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그것은 함정이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이오~!! ”
초이의 날선 반응을 전혀 예상
못한 난 순간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 그... 그 무슨 말이냐?
사주라니. 나는 그저 그 자가
너에게 전해 달라 하여 준
것일 뿐이야. "
“ 오라버니의 용모파기를 말씀
하실 때만 해도 생각지
못하였는데 어찌 생면부지인
자의 말을 단박에 알아
들었단 말입니까~!! "
아무래도 초이가 오해를 한
듯하다. 그 자가 내게
직접적인 초이의 이름을 대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 채고
내가 바로 초이를 찾은 것에
의심을 품은 듯 했다. 이에
제천이 대신 나섰다.
“ 잠시 진정하시게.
장의께서는 물론 우리는 그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이
없어. 우리가자네로 알아
듣게 된 것은 그 자가
장의께 말한 말을 풀이
하다 보니 자네 이름이다
싶어 넘겨짚은 것이고 용모를
먼저 설명한 것이 아는
자가 맞는 것인지
아니라면 함정일 수도
있기에 그런 것이야. "
“ 거기다 연향이야 우리가
믿고 맡길만한 인물인 것은
아나 초이가 연향 자네에게
모든 것을 얘기했을 지는
우리로선 알 길이 없어 용모
파기만을 먼저 설명을
한 것이고. "
그렇게 석환의 설명까지 구구
절절 들어가자 연향이 손에
힘이 들어간 초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자리에 앉혔다.
“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제가 이 아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상태라면 이
서신에 대한 것을 알아서는
안될 것이지요. "
“ 이해해주니 고맙네.
자네를 배제한다는 건 생각
할 수도 없지만 초이 너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한 것이야. "
“ 송...송구합니다. ”
자신의 처지에 대한 것이라
많이 예민한 반응이 그저
안쓰럽다. 비슷한 또래의
다온이는 좋은 음식에 좋은 옷,
좋은 것들을 누리고 있는 데
초이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도 모자라 그 삶을
위협받기까지 하고 있으니.
“ 초이 너라는 것을 짐작
한 것은 그 자가 내게 한
말 중 뜻풀이로 풀어낸 것에
한자를 찾아 조합해보니
딱 네 이름이 나온 것이야. "
그렇게 다시 차근차근 설명
하니 조금 더 긴장을 푸는
초이는 내게서 서신을 건네
받았다.
“ 지금의 제 처지가 설명
하기 어려워 무례하게도
저를 위하는 도련님들을
의심 하였습니다. 정말
송구하옵니다. "
“ 세상에서 사람을 완전히
믿는 것이 제일 어려운
법이지. 너무 괘념치 말거라. "
안에 내용을 읽었다는 건 좀
찔리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펼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선
완전히 마음을 연 것이 아니니
절대 말하지 않기로 석환과
제천에게 눈짓을 주어 입을
다물었다.
“ 초이야 그 쪽도 마찬가지로
너에게 직접적인 서신 하나
전달할 수 없다면 너 역시
그렇겠지. 너만 괜찮다면
이 서림을 소식통으로 쓸까 해. "
“ 고마운 일이나 혹여 일이
잘못되었을 때 서림이 곤혹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
“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기서 들고 나는 건
장가도 모르게 할 것이니.
만에 하나 이 곳을 뒤진다
해도 장가에게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게 될 테니
해코지는 오래지 못할 거야. "
“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우선 제가
서신을 확인한 뒤 만약
중간의 다리가 필요하다
판단이 들면 도련님께
감히 부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여전히 초이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거리를 벌려 둔다.
아무래도 자신 하나면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에
나까지 빠지게 된다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걸
아는 아이라 더더욱.
“ 그럼 저희는 걸음이 오래
지체되어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
연향이야 믿고 보는 이지만
밖에서 그녀들을 기다리는
마차꾼은 아무래도 뱀의
혀를 가진 자일 테니.
그렇게 그들을 보내고 나서
우리들만 남으니 제천이
먼저 입을 뗐다.
“ 우선은 서신 하나 정도는
옮겼으나 다음에는 더 한
걸 부탁할 수도 있을 텐데
장의께선 어디까지 허하실
생각이십니까? "
“ 그래.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금방이야.
자꾸 반복되다보면 저쪽에서
다시 의심을 할 테고 그
자를 우리에게 붙일 테니
또 다시 발목이 붙잡히는건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
“ 우선은 지켜보도록 해.
저토록 몸을 사리는 거라면
쉽게 움직이거나 내게 달려
들진 않을 테니. 나도 목숨이
둘, 셋도 아니니 조심할 거야. "
서림을 중간 통로로 쓴다는 건
솔직히 장가에게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나 내가
자꾸 그들의 사이를 이어줄 수도
없고 내가 자꾸 엮이게 되면
위험하다. 독립투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처럼 그들의
연락책이 된 다는 건 자칫
그들과 함께 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 설마 그 때 자네들과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어마어마한
일이라도 있겠나. 생각만 해도
머리털이 곤두선단 말이지.
난 그렇게 강심장이 아니야. "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제천도 생각하기 싫다는 듯
두 번은 없어야 한다면 재차
낯선 이를 경계하라고 잔소리를
한 뒤 석환과 함께 다시
성균관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 너 자시에 바깥출입이
가능해? 』
동재로 돌아와 사제들과
담소를 나눌 소재거리를 찾는
내게 월아가 불쑥 들어와
말을 걸었다.
“ 자시라고 하면 자정이라
어렵지. 출입문도 잠길 테고
야간순찰을 도는 서리들 외엔
모두 잠든 시간이니. "
『 00월 00일 자시경에
초이라는 아이가 누구를
만날 모양이더군. 』
“ 바깥에서 물어다 준 소식이야? ”
『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확인하는 게
덜 껄끄러울 듯해서 말이야. 』
“ 흠... ”
“ 장의~ 강론도 미루고 몸이
안 좋으십니까? "
석반을 들고 나서 원래 하려
했던 강론을 취소하고 자유
시간을 갖도록 한 뒤 뒤로
물러나 있었더니 눈치 빠른
제천이 먼저 다가왔고
이를 본 석환이 뒤따라
오기에 아무 말 없이 먼저
비천당으로 향했다.
“ 월아가 다녀갔어. ”
“ 월아가? 무슨 일로? ”
한동안 조용하던 녀석이 내게
왔던 말에 석환이 긴장했다.
궁금한 것보다 항상 월아가
입을 열면 일이 생기니
“ 별 거 아닐 수도 있는데
며칠 뒤 초이가 누구를 만나기
위해 바깥을 나올 것이라
했는데 시각이 자시라 내가
나가서 살필 수도 없어서
말이야. "
“ 자시라... 장소도 월아가
알려주었습니까? "
“ 그게 거기까지는. ”
“ 장의 혹시 그때 받은 서신을
옮겨 놓은 것 말입니다. 지금
가지고 계십니까? "
“ 그것은 왜? ”
“ 그 서신이 단순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
“ 그냥 안부를 전하는 별 거
없던 내용인 것을 자네도
알지 않나. "
“ 모르지. 우리가 놓친 것이
있을 수도. "
사실 서신을 받은 그 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서신을 옮겨 적어두었다.
「 그간 너를 살피지 못했는데
날에 좋은 이야기가 들려
자세히 듣고 싶구나.
시각이 허락되거들랑
에먼 자를 괴롭히지 말고
그 서신이라도 좀 보내렴.
곳곳에서 궁금해 하니. 」
“ 흠... ”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탁-----
“ 이것이군요~!! ”
머리가 좋은 제천이 뭐라도
찾았는지 일어나기에 석환과
난 동시에 물었다.
“ 무엇을 말이야? ”
“ 자~ 여기를 잘 보십시오. ”
제천은 우리들의 시선을 제
손가락에 집중하도록 한 뒤
글자 하나하나를 떼어냈다.
“ 아니... 어찌 이렇게 읽히나? ”
단순한 석환과 달리 난 바로
제천의 의도를 캐치했다. 곧장
제천의 손가락을 따라가니
문장의 앞 글자에만 머물기에
하나하나 붙여 보니 날짜와
시각, 장소가 나왔다.
“ 여기에 나온 날짜라면
모레가 아닙니까? "
“ 하아... 너무 빠른데 이걸
어쩐다. "
“ 홍학유가 하필 그 날은
드는 날이 아니란 말이지. "
“ 뭘 고민하나. 지금이야
말로 가장 자유로운 이를
움직이는 거면 되는 것을. "
“ 석환~ 암만 그래도
이 새벽에 나갈 수 있는
간 큰 인간이 어디 있다고. "
“ 큭큭, 딱 한 분 계시지
않나. 딱딱이들도 아무 소리
못하게 할 수 있는 분. "
“ 안되네. ”
제천이 정색한다. 그제야
나도 누구를 말하는 지 이해
했다.
“ 엮어도 그리 엮어.
난 빚지는 거 딱 질색이야. "
“ 아니지. 빚이 아니라 좋은
구실이 될 수 있어. 그 시각을
자유로이 움직이시니 그 곳에
도착해 확인이 가능하고
별 거 아니라면 그만이며
만약 함정이라도 해도
그 능글맞은 양반이 구실을
잘 할 것이야. 초이를 모르는
이도 아닌데 설마 초이가
위험에 빠지게 하겠는가? "
“ 모르지. 자기 살자고
초이를 함정에 밀어 넣을 수도. "
“ 어허~ 그럼 아랫도리를
버려야지. 여인을 버리고 살려는
사내는 사내가 아니지. "
어이가 없다. 남자는 무슨
목숨이 열 개라도 되나. 허세
쩌는 냄새가 고약해 못 들어
주겠다.
“ 어찌되었든 지금 빨리 서리를
통해 상황을 마마께 알려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해
보아야겠어. "
그렇게 서둘러 서신을 써서
서리에게 맡기며 그냥 돌아
오지 말고 답신을 받아 오라
일렀다.
“ 호위를 초이 곁에 붙여
두겠다고 했어. "
신성군 역시 나처럼 초이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던
터라 곧장 내게 안심하라
전하였다. 허나 내 생각과
달리 호위만 보내겠다고 했다.
“ 직접 가보지 않고. ”
“ 그러게 의외군. ”
석환 역시 초이를 보호하려면
신성군이 직접 나서는 게 더
나을 것이라 여겼다.
“ 신성군마마께서 따로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
물론 생각 없이 행동하진
않을 양반이니 우선은 그리
부탁을 드리기로 한 뒤
기다려 보기로 했다.
* 자시
“ 오라버니. ”
조심스레 부르니 나무 그늘에
숨어 있던 인영 하나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 어찌 이리 상하셨습니까. ”
“ 산채의 생활이 그리 녹록치
않구나. "
자신은 그나마 따스한
방이 있는 곳에 기거를 하나
여럿과 함께 고된 생활을
하는 오라버니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초이다.
“ 이젠 늦가을이 지나니
곧 그 곳에 겨울이 오겠군요.
어르신들과 아주머니께서는
어찌 무탈하시지요? "
“ 별다를 것이 있겠느냐. ”
“ 제가 떠나온 지도 꽤
되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괜히 많은 분들을
고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
“ 아니다. 어린 너를 홀로
위험한 곳으로 보낸 오라비가
못난 탓이지. "
“ 오라버니 이젠 걱정 마셔요.
저를 도와주는... "
“ 초이야~ 아무 말 말거라.
그저 못난 오라비를 용서해
다오. "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대화가 사내의 갑작스런
전환으로 끊어졌다.
‘ 초이라니... 설마? ’
갑자기 말을 가로채는
오라버니의 돌발행동에
눈치를 챈 초이는 곧장
입을 다물었다.
‘ 오라버니는 결코 나를
초이라고 부른 적이 없어. '
반가운 마음에 긴장이
풀렸던 것일까 오라버니가
혼자일 거란 생각으로
무방비 상태에서 나온 걸
후회했다. 아무리 아는 이가
보러 온다고 하여도 결코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어르신의 말씀이 이제야
떠오르는 것인지.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지금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급선무라 엄습해 오는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뒷걸음치려는데
“ 고작 계집 하나가 무얼
할 수 있겠나 했더니 이리
미꾸라지 같이 물을 흐리고
있었다니. "
설마 하였는데 오라버니는
미끼였던 지 사내 뒤로
낯익은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 작가의말
오늘도 제 서재에서 뒹굴거리고 가시는
독자님들과 작가님들 즐겁게 노닐다
가시길 바라면서 추천 꾸욱 ㅎㅎㅎ
살포시 부탁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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