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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마지로의 만려일작(萬慮一作)

낙조십일영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일반소설

완결

견마지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2
최근연재일 :
2022.08.29 10:35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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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8.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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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초하루

DUMMY

사내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슬쩍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미 새벽닭은 한참 전에 울고 난 뒤였다. 아직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야번(夜番)을 돌고 퇴청하기 전에 권주(勸酒)를 사양 못한 것이 문제였다. 사내가 슬슬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있자 옆에서 졸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일어나셨어요?”

“오, 오냐. 율목이 너도 지금 일어났느냐?”

아이는 떠지지 않는 눈을 손으로 비비며 견태고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전 조금 전에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괜찮으십니까?”

견태고는 아이의 말을 듣다가 피식 미소를 머금었다. 어디서 장유유서(長幼有序)나 효경(孝經) 같은 것을 주워들은 것인지, 아니면 어미가 언행을 주의하라 한 것인지 알 도리 없었지만 어울리지 않는 점잖은 말을 주워섬기며 하품하는 아이의 얼굴은 언제 봐도 귀여웠다.

키만 쑥대처럼 커지고 있었지 하는 짓은 맨 처음 봤던 여섯살 사내애 그대로였다. 사내는 팔을 뻗어 아이의 새집투성이 머리를 더 헝클어뜨리고 웃었다.

“괜찮다. 너는 오늘 무엇을 하느냐?”

“엄마 술 내리는 걸 도와드릴거예요.”

“나가서 놀지 그러느냐.”

“좀 있다가요.”

그 때, 삐걱 소리를 내며 방문이 열렸다. 여인이 슬쩍 안을 쳐다보더니 이부자리 속에서 앉아있는 두 사내의 꼬락서니를 보고는 혀를 찼다.

“조금 있으면 해가 뜰 텐데 지금 일어나신 겁니까?”

“미안하게 되었네. 어제 백호 몇 명이 도부외와 짝이 되어서 술 한잔 달라 하여서······”

“밤이슬 맞고 술까지 드시면 몸 상해요. 뭐 하시는 건지···”

여인은 혀를 차더니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꿀물을 작은 소반에 받쳐 들어왔다. 여인은 투덜대면서도 사내 앞에 오면 조신하니 머리를 숙이고 자기가 준 꿀물을 마실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사내는 물끄러미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2년이 지났지만 용모가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아이가 들어선 뒤부터는 슬쩍 살이 올라 예전보다 더 어려진 것 처럼 보였다.

“몸은 좀 어떤가?”

“괜찮아요. 가끔 뛰노는데 금세 조용해지는 게 계집아이 같아요.”

“무리하지 마시오.”

사내의 말에 여인은 슬쩍 사내를 보고 웃더니 빈 그릇을 받아들었다.

“그리 걱정되시면 일찍 들어오세요. 야번 너무 많이 서지 마시고.”

“순번을 짜서 들어가는 건데 내가 어찌 미룬단 말인가.”

“예전처럼 괜히 굴러온 돌이라고 다른 이들이 박하게 구는 거 아니죠?”

여인의 조심스런 표정에 견태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젠 그런 일 없소이다. 나도 이제 순군만호부 사람이요.”

왕씨가 물러나고 이씨가 사직을 움켜잡은 지 벌써 이 년이 지났다. 그 무섭고도 두근거리던 날, 이성계는 사람들의 청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는 고려국의 왕이 되어 사직을 계승하였고, 곧이어 나라의 이름을 명에 청하여 새로 받았다.

조선(朝鮮).

이제 이 나라는 고려가 아니었고 앞으로 불리게 될 이름은 조선이라 하였다. 임금이 바뀌고 국호가 바뀌고 왕통이 바뀌었지만 백성들의 삶은 그리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바뀐 것은 윗사람들의 벼슬과 칭호, 벼슬의 직제와 이름뿐이었다.


삼사 우사 이방과는 이제 왕자가 되어 영안군(永安君)의 칭호를 받았고 밀직제학 이방원은 정안군(靖安君)에 봉해졌다.

이씨 집안의 모든 종자들은 공후의 집안에 난 씨앗이 되었고 왕씨들은 제왕의 위와 멀어져 귀양을 가거나 낙향하였으되, 새 왕의 배려로 재주 좋은 몇몇은 새로운 나라의 중신으로 조선을 섬기게 되었다.

척오조 역시 뿔뿔이 흩어졌다.

어차피 오현도의 흉수가 없어졌으니 해산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였다. 하지만 영안군 이방과는 그들의 처우를 모두 꼼꼼하게 챙겨주었으니, 모든 이들이 개경 안에서 나름대로 한 품계를 높여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도록 해 주었다.

“이보게 견지유. 하고 많은 직책중에 왜 순군만호부에 가는가? 지금보다 바쁘면 바쁘지 덜 하지 않은 곳이네. 내가 자네는 요직(要職)에 더 높은 품계를 줄 수 있음이야. 더구나 자넨 그럴 자격도 있는 사람이고. 게다가 천호(千戶)가 뭔가? 진무(鎭撫)자리도 충분하거늘!”

견태고가 순군만호부 천호에 지원하자 영안군 이방과는 황소 같은 눈을 끔벅이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견태고는 굳이 이방과에게 다른 부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개경 사방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좋사옵니다. 가끔은 영안군 나리를 보러 창령방에도 들릴 수 있으니 어찌 바쁜 것이 나쁘다 하겠습니까?”

“허! 자네가 입에 발린 소리를 할 줄 알았는가? 허허! 거 사람 참······”

“저는 바쁘게 부대끼는 삶이 좋습니다.”

이방과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견태고의 청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견태고는 순군만호부의 천호로 적을 옮겼다. 아무리 위계에 따라 순명(順命)하는 것이 순군의 습성이라 하지만 갑자기 위에서 명을 받아 내려 꽂힌 천호를 좋아하는 이들은 없었다.

견태고가 순군들의 텃세를 묵묵히 감내하고 그들과 같이 섞여 드는 데 든 시간만 해도 근 반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인내의 시간은 그만큼의 결실이 있었으니 순군(巡軍)들은 거칠고 타 관인에 대해 경계가 심하였으나 한번 자신의 무리라 생각하면 전후를 재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상례였다. 이제는 공공연히 업무가 끝난 뒤 퇴근 전의 반주 한 잔 정도는 상례로 이어지는 삶이었다.

견태고는 별반 바라는 것이 없었다. 개경에서 제대로 된 직책도 얻었고 오매불망 그리던 가족은 자신의 옆에 시나브로 생긴 뒤였다. 더하고 덜 할 것이 없는, 아쉬운 바 없는 삶의 연속이었다.

“오늘 늦게 등청하실 요량이면 이것 좀 이별장(別將) 댁에 갖다 주고 가세요.”

어느새 율목어미는 부엌으로 내려가더니 작은 항아리 하나를 마루에 얹어놓았다. 새로 담근지(漬: 김치)가 가득 들어있었다. 견태고가 항아리를 슬쩍 들어보이고는 무게를 가늠하자 율목어미가 히죽 웃어보였다.

“그 집에 입이 몇인데요. 이걸로는 보름도 못 넘길거예요.”

“참 자네에겐 늘 고마움만 느끼는구먼.”

“고맙다는 말은 그만하셔도 돼요. 하루이틀 볼 사이도 아니면서.”

허리에 손을 올리고 배를 내민 여인의 화사한 웃음이 사내의 취기를 모두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실로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춘일(春日)이었다.


*----------*


“여보게 상겸이. 이행수 있는가?”

“아저씨!”

나직하게 울타리 뒤에서 건네는 사내의 목소리를 받고 나온 것은 이상겸이 아닌 아이들이었다. 너른 울타리 앞으로 뛰어나오는 아이들은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 망아지 같은 소년들이되어 있었다.

팔다리가 죽죽 길어진 아이들은 어느 새 열살이 넘었고, 아이들의 반기는 표정은 아이다운 맛이 사라지고 작은 어른 같은 모양새를 풍겼다.

견태고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싸 들고 온 항아리를 건네었다.

“아버지 아직 안 오셨느냐?”

“아버지 이제 일 끝날 때 되었어요! 집에 들렀다가 저녁에 나가실 거예요!”

여남은 명의 아이들은 마장에 풀어놓은 말처럼 사방을 뛰어다고 있었다. 사내는 물건을 놓고 초옥의 마루에 앉아 사방을 바라보았다. 아이들과 이상겸이 기거하는 마당은 넓고 초옥은 크지 않았지만 방은 넓었다.

동리에서 조금 동떨어진 초입의 집 앞에는 장승 둘이 우두커니 서서 아이들과 견태고를 바라보고 있었다. 구름은 빠르고 한가로이 새가 울었다. 실로 유유자적하기 그지없는 풍광이었다. 견태고는 이 조용하고 아늑한 집이 이 년 전에는 마당에 발을 딛는 것조차 두려웠던 곳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 초옥은 다름아닌 낙조 이위충이 기거하던 목장(木匠) 터였다.

영안군 이방과는 척오조가 원하는 어지간한 것들은 각 별초 조원의 요구에 맞게 들어주었지만 아이들이 같이 모여 살 수 있는 객사만큼은 허락하지 않았었다.

“아이고, 이거 천호께서 여기 어쩐 일이오? 지유, 아니 천호. 허허! 이거 아직도 입에 잘 안 붙는단 말이야.”

견태고의 상념을 깨는 걸걸한 소리가 초가 울타리에서부터 울려퍼졌다. 아이들이 마치 어미새를 기다리던 아기새들처럼 일제히 고개를 돌리며 들어오는 이상겸을 맞이하는데 실로 그 모양새가 정이 넘쳐 흘렀다.

이상겸 역시 감문위 차림으로 저벅저벅 들어와 자기보다 조금 작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연달아 머리를 쓰다듬는데 그 모양새가 그저 영락없는 아비였다.

견태고는 이상겸과 아이들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삭주 출신의 척후는 어느새 늘어난 입가 옆의 주름살이 웃을 때마다 깊게 파였다.


“감문위로 가겠다고?”

“네. 지유. 감문위야 성문만 지키면 되는 거 아닙니까. 번도 생각보다 오래 서지 않고 요사이는 교대도 쉽사리 된다고 들었습니다. 산직장상들이 많아져서 말이우.”

맨 처음 이상겸이 감문위 위사를 지원한다 하였을 때 모든 사람들은 무슨 짓이냐며 반대하였다.

감문위는 원래 개경의 모든 위사들 중 가장 하급으로 치며 무예나 처우나 모든 것에서 딸리는 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취급받는 곳이었다.

이방과조차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상겸의 청을 말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상겸의 뜻은 견태고 못지 않게 단호했다.

“온종일 사방으로 돌아다니면 어찌 애들을 본단 말입니까? 나는 왕도관에게 맹세를 했습니다. 저 아이들 끝까지 지켜준다고. 저놈들이 장성하여 하나하나 자립할 때까지 나는 아비노릇을 할 겁니다. 그러려면 애들을 끼고 살아야지 별 수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이상겸의 표정을 본 사람들은 사내 앞에서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상겸은 감문위의 수문장이 되었고, 태조가 감문위를 호용순위사(虎勇巡衛司)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개편했을 때 장사(長史)벼슬을 받게 되었다. 이상겸은 사람들의 시선이나 항설따위에 신경을 쓰는 부류가 아니었으니 그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성문과 집을 오가며 아이들을 정성으로 돌보았다.

실로 피가 이어진 생부라도 이리 하진 않을 터였다.

“아이들은 조금만 안 봐도 쑥쑥 크는구먼.”

견태고의 말에 이상겸은 항아리의 지를 꺼내 먹다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오. 같은 방에서 자는 것도 이젠 슬슬 버거워질 때요. 초옥을 조금 더 터 놓을 까 생각 중입니다.”

“아이들은 계속 마당에서 풀어놓을 셈인가?”

“아니지. 언제까지 망아지처럼 키울 수는 없는 게요.”

이상겸은 견태고가 말 꺼내기를 기다렸다는 듯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중 두 놈을 손가락으로 콕 집어 가리켰다.

“저 두 놈, 태식이와 중수가 머리가 빠릿빠릿하니 셈도 잘 하고 이재에 밝습니다. 조만간 형무가 보자고 합디다. 저 놈 둘을 가게에서 한번 부려보겠다고 했거든.”

“허, 한형무가 그랬다고?”

“만약 상재가 있어 보이면 정식으로 장사를 가르쳐주겠다고 했지요. 잘 된 일 아닙니까.”

“잘 되었구먼.”

척오조의 유일한 상인 출신이었던 한형무는 이년 전 척오조가 해체되자 다시 생업으로 돌아갔다. 이방과는 한형무에게 십자가 근방에 큼지막한 점포 하나를 내어주었고 한형무는 받은 점포에서 꽤 쏠쏠하게 이문을 챙기는듯 싶었다.

어찌 보면 척오조원 중 가장 알뜰하게 실리를 차린 사람이 한형무였다.

그래도 척오조 이름으로 끝까지 싸우다가 죽을 뻔한 사내인지라 다른 척오조원들도 눈꼴시다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견태고는 이상겸의 말을 들으며 슬쩍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이상겸이 그 모습을 보더니 피식 한쪽 입술을 들어올렸다.

“지유께선 만사가 편하신 모양이우?”

“다들 별 일 없으니 그것으로 족한 거 아니겠나? 자네만 제대로 입신양명하면 내 걱정은 없다네.”

“얼씨구. 내가 무슨 지유 아우라도 되는 줄 아시우?”

이상겸은 이리 말하면서도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빛은 실로 푸근하기 그지 없었다.

“출세는 못 했어도 아이가 아홉이면 사내놈이 할 일은 다 한거지.”

이상겸은 멋쩍은 듯 견태고를 보며 웃어보였다. 사내의 미소에는 한 군데 그늘이 없어 보는 사람이 오히려 처연하였다.

“아이들 성도 조만간 갈아버릴 예정이우. 왕(王)씨가 아니라 이제 내 성으로 갈아야지.”

“고려가 망하고 왕씨 대신 이씨로 바뀌는 것인가.”

견태고의 농담을 들은 이상겸의 입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대신 실소(失笑)가 남았다.

“그렇구먼. 그러고 보니 그렇네······내가 비록 전주가 고향은 아니지만서도······”

이상겸은 아이들을 보며 혀를 차더니 지그시 이를 깨물었다.

“더러운 노릇 아니오. 얼굴도 모르는 어른들 권세놀음에 아이들이 이 꼴이 되었소. 우리도 그 놀음 한바탕에 끼어서 놀아난 것이고.”

“그 덕에 아이들을 만났다고 생각하세.”

견태고의 말에 이상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건 그렇지. 나는 자식 아홉을 얻었고, 지유는 여우 같은 각시와 개구장이 아들을 얻었지. 아, 산달은 언제요?”

“구월일세.”

견태고의 말에 이상겸은 하늘을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그 다음에는 껄껄 앙천대소를 터드리더니 견태고의 등을 펑펑 쳐댔다. 사내는 실로 호쾌하게 웃어대었다.

“하하! 지유 진짜 성공했네! 사내 할 일 다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여기 있었구먼!”

“이 사람, 소리 좀 낮추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대단한 일이지. 잘 되었어. 잘 된 일이오.”

이상겸은 마치 견태고가 자신의 일족이라도 되는 듯 만면에 푸근한 웃음을 띠고 견태고를 바라보더니 다시 하늘을 보며 했던 말을 다시 되뇌었다.

“잘 된 일이지. 참으로 부럽고도 잘 된 일이구먼. 내내 이런 날만 계속 되면 얼마나 좋을꼬.”

“······나중에 아이들하고 같이 강이나 나가려나? 같이 천렵(川獵)하면서 한 나절 노는 것도 아이들에게 나쁘지 않을 것인데.”

“형수하고 율목이도 데리고 말이오?”

“다른 척오조들도 한번 불러볼까.”

한가로이 하늘을 보며 중얼대는 견태고를 보던 이상겸이 놀랍다는 표정이 되어 자기 옆의 사내를 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참 놀랍네. 놀라워. 우리 견지유가 어찌 이리 사람이 바뀌었는고? 역시 사내는 안사람을 잘 얻어야 복이 들어오는 것이구먼!”

“흰소리 말게. 그저······”

말을 잇던 견태고의 입에도 슬그머니 미소가 얹혔다.

“좋은 때 아닌가.”

두 사내는 마루에 앉아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을 빤히 쳐다보는 중이었다. 실로 흙바람 하나 불어오지 않는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그 좋은 날은 아홉 겹 담 안에 위치한 새로운 나라의 재상들의 논의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들이었다. 사월 초 하루, 견태고와 이상겸이 안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조정의 신하들은 글자 하나를 두고 서로 격론을 붙이고 있었다.

그 글자는 다름아닌 왕(王)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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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결미(結尾): 조선 태종 십삼년 음력 십일월 스무 엿새 +20 22.08.29 451 31 21쪽
120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6) +2 22.08.29 248 17 19쪽
119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5) +4 22.08.26 250 14 15쪽
118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4) +2 22.08.26 222 11 15쪽
117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3) +5 22.08.25 237 13 16쪽
116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2) +4 22.08.25 228 12 15쪽
115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닷새(1) +3 22.08.24 238 17 13쪽
114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나흘(4) +2 22.08.24 221 13 14쪽
113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나흘(3) +5 22.08.23 240 14 12쪽
112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나흘(2) +3 22.08.23 215 12 13쪽
111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 나흘(1) +4 22.08.22 260 15 15쪽
110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열흘 +1 22.08.22 249 14 16쪽
109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초사흘 +5 22.08.19 288 16 12쪽
» 조선 태조 삼년 사월 초하루 +2 22.08.19 278 12 15쪽
107 음력 칠월 열 엿새(3) +7 22.08.18 279 17 16쪽
106 음력 칠월 열 엿새(2) +2 22.08.18 257 13 14쪽
105 음력 칠월 열 엿새(1) +3 22.08.18 256 11 13쪽
104 음력 칠월 열 이틀 +3 22.08.17 277 14 14쪽
103 음력 칠월 여드레 +4 22.08.17 263 13 14쪽
102 음력 칠월 닷새 +4 22.08.16 263 15 12쪽
101 음력 칠월 나흘 +1 22.08.16 248 13 13쪽
100 음력 유월 스무 나흘(5) +5 22.08.15 279 18 17쪽
99 음력 유월 스무 나흘(4) +3 22.08.15 257 12 13쪽
98 음력 유월 스무 나흘(3) +4 22.08.12 284 18 13쪽
97 음력 유월 스무 나흘(2) +2 22.08.12 255 9 14쪽
96 음력 유월 스무 나흘(1) +1 22.08.11 275 13 13쪽
95 음력 유월 스무 이틀 +3 22.08.11 263 12 18쪽
94 음력 유월 스무 하루 +3 22.08.10 288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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