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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마지로의 만려일작(萬慮一作)

낙조십일영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일반소설

완결

견마지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2
최근연재일 :
2022.08.29 10:35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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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5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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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9,279

작성
22.08.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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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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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6쪽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3)

DUMMY

마필의 무구와 병장기를 탈취한 견태고 일행은 모두 말을 잡히고 아까보다 빠르게 강변을 타고 남쪽으로 향하였다.

개경의 동쪽으로 빠져 임진강으로 흐르는 동강은 넓어지면 사천(沙川)이 되고 그 여울이 더 큰 물과 만나면 임진이 되니 구절양장처럼 구부러지며 이어지는 작은 개울은 어느 새 사람이 두 발로 건너지 못할 넓이가 되어 이윽고 배가 들어올 수 있는 깊이가 되었다.

나무 널과 기둥으로 얼기설기 짜맞춘 조악한 부두는 채 사천에 닿기 전에 견태고 일행의 눈에 들어왔으니 이곳이 배로 개경과 이어지는 마지막 선창이었다.

“이곳입니다. 이 곳에서 작은 배에 화물을 싣고 내려가면 금세 사천의 끝 무렵에 세곡을 부리는 나루가 들어옵니다. 그곳에서 큰 배로 갈아타고 들어가면 이내 한수에 이르고 그 뒤는 바닷가지요.”

한형무는 소에서 짐을 내리며 자신과 약조한 뱃사공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사공은 이미 모든 것을 들었다는듯 말없이 다가와 짐을 같이 실으며 견태고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견태고가 보아하니 사공이 끌고 온 배는 거룻배라 불리기에는 규모가 꽤 큰 편이었는데 마소를 싣지는 못해도 사람들은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았으며 선창이 깊어 쌀이나 보리도 충분히 실어 넣을 수 있을 듯싶었다.

배를 보고 난 이상겸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보였다.

“이 정도면 임진까지 가고도 남겠수. 지유. 공연한 걱정을 했구먼.”

견태고는 한형무를 돌아보았다.

상인의 행색은 피곤과 빗물에 절어 남루하였지만 표정과 기세만큼은 만금을 운용하는 부상대고였다. 견태고는 자신을 보며 뿌듯하게 웃고 있는 한형무를 보며 두 손으로 어깨를 잡았다.

“고생했다. 형무. 네 덕에 우리가 다 살았구나.”

“아닙니다. 지유.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삼분지일은 더 가야 합니다요.”

“너는 돌아가라. 여기서부터는 우리의 일이다.”

“뭐라굽쇼?”

한형무는 견태고의 얼굴을 보더니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상관을 바라보았다.

견태고의 표정은 단호하였다.

“우리는 사지(死地)로 간다. 산다 한들 앞에 무슨 간난산고가 있는 지 모른다. 너는 이미 개경에 기틀을 닦지 않았느냐? 네가 여기 남아야 우리도 홀가분하게 떠날 것이 아니냐.”

눈을 동그랗게 뜬 둥그런 얼굴에 성긴 수염을 달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용모의 사내는 견태고의 말을 다 듣고는 표정을 굳히며 상관의 말에 짧게 대답하였다.

“그 명은 못 받겠습니다. 지유.”

“형무!”

“지유, 제가 어떤 심정으로 살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 날 왕씨 아가씨가 제 눈앞에서 피를 쏟으면서 죽는 것을 아무 힘도 없이 지켜본 놈이 접니다. 겨우겨우 애들만 구해냈습니다! 이 놈들을 어찌 버리고 간단 말입니까?”

한형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고 어느새 울대에는 핏줄까지 서 있었다.

지금껏 한번도 자신의 말을 거역해 본 적이 없는 사내가 한사코 뻗대는 모습을 보자 견태고 역시 더 뭐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견태고의 뒤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이상겸이 넌지시 견태고에게 말하였다.

“지유. 우리 모두 끝까지 갑시다.”

“그러시지요. 지유.”

“이제 와서 가라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형무도 같이 태우십쇼. 그 놈 혼자 내려놓으면 우리 안 보이는데서 욕할 겁니다.”

어경순과 홍일국, 왕지균이 각각 한마디씩 던지는데, 사내들은 실실 웃으면서도 한형무가 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본심같았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율목어미도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견태고를 바라보았다. 견태고는 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형무를 바라보았다.

어느 새 사내는 이젠 어쩔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있었고, 하늘도 어느 새 파랗게 변해 있었다.

“이제 이태나 지났다고 내 영이 안 서는구먼.”

그 순간,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북쪽에서 울려퍼졌다. 기아훈의 고개가 뒤로 돌아가더니 손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

넓은 강의 모래벌판을 타고 일단의 기병이 그대로 모래를 튀기며 부두를 향해 짓쳐들어왔다. 아이들이 눈을 껌벅이며 그 광경을 지켜보자 이상겸의 새된 목소리가 그들 가운데서 울려퍼졌다.

“모두 배로 들어가라! 들어가!”

어른들 중 율목어미의 손이 가장 재빨랐다.

여인은 아이들의 등을 찰싹찰싹 때리며 화급하게 배 안으로 율목이와 아이들을 밀어넣었고, 그 모습을 보던 사내들은 자신의 무장과 칼과 화살들을 뱃전에 던져놓고 재빠르게 뱃전을 넘었다. 뱃사공이 눈을 크게 뜨고는 한형무를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뭔 일이오 한 대인?”

“궁궐에서 우리를 잡으러 오는거요!”

한형무의 말에 뱃사공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이내 안면에 주름이 가득 잡히더니 검게 탄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다가오는 기병들을 노려보았다.

“이성계···.”

뱃사공은 모랫벌에 가래침을 뱉더니 그대로 밧줄을 휘감아 올리더니 사람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모두들 삿대를 미시오! 저 놈들이 내 배 갑판 밟기 전에!”

뱃사공이 밧줄을 거둬 배안으로 들어와 키를 잡았고 척오조의 사내들이 삿대를 들어 배를 밖으로 밀어내었다.

순간 뱃전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틀어박혔다. 왕지균이 이를 악물더니 투덜거렸다.

“젠장할. 내 고향 앞에서 화살에 꿰이게 생겼구만!”

기아훈이 뱃전에 발을 걸치고 활을 있는대로 만작하더니 그대로 시위를 날렸다. 맨 앞으로 달려오던 마궁수 하나가 그대로 허공에서 활개짓을 하며 모래판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너덧 발의 화살이 그대로 시커먼 점이 되어 뱃전으로 날아드는데, 어경순이 꺼내든 방패가 앞으로 나오며 아이들과 율목어미의 앞을 막았다. 이내 화살이 퉁겨나가며 하늘로 치솟았다.

“형수, 선창으로 아이들과 들어가시오!”

이상겸이 말을 뱉으며 활을 집었다.

견태고도 활을 잡고 다가오는 적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배는 천천히 강물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데 그 안에서 시위를 놓은 화살들이 날아가 말을 타고 다가오는 사내들을 향해 쏟아졌다. 이내 두서너 명의 마궁수가 다시 활을 놓고 모랫벌에 고꾸라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뱃사공은 자신의 제자로 보이는 또 다른 사공에게 키를 잡게 시키더니 뱃전 한가운데 달려가더니 돛을 펼쳐내렸다.

순간 휘청하며 사내들의 몸이 뒤로 젖혀지더니 배가 그대로 남쪽을 향해 날듯이 물살을 헤치기 시작했다.

“걱정마시오, 이젠 못 잡을 테니!”

선장의 자부심 섞인 고함이 척오조원들의 뒷자리에서 들려왔다.

강을 타고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배를 따라 마궁수들은 계속해서 강변을 통해 따라왔다. 동강 사천의 모래벌판은 넓지 않으나 길게 이어져 그대로 임진까지 이어지니 그 유장한 길이 마치 하얀 비단과 같은데 지금 그 위로 흑백황의 말들이 발굽으로 노래를 지치고 지치지도 않는 기세로 달려오며 활을 내고 있었다.

배의 돛으로 화살이 날아오며 숭숭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뱃사공은 어깨를 움츠리며 따라오는 궁기병들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이 이성계의 가히새끼들아! 고려사람을 다 죽일 생각이냐!”

견태고가 이를 악물고 시위를 당겼다.

비에 젖었던 활이 마르면서 끼끽소리를 내며 만작으로 당겨졌다가 화살을 앞으로 내쏘았다. 화살에 맞은 친군위가 다시 강변에 머리를 박았다.

저기 안장에서 떨어지는 자도 고려의 무사였고 지금 뱃전에서 활을 당기는 사람도 고려의 무사였다. 그리고 지금은 둘 다 조선의 무인이었다.

이것이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 이렇게 사람을 밀어붙이는가.

성씨(姓氏)가 무엇이고 왕통(王統)이 무엇이관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견태고의 옆에 앉아있던 홍일국이 바람처럼 활을 이어쏘며 또 다른 마궁수 하나를 말 위에서 떨구었다. 사내의 바로 옆 뱃전으로 화살이 날아들어 깊숙하게 박혔다. 왕지균이 이를 드러내고 쫓아오는 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것들아! 뱃전에 활을 쏜다고 배가 멈출 것 같으냐! 너희 목숨만 축날 뿐이다!”

그 순간, 또 다른 화살이 허공으로 치솟으며 하늘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명적(鳴鏑)이 울려퍼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옆의 송림(松林)에서 또 다른 일단의 궁기병이 쏟아져 나오며 배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또 다른 친군위의 등장이었다.

왕지균이 이를 악물더니 활을 꺼내들고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내 입이 방정이구만! 지랄맞을!”

수십기는 되는 친군위가 작은 배를 향해 말을 달리며 모래를 발굽아래로 안개처럼 흩날리며 배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박차를 가하며 달려오는 궁기병들의 활이 동시에 시위를 당겼다. 견태고가 그를 보며 선미의 조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모두 피해라! 화살이 날아온다!”

견태고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시커먼 화살촉이 남으로 날아가는 새떼처럼 날아와 작은 뱃전을 그대로 덮쳤다. 견태고는 몸을 뱃전에 바싹 붙이고는 등 뒤를 뱃전의 널판에 갖다대었다. 시커먼 깃털달린 화살들이 투다닥 소리와 함께 뱃전에 틀어박히며 나뭇조각을 날렸다.견태고는 재빨리 일어나며 화살을 재고 친군위에게 활을 날렸다.

구성진 비명과 함께 사내 하나가 그대로 땅에 떨어지더니 뒤에 오던 말에 치여 강물로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썅!”

왕지균이 소리를 지르며 옆을 바라보았다. 견태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쓰러져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기아훈이었는데, 기아훈은 어깨에 박힌 화살을 부러뜨려 내던지더니 다시 활을 잡고 자신을 쏜 기병에게 활을 맞쏘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척오조원들이 다시 활을 들고 응사하자 앞장서 달려오던 궁기병들이 이리저리 흩어지며 다시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견태고는 뱃전에 박힌 화살을 하나 뽑아 들고 다시 시위에 화살을 올렸다. 궁기병들은 이제 활을 드는 대신에 고삐를 잡더니 배를 따라잡겠다는 일념인지 말에 박차를 가하며 점점 드세게 배를 추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도 바람을 단단히 받았는지 속도가 말에 밀리지 않았다. 그 때였다. 뱃사공이 앞을 바라보며 욕을 내뱉었다.

“제에미, 이러다가 모두 다 죽겠는데?”

“무슨 일이오?”

“강폭이 좁아지오. 저 앞은 배가 한 척 지나갈 넓이거든”

뱃사공이 턱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견태고의 눈이 돌아갔다. 조금씩 강의 백사장이 강을 먹어들어가며 점점 배옆으로 붙고 있었다.

그와 함께 배를 쫓고 있는 친군위의 말밥굽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미 기병들도 강안이 좁아지고 있는 것을 눈치챈 것이 틀림없었다.

순간 견태고의 귀 옆으로 화살이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견태고는 몸을 움츠리며 다시 활을 드는 순간 이상겸이 바로 뒤에서 활을 쏘았고, 비명은 견태고의 바로 옆에서 울려퍼졌다.

어느새 뱃전 바로 옆까지 기병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견태고는 이를 악물었다. 사내가 활을 들고 다시 화살을 집는 사이, 바로 옆의 언덕에서 또 다른 궁기병의 무리가 미끄러지듯 언덕배기를 내려오며 추격자의 무리에 합류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란 바로 이를 뜻하는 것이었다.

“좀 더 빨리 몰 수 없소?”

“바람이 잦아들고 있어서 곤란합니다!”

“망할!”

이상겸이 이를 드러내고 화살을 찾았다. 이미 화살은 십여대 정도만이 남아 있었다. 이미 뱃전 옆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말의 모습이 똑똑히 보일 지경이었다.

견태고는 다시 화살을 시위에 얹었다. 이대로라면 임진강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화살받이가 될 게 분명하였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한 채 아이들을 병사들에게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척오조는 모두 활을 장전하라!”

견태고의 일갈과 함께 뱃전에 있던 모든 대원들이 명에 따라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견태고의 눈이 번쩍이며 별초의 모든 이들을 지켜보고 그들을 쫓는 적을 노려보았다.

“모두 같이 살고 모두 같이 죽는다!”

“예!”

척오조원들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 뱃전을 흔들었다.

그들을 따라 달리는 친군위의 말들은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이제 뱃전 바로 옆으로 백사장이 파고 들어올 지경이 되었다. 견태고의 이가 악물렸다.

“모두 물렀거라!”

그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언덕위에서 벼락치는 듯한 일갈을 내지르며 궁기병 사이로 뛰어들었다. 흰 말 한 필이 번쩍이는 갑주를 입은 사내 하나를 등에 태우고 전력으로 궁기병 사이를 내달리며 앞으로 들어오더니 사내의 손에서 번득이는 장검이 하나 뽑혀 나왔다.

친군위의 사내들이 반사적으로 옆으로 파고드는 백마를 바라보는 순간, 장검이 번득이더니 순식간에 두명의 친군위가 목에서 피를 뿌리면서 그대로 뒤로 굴러떨어졌다.

떨어진 친군위에 발이 걸린 말 한필이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지며 다른 말과 부딪혀 아수라장이 되는데, 백마를 탄 무장은 그대로 말을 앞으로 내밀더니 허리춤에서 한 자루의 칼을 더 빼 들고는 앞으로 돌진했다.

사내는 허벅지로 안장을 감싼 채 실로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오는데, 천하의 의흥친군위보다 갑절은 빠른 듯한 속도였다.

쌍도를 빼든 사내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친군위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순간 배 위에 타고 있던 견태고와 이상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형무가 그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히죽 이를 드러냈다. 백마 위의 무장이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의 앞에 있는 기병들을 향해 천지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내가 척오조의 백해종이다!”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번득이는 두 자루의 칼날이 은색 선이 되어 전후좌우를 휘감으며 말앞으로 내달렸다.

순식간에 친군위의 사내들이 사방으로 활을 내던지며 강변으로 쓰러지고 마필이 주인을 잃고 사방으로 내달리는데, 일순간에 진영이 무너지며 뒤를 쫓던 이들의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한형무가 쾌재를 불렀다.

“지금에서야 오는구나 백해종!”

“무슨 소리냐?”

“제가 지유 댁으로 가기 전에 인편으로 전갈을 보냈습니다.”

“뭐라고?”

“저 놈은 안 불렀으면 평생 지유를 원망했을겁니다요!”

순간 백해종의 말이 거품을 물면서 뱃전 바로 앞까지 내달려오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친군위 기병을 한 합에 날려버리고 바싹 뱃전에 붙었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친군위가 활을 내던지고 칼을 뽑아드는데, 그순간 어경순이 던진 비도가 그대로 친군위의 목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백해종은 씩하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대로 등자 위로 두 발을 껑충 모으더니 옆에 있는 뱃전으로 몸을 날렸다.

사내의 몸이 공중에 뜨는 순간 왕지균과 홍일국의 억센 손이 사내의 손을 붙잡고 냉큼 뱃전으로 끌어들였다.

그와 동시에 뱃전이 다시 백사장과 멀어지며 넓어지는 강의 가운데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다시 강변이 넓어지고 바람이 뒤에서 받쳐주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충용위의 갑옷을 입은 백해종은 한 달음에 선수로 다가오더니 활을 들고 서 있는 견태고의 앞에서 칼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척조오의 백해종이 지유를 뵙습니다! 늦어 죄송합니다!”

“백해종···.”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견태고의 얼굴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하지만 사내의 입에는 미소가 절로 치밀어 올라왔다.

“오냐, 늦었구나.”

바람을 타고 날듯이 강을 달려가는 배의 앞머리에 커다란 부둣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사천(沙川)의 끝자락, 임진강으로 통하는 하구에 도달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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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9 포대화상
    작성일
    22.08.25 17:25
    No. 1

    고려를 외면하고 조선의 배를 탓다가 쫓기면 이제 이 좁은 반도에서 어쩌자고 차라리 의주로 여진으로 가는 것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ho*****
    작성일
    22.08.25 22:45
    No. 2

    긴박한 장면들이 가슴 졸이게 만듭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7 夢想成眞
    작성일
    22.08.26 13:37
    No. 3

    크으..멋지다. 모두 사내로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1 악지유
    작성일
    22.08.26 18:34
    No. 4

    여기 고려, 아니 조선의 진정한 사내들이 모여있구나.
    이성계, 이방과, 이방원이는 그들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할 의리와 신의로 뭉친 대장부들이다.

    먼저 간 고려의 충신들이 봤다면 감복하여 다투어
    도와줄게다. 부디 이들의 앞날에 선영들의 가호
    있기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악지유
    작성일
    22.08.26 18:38
    No. 5

    작가 양반,
    기아훈이도 살리고 단 한 명도 희생없이 모두
    무사히 사지를 빠져나갈 수 있게 좀 도와주시우.

    어느 깊고깊은 초야에 묻혀 지내며 훗날을 도모할 수
    있도록 말이유. 그래야 목숨을 구한 보람이 있을게
    아니것소. ^^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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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5) +4 22.08.26 251 14 15쪽
118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4) +2 22.08.26 223 11 15쪽
»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3) +5 22.08.25 238 13 16쪽
116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2) +4 22.08.25 229 12 15쪽
115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1) +3 22.08.24 239 17 13쪽
114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나흘(4) +2 22.08.24 221 13 14쪽
113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나흘(3) +5 22.08.23 241 14 12쪽
112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나흘(2) +3 22.08.23 215 12 13쪽
111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나흘(1) +4 22.08.22 260 15 15쪽
110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흘 +1 22.08.22 250 14 16쪽
109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초사흘 +5 22.08.19 288 16 12쪽
108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초하루 +2 22.08.19 278 12 15쪽
107 음력 칠월 열 엿새(3) +7 22.08.18 280 17 16쪽
106 음력 칠월 열 엿새(2) +2 22.08.18 257 13 14쪽
105 음력 칠월 열 엿새(1) +3 22.08.18 256 11 13쪽
104 음력 칠월 열 이틀 +3 22.08.17 277 14 14쪽
103 음력 칠월 여드레 +4 22.08.17 264 13 14쪽
102 음력 칠월 닷새 +4 22.08.16 264 15 12쪽
101 음력 칠월 나흘 +1 22.08.16 248 13 13쪽
100 음력 유월 스무 나흘(5) +5 22.08.15 279 18 17쪽
99 음력 유월 스무 나흘(4) +3 22.08.15 257 12 13쪽
98 음력 유월 스무 나흘(3) +4 22.08.12 285 18 13쪽
97 음력 유월 스무 나흘(2) +2 22.08.12 256 9 14쪽
96 음력 유월 스무 나흘(1) +1 22.08.11 276 13 13쪽
95 음력 유월 스무 이틀 +3 22.08.11 264 12 18쪽
94 음력 유월 스무 하루 +3 22.08.10 288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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