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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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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319

작성
15.08.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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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20쪽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6)

DUMMY

“.......북군이?”


“예. 준연대급의 병력이 갑작스럽게 국경을 침범, 차례차례 아군초소를 공략하며 남쪽으로 향했다합니다. 줄을 타듯 국경을 끼고 움직인 터라 수비군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모양입니다.”


“북군이 확실한가?”


“처음으로 침입을 보고한 곳이 바스엘라드 산맥의 북쪽으로 꽤나 깊이 올라가있는 국경지역입니다. 다른 군대가 그 정도 규모로 잠입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흠.”


경직된 부관의 태도 앞에서 남자는 서명을 휘갈기던 펜을 내려놓고 대신 짧고 굵직한 수염이 뒤덮고 있는 턱을 괸다. 희미한 은빛의 눈동자를 머금고 있는 날선 눈가, 매끈하고 선이 뚜렷한 콧날이나 턱선에서부터 같은 길이로 이어져 올라오는 검은 머리칼에서 읽을 수 있는 그의 나이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그러나 실제 그가 품고 있는 시간이 120년이라는 것과, 그중 100년을 전장에서 살다시피 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부관은 근 3년을 그를 모셔왔음에도 언제나 그의 은빛시선 앞에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아실레마제국 제3군단장이자 서부원정군 사령관.

‘붉은 장미’ 델핀 드리브달의 전사로 공석이 된 좌검성직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현역장군.

‘은빛의 사선’ 카이우스 드레브냑.


이것이 그가 짊어지고 있는 이름이었다.


“현재 소재는?”


“306초소의 보고를 마지막으로 불분명합니다. 최종목적지는 허술해진 남브린타이나의 동쪽국경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이미 2군단구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2군단장에게 전문을 보내시겠습니까? 이대로 그쪽 초소도 공격받는다면 장군님께 책임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기계와도 같은 어투였다. 부관의 이런 보고방식은 그가 카이우스의 부관을 맡게 되며 처음으로 주입당한 습관이었다. 필요한 정보와, 극도로 객관화된 정보의 전달. 이것이 ‘군인으로서의’ 카이우스가 허락한 유일한 목소리였기에.


“아니, 그런 걸로 날 견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녀석은 이제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드리브달가 모녀의 횡포덕분에 개판이 된 2군단을 재정비하는 데에만 모든 신경을 쏟아야하니까. 그렇다고 베르달을 견제하기도 벅찬 그쪽에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도 없고 이거, 꽤나 애매하게 됐군.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이 틈을 노린 건가?”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빛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천천히 집무실의 벽 한쪽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지도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카이우스. 거대한 몸집은 아니었으나, 야전이 아님에도 언제나 착용하고 있는 전투복으로도 그의 단단한 체격만큼은 감출 수가 없었다.


“.......외람되나 의견을 내어도 괜찮겠습니까?”


카이우스의 침묵이 길어지자 결국 부관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말해라.”


“정보에 의하면 브린타이나 내전은 북군의 우세로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헌데 굳이 이런 상황에서 5천도 되지 않는 군대의 우회로를 개척하는 것이 협정을 위반할 정도의 전략적가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 군대의 움직임에 블라르 트리스탄테의 의지는 담겨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볼 문제가 있지. 뭔지 알겠나?”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단호한 태도였다. 카이우스의 앞에서 망설이는 행위 자체가 이 장군에게 일종의 모욕이라는 사실을, 부관은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오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인 소수의 부대. ‘그’라는 존재가 브린타이나 왕국에서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그 부대의 지휘관이 ‘알면서도’ 독단적으로 행동했다고 보기엔 힘들다. 즉 ‘모르고’ 국경을 침범하여 남쪽을 향한 새로운 경로를 개척했다고 봐야겠지. 문제는, 어떻게 3천이나 되는 군의 지휘관이 ‘모르고’있냐는 것이다.”

카이우스의 싸늘한 시선이 서서히 지도의 서쪽으로 기울어진다.

브린타이나 왕국의 수도 디나스아리얼. 왕국을 가로지르는 허리 바스엘라드 산맥. 그리고 남브린타이나의 중심거점 팔루뎀.

그곳들은 모두, 브린타이나 내전의 중심이 깃들어 있는 장소들.

“그에 대한 답은 하나. ‘오열’은 자신이 나와 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부하들은 물론이고, 어쩌면 그가 내세우고 있는 허수아비 왕에게까지도.”


“.......! 하지만 그것은-”


“그렇다면 협정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나? 그런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 또한 본국에 보고 따윈 올리지 않았으니까. 보고를 올려봤자 황제께선 계속해서 침묵하고 계실 것이고, 결국 남은 결정권자는 우검성인 ‘그’뿐인데, 내가 ‘그’의 명령을 받들 것 같나? 결국, 독단적인 것은 나나 오열이나 똑같다는 거지.”

웬만해서는 말에 적의를 잘 담지 않는 카이우스지만, 본국을 향해서는 언제나 혀에 날을 세우는 그였다. 그러나 부관은 그의 충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 방향이 어디까지나 황제만을 향해 있음을, 그를 모시고 있는 부하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내전기간 중에는 어떠한 쌍방 간의 군사활동도 없어야한다는 게 협정의 기본적인 조건이었지. 그게 깨져버렸으니 그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을 거다. 여기서 어떤 해명을 해봤자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전문조차 없는 것일 테고. 우린 그저 기다렸다가 그의 반응을 살펴보고 협정의 진위를 판단하면 된다.”


“협정의 진위라 하시면.......?”


지금부터 자신이 장군의 시선을 받으리란 것을 부관은 알고 있었다. 100년을 전장에 몸담아온 군인의 사고. 그리고 그 전장을 넘어 거대한 흐름을 읽을 줄 아는 통찰력.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귀중한 경험이기에 부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카이우스의 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오열이 사과의 전문과 함께 내전을 속행한다면 협정은 참이라 봐도 된다. 가장 치명적인 틈을 내어주고서도 나를 신뢰하겠다는 뜻이니, 그에 납득하지 않고 내가 멋대로 움직일 수는 없겠지. 어디까지나 기다릴수록 이득을 보는 것은 나와 제국이니까.

하지만 그가 군을 무르고 바스엘라드 이북으로 회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블라르 트리스탄테는 신중한 사람이야. 하지만 어떨 때는 그게 너무 과해. 이번 국경침범으로 인해 내가 자신을 의심할 것이라 판단하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군을 무르고 사태를 지켜본다는 선택을 한다면, 처음부터 그가 제시했던 협정은 다른 뜻을 품고 있었다는 게 된다.”


“그게 무엇입니까?”


“내가 너에게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안톤.”


갑작스럽게 이름을 불린 안톤 드레브냑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증조부이자 상관인 카이우스의 얼굴을 바라본다. 장군의 창백한 그 입술은, 무엇이 그리도 흥미로운지 좀처럼 보기 힘든 미소를 품고 있었다.





“이 내전이, 두 개의 옥좌를 위한 계승전쟁이 될 것이란 뜻이지.”





==============





“다들 물러가라.”

회의실로 들어서는 디미르의 얼굴을 보자마자 크리스가 주변을 감싸고 있던 지휘관들에게 내린 짤막한 명령이었다. 덕분에 그때까지 북쪽으로 진군할 것을 열정적으로 간언하고 있던 장군들은 맥이 풀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야 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단순히 지휘관들의 불평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크리스는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기에 더욱 디미르의 등장이 중요했다.

“빨리 갔다 왔네.”


장군들이 모두 나가기도 전에 상황판 위로 발을 올려놓는 디미르를 향해 크리스는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디미르는 그것이 자신의 무례나 그녀의 예상보다 이른 등장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시끄러웠던 아저씨들의 품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을 테지.


“그럼 뭐, 내가 거기서 먹고 자고 놀다 오기라도 할 줄 알았어?”


“그랬으면 저 장군나부랭이들 성화에 너보다 내가 먼저 질렸을 거야.”

미소답지 않은 미소. 그에 디미르는 같은 온도를 지닌 미소를 내보인다. 크리스는 회의실 구석에 위치한 책장형식의 와인수납장으로 다가가 붉은 향이 가득한 병 하나를 집어 탁자로 돌아왔고, 디미르는 말없이 잔을 내밀어 달콤함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어땠어?”

윤활유도 발라주었겠다, 본격적으로 디미르를 경청하기 위해 몸을 숙이는 크리스. 하지만 디미르는 얇게 웃으며 와인을 머금을 뿐, 그녀의 안경너머 푸른 눈동자를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기서 그가 침묵할 이유를 생각하지 못했기에 크리스는 그 짧은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그의 잔을 뺏어버린다.

“답지 않게 뭔 뜸을 들이고 있어? 뭐라도 얘길-”



“우린 애초에 그의 의도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한숨처럼 내뱉은 디미르의 목소리. 가라앉은 무게만큼이나 그것이 품고 있는 내용 또한 서늘하게 크리스의 뇌리에 자리 잡는다.


“.......의도라니? 뭘 잘못 생각했다는 거야?”


“그 날, 우리가 디나스아리얼에서 도망쳤던 날. 기억해?”


“당연하지.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어? 내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굴욕을 맛본 날인데. 갑자기 그건 왜?”


크리스의 얼굴 위로 노골적인 반감이 떠오른다. 그녀가 지닌 자존심의 두께와 깊이를 잘 알고 있는 디미르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그녀에겐 고역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때는 경황도 없고 급하게 도망만 치느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상하지 않아?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영감탱이인데, 거기에 대부분의 엑스클라마트 단원들도 포섭한 상태였다고. 왕궁은 물론이고 도시 전체를 장악한 상태에서 너무도 쉽게 우리를 놓쳐버렸지. 그것도 본인이 직접 나섰는데도 말이야. 마치, 자신이 직접 나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 것처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식어가는 왕의 눈동자 앞에서도 디미르는 미소를 잃지 않고 빼앗긴 잔을 되찾아 입술을 적신다.


“그러니까, 그 영감탱이는 너를 죽여서 왕권을 휘어잡고 싶었던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전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라고.”


“......뭐?”

격하게 뒤틀리는 크리스의 눈썹. 그녀는 잔을 떨어트리듯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뭔 개소리야? 일부러 내전을 유도했다고? 그딴 미친놈이 어딨어?”


“야야, 진정해. 내 생각일 뿐이니까. 근데 생각해봐. 지금 상황에 갑자기 후퇴한 이유를 아무도 모르잖아? 유일한 변수라고는 벤이 소수인원으로 북브린타이나와 아실레마의 국경을 건드린 정도인데.”


“그러니까 왜 거기서 블라르가 내전을 유도한 거라는 결론이 나오냐고!”


흥분해서 달려드는 크리스의 목소리에 점차 자신도 모르는 영력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에 디미르는 내려앉는 손짓으로 그녀의 화를 진정시키려 했고, 그녀가 씩씩거리며 자리에 다시 앉고 나서야 입을 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연결점을 모르겠단 말이지. 그러니까 심증일 뿐이야. 그냥 이런 의견도 있다- 그렇게만 알아둬.”


“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온 네 입에서 그딴 소리가 튀어나왔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어슬렁 넘길 수 있겠냐!”

여기서 열을 더 뿜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크리스는 긴 심호흡 한번으로 사고의 방향을 원상복구 했고,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너, ‘오열’에게서 뭘 보고 온 거야?”


“망설임. 그리고 조급함.”


“애매하네.”


“애매하지. 그런데 난 평생을 영감탱이에게서 ‘애매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거든. 지금 그를 괴롭히고 있는 게 무엇이든, 심지어 내 앞에서도 그것들을 제대로 감추지 못했어.”


“그건 연기일까? 아니면 진짜로 ‘너의 앞’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글쎄. 나야 모르지”


“.......”

언제나 그렇듯 느긋하고 여유가 넘치는 미소. 하지만 크리스는 그런 디미르의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는다. 그가 판단한 아버지의 상태를 망설임과 조급함이라고 한다면, 크리스가 판단하는 지금 디미르의 상태는 ‘극도의 혼란’ 그 자체였기에.

“그렇다면 오열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지휘관으로서의 디미르 트리스탄테에게 물을게. 나는 이제 어떡해야 할까?”


되돌아온 질문의 의도를 알고 있다. 디미르의 짙어지는 미소는, 자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이미 그녀에게 내어줄 수 있는 답은 정해져있었기 때문이다.




“치고 올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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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린타이나 남동부의 중요거점인 오스타이나성. 2개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요충지인 그곳의 영주이자 방위군사령관인 할라시드 로쿠베의 표정은 살을 에는 추위와는 별개로 험악하게 일그러진 상태였다. 야전으로 나갈 때 언제나 그러하듯 아무렇게나 기른 푸르스름한 머리를 뒤로 묶어 올린 상태였기에, 그의 심기 불편한 얼굴은 더욱 확연하게 태양 아래로 떠오를 수 있었다.

짜증이 가득한 시선과 끊임없이 욕설을 머금고 있는 그의 입술의 이유는 간단했다. 베르달의 사령관, 크라트 니바르토가 보낸 한 통의 전문. 그 전문의 내용을, 로쿠베는 이렇게 요약해낼 수 있었다.


‘보급품을 나눠줄테니, 집나간 마누라 좀 찾아 달라.’


로쿠베로서는 선택권이 없었다. 본국에서 분기별로 조달되는 보급품을 적군의 특작부대가 모조리 불살라버린 탓에 당장 남은 겨울을 보낼 식량조차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던가.

대대로 오스타이나의 영주와는 앙숙과 마찬가지였던 ‘베르달의 늑대’가 아닌가.


단순히 카나반과 표면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론크리스 국왕에게 반기를 들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던 로쿠베로서는, 이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씨발.......씨바알.......누굴 지 심부름꾼으로 알고 있나....... 개좆같은 늑대새끼....... 지 멋대로 뛰쳐나간 미친년을 내가 무슨 수로 찾으라는 거야.......”


보급품을 빼앗겼다면 다시 되찾거나 마찬가지로 북부군을 약탈하면 그만 아니냐며 뛰쳐나간 ‘광기의 꽃잎.’ 그리고 그녀는 오스타이나의 병사까지 빌려가면서 특작부대의 지휘관을 추격하러 나가고선 소식이 끊겼다. 돌아온 것은 적의 보급품은커녕 지칠 대로 지쳐버린 병사들의 빈손뿐. 그들 말로는, 엘라론이 일주일이 넘도록 쉬지 않고 행군을 독촉한 덕분에 모조리 낙오되어 버렸단다. 마음 같아서는 죄송하다며 울먹이는 그들의 뺨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미 보급품을 받아버렸으니 어찌하겠는가, 그들의 증언을 통해 그녀의 경로를 따라 올라가는 것밖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야, 씨발 어디까지 올라가야 돼? 이러다 바스엘라드 산맥까지 넘겠다, 어?”


“.......그러니까 그냥 부하들한테 시키고 남아계시라고 했잖습니까.”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그 늑대새끼가 또 존나게 씨부릴 거 아니야. 생각해보니 지원군이랍시고 보낸 새끼들, 실은 내 감시역인 거 같아. 그래도 굶는 새끼가 서러운 거지 뭐 어쩔 수 있냐. 아, 근데 늦겨울주제 더럽게 춥네. 여기 7사단구역이지? 근처에 국경초소가 있을 텐데, 몸이라도 녹이고 가자.”


“거지꼴을 하고 다니는 영주라니, 오인사격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거 같습니다만.”


“시끄러, 계급이 깡패야. 아, 저기 있네.”


마른 나뭇가지들 사이로 초라한 국경초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부관과 증언용 피해자(?) 몇 명만을 대동한 수색이었기에 부관의 말대로 그들의 행색은 국경을 배회하는 난민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나마 말에 올라타고 있다는 점이 아군의 오인사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보험인 셈이었다.



“멈춰라! 소속을 밝혀라!”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영력이 실린 목소리. 로쿠베가 살짝 당황한 것은, 그 목소리가 초소가 아닌 왼편에서 들려온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그의 당혹감은 배가 되어 얼굴에 드러난다.


“라지?”


“.......엥? 로쿠베님?”

라지라 불린 기사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 로쿠베에게 다가서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에서 내려 예를 취한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를 따르면 수백의 병사들도 덩달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니, 영주님이 여기서 뭐하십니까? 오스타이나는 여기서 이틀거리인데요? 산책 나왔다가 길을 잃으신 거 치고는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약주라도 하셨어요?”


“너야말로 엔칼로우스 연대로 전출되지 않았었나? 국경엔 무슨 일이야?”


“출동명령 떨어져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오전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암호화된 전문하나가 사단본부로 들어왔어요. 이쪽으로 복귀할 테니까, 혹시 모를 추격대와의 교전을 지원해달라고요.”


“뭐? 뭔 개소리야? 이 너머는 제국이라고. 복귀할 병력이 어딨어?”


“그러니까 확인하려고 온 거 아닙니까. 그냥 미친 소리로 치부하기엔 암호형식이나 암구호가 일치했거든요.”


“야, 아무리 그래도 제국을 통해서 복귀하는 미친놈이 있겠-”


로쿠베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것은 라지와 그가 데리고 온 모든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땅에서부터 울려오는 미세한 진동. 나뭇잎이 말라버린 겨울의 숲으로는 감출 수 없는 움직임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 전투대형으로! 지원화기분대는 초소 안에서 자리를 잡아라! 내가 명령하기 전에는 절대로 발포하지 마!”


로쿠베 또한 말에서 내려 검을 뽑아든다. 비록 오스타이나만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그였지만, 차마 옛 부하의 비장한 얼굴을 남겨두고 물러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진동이 거세질수록 병사와 마법사들은 조용히 숨을 삼키고, 로쿠베와 라지의 얼굴의 긴장이 색을 더해간다. 그리고 머지않아 거대한 움직임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누구의 예상과도 엇나간 광경이었다.


“......야, 라지. 내 눈이 침침한 거 같아서 그런데, 저거 북군의 제복 아니냐?”


“오늘만큼은 안경 좀 쓰고 다니라고 잔소리할 수가 없겠군요. 북군제복 맞습니다.”


남브린타이나 군과 마찬가지로 하얀색에 바탕을 두고 있는 제복. 하지만 목깃과 가슴팍의 문양이 붉은색인 남군과는 달리, 멀리서 몰려오고 있는 자들의 군복엔 푸른색이 새겨져 있었다.


“대위님! 어떡합니까?! 사정권에 들어왔습니다!”


전투마법사 소대장의 다급한 외침이었다. 그에 라지는 필사적으로 다가오는 군대의 동태를 살핀다. 저 돌진에 가까운 움직임이 공격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는 것인지는 현재로선 판단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선 지금이 유일한 기회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단순히 책임을 떠넘길 구실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생명, 그리고 부하들의 생명, 거기에 산책을 나와 길을 잃은 옛 상관의 생명까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전원 공겨..-!”


“잠까안!”

바로 곁에 있던 라지는 물론이고, 다가서는 군세에까지 다다를 정도로 커다란 로쿠베의 고함. 라지는 놀랐다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시선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로쿠베를 올려다본다.

그의 의문에 가득 찬 눈동자를 향해, 로쿠베가 신음처럼 내뱉은 말은 참으로 간단했다.

“.......저거 아군이다.”


“예? 어떻게 아십니까?”


“선두에 아는 얼굴이 있어. 야, 부관!”


“옛!”


라지와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부관이 곁으로 다가선다. 로쿠베는 잠시 이마를 쓸어 넘기며 탄식과 욕을 내뱉더니, 이내 부관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베르달에 전문을 보내라.”


“뭐라고.......말입니까?”


“뭐긴 뭐야, 씨발!”


거친 욕설을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로쿠베. 라지는 그런 그의 무모함을 말리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로쿠베의 목소리가 한층 빠르게 숲을 뒤흔들고 있었다.




“집나간 니 마누라 찾았다고 그래!”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라고

기계적으로 작가의 말에 써놓은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여는막을 올린 날짜가 8월 20일이니, 정말로 딱 1년을 맞이하고 있군요.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 이곳 문피아에(그때는 고무림이었지요) 올렸을 때였지요. 그렇게보면 처음에 구상을 완료하고 쓰기 시작한 것은 168시간이었으니, 변수의 굴레를 168시간의 사이드스토리라고 소개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어차피 둘 모두 보시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되므로 의미가 없....


아무튼 그땐 수능이라는 벽에 막혀서 도망치듯 글쟁이에서 벗어났죠. 그리고 행복했던 학업이라는 시간에 말로를 고하며 반백수에 접어든 저에게 새로운 놀거리로서 다시 문피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읽는 즐거움보다는, 쓰는 즐거움 쪽으로요.

공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자체가 저에게 있어선 철저한 자기만족이었습니다. 솔직히 1년이나 이어질 줄은, 1년 전의 저는 절대로 예상하지 못했지요.

아마 이번에도 중간에 이런저런 핑계로 그만두겠지.

취업준비하고 취업에 길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그만두겠지.

진짜로 순도100%의 자기만족뿐인 글이었다면 아마 그렇게 됐을 겁니다. 어느 오락거리라도 권태가 찾아오는 법이잖아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책임감이요.


개개인의 즐거움에 독자님 이라는 책임감이 버무려지자, 의지에 훌륭한 조미료가 되어 주더군요. 아, 물론 그렇다고 제가 책임감만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애초에 이 행위 자체에 재미가 없었으면 진작에 때려쳤을 거에요. 유료연재 하시는 분들처럼 실력이 있으면 모를까, 저에게 있어서 이 취미생활은 주변인들의 조언처럼 돈이 되는 일도, 처음부터 그것에 목적을 두었던 일도 아니니까요 :)

저에게 있어 생각지도 못한 독자분들의 관심과 격려, 그리고 재미있다는 평가와 날카로운 비평들은 그 무엇보다도 값진 보상이 되어 저의 즐거움을 부풀려 주었습니다. 심지어 무료작임에도 따로 후원까지 해주신 분도 계셨어요. 언급은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의해 닉네임을 밝혀드릴 순 없지만, 부족한 글에 가치를 발견해주신 것 자체가 저에게 거대한 후원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뭐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항상 작가의말에 새겨넣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순수한 즐거움으로 1년을 채워주신 감사의 마음을 저로서는 매크로처럼 반복해서 드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1년 전부터, 그리고 1초 전부터라도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만 내년에는 비슷한 시기에 이런 감사를 드릴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아마 그전에 끝날 거 같거든요......


아마도......




언제나 그렇듯,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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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니푸르
    작성일
    15.08.18 23:40
    No. 1

    작가의 말 감동입니다 ㅠㅠ 감사한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이드,헌터,스포츠 그외 복합적인 현대판타지물들에 지쳐 트렌드가 아닌 작품들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게 이 작품인데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무 행복하게 읽고 있습니다^^ 트랜드 장르가 아닌 무료작을 완결까지 연재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이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지만 작가님이 달리시는한 저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조만간 168시간도 달리겠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8.19 15:46
    No. 2

    라루사님 언제나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즐거움을 놓지 않는 한 끝까지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떡볶이사리
    작성일
    15.08.18 23:55
    No. 3

    항상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168시간도 찾아보겠습니다. 문피아에서 항상 새글이 뜨는지 탐색하는 글입니다. 건필하소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8.19 15:47
    No. 4

    떡볶이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ㅠ
    끝까지 달려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네모구름
    작성일
    15.08.19 00:36
    No. 5

    변수의 굴레 만큼 명작도 없다고 생각해요. 작중에 여러 인물의 심리도 함께 묘사되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러 인물과 3국을 넘어 각기 다른 대국의 모습까지. 방대한 세계관속에서 충돌없이 써나가는 모습이 좋습니다. 특히 유행따라가는 현대판타지물이나 무협소설과 그 맥을 달리 하는 모습도 제가 이 글에 반한 이유이지요.
    아직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다고 생각되는데 완결까지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변수의 굴레', '람의 계승자'와 '해적을 사냥하는 사람들', '모험가 배인'이 문피아 내에서 넓은 세계관과 다양한 인물을 그리면서 충돌없이 나아가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8.19 15:48
    No. 6

    네모구름님 명작이라니 과찬이십니다 ㅠ 좋게 봐주셨다니 글쟁이로서 기쁩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5.08.19 08:35
    No. 7

    요즘 너무 회귀물과 게임물이 많아서 이런 글들이 소중하다라고 다시한번 느낍니다.
    트랜드를 따라가는 글들은 끝까지 따라가기 힘드네요.
    언제나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중간중간 유머코드도 좋아요.
    건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8.19 15:49
    No. 8

    불의검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
    소중하게 읽어주신만큼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서 보답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주정
    작성일
    15.08.19 17:57
    No. 9

    잘 보고 갑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8.19 18:56
    No. 10

    주정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독서중독i
    작성일
    15.08.19 22:00
    No. 11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8.20 00:05
    No. 12

    독서중독님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연봉동결
    작성일
    15.08.21 18:06
    No. 13

    으흐 요즘 인터넷을 잘 못들어와서... 덧글다는것도 느리고 그러네요 ㅋㅋ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8.22 01:09
    No. 14

    동결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에크나트
    작성일
    16.02.19 01:40
    No. 15

    흐음..천생 작가에 기질이 있으신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2.19 16:17
    No. 16

    에크나트님 계속해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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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의 굴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3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0) +4 15.12.17 924 16 22쪽
192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9) +4 15.12.12 874 20 16쪽
191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8) +6 15.12.07 884 24 17쪽
190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7) +4 15.12.02 868 24 18쪽
189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6) +6 15.11.26 992 20 16쪽
188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5) +6 15.11.21 866 23 18쪽
187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4) +10 15.11.16 914 25 17쪽
186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3) +10 15.11.11 857 22 20쪽
185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2) +6 15.11.07 867 20 19쪽
184 (18막) 우리가 다시 목소리를 품기 위해서 (1) +8 15.11.01 1,081 27 18쪽
183 (막간) 나의 태양에게 +8 15.10.27 886 29 11쪽
182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8) +12 15.10.22 923 28 23쪽
181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7) +8 15.10.17 1,044 27 19쪽
180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6) +8 15.10.12 951 28 22쪽
179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5) +12 15.10.07 857 25 21쪽
178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4) +6 15.10.02 923 27 24쪽
177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3) +8 15.09.27 855 23 21쪽
176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2) +6 15.09.22 842 23 20쪽
175 (17막) 새로운 흐름은 절대로 '그냥' 오지 않는다 (1) +4 15.09.17 999 25 20쪽
174 (막간) 결국 안식 따윈 허락되지 않았다 +8 15.09.12 919 26 21쪽
173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10) +6 15.09.07 818 24 24쪽
172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9) +6 15.09.02 918 24 19쪽
171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8) +8 15.08.28 1,004 24 17쪽
170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7) +8 15.08.24 1,149 27 22쪽
»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6) +16 15.08.18 1,023 33 20쪽
168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5) +8 15.08.13 877 24 21쪽
167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4) +10 15.08.07 991 27 26쪽
166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3) +6 15.08.02 984 23 17쪽
165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2) +6 15.07.28 966 30 28쪽
164 (16막) 회색빛의 철, 그 끝에 맺힌 눈송이를 (1) +12 15.07.23 937 26 16쪽
163 (막간) 겨울에게 작별하는 방법 +10 15.07.17 1,155 28 19쪽
162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1) +4 15.07.12 1,068 27 18쪽
161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0) +10 15.07.07 1,018 26 22쪽
160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9) +7 15.07.02 997 22 20쪽
159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8) +8 15.06.27 982 30 21쪽
158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7) +10 15.06.22 832 28 24쪽
157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6) +8 15.06.17 1,055 28 20쪽
156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5) +10 15.06.12 1,216 27 16쪽
155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4) +6 15.06.07 874 35 24쪽
154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3) +6 15.06.01 922 35 20쪽
153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2) +8 15.05.27 906 35 23쪽
152 (15막) 마침내 마주치는 눈동자 속에서 (1) +8 15.05.22 832 31 20쪽
151 (막간) 와인보다 진한 것 +8 15.05.17 1,106 31 13쪽
15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1) +6 15.05.11 995 34 19쪽
149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0) +8 15.05.06 793 34 21쪽
148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9) +11 15.05.01 1,004 33 17쪽
147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8) +15 15.04.26 1,148 28 21쪽
146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7) +12 15.04.21 980 33 21쪽
145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6) +8 15.04.16 1,061 31 17쪽
144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5) +8 15.04.11 1,132 34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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