혁이 여자 앞에 몸을 나타내자 여자는 깜짝 놀라서 악,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씨리얼 상자를 떨어뜨렸다. 여자에게선 강한 공포의 냄새가 풍길 뿐 별다른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우선 김혁의 손을 바라보고 칼을 들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약간 안도하는 듯 했다.


“연옥자. 49세. XX동 XX길 151번지 맞나?”


김혁이 리스트의 사항을 확인하자 여자는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연옥자가 맞냐고 물었는데?”


“난 아무짓도 안 했어요. 아무리 경찰이라도 이렇게 함부로 집에 들어오는 건 안 될텐데요. 불법이...”


“연옥자야 아니야 맞아? 대답해.”

“맞긴 맞는데 왜 왔죠? 그것부터.”

“이제 갈 때가 됐다. 뭐 마지막으로 꼭 해야 할 일이 혹시 있어?”


연옥자는 김혁이 경찰은 아닌가 생각해보는 눈치였다. 복장도 그렇고 경찰이라기엔 너무 어려 보이는 외모일테니.


“가다니 어디를. 난 돈도 없고 돈 내줄 가족도 없는 사람인데 왜 나 같은 사람한테.”

“그런 거 아니야. 난 저승사자야.”

“저승사자?”


여자는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더니 못 믿겠다는 투로 말했다.


“사람을 놀리면 못써요. 젊은이들. 그러면 천벌 받아.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


김혁은 몸을 사라지게 했다가 멀찍이서 나타났다. 여자는 멍한 얼굴로 김혁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건 무슨 신종 마술쇼인가 레이저 빔 같은 장난감인가 싶은 호기심으로 보는 눈길이다.


“오늘이 이 세상 마지막 날이라고. 진짜 지옥으로 가셔야 한다고요 지금.”


김혁이 천천히 걸어가자 여자가 뒷걸음질쳤다. 강한 공포의 냄새. 더욱 짙게 물드는 검은 오라. 그러나 여자는 별달리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퍽.


지옥으로 돌아가자 악마가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했다.


“다시 정신을 차려줘서 고맙네. 아 이제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하지?”

“그냥 평범한 여자던데 무슨 죄를 지은거야?”

“아, 저 사람은 말이지 연쇄살인범이야.”

“뭐?”


갑자기 김혁이 소리를 빽 지르자 악마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빨간 덩어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


“앗 깜짝이야 왜 그래? 소리는 지르고.”

“아니 연쇄살인범이라니까 그렇지.”


평소에 생각하던 연쇄살인범 이미지는 저런 게 아니었다. 더구나 여자라고는 상상도 안 해봤는데...


“그렇긴 하지. 저 여자가 처음 살인을 한건 정당방위였어. 남편이 가정폭력이 심했거든. 때리는 거 막다가 남편을 칼로 찔렀는데 죽었지. 교도소에 갔다가 온 이후에도 사는 게 말이 아니었지. 나중에 거의 사기결혼 비슷하게 신분을 속이고 착한 남자를 하나 만나서 결혼을 하긴 했어. 근데 좀 잘 사나 싶었는데 이 남자가 또 교통사고로 죽은 거야. 마침 남자가 보험 들어놓은 것들이 있어서 목돈을 만지게 됐어. 여기서 이 여자가 생각이 그쪽으로 트인 거지. 그 다음 결혼에서 남편을 죽이기 시작한 거야”


“보험금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첫 남편에 대한 원한이 깊었던 건지 남자에 대해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는데 세 번째 남편도 약간 폭력을 쓰기 시작했거든. 그러니까 보험금과 살인이 연결 돼버린 거야. 근데 또 머리가 나쁘지 않아서 사고사로 잘 위장까지 하고 그렇게 시작되는 거지. 모든 범죄는.”


“몇명이나?”


“한참 지나서 또 한번 결혼을 했고 그 남편, 그리고 애 하나를 입양했는데 그 애 해서 세명.”


“뭐 애까지?”


“한번 돈맛을 보면 끊기가 힘들지. 결혼은 계속 하기 힘들지만 애를 입양하면 나중에 또 뭔가 할 수 있다 생각한 거야.”


“너무하는군 정말.”


강아지에게 그렇게 살갑게 굴던 여자가 애를 그랬다고? 김혁은 다시 한번 강아지에게 다정하게 굴던 여자의 모습을 떠올려보고 있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애가 근데 너도 아는 애네 보니까.”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너희 고아원 출신이네 이름이, 장현호구나. 장현호.”


“현호? 현호라고?”


현호는 그때 다섯 살 난 남자아이였다. 말없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어느날 입양이 되었다며 고아원을 떠났었다. 그 고아원에서 입양된 최초이자 마지막 어린이였다. 사실 그것도 정식 절차에 의해서 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었고 별 다른 얘기가 오간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 날 갑자기 원장이 현호를 데리고 가더니 혼자 돌아왔던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정말? .... 어떻게 죽었는데?”


“그게 안 듣는 게 좋지 않아?”

“그건...”


듣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 죽었든 무슨 상관일까 불쌍한 현호!


“언제 몇 살에 그런 건데?”

“일곱 살 때, 아마 학교 들어가고 그러면 골치 아파지니까 그런 거겠지.”


어떻게 인간들이 그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다시 한번 치가 떨려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어린애를 대체 무슨 권리로 그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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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5화 슬픈 진실 +1 18.05.02 872 8 9쪽
45 제44화 슈퍼맨의 마음2 +1 18.05.01 914 7 9쪽
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70 9 11쪽
43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9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9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4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90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4 9 8쪽
38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7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9 7 8쪽
36 제35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4) +1 18.04.26 880 8 8쪽
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801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5 8 7쪽
»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51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40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3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7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2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3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5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4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6 9 8쪽
24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5 7 9쪽
23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6 8 9쪽
22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8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41 8 8쪽
20 제19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1) +1 18.04.16 994 9 11쪽
19 제18화 잔인한 여름 +1 18.04.16 993 8 10쪽
18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1 18.04.15 1,194 8 11쪽
17 제16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6) +1 18.04.15 980 7 10쪽
16 제15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5) -악마와의 첫 만남 +1 18.04.14 1,060 7 9쪽
15 제14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4) +1 18.04.14 1,216 11 8쪽
14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1 18.04.13 1,086 9 8쪽
13 제12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2) +1 18.04.13 1,173 9 9쪽
12 제11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1) +1 18.04.12 1,414 13 10쪽
11 제10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3) +4 18.04.12 1,660 11 11쪽
10 제 9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2) +1 18.04.11 1,371 15 9쪽
9 제8화 바람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1) +1 18.04.11 1,407 14 10쪽
8 제7화 첫 임무 완수, 그리고 여름 +1 18.04.10 1,565 19 9쪽
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6 21 10쪽
6 제5화 개와 늑대의 시간(3) +1 18.04.09 1,739 22 8쪽
5 제4화 개와 늑대의 시간(2) +1 18.04.09 1,817 22 8쪽
4 제3화 개와 늑대의 시간(1) +1 18.04.09 2,027 22 8쪽
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5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90 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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