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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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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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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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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319

작성
15.04.26 22:02
조회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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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21쪽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8)

DUMMY

“저,정확한 규모를 말...씀 드,드리자면, 1개 사단에 예,예비대로 구,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후,훈련했던 기간이 짧고 실전경..험도 제각각이라, 주력군...으로 사,삼기엔 조금 무리가 있..겠지요....... 이 부분을....... 론크리스 폐하...께 자,잘 말씀드려 주시고.......”

토우칸은 잠시 보고서에서 시선을 거두고 탁자 맞은편에 앉아있는 벤을 바라본다. 부인인 카니아로부터 항상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해라’라고 들어왔던 탓도 있었지만, 지휘천막에 들어설 때부터 이 검성의 신경이 다른 곳으로 향해있다는 사실을 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거,검성님. 뭔....가 다른 일...이라도?”


“아? 아.. 아닙니다. 말씀은 잘 알겠어요. 크리스에게 그대로 전해드리죠.”


“예,예....... 그, 그리고 보급문제입니다..만..”


그러나 벤은 결국 토우칸의 말을 제대로 머릿속에 넣을 수가 없었다.

제일 친한 친구라는 새끼가 그가 가진 권력을 남용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새로운 족쇄를 걸어버렸다. 처음엔 장난인줄 알았더니, ‘원흉’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냥 그렇지도 않은 모양.




“언젠가 오빠가 나한테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없냐고 물었었거든. 근데 나는 이 코 때문에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싫어도 느낄 수밖에 없어. 영력을 숨길 줄은 알아도 마음 속 목소리를 숨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여기에 왕녀라는 딱지도 붙었으니, 연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근데 벤만큼은 아무런 냄새를 맡을 수가 없어서 신기하다고 오빠한테 말했더니, 그럼 벤하고 결혼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던데.”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


“뭐어, 생각해보겠다고 했지. 그러니까 오빠가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대신-”


“기사훈련소에 입소해라- 였겠지.”


“응응.”


“.......하아.”


눈앞에 없는 로빈을 향해 힘껏 욕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의 벤이었지만, 리즈의 똘망똘망한 눈동자 앞에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감정이 아닌 ‘필연성’에 의해 자신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는 그녀. 그러나 자신의 입장에서 그것이 터무니없다고 하여 무작정 리즈를 나무랄 수도 없다. 어쩌면, 이 아이는 진짜로 자신을 ‘유일한’ 길로 여기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로빈은 아마 이걸 예상하고, 반백수상태로 왕궁에서 굴러다니는 왕녀를 밖으로 내보냄과 동시에 ‘왕녀의 자원입대’라는 대외적 구실을 잡을 수 있는 방아쇠로 자신을 택한 것이리라.

그러나 질책의 목소리는 오히려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고 만다.


“무, 무슨 소리야, 그게?! 아무리 왕이라지만 본인상의도 없이 멋대로 그런 일을 정해버려도 되는 거야? 애초에 왕족이랑 검성은 엮이면 안 된다며?!”


벤과 똑같은 표정으로 리즈의 자초지종을 듣고 서있던 고도였다. 벤은 어째서 그녀가 자신의 군장을 내팽개쳐놓으면서까지 이 대화에 열중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을 대신하여 핵심을 찌르는 고도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런 고도를 향한 리즈의 어투는 가볍기만 했다.


“아, 고도 안녕. 뭐, 어차피 진짜 검성도 아니고 명예직이잖아? 애초에 근본도 없는 주제에 오빠랑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검성을 하고있는 거면서 이제와 왕족과의 불문율이라니 좀 웃기지.”


“근본도 없는 놈이라 미안하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나 지금 지휘관 만나러 가는 길이거든. 리즈, 너희 천막 어디야?”


“어, 지휘천막 바로 뒤쪽에 있는 장교숙소. 오늘은 여기서 숙영할 거 같으니까, 일 끝나면 언제든지 들러.”




물론 갑작스럽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야기이긴 했지만 검성으로서의 책무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찾아온 토우칸의 지휘소. 그러나 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리즈의 폭탄선언에 영향을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 인사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토우칸의 말을 기억해낼 수가 없었던 그였다.


어째서일까.


친구의 장난일지도 모르는 일에 어째서 이토록 신경을 뺏기는 것일까.

단순히, 어느새 책임감이 부족해져 있었던 탓일까. 한 국가의 운명과, 그로 인한 반도 전체의 역사가 뒤바뀔 수도 있는 결전을 앞두고서, 일국의 검성이라는 직책을 가지고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니.


“.......죄송해요, 토우칸. 조금 있다 다시 찾아와도 될까요?”


“예? 아, 예,예에...... 저, 저야 상관없지만....... 호,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요. 그럼 조금 있다가 올게요.”


이 남자가 자신에게 무례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토우칸도 알고 있다. 그것이 황급히 천막을 빠져나가는 벤을 향해 불쾌감이 아닌 걱정이 먼저 든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는 달리, 벤은 생각보다 일찍 일을 마무리하고 지휘소로 되돌아온다. 밝진 않지만, 고민의 흔적을 지운 얼굴을 하고서.




===============




“결혼이라니.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참나........”


아무도 듣지 않는 공허한 천막을 향해 불평을 늘어놓는 고도. 본의 아니게 검성과 왕녀의 대화에 끼어들어 집합이 늦어진 탓에 배정받은 천막엔 이미 정돈된 침상과 군장들뿐, 어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편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만약 파견된 대학생들이 천막에 남아있었다면, 그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인성이 드럽기로 유명한 선배가 혼잣말로 씨부렁거리는 무서운 광경을 접해야했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 천막으로 들어서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말았을 테니까.


“더럽고 불쾌하군. 앞으로 이런 곳에서만 자야 한다는 건가?”


천막 입구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를 향해 고도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는 여태까지 입에 달고 있던 불평이 무색할 정도의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명을 내지르고 만다.


“뭐야!? 너, 너, 너....... 너 대체.......”

그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눈앞에 나타난 인물은, 결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동시에 고도는 그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어색하면서도 동시에 익숙한 기운을 알아채고, 마침내 출정하기 전에 들었던 사건에 대한 모든 의문을 풀어낼 수 있었다.

“야이 미친 새끼야! 너 보르케에게 빙의한 거였어?!”


“귀 아프다. 소리 좀 지르지 마라. 안 그래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인간의 입을 빌린 악마의 목소리는 갑작스럽게 얼굴로 날아든 책으로 인해 이어지지 못한다. 그는 어렵지 않게 그것을 피해내었고, 뒤이어 날아드는 반합을 비롯한 온갖 물품들도 그의 얼굴에 닿질 않고 있었다.


“미쳤어, 미쳤어! 뜬금없이 탈옥했다니 어쩐지 이상하긴 했는데.......! 아니, 왜 하필 감옥에 갇혀있던 애한테 빙의한 거야아?!”


“...감옥? 아아,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한 곳이긴 했군. 난 또 인간들의 악취미인줄 알았지.”


“그걸 말이라고.......! 아아, 망했어! 본국에선 지금 난리가 났을 거라고! 안 그래도 혈마법이나 악마문제로 교회에 밉보이고 있는데, 이 책임까지 떠맡으면 난 진짜로 좆된다고!”


얼굴을 감싸며 침상에 쓰러지는 고도. 그러나 악마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롭다.


“내가 이 새끼를 선택한 건 내가 알고 있는 인간 마법사 중에서 그나마 마력이 안정적이었기에 고른 것일 뿐이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 내 선택인데 왜 니 새끼가 책임지길 두려워하는 거지?”


“네 존재 자체가 내 책임이니까 그렇지 이 망할 악마새끼야!!”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보르케의 얼굴에 주먹을 내지르는 고도. 그러나 그 일격은 악마에게 손목을 잡히는 것으로 간단히 제압당하고 만다. 인간의 얼굴이지만 인간의 눈동자가 아닌 깊은 어둠을 향해, 고도는 바닷빛 눈동자를 불태우며 입을 연다.

“.......당장 돌아가. 돌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보르케의 혐의를 벗겨줘.”


“마치 이 새끼를 위해 선심을 쓰는 것처럼 말하는데, 니 새끼는 이 새끼한테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말 그대로 니 새끼의 책임이 될까봐 두려운 것이 아닌가?”


“뭐라고 둘러대도 좋으니까 돌아가라고!”


“안 된다. 이미 회색도시 주변엔 사도나 악마들이 내 흔적을 찾고 있을 터. 바로 돌아갈 수는 없지.”


“너어, 내가 한 말 못 들었-”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악마의 눈동자.

고도는 전에 맛보지 못한 그 압박감에 숨을 삼킨다. 그녀는 그 불편한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보지만, 손목을 붙들고 있는 악마의 구속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악마는 한 걸음 더 고도를 향해 다가서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사실 내가 인간에게 의식을 전이한 것이 처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나 본래 주인의 의식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뭐? 그게 무슨-”


“요컨대, 이 새끼가 평소에 니 새끼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이나 생각이 계속해서 흘러들어온다는 뜻이다.”


악마는 뒷걸음치는 고도에게 간격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양팔을 구속당한 채, 악마의 얼굴이 점점 접근하는 것을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곤 조심스레 목소리를 쥐어짜내는 것뿐.


“.......그게 어쨌는데.......”


“당연히 니 새끼는 모르겠지. 그럼 멋대로 몸을 빌린 대가라고 치고, 이 새끼의 바람 한 가지를 들어주도록 할까.”


“.......!”


경악하는 고도의 입을 틀어막은 것은,

악마의 핏기 없는 입술과 검은 혀가 아닌, 인간의 따스한 입술이었다.

그러나 입과 입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불길한 기운은 분명 혈마력의 잔재. 고도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금 거세게 몸을 흔들었지만, 악마는 묘한 교감을 붙들고 있는 구속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전신을 휘감는 압박감. 그러나 동시에 악마의 숨결로부터 파고들어오는 달콤한 마력의 흐름. 고도는 거칠어지는 숨소리 중에 서서히 자신의 이성이 중독되어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다른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천막입구에 드리웠던 누군가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알아채기는 어려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두 입술이 작별을 고하고, 만족스러운 악마의 미소가 그 위로 떠오른다.


“반쪽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악마의 키스’ 아닌가? 이걸로 당분간은-”


마침내 안면에 명중하는 고도의 주먹. 인간의 몸을 빌린 악마는 신음과 함께 뒤로 나자빠졌고, 그런 그를 향해 고도는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고함을 내지른다.


“뭐하는 짓이야, 이 악마새끼야!”


그러나 코를 부여잡고 있는 악마의 얼굴은 일그러져있다기보다는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에 더 가까워보인다.


“으와, 이게 고통이라는 건가? 니 새끼들은 매일매일 이런 걸 겪으며 살아간다는 거야? 실로 축복받은-”


“뭐하는 짓이냐고 묻잖아, 이 새끼야!”


악마의 머리를 보급화 뒤꿈치로 찍어버리는 고도. 악마로서도 그 날선 충격엔 신음을 흘리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마냥 좋은 거 같진 않군. 뭐하는 거냐니? 계약자에게 마력을 주입하고 있잖나.”


“달라고 안했거든?! 그리고 꼭 이렇게 이상한 방법으로 해야 되는 거야?!”


고도는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감싸고 있는 악마를 향해 계속해서 주먹과 발길질을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뭐어 굳이 이럴 필욘 없었지. 다만 몸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내 호기심이었다. 아프다, 그만해라.”


“이이이......!”

결국 제풀에 지쳐 숨을 헐떡이며 침상 위로 쓰러지는 고도. 그녀는 그러고도 한참이나 불타는 눈동자로 악마를 바라본다. 뜨거웠던 입술의 온기가 식어버리고, 그보다 더욱 달아올랐던 머리가 돌아온 이성으로 인해 차가워지고 나서야 그녀는 긴 한숨과 함께 차분한 목소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아. 그런데 마력의 주입이라니? 이제 와서 왜 갑자기?”


폭력이 끝난 것을 확인한 악마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코피로 인해 붉게 번진 얼굴에선 좀처럼 악마의 위엄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인간과 우리 사이의 계약이라는 건 마력의 대여가 아니라 부분양도라는 형태다. 다만 니 새끼의 마력과 항체가 너무도 무색무취여서 내 혈마력을 완전히 받아들이기엔 적절치가 않다고 생각해왔던 것이지.”


“.......그 말은........”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계약자를 향해, 악마는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흔든다.




“그 시체새끼가 널 제대로 가르친 모양이더군.”




=====================




“그럼 그 모든 게 폐하를 위한 조치였다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그저 귀족파인 마누앙 경이 총리로 임명되는 상황에 위기를 느끼고 뒤에서 왕당파의 세력을 보존하기 위한 수작이었을 뿐이잖습니까!”


청문회는 로빈의 예상보다 거친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귀족파가 그라우치 장군의 의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사실은 예상하고 있었으나, 란다를 필두로 한 의원들의 공세는 말주변이 부족한 그라우치로서는 완벽히 받아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건 양당 간의 세력다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오직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행해진 일이며, 이 독단에 대해서는 죄값을 받겠습니다만 반역이라니, 가당치 않습니다.”


“그럼 주동자이자 아드님이신 보르케가 탈옥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것도 폐하의 안위를 위한 장군의 독단적인 판단이었습니까?”


“그, 그건........”


올 것이 왔다. 그러나 란다의 질문에 그라우치는 차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들을 두둔하거나 대신 그의 행동을 변호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로서도 왜 아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결국, 로빈은 지금을 자신이 나설 때라고 판단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두 제가 나눠드린 보고서를 봐주세요. 이번 사건을 제가 독자적으로 조사한 결과물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야노르와 밀라 시즈키치 건의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여 밝혀낸 유력한 용의자는 그라우치 장군이 아닌 외부의 인물입니다. 물론 생도들을 회유하려고 했던 장군의 행동 그 자체를 두둔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그 의도에 반역이라는 이물질이 있지는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피해자 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로빈의 변호. 어찌 보면 그라우치가 짊어질 죄의 무게를 덜어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란다의 붉은 눈동자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다.


“폐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만, 이 보고서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군요? 독자적인 조사라는 걸 어디의 누굴 통해 하신 것인지요? 그 출처가 타당하다면 당연히 재판과정에서 증거물로 채택될 것입니다만.”


“그....... 조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보안사정상 아직 정보원의 출처를 밝힐 수는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뭐, 그런 출처도 불분명한 보고서를 재판부에서 정식증거로 받아들여 줄지 모르겠군요.”


로빈은 그라우치를 재판에 회부하는 것을 기본전제로 깔고 가려는 란다의 의도를 알아 챌 수 있었지만, 지금 그로서는 이 이상 그라우치를 두둔할 수가 없었다. 장군의 말대로, 귀족파에서 자신의 행동을 왕당파 보존을 위한 편향적 태도라 판단한다면, 란다의 화살은 그대로 자신과 왕당파 전체를 향할 것임을 알고 있기에.

물론 로빈은 당장이라도 그라우치의 무죄를 지지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런 틈을 내준다면, 귀족파는 장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번 사건을 자신을 비롯한 왕당파 전체의 의도로 묶어서 판도를 가져갈 것이라는 그라우치 본인의 경고를 잊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준전시상황입니다. 이런 때에 북부최고사령관을 공석으로 둔 채로 무작정 재판에 회부하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일까요?”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오로메. 그러나 란다는 언성을 낮추지 않는다.


“최전방사령관이라는 이유로 모든 의혹에 면제를 받아야합니까? 그 발언은 법보다 칼이 위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로메 경.”


“.......물론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북부의 빈자리가 염려되신다면 적절한 후임자를 찾아 임명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의혹을 받고 있는 라즈팔라무스 가문의 인물은 아니 되겠지만요.”


그 순간 모든 왕당파 의원들의 머릿속엔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시는군.’


윌리안 가슈펠라르의 실각 이후 군권에서 좀처럼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 귀족파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일 터. 애초에 왕에 대한 반역이니 생도의 매수니 하는 문제는 란다에게 있어서는 표면적인 구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의도를 알면서도, 란다의 의견에 반박할 수 있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에 만족한 란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는 순간,



“물론 그 ‘후보자’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을 하셨겠지요, 란다 경?”


모두의 시선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향해 집중된다. 힘이 실린 목소리의 주인공은 모두의 예상을 깨는 얼굴이었다. ‘귀족파’의 대열에 껴서 앉아있는, 아델 가슈펠라르였다.

왕당파만큼이나 귀족파 의원들의 얼굴도 당혹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아닌 귀족파 의원이, 그것도 가주인 란다의 의견에 따지듯이 치고 들어온 소녀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델 의원?”


그러나 란다는 여전히 흔들림 없는 미소로 아델을 바라본다. 그 미소 속에서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의도 또한 스며들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델의 목소리를 죽일 수 없었다.


“전반적인 의혹을 받고 있는 라즈팔라무스 가문에서 후임자를 배출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엔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만, 그 말씀은 시즈키치를 비롯한 다른 왕당파 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기에 하신 말씀이시죠? 그렇다면 당연히 귀족파, 그것도 가슈펠라르 가문에서 생각해두신 후임자가 있으시다는 뜻인데, 그 후임자를 생각하심에 있어서 충분한 고려가 되었는지 묻고 있는 거예요.”


그 누구도 차마 직접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란다의 의도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소녀. 그에 몇몇 귀족파 의원들은 숨을 죽이며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물론입니다. 가문에서 가장 적합, 유망하고 충성스러운 인물로 생각해 두었-”


“제 말은, 그 후보자들의 범위가 가슈펠라르 ‘본가’에 제한되지 않았냐는 뜻입니다, 가주님.”


“.......”


란다는 마침내 아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본가를 비롯한 모든 분가, 거기에 모든 지방귀족까지 후보대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단순히 가슈펠라르 본가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중요 직책의 후보자로 내세우실 수 있는 거죠? 능력과 경험을 배제하고 단순히 곁에 두고 휘두르기 좋은 인물을 추천하시는 건, 명백히 ‘서출차별금지법’에 위배 되는 사항입니다.”


“.......아델 의원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런 법안에 구속되어 인사를 지명하는데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검증된 인물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그런 법안’이라니요, 가주님? 서출차별금지법은 명백하게 폐하와 양당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정식으로 통과된 법안입니다. 방금 법 위에 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으면서, 오히려 그 발언이야말로 법 위에 가주님이 계시다고 말씀하시는 셈 아닌가요?”


“.......”


미소는 잃지 않았으나, 란다의 표정은 누가 봐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뒤틀려있었다. 아델은 그에 멈추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로빈이 앉아있는 상석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 정장치마, 정갈하게 말아 올린 금발머리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만으로도 아델의 걸음은 의원들이 방금 폭풍이 몰아쳤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이것은 제가 독자적으로 군부고위층과 장군들을 비롯한 기사단 일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간추려낸 후보명단입니다. 폐하와 의원님들께서는 부디 이 명단과 그들에 대한 평가, 그리고 정당한 실적을 바탕으로 그라우치 장군의 후임을 선출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먼저 종이를 건네받은 로빈은 놀란 눈으로 아델을 바라본다. 그녀의 차별금지법안을 상정하는 과정을 직접 나서서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녀가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조사를 하고 있는 줄은 그도 몰랐던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녀 덕분에 한숨 돌린 셈이 되었다. 만약 명단에 마땅한 인물이 있다면, 그라우치 장군이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북부와 귀족파의 군부장악에 대한 걱정은 덜 수 있을 터.



천천히 아델의 명단을 훑어보던 로빈이, 마침내 익숙한 이름을 하나 찾아낸다.

그는 잠시 그 이름의 의미와 그 적합성을 고민해 본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입가에 떠오른 것은, 만족스러운 얇은 미소였다.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의견과 감상은 저같은 부족한 글쟁이에겐 언제나 힘이 됩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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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5

  • 작성자
    Lv.50 Fragarac..
    작성일
    15.04.26 22:23
    No. 1

    드럽기로->일부러 의도하신 건가요?

    고도, 벤의 신부후보에서 탈락인가. 근데 서출차별금지법의 범위가 너무 넓은거 아닌가요? 후보를 단순히 본가 위주로 둔다고 해서 서출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Fragarac..
    작성일
    15.04.26 22:26
    No. 2

    벤은 고도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모르고 있나요? 지금까지 알면서 일부러 이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4.26 22:36
    No. 3

    헠헠 Fragarach님 빠른감상 감사드립니다!
    법안의 범위가 넓은 것도 맞지만, 사실은 '가슈펠라르'본가에 대한 아델의 사심이 섞였다고 보시면 될 것같습니다 ㅠ
    그리고 벤의 마음은.... 아무도 모릅니다 헤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evolutio..
    작성일
    15.04.27 00:26
    No. 4

    벤이 고도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를리가..... 벤의 마음은 아무도 모르지만 고도의 마음은 벤이 아는 거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4.27 01:46
    No. 5

    에볼루션님 항상 감사합니다!
    과연 어떨지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연봉동결
    작성일
    15.04.27 01:03
    No. 6

    전 벤이랑 고도가 제일 좋은데! 쩝... 안이어지면 슬플듯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4.27 01:47
    No. 7

    동결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현각
    작성일
    15.04.27 08:59
    No. 8

    정말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으로 보았을 때 더 큰 즐거움이 있을꺼 같습니다. 매회보고 있지만 한권분량으로 쭈욱 읽었을 때, 내용의 전개속도가 더 이해가 됩니다. 아마 곧 독자들이 정주행하여 막 따라오지 않을까 쉽네요. 작가님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4.27 16:11
    No. 9

    현각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ㅠ
    앞으로 더욱 관심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주정
    작성일
    15.04.27 10:13
    No. 10

    역시나 이 글의 진입장벽은 제목이 되겠지요.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4.27 16:13
    No. 11

    주정님 오늘도 감사드려요 :)
    그래도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에크나트
    작성일
    16.02.17 18:52
    No. 12

    잦은 장면전환으로 이건 또 무슨상황이였더라? 재는 누구였지?를 한화에 최소한번은 고민해야하는것같은데..몰입감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이렇게까지 계속봐야하나 고민이 들정도입니다. 필력을 떠나서 글구조때문에 읽기가 힘드다면 얼마나 억울한일이겠습니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2.17 19:41
    No. 13

    에크나트님 계속해서 감사드립니다!
    호흡에 관한 건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K.S
    작성일
    16.03.06 00:33
    No. 14

    벤의 표정이 풀렸던 이유가.. 저 장면을 보고 "어? 나 아니구나. 다행이네 ㅎㅎ"
    이런..?
    고물상에서 왕좌에 오른 친구를 위해 구르는 걸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또 나름대로 고통받고.. 얘는 복에 겨운 놈이 되더니 이제는 쳐맞을 짓을 하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3.06 19:17
    No. 15

    K.S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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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0) +4 15.12.17 929 16 22쪽
192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9) +4 15.12.12 883 20 16쪽
191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8) +6 15.12.07 889 24 17쪽
190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7) +4 15.12.02 872 24 18쪽
189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6) +6 15.11.26 997 20 16쪽
188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5) +6 15.11.21 877 23 18쪽
187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4) +10 15.11.16 922 25 17쪽
186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3) +10 15.11.11 864 22 20쪽
185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2) +6 15.11.07 875 20 19쪽
184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 +8 15.11.01 1,085 27 18쪽
183 (막간) 나의 태양에게 +8 15.10.27 893 29 11쪽
182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8) +12 15.10.22 929 28 23쪽
181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7) +8 15.10.17 1,049 27 19쪽
180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6) +8 15.10.12 956 28 22쪽
179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5) +12 15.10.07 866 25 21쪽
178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4) +6 15.10.02 929 27 24쪽
177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3) +8 15.09.27 862 23 21쪽
176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2) +6 15.09.22 848 23 20쪽
175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1) +4 15.09.17 1,007 25 20쪽
174 (막간) 결국 안식 따윈 허락되지 않았다 +8 15.09.12 924 26 21쪽
173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10) +6 15.09.07 823 24 24쪽
172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9) +6 15.09.02 924 24 19쪽
171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8) +8 15.08.28 1,010 24 17쪽
170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7) +8 15.08.24 1,155 2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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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3) +6 15.08.02 989 23 17쪽
165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2) +6 15.07.28 974 30 28쪽
164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1) +12 15.07.23 945 26 16쪽
163 (막간) 겨울에게 작별하는 방법 +10 15.07.17 1,160 28 19쪽
162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1) +4 15.07.12 1,076 27 18쪽
161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0) +10 15.07.07 1,026 26 22쪽
160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9) +7 15.07.02 1,006 22 20쪽
159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8) +8 15.06.27 987 30 21쪽
158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7) +10 15.06.22 836 28 24쪽
157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6) +8 15.06.17 1,061 28 20쪽
156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5) +10 15.06.12 1,221 27 16쪽
155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4) +6 15.06.07 879 35 24쪽
154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3) +6 15.06.01 927 35 20쪽
153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2) +8 15.05.27 911 35 23쪽
152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 +8 15.05.22 839 31 20쪽
151 (막간) 와인보다 진한 것 +8 15.05.17 1,112 31 13쪽
15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1) +6 15.05.11 1,001 34 19쪽
149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0) +8 15.05.06 801 34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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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8) +15 15.04.26 1,156 28 21쪽
146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7) +12 15.04.21 987 3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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