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XXX - 90화 민준, 함께하다 (2)
- 90화 민준, 함께하다.
민준은 언제든 집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
작년에 만들어놓은 소달구지에 그동안 만든 세간들을 정리해 싣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내려 집에서 생활했다.
“이게 이렇게 쓰일줄은 몰랐네. 난 그냥 뭐라도 쉽게 옮길까 싶어 만든거였는데 이삿짐을 옮기게 되다니.”
민준이 소달구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봄이 되었지만 할 일이 없었다. 어차피 민준은 원시인들이 오면 그들을 따라 그네들이 사는 곳으로 갈 생각이니 더 이상 이곳에 콩을 심을 필요가 없었다.
대신 남는 시간동안 집과 마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그동안 그가 해놓은 일들을 보며 옛기억을 회상했다.
별이는 민준이 뭘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별이도 이젠 제법 말귀를 알아듣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맘때쯤의 잔디에 비하면 많이 못미쳤다.
잔디는 민준이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지 아는듯 아무말 없이 그의 옆을 지켰다. 잔디는 작년 그일이 있은후 이상하게 부쩍 성숙해져 여인의 냄새를 물씬 풍겼다. 게다가 때때로 민준을 보는 눈빛이 요상한게 눈이 마주칠때마다 민준의 마음은 싱숭생숭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범죄든 뭐든 알게 뭐야. 윤리고 뭐고 내가 신인데, 앞으로 내가 하는 일들이 윤리고 도덕이고 법 아니겠어?”
민준도 그런 잔디가 싫지 않아 슬쩍 웃었다. 그래도 역시 쉽게 손대지 못하겠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날짜는 계속해서 흘러갔고 민준들은 하염없이 그들을 안내해줄 원시인들을 기다렸다.
잔디나 별이가 그들이 왔던 곳이 있는 방향은 알고 있었지만 셋이서 떠나기에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들에겐 사람뿐만 아니라 돼랑이들과 소 1,2,3호도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주일후, 그들이 왔다. 이번에도 역시 아이 한명을 데려왔는데 이번엔 다시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제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민준과 잔디, 별이 그리고 그들을 찾아왔던 원시인들은 그들의 부족이 살고 있는 마을로 다시 되돌아갔다.
“잘 있어라, 내집아. 그리고 뒷산, 냇가, 수로, 화장실 그리고 못다 만든 목책아. 난 이들하고 살련다!”
내 이름은 똑딱 휙 삐리. 부족의 주술사이자 지도자이다.
부족은 번창했다. 신의 보살핌이 있으라!
나는 큰사람들을 이끌고 신께 제물을 바치러 봄과 가을 두 번 길을 떠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제물을 준비했어.
작년엔 제일 먼저 공양했던 여자아이가 무슨 일인지 우리와 함께 돌아가려 했는데 신이 막았어. 아무래도 신은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를 더 좋아하는건가? 그래서 이번에도 여자 아이를 제물로 선택했지.
아이의 어미는 울고불고 하며 아이를 내놓으려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부족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선 당연히 신께 제물을 바쳐야지 않겠어?
어… 음… 신이시여!
봤어? 봤냐고! 방금 신께서 우리와 함께 부족으로 간다고 하셨어. 어 물론 내가 신의 말씀을 정확히 알아들은것은 아닌데 신과 함께 있던 제물, 아니 이제 제물이 아니지. 그러니까 음, 모르겠군.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 작은신? 아냐, 신은 아닌데 … 모르겠다. 그냥 넘어가자.
어쨌든 그들의 말에 따르면 신께선 우리와 함께 하신다더군. 우리의 정성이 통한 걸까?
내 생각엔 이젠 우리 부족도 동쪽산을 넘어갈수 있지 않을까 싶어. 거기에도 산신이 있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신께서 함께 하신단 말야. 그러니까 갈수 있겠지? 안돼? 왜? 모르면 말을 꺼내질 말지.
하긴 나도 사실 이제와서 동쪽으로 갈 생각도 별로 없어.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우리 부족은 엄청나게 커졌다고. 이젠 근방에서 우리 부족을 건드릴 동물들은 없어. 게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 할수 있는 일도 엄청 많아. 무엇보다 더 이상 겨울이 춥지 않다는 거지. 왜냐하면 우리 마을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있으니까. 예전처럼 부락에 몇 명 안되었을 때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야.
내가 좀 횡설수설 했나? 너무 그러지 말라고, 이게 다 기뻐서 그런거야.
아무튼 우리 부족은 앞으로 더욱 번성할꺼야. 우리에겐 그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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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면서 보니까 너무 짧네요;;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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