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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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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382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4.17 09:39
조회
1,077
추천
8
글자
8쪽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DUMMY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두 사람 다 지옥불에 타게 될 거야. 뭐 원래 지옥행을 맡아놓은 사람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까진 천국행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지옥을 가야 한다면 불쌍하잖아?”


“지, 지옥이라니요. 그게...”

여자에게선 강력한 공포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아직 모르겠어? 내가 저승사자야. 저승에서 왔다고.”


“그, 그런... 게....”

남자는 계속 말이 없고 여자만 계속 질문하는 모양새다.


“흠, 내가 그럼 이 차에 어떻게 타고 있을까? 너희들이 사고를 낸 걸 어떻게 알까? 장인 눈치나 보는 남자가 불륜에 이제 뺑소니범까지 되네.... 진짜 지옥 갈 일만 골라서 하기도 쉽지 않은데 오늘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구만. 뭐 못 믿는 척 하지 말고 얼른 차를 돌려. 지옥불에서 타는 것보다 여기서 잠깐 형벌 받는 게 백번 나은 거라고.”


여자가 남자의 팔에 슬며시 손을 얹었다. 남자는 겁에 질린 채 여전히 백미러만 흘끔거렸다.


“판단은 그대들이 알아서 하고 그럼 난 이만. 내가 저 사람을 이 도로에서 데려가게 된다면 너희들은 반드시 지옥불에 떨어지게 될 거야. 명심해.”


김혁은 몸을 사라지게 했다. 두 남녀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없었다. 백미러를 보던 남자는 뒷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자 몸을 돌려 뒷자리를 다시 한번 샅샅이 살폈다.


“어, 어디 갔지? 뭐야, 진짜 저승사자라는 거야?”


“그런가봐. 빨리 차 돌려. 난 지옥불 .... 그런 거 무서워.”


“말이 안 되잖아. 그게. 요즘 세상에 무슨.”


“우리 둘 다 봤잖아. 여기 남자가 있다가 없어졌어. 우리가 하던 얘기도 다 들었고 다 알고 있었잖아. 그건 어떻게 가능한데? 빨리 차 돌리라고 얼른.”


여자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남자도 더 이상 망설이는 걸 그만두고 차를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갔다.


김만재는 아직 도로에 혼자 누워 신음하고 있었다. 젊은 남녀는 서둘러 김만재를 일으켜 차 뒷자리에 태웠다. 그들은 119에 전화를 걸어 가장 가까운 병원이 어딘가를 물었고 거기로 향했다.


김만재는 생명에 치명적일 만큼 큰 부상을 입은 상태는 아니었다. 다만 도로에 떨어지면서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는 중이어서 오래 방치했을 경우 죽었을 수도 있었다고 빨리 데리고 와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응급실 의사가 말했다. 두 젊은이는 그나마 안도했다. 남자의 표정은 단단히 굳어 있었지만.


김혁은 마음을 돌려먹은 젊은이들을 위해 김만재의 죽음을 조금만 늦춰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떠났다.


너럭바위와 바닷가에서 빈둥거리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렸다. 마음껏 풍경들을 보고 또 봤다. 너럭바위의 냄새도 마음껏 흡입했고 바다도 원없이 보았다. 바닷가 도시는 어떤가 구경하기도 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해 보였다. 건물들이 좀 더 낡았는가 새것인가만 좀 차이가 있달까.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보니 김만재의 침상 옆에는 그의 아내가 지키고 있었다. 김만재는 간단히 머리의 찢어진 부위를 꿰매고 붕대를 감고 있는 상태였지만 혈색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 옆에 있는 아내는 여위고 얼굴에 시퍼런 멍까지 있어서 오히려 사고를 당한 사람이 김만재의 아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김만재는 그만큼 멀쩡해 보이고 아내는 몹시 힘들어 보였다.


다만 놀랍게도 그런 불행을 살면서도 그녀의 오라는 초록색에 가까운 노랑색이었다. 그런 독특함이 저런 남편을 견디게 만드는 것일까?


괜히 짜증부리는 김만재 곁에서 이런 저런 시중을 드는 아내는 헌신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모순이 어떻게 가능한 건지 역시 이해불가였다. 그렇게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저렇게 헌신적일 수가 있을까? 남들 눈에만 보이려는 그런 모양도 아니고 진짜 마음을 다해서 정성을 다하는 저 착함을 왜 저 남자는 보듬어 주지 않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의사는 환자를 살피러 와서 전신 내부를 촬영한 결과를 말해주었다. 내출혈도 없고 몸의 뼈들은 금가거나 한 데 없이 모두 멀쩡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 침대의 남자가 하늘이 도운 거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만재는 괜스레 소리 높여 여기저기 아프다고 엄살을 떨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 멀쩡하게 아내에게 짜증을 내던 그 남자가 맞나 싶게 180도 변한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보인다. 연기대상감이다.


“아, 아아 난 이렇게 아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닌데 뭐가 잘못 된 거 아닙니까? 정말 여기도 쑤시고 여기도 결리고 몸도 못 가누겠는데 아구구 허리야.”


의사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아마 갑작스런 사고에 근육들이 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조금만 더 경과를 지켜보도록 하죠.”


하늘이 도운 게 아니고 내가 도운 거다, 내가. 근데 저 하는 양을 보니 잘한 건가 모르겠다. 보아하니 멀쩡하구만 저 인간 한몫 단단히 챙길 모양이다. 김만재는 이 기회를 잡아 아마 그 돈으로 사채빚을 갚거나 도박판을 거하게 벌여 볼 생각인 모양이다. 잘못 그 이상을 요구하는 건 범죄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데려가고 싶지만 또 가엾은 저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니 그렇게라도 한몫 챙겨주는 게 나쁘진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그 뺀들뺀들한 유부남은 좀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만큼 괘씸했다.


김혁이 언제 김만재를 데려가야 하나 가늠하고 있는데 배가 엄청나게 부른 만삭의 여인이 음료수 상자를 들고 병원 복도에 나타나 기웃거렸다. 김만재의 이름을 확인하고 임산부가 병실로 들어섰다. 누군가 했더니 그 여자는 바로 그 차 사고를 낸 유부남의 와이프 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김만재는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눕고 김만재의 아내는 의자를 끌어다 거기 앉으라고 임산부에게 권한다. 임산부는 정말 사죄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합의해 줄 것을 간청했다. 얼마를 원하는지를 묻기도 했다.


김만재 같은 인간에겐 저 임산부의 애처로움도 먹히지 않을 텐데.... 저 아내도 참 딱하다. 남편이 다른 여자랑 드라이브하며 시시덕거리고 있었던 건 아는지 모르는지 저 무거운 몸으로 낯모르는 사람들한테 대신 죄를 빌러 오다니 그냥 남자더러 해결하라고 하지.


역시나 김만재는 자기가 입만 뻥긋하면 바로 뺑소니범으로 잡혀갈 거라며 반협박성 발언을 임산부에게 하고 있다.


“내가 다 봤어. 도망가다가 다시 돌아왔거든. 그거 뺑소니잖아. 하마터면 길에서 객사할 뻔 했다고 내가. 뺑소니가 얼마나 무서운 범죈 줄 알아? 앞으로 병원을 얼마나 들락거릴지도 모르는 판국에 뭐 보험료 같은 걸로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인 거면 알아서 하라고 전하슈.”


그리곤 임산부를 한번 훑어보더니 나지막하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남편한테 말하면 알거유, 내가 참 할 말이 많은데 참는 거라고 하면.”


임산부는 한참을 더 집안 사정이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고 어쩌구 하면서 설득하다가 결국 눈물을 찍어내다가 병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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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5화 슬픈 진실 +1 18.05.02 871 8 9쪽
45 제44화 슈퍼맨의 마음2 +1 18.05.01 913 7 9쪽
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69 9 11쪽
43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8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8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4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89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3 9 8쪽
38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6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8 7 8쪽
36 제35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4) +1 18.04.26 880 8 8쪽
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800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5 8 7쪽
33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50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40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3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7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1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3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5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3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6 9 8쪽
24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5 7 9쪽
23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5 8 9쪽
»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8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40 8 8쪽
20 제19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1) +1 18.04.16 994 9 11쪽
19 제18화 잔인한 여름 +1 18.04.16 993 8 10쪽
18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1 18.04.15 1,194 8 11쪽
17 제16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6) +1 18.04.15 979 7 10쪽
16 제15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5) -악마와의 첫 만남 +1 18.04.14 1,060 7 9쪽
15 제14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4) +1 18.04.14 1,216 11 8쪽
14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1 18.04.13 1,086 9 8쪽
13 제12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2) +1 18.04.13 1,173 9 9쪽
12 제11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1) +1 18.04.12 1,413 13 10쪽
11 제10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3) +4 18.04.12 1,659 11 11쪽
10 제 9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2) +1 18.04.11 1,371 15 9쪽
9 제8화 바람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1) +1 18.04.11 1,407 14 10쪽
8 제7화 첫 임무 완수, 그리고 여름 +1 18.04.10 1,564 19 9쪽
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5 21 10쪽
6 제5화 개와 늑대의 시간(3) +1 18.04.09 1,739 22 8쪽
5 제4화 개와 늑대의 시간(2) +1 18.04.09 1,816 22 8쪽
4 제3화 개와 늑대의 시간(1) +1 18.04.09 2,027 22 8쪽
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4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89 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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