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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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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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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319

작성
15.04.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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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7쪽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6)

DUMMY

“토우칸 대군이라.”

크리스는 고개를 흔들며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처음부터 완벽한 정규군 수준의 지원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기에 생도들과 지방군으로 채워진 편제에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벤으로부터 그 지휘관의 이름을 들은 지금, 의구심보다는 복잡하게 얽혀 들어오는 운명의 굴레에 작게 감탄 중인 그녀였다.

왕의 형.

분명 국가와 국가의 의를 이어줌에 있어 부족함이 없는 무게감이다. 하지만 토우칸이 누구던가. 비록 크리스 본인은 모르는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브린타이나 정보부에 매수된 야노르 시즈키치에 의해 자신의 청년 시절을 감금당한 채 보내야 했던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구원군의 지휘관으로서 브린타이나에 찾아온다? 이 상징적인 인사를 좋은 쪽으로 해석해야 할지, 부정적으로 해석해야 할지 크리스는 곧바로 판단 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토우칸 본인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확신 내릴 수 없는 문제. 크리스는 상징적인 의미보다 먼저 그 내실을 따져보기로 한다.

“그가 군을 이끌어본 경험이 있습니까?”


“직접적으로 전투지휘를 해본 경험은 없습니다. 다만, 아르바티앙이 아실레마 해병대에 의해 침략당했을 당시 꽤나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그가 시즈키치 가주를 설득하여 사병을 움직이고 아르다르와 아르바티앙간의 중계소를 확립하지 않았다면, 적의 상륙은 단순히 아르바티앙에만 국한되지 않았을 겁니다. 기사는 아니지만 그 시야와 판단력만큼은 가능성 있는 군재(軍才)라고 평가받을만하죠.”


“그건 카나반의 언론들도 주목하는 부분인가요, 아니면 벤 당신의 개인적인 평가입니까?”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재규가 모처럼 입을 열었다. 크리스도 묻고 싶었던 부분인지라 그녀 또한 벤의 대답을 기대하며 시선을 집중하였는데, 이어진 벤의 표정은 어째 신중함이나 확신을 읽어내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전적으로 후자에 가깝겠죠. 언론에선 그의 겉모습만으로 연신 떠들어대니까.”


“겉모습? 겉모습이 어떤데 그렇습니까?”


“........뭐어, 그건 폐하께서 직접 그를 만나보시면 알게 될 거에요.”


언제나 그렇듯, 벤의 이런 대답에서 크리스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불안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확정된 일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푸른 눈동자를 재규를 향해 움직인다.


“욘은 어떻습니까?”


“예. 용병과 해결사들의 모집은 마무리단계입니다. 물론, 사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대외적으로는 폐하께서 직접 그들을 고용하는 형태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움직이는 돈의 규모가 꽤나 클 텐데, 다른 국가들로부터 의심을 받지 않겠습니까?”


“이미 해외투자라는 명목으로 반도 곳곳에 자금을 세탁하고 있었으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겁니다. 폐하께선 그저 계약서에 서명할 준비만 해주십시오.”


중립국이라는 표면적인 위치 덕분에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할 수 없는 욘. 따라서 그들은 용병과 해결사라는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삼자거래’를 이행하게 되었다. 재규의 말처럼 투자라는 명목으로 브린타이나의 도시들에 상주해있던 기업들을 통해 돈을 세탁하고, 그 돈들이 지방영주들의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크리스에게 집중된다. 그리고 크리스는 그 자금을 통해 자신의 이름으로 용병들과 해결사들을 고용한다-는 흐름이었다.


“일단 제 이름으로 고용하는 자들이니, 그들의 지휘권도 제가 가졌으면 합니다만.”


“아, 물론입니다. 쓰시고 싶은 대로 쓰시면 됩니다. 저야 명령을 하달하는 중개인에 불과하니까요.”


느긋하게 웃으며 자신의 하얀 도복소매를 매만지는 재규. 크리스는 그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지만, 벤은 와인을 홀짝일 뿐 어떠한 표정도 내보이지 않는다.

본토에서 벤에게 들어온 통신은, 단순히 그의 요청대로 토우칸을 총지휘관으로 임명하여 원정군 편성을 마쳤다는 내용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로빈이 독자적인 경로로 조사한 암살건과, 그 진척상황 또한 자세하게 동봉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벤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은 배후라고 의심되는 유령회사가 욘으로 정식 이전했다는 사실.

물론 그것만으로 욘이 로빈의 암살에 관련되었다고 확정을 짓기는 이르다. 그들이 이번 계약을 통해 팔루뎀의 교역권을 따내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 모든 일을 위한 사전준비로 로빈의 암살이 필요했는가를 따져보면 답이 나오질 않는다.


“........”


벤은 자신이 들고 있는 와인잔처럼, 그 사고의 방향을 한 번 뒤틀어보기로 한다.

배후가 누구든, 만약 그들이 필요했던 것이 ‘로빈의 암살’이 아니라,

‘로빈의 암살미수’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후폭풍이라면?

로빈의 암살이 실패하고 그 실패로 인해 만들어진 모든 변수들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던 방향이었다면?


이곳이 아르다르 본궁의 집무실이고, 곁에 로빈과 마누앙이 있었다면 원활하게 사고의 확장이 가능했을 테지만, 벤은 일단 눈앞에 닥친 상황의 정리를 우선시해야 했기에 잠시 붉은 포도향과 함께 모든 의구심을 묻어두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전문에는 이들 말고도 꽤나 로빈의 속을 썩힐만한 일들이 적혀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것은 로빈이 훈련소에 입소했던 때 이후로 처음이지만, 귀찮아 죽겠다는 친구의 표정은 여전히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진다. 벤은 실소를 흘리며 크리스와 재규의 전술회의로 시선을 옮겼다.




===================




“장군, 진정하세요. 저도 당신의 아들이 반역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압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잖아요! 사람들의 눈에는 죄가 밝혀지는 게 두려워 증언을 바로 앞두고 탈옥했다는 걸로밖엔 보이지 않잖습니까?”


“저도 모릅니다! 탈옥할 이유도 없고, 탈옥 같은 일을 생각할 아이도 아닙니다! 폐하,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십시오! 탈옥이 확실한 겁니까? 혹시 외부에서 정치적인 수단으로 악용하기 위해 그 아이를 납치한 것은 아닙니까?”


“근위대에서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파괴된 철창의 흔적이나, 기절했던 간수들의 증언을 보아 그가 탈옥한 것이 확실합니다.”


깊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싸매는 그라우치. 무거운 마음으로 아르다르에 입성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를 포박하기 위해 달려오는 근위대들의 거친 시선과 아들이 탈옥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로빈의 배려로 인해 지하감옥이 아닌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이어지는 대화에서 그들이 합의할 수 있었던 점은 오직 보르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사실뿐.


“.......귀족파에선 원정군의 출병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틈을 타서 탈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 죄가 명백했기에 도망친 것이라 주장하고 있고요.”


“말도 안 됩니다! 폐하께서 직접 확인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아이는 암살에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부디 폐하께서 조사하신 내용을 의회에 발표해 주십시오!”


“물론 그럴 생각입니다. 다만 그전에 장군으로부터 대답을 들어야 할 게 남아있어요.”


“.......”

마침내 그라우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로빈과 마주한다. 급박한 상황에 잠시 잊고 있었으나, 그가 이곳에 홀로 입성한 것은 어디까지나 해명을 위한 것. 로빈이 보르케를 변호하기 위해서라도 그 내막을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사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만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기에, 그라우치는 길게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쥬넨 니바르토와 밀라 시즈키치의 배반 이후에, 가문 내의 군부출신들끼리 주고받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가문이라면........ 라즈텔라무스 가문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라즈팔라무스 본가를 포함한 전체의 이야기입니다.”


크게 흔들리는 로빈의 검붉은 눈동자.


“그럼, 오로메 경이?”


“어디까지나 군부출신의 가원들끼리 나눈 이야기입니다. 가주님께선 관련이 없으십니다. 그것만큼은 부디 믿어주십시오.”


“.......예, 일단 계속 말씀하세요.”


로빈은 와인잔을 권하며 말했지만, 그라우치는 정중하게 그것을 거절한다. 군인으로서 복무 중에 음주는 금해야 한다는 신념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말할 이야기에 혀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귀족파였던 윌리안 가슈펠라르의 반역은 그렇다 치더라도, 왕당파였던 야노르 시즈키치의 행각을 보면서 가문의 몇몇 원로들이 의회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내부에서도 별 볼 일 없는 인물로 평가되던 그가 어째서, 어떻게 그런 일을 꾸밀 수 있었던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흰 먼저 그 ‘수단’에 주목했습니다.

그가 윌리안의 반역을 가만히 지켜보았던 것도, 그리고 폐하의 등장을 가만히 지켜보았던 것도 모두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느긋함’의 기저는 기나긴 시간과 철저한 준비라는 자신감. 단순히 돈의 움직임에 따라 타국으로부터 유입된 기사를 쉽게 근위대로 편입시킬 수는 없습니다. 돈은 물론이고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티가 나지 않게 잠식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야노르 시즈키치는 본궁이 왕가의 피로 물들었던 ‘그날’ 토우칸 왕자를 빼돌린 순간부터 2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일을 준비해왔다. 왕자를 숨기고, 그를 자신의 딸이라는 굴레로 훌륭히 묶어두었으며 근위대를 비롯한 본궁 곳곳을 조용히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오지 않았던가.

“진정한 그의 의도가 뭐였는지, 그 모든 일이 그의 독단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였는지는 폐하도, 저희도 모릅니다. 다만 폐하께서 그의 반역을 하나의 ‘과정’으로 치부하고 넘기셨을 때, 저흰 역으로 그의 집착을 흡수하기로 했습니다.”


“흡수?”


결국 로빈도 입을 대지 않은 채 와인잔을 내려놓는다.


“......가문차원에서 생도의 후원이라는 형태는 꽤나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국가가 키운 기사를 전역 후에 자신 가문의 사병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도였지만, 그중엔 근위대나 경찰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보험으로 적용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흰 밀라 시즈키치의 암살미수 건을 보며 중대한 결정을 했습니다. 바로 선점입니다.”


“선점이요.......?”


예상치 못한 단어에, 로빈은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예. 아르다르 한정이긴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징병제로 인하여 무분별하게 후보생들이 훈련소로 유입되었다는 사실은 폐하께서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후원’에 취약한 기수라고 판단한 저희들은 제2의 야노르나 밀라 시즈키치의 싹이 트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씨앗부터 없앨 수단을 강구했습니다. 바로, 그들을 첩자에 대한 첩자로서 미리 매수해놓는 것이었습니다.”


“.......즉, 아직 제 암살미수에 대해 명확한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세력이 또다시 내부에서 설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 말씀이시네요. 그들에게 매수될 위험이 큰 생도들을 대상으로 미리 매수를 해서 혹시나 접근해올지 모르는 배후세력에 대한 정보원으로 이용할 생각이셨다는?”


“그렇습니다. 라즈팔라무스 가문이 다른 대표가문에 비해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편은 아니기에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적어도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된 이번 기수만큼은 저희가 노력해보자는 심산이었습니다.”


로빈은 뒤로 몸을 뉘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라우치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중앙정부의 안녕을 위해 계획한 라즈팔라무스 가문 내부의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로빈의 표정이 완벽한 납득으로 물들지 않은 이유는 오직 하나.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것을 저나 오로메 경에게 알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하신 겁니까? 이런 의도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다면 의회에서도 논의될만하지 않나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폐하께서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신 겁니다.”


“어.......예?”


갑작스럽게 날아든 화살. 로빈은 당혹스럽게 눈을 들어 그라우치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본다.


“생도들을 향한 후원은 엄연한 불법행위. 그걸 공개적으로 밝히고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깁니다. 게다가 이번에 저희가 해놓은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십시오. 그 실체는, 모든 것이 폐하의 왕실장악력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했다는 겁니다.”

장군이라는 신분으로 왕에게 건넬 수 있는 한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민감한 단어선택. 그러나 그라우치는 혀를 멈추지 않는다.

“쥬넨과 밀라의 사건에서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근위대에 대한 불신, 그리고 그들에 대한 폐하의 미진한 영향력. 이 모든 것들이 바로 폐하의 내부단속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지표들입니다. 즉, 군부는 본궁과 의회를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저희가 음지에서 움직여야 했던 이유인데, 이를 인정하고 의회에 발표하라는 말씀은, 암살미수라는 극단적인 사건이 있었음에도 중앙정부가 제대로 그 배후를 밝히지는 못하고 여전히 취약한 생도들을 방치한 채 기사숫자 불리기에만 급급하다며 스스로 인정하시는 일이 되는 겁니다. 또한, 자칫 잘못하면 이 의도 자체가 월권행위이자 반역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저희가 가주께 보고 드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분께서는 반드시 저흴 막으려고 하셨을 테니까.”


“......결국 저는 제 무덤을 스스로 파낸 꼴이네요.”


결과야 어떻든 그라우치를 비롯한 라즈팔라무스 가문의 군벌들은 왕당파라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한 셈이다. 그런데 그 실체를 밝힌답시고 일을 망쳐놓은 것이 왕 본인이니, 로빈은 쓴 입맛을 다실 수밖에.


“용서하십시오. 폐하께선 모르는 선에서 처리하려고 했습니다만, 징병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도입되는 바람에 준비가 어설펐던 저희의 과실입니다. 문제는, 이 이상으로 공론화된다면 귀족파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말씀은........”


“예. 왕당파세력은 어쩔 수 없이 타격을 입을 겁니다. 다만 폐하께서는 절대로 손을 내어서는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라즈팔라무스 가문 일부라는 선에서 끝내야 합니다. 폐하께서 조사하신 내용을 발표하시되, 저희가 저지른 행위 자체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시지 마십시오. 폐하께서 저희와 협력했다는 정황으로 받아들인다면, 귀족파의 이빨은 폐하에게까지 번질 겁니다.”


“.......”

월권행위이자 반역. 물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라우치 장군을 비롯한 이번 일의 주동자들은 로빈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가져다준 셈이었다.

로빈과 현 근위대장인 드렌턴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야노르 시즈키치와 쥬넨 니바르토, 그리고 밀라 시즈키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건의 중심엔 언제나 근위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로빈 그 자신이다.

내부단속미흡.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고통스럽게 로빈의 가슴을 파고드는 말이었다.

“문제는, 장군께서 증언을 하고 제가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려면 우선적으로 아드님의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중요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 도대체 그는 왜 탈옥을 한 걸까요....... 장군께서도 정말 그의 소재를 모르십니까?”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로빈의 말대로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선 라즈텔라무스 보르케의 재판과, 아버지인 그라우치의 증언, 그리고 로빈의 정보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보르케의 탈옥으로 인해 그 시작조차 짐작할 수 없게된 상황.

최악의 경우 그라우치 본인이 재판장에 서게 된다. 그리고 공화국 북부군최고사령관이 재판에 회부된다는 사실은, 표면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로빈으로선 환영할 수가 없다. 귀족파는 철저하게 그라우치를 물어뜯어 그를 실각시킬 것이고, 귀족파의 인물을 북부사령관으로 추대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란다 가슈펠라르를 필두로 한 귀족파에 의해 점점 의회에서의 견제가 심해지는 상황에 군권의 무게마저 귀족파 쪽으로 기울게 된다면 반 아실레마 연합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아아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한숨. 도무지 앞이 보이질 않는다.

지친 왕의 표정은 이 도시에 남아있지 않은 한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만약 그 녀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경악스러우면서도 꾸역꾸역 상황을 타파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이곳에 없다. 물론 지금 이곳의 상황도 머리가 괴롭기는 마찬가지지만, 가장 먼저 꺼야 할 불은 북쪽에 번져있었으니까.


그러나 로빈은 모르고 있었다.

이쪽의 작은 불 또한, 북쪽을 향해 맹렬히 번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으음;

최근엔 생각없이 글을 쓰는 시간이 줄어 들고 있네요.

휙휙 키보드를 두드리기보다는 점차 멈칫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물론 그런다고 퀄리티가 좋아지는건 아니지만요 ㅇㅅㅇ


최근에 연참이 없어서 그런가?!


아무튼..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5.04.16 23:06
    No. 1

    벤이 뭘 또 터뜨릴까 궁금하네요. 너무 잠잠했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4.17 02:58
    No. 2

    불의검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어째 파견나가니 더 평화로운 벤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연봉동결
    작성일
    15.04.17 02:09
    No. 3

    잘보고갑니다~ ㅎㅎ 악마하나때문에 정신이 없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4.17 02:59
    No. 4

    동결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ㅠ
    개판오분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evolutio..
    작성일
    15.04.17 00:05
    No. 5

    와.. 글 잘쓰시는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늘도 기대를 뛰어넘는 전개.. 스토리 정말 탄탄하게 꼬아두셨군요.. 점점 결말이 기대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4.17 03:00
    No. 6

    에볼루션님 오늘도 감사드려요!
    미진한 글쟁이를 좋게 봐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정력왕로빈
    작성일
    15.04.17 12:56
    No. 7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http://novel.munpia.com/24613/page/1/neSrl/524364

    1. 유진-셰르 사고(?)는 리즈 짓으로 보입니다. 셰르의 평소 잠버릇 아니라는 말도 있고요. 아무리 술에 취해도, 옷을 몽땅 벗고 포도주 한 침대에서 흘리기는 어렵지요. 둘을 화해 시키려고 한 걸까요?

    2. 포도주와 피는 색이 많이 다릅니다. 천에 젖어서 마르면, 포도주는 연한 붉은 색인데 피는 검붉은 색이지요.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쉽게 착각한 건 이상합니다.

    3. 둘이 화해한 듯 합니다. 정말 결혼할지도요. 리즈가 한 건 했군요.

    4. 자궁 이식은 다른 사람이 아이 못 낳게 한다고 지나가 싫어하지요. 그렇다면, 벌써 아이를 여럿 낳고 더 나을 생각이 없는 사람의 자궁은 어떨까요. 나이도 꽤 많고 여러 번 써서 제 성능이 나올지 모릅니다만, 기사라면 여전시 생생하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4.17 13:46
    No. 8

    으엌 정력왕님 오랜만입니다! 언제나 감사드려요 ㅋㅋ
    여전히 날카로운 분석력이시군요 ㄷㄷㄷ
    관심깊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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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6) +8 15.10.12 950 28 22쪽
179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5) +12 15.10.07 857 25 21쪽
178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4) +6 15.10.02 923 27 24쪽
177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3) +8 15.09.27 853 23 21쪽
176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2) +6 15.09.22 842 23 20쪽
175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1) +4 15.09.17 999 25 20쪽
174 (막간) 결국 안식 따윈 허락되지 않았다 +8 15.09.12 919 26 21쪽
173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10) +6 15.09.07 816 24 24쪽
172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9) +6 15.09.02 918 24 19쪽
171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8) +8 15.08.28 1,003 24 17쪽
170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7) +8 15.08.24 1,148 27 22쪽
169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6) +16 15.08.18 1,022 33 20쪽
168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5) +8 15.08.13 876 24 21쪽
167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4) +10 15.08.07 991 27 26쪽
166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3) +6 15.08.02 984 23 17쪽
165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2) +6 15.07.28 966 30 28쪽
164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1) +12 15.07.23 936 26 16쪽
163 (막간) 겨울에게 작별하는 방법 +10 15.07.17 1,155 28 19쪽
162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1) +4 15.07.12 1,067 27 18쪽
161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0) +10 15.07.07 1,018 26 22쪽
160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9) +7 15.07.02 997 22 20쪽
159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8) +8 15.06.27 981 30 21쪽
158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7) +10 15.06.22 832 28 24쪽
157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6) +8 15.06.17 1,054 28 20쪽
156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5) +10 15.06.12 1,216 27 16쪽
155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4) +6 15.06.07 873 35 24쪽
154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3) +6 15.06.01 921 35 20쪽
153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2) +8 15.05.27 905 35 23쪽
152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 +8 15.05.22 832 31 20쪽
151 (막간) 와인보다 진한 것 +8 15.05.17 1,106 31 13쪽
15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1) +6 15.05.11 993 34 19쪽
149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0) +8 15.05.06 792 34 21쪽
148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9) +11 15.05.01 1,004 33 17쪽
147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8) +15 15.04.26 1,148 28 21쪽
146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7) +12 15.04.21 979 33 21쪽
»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6) +8 15.04.16 1,060 31 17쪽
144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5) +8 15.04.11 1,131 34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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