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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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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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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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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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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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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글자
8쪽

B.C.XXX - 75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2)

DUMMY

- 75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


대나무를 한가득 잘라 집으로 옮겨온 민준은 나이프를 대나무에 비스듬히 박아 넣은후 막대기로 내려쳐 토막을 냈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이 한번의 작업으로 살상력을 지닌 죽창 두 개가 만들어졌다.

팍! 팍!

민준이 죽창을 만드는 동안 잔디는 옆에서 대나무잎을 훑어냈다. 그리고 그 대나무는 다시 민준의 손에 의해 죽창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죽창만 만든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죽창만 만들어서는 소용이 없다. 여기서 싸울수 있는 사람은 민준 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민준이 생각한것이 바로 목책이었다. 원래 목책은 나무로 만든 울타리이다. 짐승이 일정 지역을 벗어나거나 또는 밖에서 침입하지 못하도록 적당한 높이로 세우는 것인데 민준은 이것을 약간 변형했다.

아니, 사실은 기억 한구석에 박혀있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어렸을적 보았던 만화책, [쿵후보이 친미]. 당시 [드래곤볼]에 밀려 큰 빛을 보진 못했지만 민준에겐 [드래곤볼]보다 [쿵후보이 친미]가 더 재미있는 만화책 이었다.

거기에는 마적단으로부터 성을 지키기 위해 대림사의 제자들과 사람들이 힘을 합쳐 싸우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말을 탄 마적들을 저지하기 위해 죽창을 엮어 목책을 세웠다.

민준이 만들려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비스듬히 내질러진 죽창들. 이것이라면 늑대들이 뛰어 오른다 하더라도 충분히 그들을 저지할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나무와 죽창을 엮으면서 생각했다. 긴긴 겨울밤, 할 일이 없어 바닥에 주저 앉아 꼬았던 새끼줄이 이렇게 쓰이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두 손을 비벼 새끼를 꼬았을 뿐인데 만약 그때 새끼줄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급박한 이 시간에 새끼를 꼬고 앉아 있어야 했을것이다.

다행히 긴 겨울만큼 만들어 놓은 새끼줄도 충분했고 민준은 잔디의 도움을 받아 둘이 함께 목책을 만들어 나갔다. 물론 아직 어린 소녀인 잔디가 큰 힘을 발휘한것은 아니었지만 민준이 두 손으로 목책을 단단히 묶을수 있도록 잡고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잔디가 없었더라면 두 손만으로 목책을 잡고 줄을 묶는 작업을 해야 했을 것이다.


늑대 무리가 소떼를 쫒아 다니며 사냥하는 동안 민준은 쉼없이 목책을 만들어 설치했다.

한 개 두 개 만들어진 목책은 집의 남쪽과 동쪽에 중점적으로 배치되었다. 다행히 북쪽과 서쪽 벽은 산과 거의 맞닿아 있는데다가 창문도 없고 특히 땔감이 쌓여 있어서 늑대도 공격할 방도가 없었다.

집을 에워싸는 모양으로 설치된 목책을 살펴보니 희안하게도 그 각도가 제각기 달랐다. 먼저 일열은 거의 수평에 근접할 정도로 뉘여져 있었고, 이열은 40도쯤 그리고 마지막 삼열은 60도 정도로 높이 세워져 있었다.

이것은 민준이 어느 다른 데에서 본것을 따른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고민 끝에 생각해낸 방도였다.

비록 늑대들이 손이 없다 할지라도 듣던것처럼 늑대들이 영리하다면 주둥이로 물어서라도 목책을 끌어낼지 몰랐다. 때문에 늑대들이 목책 밑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지면과 수평에 가깝게 목책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열과 삼열은 늑대가 점프해 넘으려 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각도를 각각 달리하였다.

민준이 이렇게 목책을 만드는 동안 이틀이 지났고 그동안 몇차례 진동이 있은후 소떼는 어느새 집에서도 보일정도로 거리를 좁혀 왔다.

하지만 민준은 나름 늑대들을 방어할 방비를 했기에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이동하는 소떼를 바라볼수 있었다.

삼단으로 설치된 목책과 집안에 쌓아둔 죽창들 그리고 혹시 늑대들에게 포위될 경우를 대비해 식수를 준비했다. 또한 돼랑이는 임시지만 다시 창고로 옮겨 놓았다. 똥을 싸질러 놓으면 냄새가 심할테지만 그래도 늑대무리에 잡혀 가는 것 보다는 나았다. 돼랑이는 목축생활로 넘어가기 위한 중요한 실험체(?)였던 것이다. 덤으로 돼랑이와 떨어지려 하지 않던 회색 돼지는 잔디가 먹이로 꾀어 돼랑이와 함께 창고에 갇히게 되었다.


늑대 무리에 겁을 먹었던 것도 며칠이 지나자 점점 침착을 찾을수 있었다. 확실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소떼는 민준의 집에서 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을 지나쳐 갈것 같았고, 그정도라면 수많은 소들을 놔두고 100여 마리가 먹기엔 얼마 되지도 않는 민준과 잔디를 잡어 먹으려 할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긴장을 늦추진 않았다.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소’.

돼지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라면 소는 훌륭한 노동력이었다. 옛날에 농가에선 소가 재산이지 않았던가.

민준 역시 그동안 이곳에서 1년여간 살아 오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이 힘이 부친다는 것이었다.

사실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일도 여간일이 아니었다. 그럴때 밑에서 소에 줄을 연결해 끌게 한다면 얼마나 쉬울 것인가. 또 앞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밭이나 논을 갈고 가을에는 수확을 해야 하는데 일일이 손으로 땅을 파고 지게에 지어 나르려면 얼마나 고되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자 민준은 소를 꼭 갖고 싶어졌다. 저기 냇가 너머에 소떼가 우루루 몰려 있는데 그중 한 마리만, 딱 한 마리만 있으면 그렇게 좋을것만 같았다.

민준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몰랐다. 분명 작년에도 소떼를 보긴 했으니 아마 내년에도 이 지역을 지날지 몰랐다. 하지만 그러려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했다. 1년은 너무 길었다.

아직 소떼와 늑대 무리가 집과 멀리 있는 것을 확인한 민준은 소들의 이동경로를 짐작해 그곳을 찾아가 구덩이를 팠다.

파고 또 파고 계속 팠다. 파다가 땅이 깊어지자 사다리를 가져와 그 밑으로 내려가 다시 땅을 팠다. 도대체 땅을 얼마나 파서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민준의 생각은 이랬다. 어차피 민준 혼자서 소떼 근처에는 갈수 없다. 그랬다간 바로 늑대들한테 공격당할 것이고, 어찌어찌 소가 있는 곳까지 파고든다 하더라도 야생의 소를 길들여 집까지 끌고올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소가 무리에서 이탈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민준은 소가 혼자서 기어올라오지 못할 정도로 깊은 구덩이를 팠다. 너비도 소 한 마리가 충분히 들어갈만큼 넓게 팠다. 제대로 된 무쇠 삽도 없지만, 언제 화장실을 만들때에는 삽이 있었나. 그냥 열심히 팔 뿐이다.

충분히 구덩이를 판 뒤에는 풀을 뜯어 밑에 깔았다. 함정에 빠지는것은 좋지만 자칫 다리병신이 되면 노동력이고 뭐고 소고기 먹을 일뿐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구덩이에 빠지더라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 푹신한 풀을 깔아 주었다.

민준은 몇 번이고 밑에 뛰어 내려보며 충분하다 싶은 후에야 다음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한번에 소가 빠지면 좋겠지만 재수없이 피해 갈수도 있는 일이고, 잘못해서 목이라도 부러지면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밑에 풀을 깔은 것이지만 네발로 다니는 소의 경우엔 민준과 다른 식으로 떨어질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추가로 근처에 두 개의 구덩이를 더 판 민준은 마지막으로 소들이 함정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나뭇가지를 잘라다가 위를 덮었다. 소의 무게라면 분명 나뭇가지는 부러질 것이다.


구덩이를 파는데 목책을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덕분에 소떼는 거의 민준의 집 동쪽으로 흘러 내려가는 냇가를 건너기 일보직전 이었고, 민준은 아슬아슬하게 늑대 무리를 피해 집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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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도 조금 말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봐주세요ㅜㅜ 내일것도 찔립니다 ㅎㅎㅎㅎㅎ

잡담을 쓰다보면 끝도 없이 길어지기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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