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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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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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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925

작성
09.12.2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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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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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
9쪽

B.C.XXX - 81화 후아주 (1)

DUMMY

- 81화 후아주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또 다시 가을이 왔다.

아니, 시간은 언제나 똑같이 흘렀다. 다만 민준이 그렇게 느꼈을 뿐이었다.

어쨌든 민준이 이곳에 온 뒤로 두 번째로 맞이하는 가을이었다.

그동안 민준은 많은 일들을 했다.

먼저 뒷산의 나무를 베어와 통나무를 다듬었다. 여기에 새로 식구가 된 소들이 큰 몫을 해냈다. 소에게 줄을 연결해 산 밑으로 끌고 내려온 덕분에 민준은 집을 지을때보다 훨씬 편하게 나무를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잘라낸 나무로 집 주변과 농사를 짓는 땅을 모두 에워싸는 든든한 목책을 세웠다. 목책이라곤 하지만 어느 농장의 울타리 같은 수준은 아니었다. 커다란 통나무 하나 하나가 기둥이 되어 벽을 만든 것이다.

물론 가을 내내 이일에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하루에 하나 또는 두 개 정도의 기둥을 세웠을 뿐이다. 그리고 그 외의 시간은 또 다른 일을 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이 일이 한두달내에 끝낼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민준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때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할수 없었다. 그러니 다른 모든 일에 손을 놓고 이 일에만 매달릴수는 없었다.

그렇게 늦은 봄부터 일을 시작해 가을이 될 때가 되어서야 민준이 계획했던 것의 1/4을 완성할수 있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겨울을 날 준비를 했다. 통나무를 만들고 남은 쳐낸 가지는 차곡차곡 쌓아 말렸다. 이것은 추운 겨울을 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틈틈이 활을 만들었다. 코뚜레를 만들며 함께 시작한 활만들기는 오래지 않아 마무리 되었다. 수시로 모양을 잡아준 덕분인지 눈으로 봐서는 차이를 알수 없을 정도로 대칭의 모양을 이루었고 가방끈을 틑어 몇겹으로 꼬아 시위를 만들었다. 가방끈이 비닐종류로 된것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가죽끈을 만들어 손잡이를 단단히 감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고, 적당한 대나무를 잘라 화살을 만들었다. 곧게 자라는 특성을 가진 대나무는 화살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만든 활을 가지고 틈이 날대마다 활을 쏘는 것을 연습했다. 처음엔 화살도 엉성하고 솜씨도 그에 못지 않아 코앞에 떨어지거나 쏘아진 화살이 앞으로 날아가는게 아니라 공중에서 핑그르 돌아 그의 손을 다치게도 하였지만 점점 경험이 쌓이면서 화살을 만드는 기술도 향상되었고 이제는 근거리라면 웬만큼 표적을 맞출 정도의 실력을 쌓을수 있었다.

게다가 처음엔 한번 시위를 당기는 것도 힘에 부쳤었는데 점점 요령이 붙고 시위를 당기는데 필요한 근육이 생기면서 활을 강하게 쏠수 있게 되었다.


죠리퐁 농사도 제법 잘 되어가고 있었다. 원래 생명력이 좋은 종인지 민준이 꼼꼼히 성장 환경을 적어가며 노트를 만든것이 무색하게 모두가 무거운 고개를 숙였다. 물론 추수를 하고 생산량을 확인해 비교해 봐야 결과가 나오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죠리퐁이 익어가자 민준의 밭을 노리는 괘씸한 놈들이 생겼다. 방정맞게 날개를 파닥이며 요리조리로 날아다리는 새들이 그것이었는데 골머리를 썩던 민준은 마침내 방법을 찾아 내었다.

처음엔 허수아비를 만들어 보기도 하였고 화살을 쏘아 쫒아내기도 했지만 모두 그때가 전부였다. 하지만 대바구니에 줄이 달린 막대기를 걸치고 그 밑에 미끼를 놓고 기다리기를 얼마. 그 옆에 수많은 죠리퐁을 놔두고 바구니 밑으로 기어들어온 이름모를 새는 민준이 줄을 잡아 당기는 동시에 바구니 밑에 갇히게 되었고 잠시후 목이 잘린채 꼬챙이에 꿰어져 밭에 심어지게 되었다. 외에도 몇 마리가 같은 신세가 되어 밭 이곳저곳에 세워졌다. 그 뒤로는 새들의 극성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가장 하기 싫었던 일을 꼽으라면 바로 똥을 치우는 일이었다.

누구 똥이냐고? 물론 사람이 싼 똥도 있지만 그보단 세 마리의 소가 싸는 똥은 장난이 아니었다.

사람이래야 봤자 민준과 잔디 딱 둘뿐이니 어쩌다, 진짜 가끔 한번 퍼주면 되었다. 하지만 소들은 아니었다.

세 마리나 되는 소들이 싸는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낮에는 앞마당의 말뚝에 묶어 풀어 놔주고 저녁이 되면 외양간에 가두었는데 안과 밖에서 시도 때도 없이 똥을 싸댔다.

잊을만하면 어디선가 철퍽! 철퍽! 쏴아! 쏴아!

또 잠을 잘라치면 외양간에서 철퍽! 철퍽! 쏴아! 쏴아!

소들은 하루하루 똥을 만드는 기계였다.

소들 입장에서야 먹었으니 싸는게 당연했지만 민준에겐 그게 아니었다.

그 커다란 소들 세 마리가 싸대는 똥의 양은 하루에만도 양동이 하나 분은 나왔다.

이걸 그냥 놔두면 언젠가 민준이 밟게 될터이니 하나하나 치워야 했다. 거기다가 외양간에도 쌓이면 큰일이니 이것도 치워야 했다.

물론 소들이 볼일을 볼때마다 따라다니며 치운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 마당에 떨어진 똥을 퍼서 한곳에 쌓고, 외양간에 쌓이 똥도 퍼서 함께 쌓았다. 그리곤 풀을 뜯어 외양간에 깔아 주었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치우기도 쉽고 내년에 거름으로 쓸때도 좋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민준도 알지 못했다. 다만 어렸을적 할아버지 댁에서 소를 기를때 그렇게 했던 것을 떠올려 따라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고, 못 되라고 할 리가 없으니 믿고 따라할 따름이었다.

이런 것들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중 굵직한 일들이었고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돼랑이가 새끼를 아홉 마리나 낳은 일 등등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잔디와 함께 산에 오를 예정이다.


원래 민준은 술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또 술을 아예 안마시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술자리가 있으면 빼지는 않는 정도? 그래도 술자리를 찾아 다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민준도 가끔은 술이 마시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마트나 슈퍼에 들려 캔맥주를 하나 사서 혼자 마시고는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본의 아니게 금주를 하게 되었다. 술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땅을 파고 커다란 통나무를 심는 노동을 하거나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먹을때, 그리고 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나서 목이 마를때 등등 이럴 때에는 슬그머니 술생각이 나곤 했다.

그래서 민준은 생각했다.

술이 마시고 싶다. 그러면 술이 있어야지. 하지만 술을 파는데가 없으니 만드는 수밖에. 뭘로?

무엇으로 술을 만드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쌀이나 고구마 보리 등등 이러한 것들로 소주 맥주 막걸리 등등을 만든다는 것은 민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중 하나도 민준이 가진것은 없었다. 물론 비슷한 것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술을 만들수는 없었다. 왜냐, 술을 빚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민준은 한가지 이야기를 떠올렸다.

원숭이가 숲속에서 술을 마셔 취하는 우화를.

지구상에 술을 마시는 종이 있다면 그것은 딱 두종류 이다. 바로 인간과 원숭이. 물론 요즘엔 개도 술을 마시는 일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먼저 인간에 의해 술을 접하게 되는 경우이다. 반면에 인간과 원숭이, 이 두 종은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알아서, 잘! 술을 만들어 마신다.

그중에서도 원숭이가 마시는 술을 후아주라고 한다. 이 후아주는 자연에서 땅에 떨어진 나무열매가 으깨지고 숙성되면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원숭이는 이걸 그렇게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이것도 들은 이야기로 민준이 직접 본적은 없다.

하지만 있지도 않은 일을 꾸몄을 리가 없으니 민준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과일로 만드는 술이었다. 따로 술을 숙성시키기 위해 효모가 필요없는 과실주 즉, 후아주 말이다.

----------------

참고로 말씀드리는거지만, 과실주를 담그는데 효모가 필요없겠다는 것은 민준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에...결국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생각보다 내일 일나가시는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그래도 분위기를 타서 즐거웠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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