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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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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307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4.11 06:26
조회
1,369
추천
15
글자
9쪽

제 9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2)

DUMMY

교복 입은 남학생들이 일제히 돌아본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에 누가 겁 없이 자기들에게 끼어드나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들이었다. 이런 밤에 외진 공원에서 떼지어 모여 있는 청소년들에게 말을 걸다니 누가? 아무리 경찰이라도 혼자서는 감히 말을 걸지 못할 것이다. 총이라도 빼든다면 모를까


“야, 너희들, 그만둬.”


둥그렇게 서 있던 남학생들이 살짝 흩어지면서 진회색 오라가 안개처럼 넓게 퍼졌다. 그 사이로 발길질 당하던 남학생이 보였다. 교복 상의에 피가 묻어 있고 얼굴도 피로 반쯤 더럽혀져 있었다. 남학생의 연두색 오라는 검은 빛에 반쯤 물들어 바닥에 깔려 있었다.


“하, 아저씨 그냥 가던 길 가요. 피보기 싫으면.”

중간에 서 있던 덩치 큰 리더로 보이는 남학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겁이 없네.”

그 옆에 똘마니가 추임새를 넣듯 덧붙인다.


아, 아저씨? 기껏해야 스무살 정도로 보일 텐데 이것들이. 아저씨란 단어에 부르르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잇사이로 침을 튕겨내는 녀석. 입술을 삐뚜름하게 하고 웃는 녀석, 삐딱하게 짝발을 짚고 서서 담배를 피우는 녀석, 강해 보이고 싶어 안달난 중학생들.


김혁도 저 정도의 아이들은 본 적이 없었다. 무슨 중학생들이 깡패 저리 가라 하는 모양새라 낯설기까지 하다.


“뭐, 우리 담배나 한 가치씩 나눠주고 가실라면 그러시든지.”


리더로 보이는 아이는 말이 끝나자마자 칵, 퉤, 있는 힘껏 침을 끌어모아 뱉는다.


“야, 미x년 뭐해? 가서 받아 와.”


리더가 명령하자 미x년이라고 불린 남학생 하나가 김혁 쪽으로 다가왔다.


“얘들아, 좋은 말 할 때 빨리 가라. 쟤 병원 가야 될 것 같은데 누가 119 좀 부르고.”


하하하, 리더가 먼저 웃음을 터뜨리자 일제히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저게 미쳤나? 돌은거지 그치?”

리더가 아이들을 돌아보는 시늉을 하며 묻는다.


“x탱이가 제대로 쳐돌았어.”

“아저씨 학교 때 껌 좀 씹으셨세여? 캬캬캬.”


무슨 자동 인형들도 아니고 리더가 지껄이면 한마디씩 덧붙이는 꼴이 우습다. 쓰러져 있는 아이를 제외하고 모두 여섯. 싸우기도 곤란하고 안 싸우는 것도 이상하다. 그저 인간일 때의 주먹질이라면 얻어터지든 말든 맞짱 한번 떠보겠는데 지금은 힘 조절을 잘못하면 바로 저승으로 보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승으로 가기엔 아직 어린 애들, 진회색 오라다. 저런 애들이 저승으로 가면 악마가 어떻게 나올지 상상이 간다. '이봐, 김혁 이건 아니잖아. 이건 실수라기엔 너무 엄청나!! 너 당장 지옥불로 꺼져.' 그러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살짝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미 다가온 남학생이 손을 내밀었다. 담배를 내놓으라는 거다.


“나 담배 없는데? 그런 거 안 피운다.”


담배를 안 피우는 건 사실이었다. 뒷자리 형이나 주먹 좀 쓴다 하는 애들은 대부분 담배는 피우는 편이지만 가오 떨어져서 아무에게도 털어놓진 못했지만 돈이 없어서 담배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원장은 용돈도 따로 주지 않고 정말 최소한의 필요한 돈만 내주는 편이라 담뱃값을 구할래야 구할 수 없었다. 결국 담배를 피워야 한다면 누군가의 담배를 털거나 돈을 뺏어야 한다는 건데 그런 짓은 도저히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피우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대세를 거스를 수 있는 용기. 모두가 피우는데 혼자 꿋꿋이 참는 것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하하, 지랄한다.”

“뭐냐 저 인간.”

“저런 병x 새끼가.”


리더와 똘마니들의 말이 한번 돌고 다시 리더가 말한다.


“씨X년아, 그럼 돈이라도 내놓든지. 이게 돈을 못 구해 와서 말이지.”


말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학생을 발로 툭 차는 리더. 하, 사람이 무슨 축구공이냐? 또 한번 욱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나 돈 없는데?”


이것도 사실이었다. 저승사자한테 돈이 있을 리 없다.


“저 새끼가 누구 놀리나?”


팔짱을 끼고 있던 리더가 팔짱을 풀고 앞으로 반 발자국 나서자 모두 우루루 김혁 쪽으로 몰려올 태세를 취했다.


어떻게 한다?


주위를 재빨리 둘러보았다. 키 큰 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멀리에 화장실 건물이 있다. 가로등 밑이라 주변은 환했지만 다른 곳은 모두 어둠에 잠겨 있었다. 잔디밭은 없는 듯 하다. 아무리 가볍게 주먹을 날린다 해도 하늘 높이 치솟을 거고 맨바닥에 떨어지면 충격파로 크게 다칠 것 같다.


그냥 몸을 숨길까? 왠지 도망치는 모양새 같아 내키지 않는다. 나무 위로 밀어 올리면 걸려서 떨어지지 않고 있으려나? 그래주면 좋을 것 같은데 잘못해서 떨어지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러워진다.


주먹쓰기보다 주먹을 안 쓰기가 더 힘들다니 참. 힘이 넘치는 게 좋은 게 아니다.


김혁은 주변의 남학생들을 가볍게 밀치면서 눈깜짝할 새에 리더에게 다가갔다. 그를 가볍게 손으로 들어 나뭇가지를 조준하고 던지자 다행히 굵은 가지 사이에 몸이 끼었다.


가볍게 밀었다지만 모두들 2미터 이상씩 멀리 나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고 리더는 나뭇가지에 걸려 내려올 수 없으니 눈치를 보며 몸을 일으킨 아이들은 모두 겁에 질려 도망치기 바빴다.


쓰러져 있던 아이에게 다가갔다.


“일어날 수 있겠어?”

“네.”


그 아이 역시 겁에 질려 있긴 마찬가지였다. 강한 공포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고맙습니다.”


아이는 짧은 말을 남기고 절뚝이며 다른 아이들이 사라진 것처럼 서둘러 공원을 빠져나갔다. 이제 나무 위에 걸려 있는 리더와 김혁만 남았다.


태어나서 그런 일은 생전 처음 겪어볼 테니 너무 놀랐는지 리더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김혁은 나무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냐?”

“......”


무리를 잃어버린 리더는 혼자 떨어뜨려 놓고 보니 그다지 커보이지 않았다. 날개가 꺽인 새처럼 나뭇가지에 축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김혁은 가볍게 날아 소년 옆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급격하게 움츠러든 모양새로 리더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체가... 저, 내려 주실 거죠?”


“글쎄 어떻게 할까?”


김혁이 눈을 마주치자 리더는 서둘러 눈을 내리깔았다.


“근데 넌 왜 이런 짓을 하냐?”


“....PC방 가려고요.”


나무 위라서 그런지 순순히 대답하는 게 좋다 판단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니 돈으로 가면 되잖아. 왜 딴 애를 괴롭혀?”


“돈이 없으니까 그렇죠.”


마치 당연한 걸 뭘 묻느냐는 투다. 나한테 없다고 남의 것을 뺏는 게 당연하다?


“난 돈 없어도 돈 뺏는 짓은 안 했다. 발이 커져서 구겨 신더라도 남의 운동화 안 뺏었고 준비물 못 챙겨 와서 꼰대한테 맞을지언정 남의 거 뺏지도 않았고 뭐 기껏해야 점심시간에 남의 도시락에 숟가락 얹고 반찬 뺏어먹는 정도였지. 너 그런 짱 본 적 있어?”


“아뇨. 짱인데 왜 그래요?”

“난 그랬는데?”

“아저씨 때는 그랬나보죠.”

“야, 나 아저씨 아니거든? 이제 겨우....”


아 백살이라고 해야 하는데....


“열 여덟 살인데 무슨 아저씨야.”

“뭐라고요?”


리더는 놀라서 다시 한번 김혁을 슬몃 바라보았다.


“뭐 그렇게까지 늙어 보이진 않잖아. 솔직히 말해서.”

“그거야....”

“넌 몇 살이냐?”

“열 여섯 살이요.”


열 여섯살짜리가 조폭 두목처럼 행동하는 건 정상이냐? 이번에는 김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리더를 훑어보았다.


“무슨 애들이 조폭도 아니고.”

“안 그러면 애들이 우습게 보니까 그렇죠.”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래갖고 학교나 끝마칠 수 있겠냐? 그러다 결국 학교도 짤려 임마."


“될대로 되라죠 뭐. 저 힘들거든요. 좀 내려주면 안 될까요?”


리더는 짜증이 가득 섞인 얼굴로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런 잔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는 거겠지.


“넌 벌 좀 받아야 돼. 밤새 있어 볼래?”


“익, 뭐라고요? 안돼요. 저 집에 가야 돼요. 울 아버지 화나면 무서워요.”


좀전보다는 표정을 풀고 약간 애원하는 말투로 바뀐 리더.


“무서운 사람도 있는 놈이 그러고 돌아댕겨?”

“뭐 그런 줄 아나요? 모르지.”


뿌루퉁하게 내뱉는 모양이 자신이 그러고 다니는 걸 알아달라는 투정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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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5화 슬픈 진실 +1 18.05.02 870 8 9쪽
45 제44화 슈퍼맨의 마음2 +1 18.05.01 910 7 9쪽
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66 9 11쪽
43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7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7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3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88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0 9 8쪽
38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5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7 7 8쪽
36 제35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4) +1 18.04.26 878 8 8쪽
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798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3 8 7쪽
33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48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38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1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6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0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2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3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2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5 9 8쪽
24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3 7 9쪽
23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4 8 9쪽
22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6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39 8 8쪽
20 제19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1) +1 18.04.16 992 9 11쪽
19 제18화 잔인한 여름 +1 18.04.16 991 8 10쪽
18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1 18.04.15 1,192 8 11쪽
17 제16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6) +1 18.04.15 978 7 10쪽
16 제15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5) -악마와의 첫 만남 +1 18.04.14 1,059 7 9쪽
15 제14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4) +1 18.04.14 1,215 11 8쪽
14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1 18.04.13 1,084 9 8쪽
13 제12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2) +1 18.04.13 1,171 9 9쪽
12 제11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1) +1 18.04.12 1,412 13 10쪽
11 제10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3) +4 18.04.12 1,658 11 11쪽
» 제 9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2) +1 18.04.11 1,370 15 9쪽
9 제8화 바람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1) +1 18.04.11 1,406 14 10쪽
8 제7화 첫 임무 완수, 그리고 여름 +1 18.04.10 1,563 19 9쪽
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3 21 10쪽
6 제5화 개와 늑대의 시간(3) +1 18.04.09 1,737 22 8쪽
5 제4화 개와 늑대의 시간(2) +1 18.04.09 1,814 22 8쪽
4 제3화 개와 늑대의 시간(1) +1 18.04.09 2,026 22 8쪽
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2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85 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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