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터파수꾼의 서재입니다.

복수의 화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6
최근연재일 :
2018.05.02 05:5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8,325
추천수 :
525
글자수 :
182,617

작성
18.04.15 08:47
조회
1,192
추천
8
글자
11쪽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DUMMY

“뭐? 소설? 지금 소설이 문제야?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국에. 넌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김혁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니 뭐 .... ”

진수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려다 만다.


“넌 죽는 게 장난이냐? 지금 내가 장난하러 온 것처럼 보여?”

“아니 그게 아니라 지옥을... ”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든가 그래야 정상 아니냐? ”


진수는 갑자기 화를 내는 김혁의 모습에 겁에 질린 표정이다. 공포의 냄새가 난다.


“.... ”


“보살펴줄 가족도 있고 살만큼 사는데 넌 대체 뭐가 문제야? 이게 다 뭐야 어?”


김혁이 발 아래 있던 것을 냅다 차자 다른 것들은 미끄러지고 페트병 하나가 벽에 가서 탱,하고 부딪치고 떨어져 내렸다. 벽의 겉면이 헐어 떨어져 내린다. 진수는 이 낯선 자의 분노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겁을 잔뜩 먹고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 이게 아닌데. 꼬마를 괴롭히는 악당 같잖아.


“나는 말이다. 나는, 살 수 있다면 다시 살고 싶어. 다시 학교도 가고 싶고 우리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도 만나고 싶어. 그냥 가난하더라도 그냥 거기 가서 살고 싶어. 어디서 배부른 투정이야.”


“난.... 난.....”


공포의 냄새가 더욱 진해졌다. 문득 진수의 얼굴이 고아원 아이들 중 하나의 얼굴처럼 보인다. 김혁은 잠시 방밖으로 나왔다.


김혁, 너는 대화가 그렇게 어렵냐? 주먹이 먼저, 발이 먼저 이 버릇 언제 고칠래? 중학교 때 선생님이 교편으로 머리를 밀어내며 하던 말이 떠오른다. 그때는 속으로 그러는 선생님은 왜 몽둥이로 머리를 치는데요라고 생각했었지. 주먹이, 하면서 밀고 발이, 하면서 밀고 또 다른 선생님은 야 이 자식아, 하면서 출석부로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었다. 무슨 선생님이 그런가 반성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주먹에는 주먹으로? 욕설에는 욕설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런 건가? 적어도 선생님이라면 뭔가 달라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들이 반감을 부추기고 분노를 키웠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건 뭔가, 그 선생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대화, 그래 대화를 해야지.


김혁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진수는 여전히 겁먹은 얼굴로 김혁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을 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목소리에 힘을 풀고 말했다.


“그래, 너는 너대로 불행한 게 있겠지 고민이 있겠지. 근데 이건 좀 아니다. 아니지 않냐? 학교는 왜 안 가? 친구들이 괴롭혀?”


“그러니까 소설을... ”


도대체 소설이 뭐라고 이 아이는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김혁으로선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소설 소설. 그게 대체 뭔데? 그것도 다 사람 사는 얘기 아니야? 근데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뭐가 나온다는 거야?”


“제가 이래 봬도 구독자 천명을 거느린 웹소설 작가에요.”


“...?”


저런 꼬마가 작가라고?


“전 소설 쓰는 게 좋고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아요.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지옥에 대해서 묘사해 놓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진수는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은 또 너무 애처롭다. 아 진짜 뭐냐, 얘는.


“근데 정말 사람들이 엄마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둥 그런 소설을 읽는다고?”


소설 얘기를 하니 금세 고개를 반짝 들고 또 활기차게 대꾸하는 진수.


“에이, 아니 그건 주인공이 좀 똘끼가 있다 보니까 하는 독백이었고요. 그런 내용은 아니죠. 날 뭘로 보고 한번 읽어보실래요?”


“...?! ”


이런 아이를 정말 혼자 남겨둬도 될까? 지옥에 데려가는 것보다 남겨놓는 게 더 불안한 느낌이 든다. 할머니 말이 맞다. 정말 ‘사람 맹그러 놓고 가야 된다’더니.


“이래가지고 너 혼자 살 수 있겠니?”

“무슨 말이에요?”

“내가 데리러 온 건 네가 아니라 너희 엄마야.”


소년에게서 좀더 진한 공포의 냄새가 맡아진다. 실상은 그런 거였나?


진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키보드를 칠 때를 제외하곤 만난 중에 가장 말이 없는 모습이었다. 한참 후 침묵을 깨고 진수가 말했다.


“저 좀 혼자 있게 해주실래요?”


김혁은 조용히 몸을 사라지게 만들고 방을 나왔다.


대화란 참 어려운 거다.


할머니는 한 시간쯤 후에 돌아와서 먼저 식탁 위의 반찬 그릇부터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약간 안도하는 얼굴빛이 되더니 이번에는 냉장고 문을 열고 하나 둘, 뭔가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냉장고 문을 닫을 때는 다행스러워하는 표정이 어려 있었다. 그제서야 식탁의 반찬들을 반찬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일부러 놔둔 거였나? 가족이란, 핏줄을 나눈 가족이란 타인은 모르는 뭔가가 분명히 있다... !


그때 진수가 방에서 나왔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서 진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혹시 저승사자인가 싶어 살펴보는 눈치였다. 그게 아닌 걸 알고는 반가움이 얼굴 가득 번졌다.


“진수야!”


할머니는 달려가 진수의 손을 부여잡았다.


“밥줘. 배고파.”

“어? 밥? 그래 그래. 조금만 참아라. 애미가 새밥 얼른 지어줄게. 참을 수 있지?”


불안해하며 묻는 할머니와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진수. 시끄럽다고 소리치던 그 아이가 맞나 싶다.


할머니는 전기밥솥에 그대로 있는 밥을 다 퍼내고 새로 쌀을 안치고 반찬을 하고 분주해졌다. 정말 신나서 주방을 분주히 오가는 게 눈에 보인다. 진수는 그런 모습을 침울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진짜 이거 못할 짓이네.’


그런 가족을 바라보며 김혁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순철을 잡아갈 때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가 자꾸 김혁의 가슴을 때렸다. 아마 조순철에게도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면 이런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나마 없었으니 빠르게 수행이 가능했을 터.


대체 천국에 갈 뻔한 놈들이 이런 일을 더 잘한다고 생각한 근거가 뭐냐? 이 악마 새끼야. 이런 일은 무자비한 악당들이 더 잘할 게 분명한데 말이다. 젠장. 젠장.


그들의 마지막 식사는 침묵 속에서 식기 부딪치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할머니는 진수에게 이것저것 반찬도 얹어주며 하고 싶지만 뭔가 잘못 건드려 모처럼 나온 진수가 토라져서 들어가 버릴까 봐 조심하느라 전전긍긍, 눈치 보며 먹는 밥이니 느릴 수밖에 없었고 진수는 오랜만에 먹는 밥이라 그런지 아니면 마지막이란 생각 때문에 목이 메어서 그런지 푹푹 퍼먹지를 못하고 있었다. 느리고 지루한 그들의 식사는 오래도록 끝날 것 같지 않게 길어졌다.


진수가 밥숟가락을 놓고 나서야 할머니는 말을 꺼냈다.


“그래 진수야. 이리 나오니 얼마나 좋으냐. 얼굴 상한 것 좀 봐라. 이걸 어쩔고.”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진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진수는 가만히 그런 채로 두고 말이 없었다.


“저, 진수야... 혹시 누나하고 연락은 안 하냐? ”


“.... ”


“연락이 되믄 참 좋은디....”

“누나 보고 싶어?”

“응? 으응... 그렇지 그럼.”


“....”


“... 저기 말이다 진수야 ....”

“응.”

“저기 ...”


할머니는 지금껏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기가 많이 힘든 모양이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설명하기엔 복잡한 뭔가가 많기 때문일까 쉽사리 뒷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내가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안 그러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돼서.”


“진수야....”


할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래... 다 이 애미가 죄가 많아서 그런디. 니가 뭔 잘못이라냐 다 이 애미 탓이지. 암만 암만, 누나를 찾아야 할 텐디. 어디 가서 찾는다니. 어디로 숨었는가 찾을 수가 없으니.”


할머니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고 진수를 본다. 할머니는 끝내 자신이 진수의 할머니임을 밝히지 못했다. 진수가 제 방으로 돌아가고 할머니는 멍하니 식탁에 혼자 남았다.


김혁이 진수 방으로 들어가니 진수는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누나하고 연락이 되냐?”


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이메일이 와요. 내가 보낸 메일도 읽고.”


“그럼 집으로 돌아오라고 해. 난 더 이상 늦출 수는 없어. 어제 갔어야 하는데 이미 하루 늦었거든.”


진수는 무릎을 세우고 얹은 팔에 고개를 묻어버렸다. 이 큰 집에 정말 혼자 남겨지는 건 어떤 걸까? 저 아이에게 뭔가, 뭔가를 남겨줘야 할 것 같은데 ....


“아, 그리고 진수 너는 말이다. 오라가 사파이어 색이야. 아름다운 파랑색, 사람마다 그런 게 있거든. 내가 돌아다녀보니까 그건 대문호들한테나 있는 색이던데 지금은 칙칙한 색에 가려져 있지만 언젠가 제 빛을 찾게 될 거야. 방구석에서 천 명한테 즐거움을 주는 사람으로 남을 건지 세상 공부 좀 많이 하고 대문호로 살 건지는 너한테 달렸어.

지금처럼 살면 얼마 못 가서 날 또 만나게 될 것 같긴 하다만. 밥도 많이 먹고 운동도 좀 하고 그래야 키도 쑥쑥 크고 나중에 방송에 나올 때 멋지게 보일 텐데 참. ... 암튼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 난 간다.”


검푸른 오라를 드리운 진수는 김혁이 방을 나올 때까지 끝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할머니 앞에 김혁이 모습을 드러내자 할머니는 겁먹은 얼굴이었다.


“저승양반, 쟈 어미를 아직 못 찾았는디. 쟈만 두고 어찌 가누 응? 좀만 시간을 더 주면...”


“안됩니다.”


“이제 마음을 열고 방 밖으로 나왔는디 혼자 되면 쟈가 살겄소? 응? 좀만 좀만 더 시간을... 저, 승, 양반?”


퍽.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의 화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37화, 38화 관련- 사이비종교 관련 에피소드 18.04.28 744 0 -
공지 복수의 화신을 쓰면서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작가 사견) 18.04.22 587 0 -
공지 복수의 화신은 어떤 느낌? (작가 사견- 읽지않으셔도 됩니다. 징징거림 주의) 18.04.13 628 0 -
공지 전에 읽으셨던 분들께- 소제목 수정과 등장인물 이름 수정건 18.04.11 817 0 -
47 제46화 악마는 악마다(완) +11 18.05.02 1,282 12 13쪽
46 제45화 슬픈 진실 +1 18.05.02 870 8 9쪽
45 제44화 슈퍼맨의 마음2 +1 18.05.01 912 7 9쪽
44 제43화 슈퍼맨의 마음1 +1 18.05.01 868 9 11쪽
43 제42화 그건 꿈이었을까? +1 18.04.30 837 7 10쪽
42 제41화 새로운 가족 +1 18.04.30 827 8 8쪽
41 제40화 천사를 만나다 +1 18.04.29 823 6 7쪽
40 제39화 출생의 비밀 +1 18.04.29 888 7 10쪽
39 제38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7)- 지옥으로 +1 18.04.28 822 9 8쪽
38 제37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6) +1 18.04.28 835 9 8쪽
37 제36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5) +1 18.04.27 777 7 8쪽
36 제35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4) +1 18.04.26 878 8 8쪽
35 제34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3) +1 18.04.25 798 8 8쪽
34 제33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2) +1 18.04.25 813 8 7쪽
33 제32화 겨울이 가르쳐주는 것들(1) +1 18.04.23 849 13 8쪽
32 제 31화 인형의집(3) +1 18.04.23 838 9 10쪽
31 제 30화 인형의집(2) +1 18.04.22 862 10 8쪽
30 제 29화 인형의 집(1) +1 18.04.22 816 7 7쪽
29 제28화 너 자신을 알라 +1 18.04.21 950 10 9쪽
28 제27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9) +1 18.04.20 852 7 9쪽
27 제26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8) +1 18.04.20 833 8 10쪽
26 제25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7) +1 18.04.19 862 9 11쪽
25 제24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 (6)- 상철이형 +1 18.04.19 1,065 9 8쪽
24 제23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5)-상철이형 +1 18.04.18 883 7 9쪽
23 제22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4) -상철이형 +1 18.04.18 904 8 9쪽
22 제21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3) +1 18.04.17 1,076 8 8쪽
21 제20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2) +1 18.04.17 939 8 8쪽
20 제19화 그 바닷가에서는 무슨 일이(1) +1 18.04.16 993 9 11쪽
19 제18화 잔인한 여름 +1 18.04.16 991 8 10쪽
» 제17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7) +1 18.04.15 1,193 8 11쪽
17 제16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6) +1 18.04.15 978 7 10쪽
16 제15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5) -악마와의 첫 만남 +1 18.04.14 1,059 7 9쪽
15 제14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4) +1 18.04.14 1,215 11 8쪽
14 제13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3) +1 18.04.13 1,085 9 8쪽
13 제12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2) +1 18.04.13 1,172 9 9쪽
12 제11화 우리는 모두 외톨이(1) +1 18.04.12 1,412 13 10쪽
11 제10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3) +4 18.04.12 1,658 11 11쪽
10 제 9화 바람처럼 날아 벌초럼 쏜다(2) +1 18.04.11 1,370 15 9쪽
9 제8화 바람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1) +1 18.04.11 1,406 14 10쪽
8 제7화 첫 임무 완수, 그리고 여름 +1 18.04.10 1,563 19 9쪽
7 제6화 개와 늑대의 시간(4) +1 18.04.10 1,583 21 10쪽
6 제5화 개와 늑대의 시간(3) +1 18.04.09 1,738 22 8쪽
5 제4화 개와 늑대의 시간(2) +1 18.04.09 1,815 22 8쪽
4 제3화 개와 늑대의 시간(1) +1 18.04.09 2,026 22 8쪽
3 제2화 악마가 원하는 것, 악마의 리스트 +2 18.04.09 2,612 25 9쪽
2 제1화 지옥을 선택한 남자, 김혁 +5 18.04.09 3,688 2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