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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48,158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5.07.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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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6
추천
26
글자
16쪽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1)

DUMMY

마른 숲이 내지르는 깊은 밤의 흐느낌조차 어색하게 고개를 돌릴 정도로 긴 침묵이 이어진다. 목적을 잃은 망자들의 푸른 눈빛이 은은하게 명령을 재촉했지만, 고도의 깊은 눈동자와 떨리는 손끝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아스트로바톰 최연소 수석에 빛나는 그녀의 머리도 지금 저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의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와 동반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결국 사고가 정지한 그들을 대신하여 렌의 느긋하고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어둠을 가로질러야 했다.


“못 들었어? 이놈을 죽이면 니들 전부 고이 보내주겠다니까?”


“그냥 니 손으로 직접 죽이지그래? 뭐 하러 번거롭게 우리 손을 빌리려고 하냐?”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적의가 가득한 미소를 뿜어대는 엘라. 물론 그녀가 시퍼렇게 뽑아든 것은 미소뿐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장 거대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렌은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아니아니, 그러면 의미가 없거든. 인생 참 쉽게 살 수 있지만, 쉽게 사는 인생이 재미있을 리가 없잖아, 아줌마.”


“여기서 내가 니 목을 따버린다는 선택지는 어때? 꽤 재미있을 거 같은데.”


“산속에 숨어있는 병사들을 생각하면 별로 권해드리고 싶진 않은데.”


“내가 좆도 신경이나 쓸 거 같아?”


세 번, 아니, 엘라라면 두 번의 도약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 하지만 뛰쳐나가려는 엘라의 몸을 유진의 손이 저지한다.


“당신이 약속을 지키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 그녀를 고도는 경악스러운 얼굴로 돌아본다. 그녀로서는 유진이 렌의 제안을 고려했다는 그 사실 자체를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고도와는 반대로, 렌의 미소는 더욱 깊이를 더해갈 수 있었다.


“뭔가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내가 제의하는 건 어디까지나 너희에겐 유일한 기회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쩔 거냐고?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너희가 제의를 거부해도, 어차피 모두 뒤진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잖아? 처언처언히 자알 생각해보라고.”

이어진 렌의 행동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를 움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붙잡고 있던 벤의 목덜미를 그대로 내팽개친 것이다.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힘에 벤은 얼어붙은 땅 위를 거칠게 나뒹굴었지만, 모두의 시선은 렌의 입술에 집중되어 있었다.

“내일 달이 뜰 때 이곳으로 다시 찾아올게. 그때 너희 중 하나가 이 새끼의 목을 들고 있다면, 말했듯이 니들과 니들이 끌고 온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 더불어 동쪽으로 빠져나가게 도와주겠어. 하지만 이 새끼가 여전히 두 발로 서있다면, 이 산맥에서 흘릴 피가 하나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거야.”


마치 이견을 허락하지 않는, 당당한 선언과도 같았다. 미소를 거두고, 렌은 차가운 시선과 어둠을 뒤로하고 천천히 왔던 길을 거슬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백 명의 망자를 비롯하여 그 뒤를 쫓는 그림자는 없었다. 오직 엘라만이 짙은 미소 사이로 싸늘한 숨을 뿜어내며 달려들 기세를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벤!”


비틀거리며 이쪽을 향해 다가서는 벤. 그리고 그를 부축하기 위하여 고도가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간다. 유진은 조금 더 주변을 경계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고도를 불러 세우려고 했지만, 이미 고도의 발걸음은 경량화 마법이라도 걸려있는 듯 빠르게 벤의 그림자를 밟고 있었다.


“.......!”


그리고 그의 어깨를 붙잡는 순간, 고도는 숨을 삼킨다. 제아무리 겨울, 게다가 얇은 셔츠 한 장만 걸친 상태라고는 해도, 벤의 살갗에서 느껴지는 한기는 도무지 살아있는 생물의 기운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배려’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고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로브를 벗어 덮어줄 정도였으니.


“고도.”


벤은 천천히 전신으로 번지는 온기에 대한 감사의 말도, 바닷빛푸름을 잃고 검게 변질된 고도의 눈동자를 향한 책망의 말도 없이, 오직 짧은 한 마디만을 건넨다.



“전술회의를 소집해줘.”





===============





“연대장님.”


“.......”


두터운 천막 너머로 그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하지만 빈스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연대장님, 빈스입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빈스의 눈앞에 펼쳐진다.

이어붙인 두 개의 간이침대.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제복과 속옷. 탄탄한 맨몸을 드러낸 채 이쪽을 향해 미간을 구기는 렌과, 그의 아래에서 화들짝 놀라며 이불을 끌어올리는 여인.


“아이씨, 내가 하는 중에 방해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라.”


“씨발, 김빠지게.”


렌은 욕지거릴 내뱉으며 침대에서 내려와 군화를 신는다. 여전히 전라인 상태였지만, 셔츠와 함께 멀찍이 떨어져 있는 담배를 줍기 위함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여인은 제대로 옷을 챙겨 입지도 않은 채 허겁지겁 차가운 밤바람을 향해 빠져나간다. 물론, 그녀의 감사는 렌이 아닌 빈스를 향한 것이었다. 렌과 잠자리를 같이하는 여자들의 운명을 익히 들어온 이상, 그녀에게 있어 빈스는 생명의 은인과도 같았던 것이다.

물론 렌의 천막에서 두 발로 서서 나가는 여인이 어색한 건 빈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하지 않으셨습니까?”


“뭘?”


퉁명스럽게 성냥을 그으며 부관을 노려보는 렌. 그러나 빈스는 그 위협적인 시선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 말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그.......”


“아아, 죽인 다음 시체에다가 박는 거? 아니면 박으면서 죽이는 거?”

본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현한다면 어찌 반응해야 하는가. 빈스는 다소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렌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뭐어, 그럭저럭 잘 하더라고. 별 필요가 없어서.”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빈스는 확신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리고 어떤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렌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동시에 그는 지금부터 자신이 꺼내려는 주제가 여인이 살아서 천막을 빠져나간 것과 밀접히 연관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벨레이 경이 연대장님께서 포로를 이끌고 나가신 것에 대해 확인을 부탁해왔습니다. 그리고 그가 말하길, 연대장님께서 이미 포로에 대한 모든 심문을 마치셨다고 하던데, 정작 부관인 저는 들은 게 없어서 말이지요.”


“짜증나게 내 앞에서 혀 좀 비꼬지 마라. 불만이 있으면 확실하게 말해.”


매캐한 연기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치명적인 먹색 시선. 그러나 빈스는 이 시선에 겁을 먹기엔 이미 너무 오랜 세월 렌에게 마모되어 있었다.


“아직 주변 영주들과 방위군에게 전문을 보내지 않으셨잖습니까?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의 우위는 최대한 잡아두는 게 좋습니다. 병사들에게도 확실하게 설명을 해놓으십쇼. 아직까지 어째서 자기들이 같은 군복을 입고 있던 군대와 싸워야 했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건 니들이 좀 알아서 해라.”


지휘관이지 않습니까!

라는 소리가 혀끝에서 맴돌았으나, 빈스는 간신히 호통을 삼키고 차분하게 숨을 내쉰다.


“.......그 포로, 연대장님께서 멋대로 풀어주셨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풀어주다니, 말을 이상하게 한다, 너? 거래한 거야, 거래.”


“좋습니다. 거래라고 치죠. 그 남자, 연대장님과 아주 닮았더군요. 아니, 닮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똑같이 생겼었죠. 그리고 연대장님께선 그를 풀어주셨고.”


“하고 싶은 말만 간단하게 하라니까, 뜸 들이지 말고. 죽여 버리기 전에.”


훨씬 느긋해진 목소리, 그리고 훨씬 넓게 번져나가는 담배 연기. 하지만 빈스는 알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그가 진심으로 짜증을 내고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혹시 그는....... 연대장님의 쌍둥이 형제입니까?”


“왜 그렇게 생각해?”


...그 이유를 되물어 오는가.

납득하기 힘든 반응이었지만, 빈스는 한걸음 더 렌을 향해 다가선다.


“당연한 겁니다. 직접 이렇게 말씀드리기도 뭐하지만, 연대장님의 태생은 물론이고 성장배경마저도 좀처럼 알려진 바가 없지 않습니까. 갑자기 나타나선 검성님의 제자라니, 납득하지 못한 장군이나 장교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알지 못했던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운 사실은 아닐 겁니다.”


“쌍둥이 형제라.......”

렌은 낮게 웃으며 군화를 벗고 간이침대 위에 몸을 눕힌다. 이미 그의 먹색 시선은, 시끄러운 부관이나 답답한 천막이 아닌, 그 너머의 무엇인가를 향해 있었다.

“야, 만약에 말이야, 너가 길을 가다가 우연찮게 너랑 똑같이 생긴 놈을 만났다고 쳐. 근데 알고 보니 그놈이 너랑 얼굴뿐만이 아니라 직업과 성격, 그리고 취향까지도 똑같았다고 한다면, 너는 그놈을 뭐라고 부를 거냐?”


“.......쌍둥이....겠지요.”


“틀려. 나는 그놈을 이렇게 부를 거다.”


그 생을 다한 담배. 그곳에 남아있는 붉은 생명의 잔재를, 렌은 자신의 혀 위에서 잠재워버린다.






“나.”





===============





메마른 숲속 작은 공터에 마련된 임시천막은 카나반의 공병들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었지만, 혹독한 계곡의 겨울밤을 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어떠한 보온장비도 없이, 얇은 전등 하나만을 의지한 채 입김을 내뿜으며 모여든 얼굴들. 그러나 그 추위와 열악함에 대해 불만을 표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패배와 다급한 퇴각전으로 인해 대부분의 보급품을 잃어버린 지금, 이렇게 모여서 시선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로선 다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표정을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침묵과 어둠은, 모포를 뚫고 침투해오는 한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들 얼굴 펴요. 지금 제일 아픈 건 나거든요? 저 빌어먹을 자식이 갈비뼈를 아작 내놓고 제대로 붙여주지도 않아서.”

가장 먼저 침묵을 깬,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벤의 능청스러운 목소리.

“자, 그럼 다들 모였으니, 동부국경으로 잠입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각 지휘관과 참모들은 잘 듣고 명령대로 따-”


“잠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벤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다급한 고도의 목소리를 향해 쏠린다.

“동부국경이라니? 저놈들을 잡기 위해서 논의하려는 거 아니었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그 이유를, 벤은 짧고 간결하게 정리해 준다.


“우린 사실상 포위된 상태야. 국경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놈이 지휘하는 연대급의 정예병이 버티고 있고, 위장이 들통 난 이상 놈의 요청 한마디면 수천의 지방군과 방위군이 추가로 우리의 목을 조여 오겠지. 당장 보급품이 없으니 산에서 농성을 벌일 수도 없어. 뭐어, 처음부터 대답은 정해져 있었지.”


“.......너 설마.......”


고도의 얼굴 위로 확연하게 번지기 시작하는 불안. 하지만 벤은 너무도 당당하게, 너무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 목 하나면 싼 편 아닌가?”


“지랄!” “개소리하지 마!”


리즈와 고도가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천막에 모여 있던 모든 이들이 화들짝 놀랐을 만큼 격앙된 반응이었지만, 벤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애초에 내 책임이었어. 내가 그 녀석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그리고 내가 흥분해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위장이 들통났고 수없이 많은 병사들이 죽었어. 물론 그 새끼가 약속을 반드시 지킬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건 내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문제야.”


물론, 곧이곧대로 납득할 고도가 아니었다.


“웃기지 마! 그 새끼는 그저 우릴 가지고 놀 생각이라고! 우리 중에 누가 네 목을 벨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머, 나는 기꺼이 할 수 있는데?”


“...로즈 엄마,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거든요?”


“장난으로 들렸다면 미안~.”


귀엽게 웃어 보이는 엘라를 힘껏 째려보는 고도. 그런 고도의 푸른 시선이 무섭다며 리즈의 뒤로 얼굴을 숨기는 엘라였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리즈의 시선 또한 고울 리가 없었다.


“고도. 약식이긴 하나 지금은 전술회의 중입니다. 지휘관이 아닌 분이 나서서 멋대로 발언을 하시기엔 도리가 맞지 않은-”


그리고 고도의 불타는 눈동자는 중재하려던 유진을 향해 재차 빛을 발한다.


“도리? 다들 제정신이야? 지금 당신들의 대장이 멋대로 나서서 죽겠다는데 어떻게 그렇게들 침착해?”



“저희가 군인이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천막입구에서 들려온 나지막한 목소리. 자신의 검집을 지팡이 삼아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나타난 셰르였다. 동시에 유진이 미간을 구기며 일어서려 했지만, 자신의 눈꼬리만큼이나 얇은 셰르의 목소리가 그녀를 가로막는다.

“비록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도의 신분이었고, 지금도 소위 계급장이 어색합니다만, 가장 춥고 어두운 바닥 위에서 떨고 있는 저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군인입니다. 애초에 중앙군도 아닌 영주들의 사병, 그리고 지방군으로 결집된 우리 잡군이,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대규모 탈영을 일으키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아십니까?”

그리고 셰르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위태한 걸음을 옮겨 벤의 앞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군인으로서, 지휘관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투에서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그 유명한 ‘학살의 검성’도 대전쟁 당시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은 아닙니다. 전투에서 승리하면서도 부하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지휘관도 있는 법이고, 패배에 패배를 거듭하면서도 부하에게서 버림받지 않지 않는 지휘관도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를 받는 법은, 생각 외로 간단합니다.”

천천히 검집에서 검을 빼어드는 셰르. 아무도 그의 의도를 몰랐지만, 동시에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셰르는, 천천히 검끝을 벤의 목으로 가져가며 고통에 물들었던 자신의 표정을 죽인다.

“바로 부하들에게 먼저 신뢰를 주는 겁니다.”

이어진 그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벤의 이성을 파고들었다.

“상황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자, 책임을 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검성님의 선택에 있어 저희에 대한 신뢰가 담겨있다면, 제가 몇백 번이라도 당신의 목을 베어드리겠습니다. 신뢰가 담긴 명령을 거부할 군인은 공화국에 없으니까요. 다만, 당신이 우릴 신뢰하지 못해서, 자신의 목이 아니라면 우리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 선택을 한 것이라면, 저는 당신의 목을 벨 수 없습니다.”


그대로, 한동안 가만히 셰르와 눈을 마주치는 벤. 서로 무표정한 마주침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둘은 서로의 눈에서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결국, 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쉰다.


“어느 쪽이든 전 손해만 보게 생겼네요.”


“당연합니다. 큰소리치시면서 이런 곳까지 우릴 끌고 왔으니, 책임은 지셔야지.”


미소와 동시에 뒤로 몸이 기울어 버린 셰르. 하지만 유진이 재빨리 그의 몸을 받아든다. 그 직후 약간의 신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벤이 모든 기사와 마법사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두 번 안 묻습니다.

복잡하게 모두의 머리랑 몸 고생시키지 말고, 그냥 제 머리하나 베는 걸로 끝내고 싶으신 분?”



벤의 물음에, 천막 안의 모두는 마른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오직 리즈만이, 손을 들려는 엘라를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문득보니까 유라와 유진의 이름을 헷갈려 써놨더군요...

글쟁이가 정신줄 놓고 삽니다.

머릿속에서 둘의 이미지가 비슷해서 그런가봐요...

12막부터 다시 천천히 살펴봐야겠습니다 ㅠ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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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2) +6 15.11.07 867 20 19쪽
184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 +8 15.11.01 1,081 2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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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6) +8 15.10.12 950 28 22쪽
179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5) +12 15.10.07 857 25 21쪽
178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4) +6 15.10.02 923 27 24쪽
177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3) +8 15.09.27 853 23 21쪽
176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2) +6 15.09.22 842 23 20쪽
175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1) +4 15.09.17 999 25 20쪽
174 (막간) 결국 안식 따윈 허락되지 않았다 +8 15.09.12 919 26 21쪽
173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10) +6 15.09.07 816 24 24쪽
172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9) +6 15.09.02 918 24 19쪽
171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8) +8 15.08.28 1,003 24 17쪽
170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7) +8 15.08.24 1,148 27 22쪽
169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6) +16 15.08.18 1,022 33 20쪽
168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5) +8 15.08.13 876 24 21쪽
167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4) +10 15.08.07 991 27 26쪽
166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3) +6 15.08.02 984 23 17쪽
165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2) +6 15.07.28 966 30 28쪽
»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1) +12 15.07.23 937 26 16쪽
163 (막간) 겨울에게 작별하는 방법 +10 15.07.17 1,155 28 19쪽
162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1) +4 15.07.12 1,068 27 18쪽
161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0) +10 15.07.07 1,018 26 22쪽
160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9) +7 15.07.02 997 22 20쪽
159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8) +8 15.06.27 981 30 21쪽
158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7) +10 15.06.22 832 28 24쪽
157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6) +8 15.06.17 1,055 28 20쪽
156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5) +10 15.06.12 1,216 27 16쪽
155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4) +6 15.06.07 873 35 24쪽
154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3) +6 15.06.01 922 35 20쪽
153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2) +8 15.05.27 905 35 23쪽
152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 +8 15.05.22 832 3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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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1) +6 15.05.11 993 34 19쪽
149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0) +8 15.05.06 792 34 21쪽
148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9) +11 15.05.01 1,004 33 17쪽
147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8) +15 15.04.26 1,148 28 21쪽
146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7) +12 15.04.21 980 33 21쪽
145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6) +8 15.04.16 1,060 31 17쪽
144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5) +8 15.04.11 1,131 34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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