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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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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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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925

작성
09.12.18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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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B.C.XXX - 71화 땅울림 (1)

DUMMY

- 71화 땅울림 -


잔디는 민준과의 생활에 금방 적응을 하였다. 아니 어찌 보면 민준이 잔디와 함께 사는것에 적응한것일수도 있었다.

민준은 잔디와 함께 생활하면서 하루가 훨씬 길어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잔디가 오고나서부터 요리를 하거나 하는 등의 일들을 모두 잔디가 맏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은 절대 민준이 강요하거나 시킨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아침에 민준이 일어나면 어느샌가 먼저 일어난 잔디가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민준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수 없었다.

활용할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둘째치고 혼자 해먹던 그전까지의 식단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얼마전 까지만 하더라도 민준의 식사는 기껏해야 고기를 굽거나 삶기 또는 이름을 알수 없는 야채나 무엇인가의 뿌리를 삶아 먹고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는게 전부였다. 그나마 고기와 야채를 넣고 끓이고 소금으로 간을 하면 그럭저럭 먹을만한 고깃국을 먹을수 있었다.

그런데 잔디가 오고나서 부터는 민준이 밖으로 외출을 할때면 항상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미처 민준이 알지 못했던 다양한 야채들을 채집했다. 게다가 민준은 귀찮아서 잘 해먹지 않던 죠리퐁도 잔디가 나서서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냈다.

덕분에 민준이 작년 가을 모아 두었던 식재료들이 두 입으로 들어가면서 훨씬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즐거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원시인들이 잔디와 함께 놓고간 것들도 있으니 민준의 입장에선 어찌보면 손해도 아니었다.

물론 가끔 민준의 입장에선 과연 이것이 먹을수 있는 것인지 알수 없는 것들을 가져올때도 있었지만 이상할정도로 민준에게 공손한 잔디의 정성을 뿌리칠수는 없었다. 게다가 어떤게 먹을수 있는 것인지 몰라 생선과 고기만 질리도록 먹던 때에 비하면 별식 수준이었다.


민준은 오늘 산에 오를 참이었다.

지난 겨울, 민준이 정성껏 만들었던 수레와 자전거를 원시인들이 들고 갔기 때문이었다.

곧 있으면 죠리퐁을 땅에 심어볼 때가 올것 같은데 그 전까지는 수레를 만들어놔야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어쩌면 다시 겨울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몰랐다. 한번도 심어서 키워본적 없는 죠리퐁을 심어 수확을 하려면 신경쓸일이 한두가지가 아닐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심을 때를 잘못 잡는다던가,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한지 몰라 농사를 망칠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돌아갈 방법이 없는한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야할 민준이었다. 게다가 그는 아직 젊으니 농사란 도전할만한 일이고 도전해야할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 언제까지 주변의 자연에만 의존해 채집만 한다면 곧 그 끝을 보일것이고 어쩌면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 잔디는 민준이 죠리퐁이라 부르는 곡식을 갈아 반죽을 했다. 그리고 이것을 달군 토기에 넓게 펼쳐 구워냈다.

비록 잔디는 어른은 아니었지만 여자였기 때문에 부족내에서 생활하며 어른들을 따라 들로 채집을 나가거나 음식을 만드는 일등 여러 가지 일들을 도왔다. 때문에 민준에게 부족했던 여러 가지를 잔디가 채워주게 됨으로써 덕을 본것은 민준이었다.

잔디가 만들어온 넓적한 요리에 구운 고기를 잘라 함께 싸먹은 민준은 산에 갈 준비를 했다.

최근 근방에서 민준을 향해 먼저 공격해오는 짐승은 없었지만 그래도 안심할수는 없었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민준의 방심을 유도하고 있을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창대와 창날이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지, 혹은 창대가 삭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는 멀티툴을 꺼내들었다.

지난 1년여간 유용하게 써온 멀티툴. 이 멀티툴은 멀티툴로 유명한 레더맨에서 만든 제품답게 그 몫을 톡톡히 해왔다. 고작 손가락 하나 정도되는 톱날로 그보다 훨씬 두꺼운 통나무들을 무자비하게 썰어냈다. 덕분에 민준은 집도 가질수 있었고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수 있었다.

민준도 멀티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간 최대한 아끼고 소중히 다뤄왔다. 작업이 끝나면 틈에 낀 눅눅한 톱밥들을 긁어내고 마른 가죽으로 닦아 주었다. 게다가 종종 물로 씻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남은 이물질을 닦아 내고 햇빛에 말렸다.

하지만 아무리 레더맨사(社)에서 나온 멀티툴이라 할지라도 그 수명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민준은 혹사시키다시피 멀티툴을 사용한데다가 전용기름으로 관리해주지도 못했다.

나무수액을 씻어 말렸다 할지라도 완벽할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민준의 멀티툴은 점점 수명이 줄어들고 있었다. 만약 이곳이 민준이 원래 살던 현대였다면 간단히 택배를 보냄으로서 정비를 받을수 있었겠지만 이곳엔 택배 회사도 없었고 현대로 보낼 방법도 없었다. 민준이 할수 있는 일은 멀티툴을 아껴쓰거나 이것을 대용할 다른 도구를 만들어내는 방법뿐이었다.


“좀 헐렁하네, 톱날도 흔들리고. 톱질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문제는 무뎌진 톱날하고 군데군데 녹이 생긴 것인데 어떻게 방법이 없네.”

멀티툴을 펼쳐 톱을 잡고 흔들어 보던 민준이 걱정스레 말했다. 옆에서 잔디가 관심을 가져왔지만 직접 손을 대거나 하지는 않았다.

“잔디야, 이건 건들며 안돼. 위험해. 손, 안돼. 알았지?”

간단한 손짓으로 잔디에게 주의를 준 민준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잔디도 얼른 대바구니 하나를 집어 들고는 민준의 뒤를 따라 나왔다.

“어? 오늘은 산에 가는데. 산. 따라올래?”

“산?”

민준이 집 뒤에 있는 산이라고 하기엔 너무 낮은, 뒷동산이나 언덕이라고 부르는게 더 적합해 보이는 산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잔디가 대뜸 그의 말을 따라하는 것이었다.

“헐…. 아, 아니구나. 원래 말을 할줄은 알지 참. 그동안 말을 잘 안해서 잊고 있었네. 그래, 산. 저게 산이라는 거야.”

민준이 잠시 놀랐다가 단어를 따라하는 잔디에게 다시 한번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잔디는 잠시 생각하더니 집 옆에 있는 나무로 다가가 가리키며 말했다.

“산.”

“아니 그건 나무. 나, 무. 그건 나무라는 거야.”

“나무?”

잔디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번엔 민준에게 다가왔다.

“나무.”

그러더니 민준에게 나무라고 말하며 엎드리는게 아닌가.

“에? 무슨 소릴 하는거야? 난 민준이라고 전에 알려줬잖아. 김민준. 오케이?”

하지만 잔디는 민준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못알아 듣는지 멀뚱히 쳐다보며 계속해서 민준을 ‘나무’ 라고 불렀다.

“아니 아니, 나무는 저기 저런것들이 나무고. 난 사람이라고, 살아있는 사람.”

“사…람? 아! 나무사람!”

민준을 나무라 부르던 잔디는 이번엔 민준의 말중 사람이라는 말을 알아듣긴 했는지 민준을 향해 나무사람이라 하며 다시 절을 했다.

그 모습을 보던 민준은 머리를 감지 않아 떡진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해했다.

“거참, 어떻게 하면 그게 그렇게 되는거냐. 어쨌든 저게 나무라는건 알았지? 그럼 됐어. 조금씩 조금씩 배워가다보면 언젠간 나하고 대화를 나눌수도 있겠지. 그거면 충분한거 아니겠어? 하하.”

민준은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잔디는 원시인이지만 충분히 영리했다. 민준이 학자가 아니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원시인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잔디가 보여준 모습이라면 머지않아 민준과 대화를 할수 있을 만큼의 지성을 가질것이라고.

그렇게 민준과 잔디는 집 뒤의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작년, 바퀴를 만들기 위해 잘랐다가 무거워 남겨두고 내려온 나무였다. 민준은 그곳에서 다시 바퀴를 만들만큼 잘라올 생각이었다.


이때 한떼의 무리가 민준이 사는 곳으로 몰려 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회색빛 파도와 같았다. 그 회색의 파도는 들판을 가로지르고 산과 언덕을 타고 넘었다. 앞에 바위와 물이 있으면 뛰어 넘었다.

늑대. 회색 파도의 정체는 늑대 무리였다.

그 앞에는 세 마리의 늑대가 선두로 달리고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 바로 작년 여름 민준 몰래 그를 염탐하고 다녀간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와 그의 부하들이었다.

늑대들은 하나같이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달려가고 있는 방향은 정확히 민준의 집이 있는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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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에..지난주에 사실 종장을 써버렸습니다. 전에 한번 언급했던거와 같이 대략 이십몇화정도 남았는데 별일 없으면 매일 1편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글이 끝나면 새 글을 올리기 위해서 엘른도전기를 완결란으로 보낼예정이니 혹시 아직 보고 계시는 중이시라면 어느날 갑자기 회색으로 변해있더라도 놀라지 마시고 완결란에서 찾아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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