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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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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296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5.02 00:25
조회
869
추천
8
글자
9쪽

제45화 슬픈 진실

DUMMY

*****


김혁은 분명히 어젯밤 서정 옆에서 잠이 들었다. 서정을 안고 그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다시 지옥의 그 텅빈 공간이었다.


사랑스런 서정의 얼굴 대신 새빨간 악마의 얼굴이 빙글빙글 웃으며 김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어나 몸을 살펴보니 다시 열 여덟 살의 그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오기 시작했던 아랫배도 홀쭉하고 적당히 올랐던 살집도 없고 강팍한 뼈가 도드라진 늘씬한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이건 뭐야? 꿈이야? 왜, 또 뭔데? 이젠 꿈속에까지 나오냐?”


“어때 재밌었어? 이제 돌아와야지. 제 2의 고향으로.”


“무슨 소리야? 돌아오라니.”


“이젠 행복한 단꿈에서 깰 시간이야. 넌 저승사자로 특채 됐어. 넌 정말 그냥 두기 아까운 놈이라.”


김혁은 정말 깜짝 놀라 소리쳤다. 마음속엔 아직도 이 모든게 꿈이길 바라고 있었다.


“뭐라고? 그럼 정이랑 우리 애들은 어쩌고?”


“그건 한낱 꿈이지. 니가 하도 딱해 보여서 잠깐 꿈이라도 꾸게 해준 거야. 내가 잠깐 딴 짓 하는 사이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러가버렸네. 아함, 벌써 10년이나 지났어? 난 아저씨 김혁보단 청소년 김혁이 더 좋아. 히힛! 자, 이제 정신 차리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지.”


“싫어, 안돼. 그 어린 애들을, 우리 정이를 어떻게 하고 이게 무슨 짓이야?”


악마가 정색을 하고 단호하게 대꾸했다.

“바보냐? 꿈이라고 했잖아. 서정은 너랑 결혼 한 적도 없어.”


“그, 그게 무슨...?”


김혁은 순간 이게 꿈인지 지금까지의 10년 세월이 꿈인지 헷갈리는 기분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10년짜리 꿈이 어딨어?


“꿈이라고 했잖아, 환상. 달콤한 꿈. 사실을 보여줘?”


악마가 손가락을 튕기자 악마의 뒤로 하나의 영상이 떠올랐다. 김혁이 깨어났던 병실, 바이탈사인이 멈추며 기계에서 삐 소리가 나고 서정이 침대에 엎드려 울고 있다. 침대에 호흡기를 달고 누워 있는 건 바로 열 여덟 살의 자신이었다.


“넌 그 눈보라치는 밤, 리스트를 끝냈던 그 밤에 죽었어. 내가 너의 죄를 태웠다고 했을 때 완전히 저승으로 귀속됐지.”


악마는 담담히 말했다.


“그럴 수가!”

이게 대체 말이 되는 건가? 김혁은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는 마음이었다.


“김혁, 이제 너는 정식으로 저승사자야. 앞으로 싫든 좋든 우리와 함께 이 일을 계속 해야만 해.”


“...”


그 삐삐머리 여자아이도 바닥을 뽈뽈 기어 다니던 조그만 녀석도 다 꿈이라고? 등짝을 후려치던 서정도 베스트셀러 작가 진수도 TV 속의 과학자 오수연도 진소영도 다 다 꿈이라고?


“아니 그들은 모두 그렇게 살게 돼. 네 덕분에 얻은 미래지. 그냥 너 하나만 없는 거고 그들은 모두 그렇게 살아가지. 저승사자로서 사명감을 가지라고 미리 보여준 거야. 니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건 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말야.”


“그럼 서정은?”


“내가 말했잖아, 예전에. 서정은 진짜 천재급의 애를 낳을 거고 잘 살 거라고.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살아. 걱정마. 서정은 국어 교사가 되지. 원래 문학소녀였잖아. 같은 학교에서 만난 과학 교사와 사랑에 빠져. 낭만적이지? 유전적으로 그쪽으로 끌리게 돼 있나봐. 어쩔 수 없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너 같으면 니 여자가 딴 남자랑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데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겠냐? 걱정 안 하겠냐? 잠깐, 유전적으로 끌린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김혁은 생각만 했을 뿐 묻지도 않았는데 악마가 생각을 읽고 곧바로 대답했다.


“아, 모르지 참. 조순철이 서정 생부야.”

“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김혁이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어리둥절 해 있는데 악마는 거침없이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조순철이 건드린 고등학생 중에 애를 낳은 여자가 하나 있었다고 했잖아. 한명은 죽었지만 한명은 중졸에 ... ”


“아!”

그럼 그 여자가 ...


“그래, 그게 구복남 할머니 딸이야.”

“그런...”

“이제 뭐가 좀 맞아들어 가냐?”

"..."


사실 서정이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그 이후에 들은 말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았고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생부가 누구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김혁에게는 조순철이 서정 생부라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서정과 자신의 미래가 없다는 것, 다른 남자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게 거짓말이라는 말이 듣고 싶을 뿐이었다.


이건 꿈이어야 한다. 꿈을 깨야 한다.

김혁은 팔 다리를 흔들고 소리쳐보았다.


“안돼, 안돼, 돌려놔. 날 다시 인간으로 되돌려 놓으란 말이야. 이게 무슨 짓이야? 이건 아니야. 안돼. 안돼!!"


악마는 가만히 김혁을 지켜보고 있다가 말했다.


“음, 그럼 방법은 환생밖엔 없어. 환생하고 싶어? 뭐 까짓 거, 그래. 인심 쓰지 뭐. 세상에서 가장 좋고 좋은 거 다 선택해.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가장 완벽한 사람으로 세상에 내보내줄게. 돈 많은 부모를 원해? 그렇게 해줄게. 머리 좋고 잘생기고 또 뭐가 필요해. 운동신경 1000%에다 온갖 재능도 1000가지 듬뿍 넣고... 응... 또...”


열심히 생각하는 시늉을 하는 악마를 보고 김혁이 기가 막히다는 듯 대꾸했다.


“너, 뭐 하냐? 지금. 무슨 로봇 조립하냐?”


“아니, 선물, 선물. 원하는 걸 말해 봐. 고아로 다시 태어나고 싶진 않을 거고 기본적으로 오수연이나 서진수처럼 부잣집에 태어나게 해줄게. 물론 부잣집에 태어난다고 걔네들처럼 이상한 선생님이나 이상한 가족을 안 만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네 아빠가 좋은 예잖아. 완벽했는데 그치? 잘생겼지, 인기 많지, 돈 많지, 머리도 나쁜 건 아니었고 근데 어떻게 됐지? 나쁜 형 때문에 일찍 죽었잖아. 오수연이나 서진수도 행복하지만은 않았지. 안 그래? 어떤 사람들과 엮이는 것까진 우리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건 뭐 우리 탓을 하지 말고."


악마는 잠시 말을 멈추고 살짝 김혁 눈치를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 다음 생은 여자로 태어나게 해줄까? 그건 어때? 진소영처럼 예쁘게. 이니 그보다 더한 진짜 완전 경국지색? 온 나라 안의 남자들 눈을 다 홀리고 막막, 어? 유명한 사람이 돼서 부와 명성을 거머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상한 남자들이 꼬이는 것까진 우리 소관이 아니고. 음, 아니면 아예 교주의 딸? 꼭대기에 군림하며 수많은 남자들을 관리하는 여왕벌 같은 존재로 살아볼 테냐? 어때?

음, 그것도 싫으면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돈주앙 같은 남자? 뭐가 좋을까? 뭐 말만 해.”


김혁은 진심을 담아 날카롭게 소리쳤다.


“다 싫어!! 서정의 남편으로 돌려줘. 이제 막 배가 나오기 시작하는 그 남자로. 애 둘 딸린 유부남 그거.”


김혁의 마음은 그것만을 원할 뿐이었다. 정말 다른 건 다 싫었다. 그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멋대로 이렇게 끌고 와서 왜 또 멋대로 다른 삶을 운운하는지 악마가 미워죽을 지경이었다.


“참, 꿈도 작아. 그게 뭐가 좋다고. 맨날 등짝이나 두들겨 맞을 텐데, 그게 대체 뭐가 좋다는 거야?”


“난 그게 제일 좋아!!!”


“좀 더 사납고 세게 때리는 걸로 설정할 걸 그랬나?”


악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다시 김혁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미안. 그렇게는 우리도 할 수 없어. 그만 포기해. 다시 환생 얘기를 해보자고.”


“싫어, 싫어, 싫다고! 돌려 놔. 돌려 줘. 내 인생.”


“아.... 참... ! 내가 이런 부작용 때문에 그런 건 안 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약해가지고 이렇지. 방법이 없다니까 그러네. 넌 이미 죽었어. 돌아갈 육체가 없다구.”


“이런 법이 어딨어? 줬다 뺐는 게 어딨냐구. 악마면 그래도 돼?”


김혁은 바락바락 소리쳤다. 그래도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쏘~리. 근데 솔직히 안 살아보는 것보단 환상이라도 그런 삶을 살아본 게 더 낫지 않아? 아닌가?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야겠네. 난 그런 기억이라도 있으면 네가 더 좋아할 줄 알았지. 맨날 서정이나 그리워하면서 질질 짜고 동정도 못 떼고 욕정을 억누르며 돌아다니는 꼴을 보는 건 좀 불쌍하잖아. 남은 특별히 생각해서 해준 건데 칫, 나도 너한테 처음 해줘본 거라고. 넌 나에게 특별하니까.”


악마는 토라진 시늉을 하며 팔짱을 낀채 고개를 외로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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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46화 악마는 악마다(완) +11 18.05.02 1,282 12 13쪽
» 제45화 슬픈 진실 +1 18.05.02 870 8 9쪽
45 제44화 슈퍼맨의 마음2 +1 18.05.01 910 7 9쪽
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66 9 11쪽
43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6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7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3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87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0 9 8쪽
38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5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6 7 8쪽
36 제35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4) +1 18.04.26 878 8 8쪽
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798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3 8 7쪽
33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47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38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1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6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0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2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3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2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4 9 8쪽
24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3 7 9쪽
23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4 8 9쪽
22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6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39 8 8쪽
20 제19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1) +1 18.04.16 992 9 11쪽
19 제18화 잔인한 여름 +1 18.04.16 991 8 10쪽
18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1 18.04.15 1,192 8 11쪽
17 제16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6) +1 18.04.15 978 7 10쪽
16 제15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5) -악마와의 첫 만남 +1 18.04.14 1,059 7 9쪽
15 제14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4) +1 18.04.14 1,214 11 8쪽
14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1 18.04.13 1,084 9 8쪽
13 제12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2) +1 18.04.13 1,171 9 9쪽
12 제11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1) +1 18.04.12 1,411 13 10쪽
11 제10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3) +4 18.04.12 1,658 11 11쪽
10 제 9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2) +1 18.04.11 1,369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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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7화 첫 임무 완수, 그리고 여름 +1 18.04.10 1,563 19 9쪽
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2 21 10쪽
6 제5화 개와 늑대의 시간(3) +1 18.04.09 1,737 22 8쪽
5 제4화 개와 늑대의 시간(2) +1 18.04.09 1,814 22 8쪽
4 제3화 개와 늑대의 시간(1) +1 18.04.09 2,026 22 8쪽
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2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85 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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