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시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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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방어선에는 대전차포 5문, 대전차소총 7정, 기관총 6정으로 구성된 대전차 거점이 여러 군데 포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난히 방어에 취약한 지점에는 이러한 대전차 거점을 2~3개씩 밀집시켜두었다. 이 대전차 거점들이 최전방에서 일차적으로 독일군 소총 연대를 방어한다.
한스는 사병 차림으로 직접 전방을 시찰하며 대전차 거점이 적재 적소에 배치되었는지 점검했다.
"여기 중전차 15대 예비대 배치한다."
"네!"
대전차 거점에서도 유난히 취약해보이는 곳에는 후방 쪽에 중전차를 예비대로 10대~50대 가량 배치하도록 했다. 한스는 직접 전차들의 상태 또한 점검해보았다. 1940년 12월의 어마어마한 추위 속에서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는 전차가 많았다.
한스가 사람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절반 밖에 기동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절반이나 기동이 된다고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허허허!!"
한스의 말을 듣고는 옆에 있던 장성들 또한 같이 웃었다.
"아하하!! 아하하하!!"
"1918년에 A7V 전차들도 이거보단 전차 가동률이 높았는데 말일세! 러시아의 추위가 무섭긴 하군! 어허허!!!"
장성들도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따라 웃었다.
"아하하!! 아하하하하...."
전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비병과 전차병들은 식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난 이제 좆됐다!!'
한스가 웃음을 싹 거두고 말했다.
"시동 안 걸리는건 토치카로 쓴다."
한스가 떠난 이후에 전차병들은 선임한테 두들겨맞았다.
퍽! 퍽! 퍽! 퍽!
한스는 2 방어선으로 가보았다. 2 방어선에는 전차 예비대 대다수가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전차 예비대들은 보통 티거, 판터, 4호 전차를 합쳐서 39대씩 분산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중에서 기동 가능한 전차는 절반 밖에 안 되었다. 한스가 말했다.
"아주 좋아! 절반이나 가동되는군!"
현재 39대의 전차들 중에서 고작 20대의 전차만이 엔진의 시동이 걸렸고 이조차도 앞으로도 계속 시동이 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전차 예비대의 역할은 아주 중요했다. 북쪽에 소총 연대, 남쪽에 소총 연대, 그리고 두 소총 연대 사이에 연결점 중에 위험한 지역이 생기면 바로 기동해서 교전해야 했다. 문제는 소련군은 전차 대수가 많았기에 동시에 여러 곳을 모조리 공격할 수 있었다.
한스는 추운 와중에도 전선 지도에 나와있는 숲 같은 지형지물을 직접 정찰했다.
'이 숲은 중전차가 기동하기에는 나무가 너무 빽빽하군...'
한스는 전차가 헐다운을 할 수 있는 세밀한 지형의 고저까지 자신의 전선 지도에 모조리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대전차포가 엄폐할 수 있는 덤불의 높이까지도 정확히 기록했다. 하천처럼 자연적인 장애물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 구역까지도 표시했다.
'전방에는 대전차 지뢰 밭이 있지만 추위에서는 대전차 지뢰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차라리 소련식 목함 지뢰가 나을 수도...'
한 장성이 한스에게 물었다.
"추가 지뢰 매설 작업을 할까요?"
한스가 외쳤다.
"그럴 필요는 없고 로스케들도 이 곳이 지뢰 지대라고 식별 가능하도록 깃발 꽂아두고 눈에 띄게 표시해둔다! 지뢰 지대의 목적은 단순히 지뢰가 터지는 것만이 아니다! 적 전차 부대의 움직임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넣는 것에 있다!"
한스가 대전차 거점에 가서 기관총와 대전차 소총 배치를 보고는 말했다.
"소련군은 전차 대수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막아도 결국에 1방어선 뚫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럴때는 적당한 시점에 기관총을 챙기고 퇴각해야 한다! 이봐 자네!"
"넵!"
"만약 제일 앞에 있는 기관총, 박격포, 대전차 소총 사수들이 철수를 했어. 그러면 자네가 로스케 전차장이라면 어떻게 할텐가?"
"이 고지 사이로 계속해서 진격할 것 입니다!"
"그렇지! 그러면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겠나?"
"고지 뒤 쪽에도 대전차 거점을 만들고 대전차전을 준비합니다!"
"훌륭해! 로스케 놈들은 자신들이 방어선을 뚫었다고 생각하고 방심하고 고지 사이로 들어올걸세! 로스케 전차와 보병들이 지근거리로 들어올 때까지, 고지 뒤에 대전차 거점에 있는 녀석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기다린다. 그리고 로스케 놈들이 지근거리 안으로 들어왔을때 준비해두었던 기관총과 대전차 소총, 박격포를 쏟아붓는거다!"
한스가 말을 이었다.
"각 지휘관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탄력적으로 퇴각을 하여 로스케 놈들에게 최대한 많은 타격을 주어야 한다! 조만간 있을 방어전의 목표는 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로스케를 한 놈이라도 더 사살하는 것 이다!"
한스 파이퍼가 시찰을 끝난 이후 병사들이 수군거렸다.
"과...과연 세계 대전의 전쟁영웅답다!!"
"진정으로 전쟁을 즐기는 자야!"
"육군 참모 총장에서 해임되었는데 즐거워 보여!"
소련군에게 수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한스 파이퍼 덕분에 4군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소련이 인구수 우리의 몇 배 정도 되냐?"
"두 배 정도 되겠지?"
"빨갱이 새끼들 최소 두 놈은 죽인다!!"
"난 열 놈은 죽인다!!"
한스는 걸어다니면서 빵을 뜯어먹으면서 계속해서 전선을 순찰했다. 한스는 고지 위에 설치된 포병관측소에도 올라가보았다.
"이상 없는가?"
"이상 없습니다!"
"그래! 수고하게!"
한스는 경례를 받고는 걸어가서 고지를 따라 내려가기 위해 스키를 장비했다. 그냥 걸어가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시찰 일정이 바빠서 가능하면 스키를 타고 빨리 내려가야 했다.
포병 관측소 병사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존나 멋있다!'
'저런게 전쟁 영웅이구나!'
한스는 장성들과 프란츠와 함께 스키를 타고 내려갔다. 그런데 실수로 넘어져서 눈에 파묻히고 말았다.
"윽!!!"
한스는 사령부로 돌아와서는 현재 4군에 있는 기동 가능한 전차와 야포, 포탄 수량을 점검했다. 그 때, 다그마가 사령부에 들어와서 커피 심부름을 했다.
"고맙네."
그로부터 잠시 뒤, 한스는 문을 잠그고 다그마와 함께 88mm 포신에서 불을 뿜어내는 티거처럼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있었고 아드레날린이 몸 속에서 치솟고 있었다. 그렇게 실컷 즐긴 다음 한스는 다그마를 내보내고는 전선 지도를 바라보다가 창 밖을 보았다. 뚱뚱한 정치 장교 안토노프에게 얻어낸 정보에 의하면 소련군은 며칠 내로 대공세를 할 것 이다.
며칠 뒤, 소련군의 거대한 야포들이 지상과 70도의 각을 이루며 일제 포격을 시작했다.
퍼벙!! 퍼버벙!! 퍼벙!
소련군 포병 관측소에서 실시간을 착탄점을 보고하며 좌표를 수정했다.
퍼벙! 퍼버벙!!
인근 비행장에서 소련군의 야크 전투기와 슈트르모빅은 출격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소련군의 비행장은 독일군의 비행장에 비해서 난방도 잘 되었고 연료도 잘 공급받고 있었다. 불과 10시간 훈련을 받고 오늘 첫 출격을 하게 된 소련군 조종사들은 동료에게 손을 흔들었다.
위이잉 위이이이이잉
붉은 별이 양 날개에 그려진 항공기들이 하늘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련은 독일 4군이 있는 곳으로 엄청난 규모의 공세를 시작했다. 소련군 총 참모부는 이번 전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번 전투가 승리하면 전황은 우리 쪽으로 기울 것 이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T-34, 스탈린 전차들이 흰 눈밭을 따라 전진했다. 지난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도록 소련군의 BT 전차들이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주변을 정찰했다. 이 정찰 전차에는 무전기가 달려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독일군이 나타난다면 바로 사령부에 보고가 될 것 이었다.
트드등 트드등 트드드등
"37-69구역!! 대전차 지뢰 지대 발견!!!"
"놈들에게 바로 측면 보이지 않고 서서히 우회한다!!"
대전차 지뢰 지대가 있다고 측면을 대놓고 보이며 90도로 꺾어서 우회하는 것은 적 대전차포로 측면 장갑을 노출시키기 때문에 교전에 불리해진다. 그렇기에 대전차 지뢰 지대 한참 전부터 천천히 방향을 틀며, 가능하면 측면 장갑을 덜 노출시키도록 해야 했다.
표도르의 스탈린 전차가 소속된 소대장 전차 또한 이 소식을 전달 받았다. 그래서 소대 전차들은 모두 대형을 이룬 채로 천천히 우회하기 시작했다. 드미트리가 외쳤다.
"진짜 대전차 지뢰 밭이긴 한걸까요?"
"지금 날씨엔 지뢰 잘 터지지도 않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뢰밭을 지나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대규모 소련군 전차 부대는 독일군의 1 방어선 앞에 설치한 지뢰 지대를 우회하기 위해 몇 갈래로 나서서 진격했다.
표도르가 속으로 생각했다.
'놈들은 지난번과 비슷하게 충격군과 기계화 군단이 종심 깊게 침입했을때 포위하는 작전을 쓸 것 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놈들 뜻대로 되지 않을 것 이다...'
그 때, 좌측면을 정찰하던 소련군의 BT 전차가 독일군 전차를 발견했다.
"적 전차 발견!!!"
"적 장비, 수량 보고할 것!!!"
"중전차!! 판터와 티거로 추정!!! 최소 50대 이상!!! 아니 60대!!! 70대 이상!!!"
이 소식은 소련군 총 참모부로 전달되었고 총 참모부에 모형 지도에 독일군 전차 부대의 위치가 변경되었다.
"정찰에 따르면 독일군 기갑 전력은 적다고 했는데 어떻게 한 지점에 70대 이상이 있을 수 있는가!!"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소련군 69 전차 부대는 갑자기 나타난 독일군 기갑 전력에 의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티잉! 팅!! 쿠과광!! 콰광!!
"오래 버틸 수 없음!!!"
"적 포탄 낙하!!!"
표도르가 속한 소대장 전차가 판터의 철갑탄을 맞고는 포탑이 날아갔다.
티잉!! 쿠과광!! 콰광!!!
표도르의 전차도 철갑탄을 맞았고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포도르, 파벨, 드미트리, 글리에르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으아아악!! 으아악!!!"
이미 소련군의 69 전차 부대는 완전히 궤멸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독일군 전차 부대는 빠른 속도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이럴 수가..."
표도르는 독일군의 이번 전술을 알아챘다.
"전차가 부족하니 한 부대씩 교전하고 그 즉시 이동하여 다른 부대와 교전하는 전술을 쓰는 거다!!!"
파벨이 울부짖었다.
"으아악!!! 으아아아악!!!"
눈 밭에는 뚜껑이 날아가고 불이 타오르는 스탈린 전차와 T-34 전차 수십대가 널려 있었다. 이미 독일군의 전차는 69 전차 부대를 뒤로 하고 다른 소련군과 교전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독일군의 대전차포에 의하여 고착되었던 다른 소련군의 전차 부대 역시 독일군의 중전차 부대에 의해서 박살이 났다. 이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전술이지만 실전에서 이걸 제대로 실행하려면 적과 아군의 움직임을 직감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한스 파이퍼와 같은 명장만이 성공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전술이었다.
[작품 설정 1 : 현재 1940년 독일과 이탈리아는 서부 전선 형성을 막기 위하여 영국과 프랑스와 비밀리에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내용은 독일과 이탈리아는 그리스, 이집트 왕국, 수에즈 운하에 대한 영국의 영향권을 건드리지 않고, 프랑스가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건드리지 않는 것 이다. 이에 대한 담보로 독일은 프랑스, 영국 측에 식량 대량 구매금, 자원 대량 구매금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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