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미국-아프간 전쟁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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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핌의 용병들은 37번 주택 지구에 흙으로 만들어진 두터운 담벼락 위에 엎드린 상태로 계속 대기했다. 이 담벼락 위에서는 인근 개활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M240 기관총 담당 다니엘 또한 담벼락 위에 기관총을 거치시켜둔 상태로 개활지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을 정찰하고 있었다.
성호는 고개를 돌려서 이 작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담벼락 위에서는 마을에 있는 모든 집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흙벽으로 만들어진 집들은 두더지가 여기저기 굴을 파둔 것 같았다.
'석기 시대에 이렇게 살았을까?'
석기 시대보다 조금 발전된 건축법으로 만들어진 집에 아프간인들은 살고 있었다. 성호가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사냐?'
아프간인들은 스타크래프트1나 환세취호전 같은 게임도 못할 것 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 아프간인들의 창고에는 꽤나 값나가는 아편 재료들이 쌓여 있었다. 다니엘이 말했다.
"아편 판매하면 짭짤하겠지?"
"우린 목숨 걸고 싸워도 푼돈 받는데."
"알고보니 집집마다 컴퓨터 있고 그런거 아니냐?"
소련 출신 유리가 말했다.
"번화가 쪽으로 가면 확실히 소련보다는 잘 살겠군..."
그 때, 멀리서 총성이 들렸다.
탕!
다들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총성 1시 방향!"
유리가 말했다.
"이거 AK-47인데..."
총성이 다시 들렸다.
탕!
상훈이 말했다.
"적 진지가 근처에 있나봐!"
세라핌의 용병들은 37번 주택 지구에서 그렇게 계속 대기했다. 현재 도미닉, 매버릭 등이 있는 미군 케네디 소대는 40번 주택 지구에 위치를 잡고 있었다. 세라핌이 무전으로 미군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현 위치 37번 주택 지구. 1시 방향에서 AK-47 총성 들린다. 알았냐? (Copy?)"
"Copy.(알았다.)"
다니엘이 속으로 씨부렸다.
'저 망할 용병 대장 새끼...이 곳이 소련군 진지와 가깝다는 말도 안하고 날 데려와...'
세라핌은 다니엘, 유리, 성호, 상훈을 마을 다른 쪽 담벼락으로 이동시켰다. 성호는 담벼락 위에 엎드린 상태로 총소리에 집중했다. 꼭 안심하고 있을때쯤 총알이 쉿쉿거리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시발...'
다들 총 맞을까봐 담벼락 위에 납작하게 엎드려있었다. 성호는 불쾌해보이는 마을 주민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얼굴에 불쾌감, 공포, 증오심이 섞여 있었다.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 때 다니엘이 성호와 상훈에게 말했다.
"너네 이거해서 돈 얼마 받냐?"
각자 이번 임무로 받는 돈을 말해보았다.
"나도 그거 받아."
"다 똑같이 받네."
다니엘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마을에서 아편 갖고 튀는게 돈 더 될거 같지 않냐?"
성호는 다니엘의 말에 섬찟함을 느꼈다.
'저...저 새끼!!'
소련 출신 유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러면 저 새끼들 탈레반한테 우리 정보 다 불걸."
다니엘이 말했다.
"안 불게 하면 되지..."
성호는 애써 태연한척 표정을 지었다. 괜히 저런 또라이 새끼를 자극했다간 전투 때 저런 놈에게 뒤통수에 총알을 맞을 수도 있었다. 다니엘이 성호보고 물었다.
"자넨 어떤가?"
"나...나는...글쎄..."
그 때, 상훈이 태연하게 말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그랬다간 바로 발각될걸세. 내 가족이 공항에서 일을 해서 아는건데 아편을 갖고 가다간 마약탐지견에게 다 발각되네. 그리고 민간인 사망이 벌어지면 마을 사람들을 전부 죽이지 않는 이상 미군에게 보고할 것이고 조사가 될걸세. 지금 우리가 이 마을에 머물렀다는 것은 아마 용병대장에 의해 미군에게 다 기록되었을걸세. 그리고 마을 주민들 중에 탈레반에게 정보를 주는 끄나플이 있을거고 이들이 탈출하면 탈레반에게도 정보가 전달되겠지. 이 마을에서 사건이 터지면 우리가 1순위 수사 대상이네. 평생 감방가는거지."
다니엘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이보게! 농담일세 농담!"
성호가 말했다.
"아하하!! 이 새끼가 영화를 좋아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떠들었지만 성호는 손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역시 이딴 곳에 오는게 아니었어!'
상훈이 말했다.
"소련군은 어디까지 왔을까?"
한편, 미군으로부터 받은 무전에 의하면, 검은 옷을 입고 AK-47 3정과 PKM 기관총 한 정으로 무장하고 있는 탈레반들이 인근에 있으니 이들을 발견하면 보고해달라고 명령이 내려왔다. 용병들은 37 주택 지구의 동,서,남,북 울타리에 두 명씩 엎드린 상태로 사방을 주시했다. 성호 또한 모신나강에 달린 스코프를 통해서 계속해서 인근을 주시했다.
그 때, 검은 옷을 입고 터번을 두른 새끼들 두 명이 보였다. 성호가 즉시 이를 보고했다.
"1시 방향 검은 옷 둘 발견. 징병 적령기.(Military Age)"
세라핌이 달려와서 담벼락 위에 엎드리고 쌍안경으로 1시 방향을 주시했다. 성호 또한 스코프를 아용해서 계속해서 관찰하였다. 하지만 놈들이 AK-47이나 PKM 같은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성호가 말했다.
"AK-47이나 PKM은 소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세라핌이 쌍안경 속을 들여다보았다. 놈들은 딱히 들고 있는 것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세라핌은 더 유심히 그들을 관찰했다.
"미군 교전 수칙에 무기를 소지하지 못한 자는 사격하지 못하게 되어있네. 그래서 놈들은 무리를 정해진 장소에 미리 보관해두고 무기를 소지않은 상태로 통행한 다음 무기를 꺼내어 교전하네. 계속 주시해."
세라핌은 미군에게 이를 즉시 보고했다.
"타이거 2-1, 검은 옷 입고 무기 소지하지 않은 남자 둘 발견."
"Copy(알았다)"
그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내는 어디론가 떠나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콜린이 말했다.
"저 새끼들은 탈레반이야! 확실해!"
한편, 세라핌의 무전을 받은 케네디 소위는 40 주택 지구에서 여태까지 받은 정보를 토대로 탈레반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다. 케네디 소위는 지도를 펼쳐놓고, 각도기와 자를 이용해서 탈레반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로를 지도에 그리고 중대장에게 무선으로 보고했다. 잠시 뒤, 미군 정찰기가 탈레반을 추적하기 위해 날아왔다.
세라핌의 용병들 또한 하늘을 날아오는 정찰기를 발견했다. 파비오가 말했다.
"탈레반 몇 마리 잡겠다고 정찰기까지 동원하는건가?"
미군으로부터 무전을 받은 세라핌이 말했다.
"39 주택 지구가 탈레반의 진지로 밝혀졌다! 일부 탈레반이 달아났다고 하니 계속 정찰하라!"
탈레반은 현재 점거하고 있는 39 주택 지구의 담벼락에 총안구를 뚫어놓고는 그 총안구를 이용하여 37 주택 지구 쪽으로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탕! 타앙! 탕!
드륵 드르륵 드륵
총알이 성호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으익!!'
성호는 잽싸게 담벼락에 엎드렸다. 이미 팬티에는 똥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시...시발...'
탈레반 녀석들은 37 주택 지구의 세라핌과 용병들이 있는 것을 알아채고는 이 쪽으로 집중 사격을 해오고 있었다. 다니엘이 씨부렸다.
"이 마을 주민이 탈레반에게 우리 위치를 알려준 것이 틀림없습니다! 놈들은 분명 무전기가 있을 겁니다!!"
세라핌이 외쳤다.
"벽에 총안구부터 뚫어!!!"
용병들은 마을 담벼락에 구멍을 낸 다음 사격을 시작했다.
탕! 타앙! 탕!
그 때, 40 주택 지구에 있던 미군 도미닉은 재블린을 발사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탈레반 놈들이 주택 지구 담벼락 뒤에서 사격을 하기 때문에 이럴 때는 재블린이 필요했다. 도미닉은 자신이 한 발 발사하는 미사일의 가격을 생각하고 손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케네디 소대장이 외쳤다.
"실수하면 내 몇 년치 연봉을 날려먹는 셈이지만 너무 긴장하지는 말게나!!"
'더 긴장 된다!!!'
도미닉이 외쳤다.
"바..발사하겠습니다!"
"로저!(알았다!)"
"30초 후 발사! Copy?"
"Copy!"
'5,4,3,2,1!!!'
"발사!!!"
연기를 뿜어내며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푸슉
쿠오오오오오오
회색 연기를 남기며 날아간 미사일은 정확히 탈레반이 있는 주택 지구 쪽에서 폭발했다.
쿠구궁!!
지켜보던 미군이 모두 환호했고, 케네디 소대장이 무선을 보냈다.
"여기는 A1. 적진 파괴 완료."
세라핌의 용병들 또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우오오!!!"
"이겼다!!!"
39 주택 지구에 몇 탈레반들이 탈출했다는 정보가 미군에게 전달되었고, 세라핌과 용병들은 계속해서 인근을 주시했다. 잠시 뒤, 미군이 에이브람스 탱크 한 대를 앞세우고 39 주택 지구로 가기 시작했다.
미군의 에이브람스 탱크는 탈레반의 진지로 밝혀진 39 주택 지구의 벽을 부수기 위하여 포신을 우측으로 돌려놓은 상태로 벽을 밀었다. 조금 밀었더니 흙벽은 우르르 무너져내렸고 에이브람스 탱크는 엄청난 먼지에 휩쌓였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에이브람스 탱크는 39 주택 지구에 또 하나의 벽에 구멍을 뚫었다.
미군들이 그렇게 에이브람스 탱크가 만든 길을 통해 39 주택 지구로 들어갔다. 상훈이 말했다.
"왜 저렇게 하는 겁니까?"
세라핌이 말했다.
"탈레반 놈들은 자신의 진지를 두고 떠날때 반드시 부비트랩을 설치해둔다. 그렇기 때문에 입구 외에 다른 길을 만들어 진입하는 것 이다."
그 때, 파비오가 외쳤다.
"2시 방향! 흰 옷 입은 남자 둘! 손에 무언가 들고 있다!! 보이지?"
성호 또한 모신나강 소총을 돌려서 2시 방향을 관찰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콜린이 외쳤다.
"확인!"
하지만 여전히 성호는 흰 옷 입은 남자를 못 찾고 있었다.
"어딨다는거야? 아!!"
성호는 모신나강 스코프로 흰 옷 입은 남자 둘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AK-47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AK-47 소지 확인. 쏠까요?"
세라핌이 외쳤다.
"사격!!"
탕!!
성호가 AK-47를 발사했고, AK-47를 들고 있던 남자가 퍽하고 쓰러졌다.
"사살 완료!"
나머지 한 명은 즉시 달아나기 시작했고, 다니엘이 그 방향으로 M240을 긁었다.
탕! 탕! 탕! 탕! 탕!
그렇게 세라핌의 용병들과 미군은 협동 작전을 통해서 탈레반이 진지로 쓰고 있던 마을을 점령할 수 있었다. 뒤늦게 세라핌의 용병들 또한 탈레반이 쓰던 진지로 방문했다. 세라핌이 외쳤다.
"부비트랩 설치되었을 수 있으니 나만 그대로 따라온다!!"
아까 전에 미군의 에이브람스 전차가 담벼락에 뚫어둔 구멍을 통해 탈레반의 진지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벽돌과 흙덩이들이 널려 있었다. 성호 또한 세라핌을 따라서 진지로 들어갔다.
'이...이것이 탈레반 진지!!'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가 말했다.
"조심해! 급조 폭발물이 있을 수 있어!"
여기저기 노란색 빈 플라스틱 통이 널려 있었다. 놈들이 이 곳에서 사제 폭탄을 만들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상훈이 중얼거렸다.
"탈레반들도 솥을 쓰는군..."
1950년대 한국에서 썼을법한 솥 옆에도 연료 통이 널려 있었다. 미군은 아주 조심스럽게 탈레반이 쓰던 진지를 수색하고 있었다. 이런 아프간이 쓰던 주택 지구의 문은 제법 작기 때문에 성호도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미군이 밖에서 손전등으로 안쪽을 비추어보았다. 이 곳의 주택들은 집이 아니라 마치 두더지들이 파둔 작은 동굴 같았다.
미군 도미닉이 손전등으로 내부를 비추어보고는 말했다.
"AK-47 탄창과 PKM 기관총 탄띠가 있습니다."
참고로 도미닉은 혹시나 사제 폭탄이 터질까봐 팬티에 똥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케네디 소대장이 외쳤다.
"들어가지 마! 이따가 폭발물 처리반 녀석들 올걸세!"
성호와 용병들은 식은 땀을 흘리며 자리에 앉지도 않고 가만히 자기 자리에 서 있었다. 아까 전투할 때보다 더 쫄렸다.
'빨리 가고 싶다!!!'
성호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려다가 담배곽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왠지 담배를 피우다가 폭발물이 터질 것 같았다. 할 일도 없어서 가만히 있는데 구석에 뭔가 구리선이 삐져나온 것을 발견했다.
"저...저기!!!"
성호가 근처에 있던 미군에게 구리선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기 뭔가 있다!!"
케네디 소대장이 그걸 보고 외쳤다.
"탈레반 녀석들 아주 야무지게도 설치해놨군!! 이따가 폭발물 처리반 녀석들이 와서 처리할걸세!!"
성호와 용병들은 구리선으로부터 뒷걸음질쳤다. 미군 매버릭이 외쳤다.
"이봐! 너무 쫄지들 말라고!"
"우리가 대충은 다 확인했네!"
"편히들 앉아있게!"
그 때 성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땅에 플라스틱으로 된 무언가가 살짝 튀어나온 것을 보았다.
"저건 뭐냐!! What is that!! What is that!!"
케네디 소대장이 외쳤다.
"지뢰 압력판이군!! 저 쪽으로는 가지 말게!!"
성호가 속으로 울부짖었다.
'뭐가 괜찮다는거야!!!'
잠시 뒤 미군 폭발물 처리반이 도착했다. 녀석들은 폭탄 탐지용으로 만들어진 길다란 장대를 이용하여 안전 거리에서 이것저것 건드려보았다. 그렇게 폭발물 처리반 녀석들은 폭발물은 따로 분류하고, AK-47과 PKM 기관총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비닐에 담았다. 이 총기류는 수거하여 지문을 체취할 것 이다.
그렇게 일이 끝난 다음 세라핌과 용병들은 무사히 이 무시무시한 탈레반의 진지로부터 빠져나왔다.
'으아아아!!!'
다들 한숨을 돌리고 그제서야 시원하게 오줌을 눌 수 있었다. 뒤늦게 긴장이 풀리고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죽을 고비를 몇 번을 넘긴거냐!!'
집에 돌아가서 시원하게 선풍기 틀고 환세취호전을 플레이 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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