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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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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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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1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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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38
추천
85
글자
9쪽

B.C.XXX - 70화 잔디 (3)

DUMMY

- 70화 잔디 -


다시 아침이 밝았다.

여느때와 같이 맑고 청명한 하늘. 밖에 나가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민준에겐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민준의 집 앞에 홀로 남겨진 원시인 여자 아이.

같이 왔던 이들을 찾아 가라고 내쫒기에는 바깥세상은 너무 위험했다. 아무리 원시인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민준의 가슴까지뿐이 닿지 않는 작은 여자 아이인 것이다.

거기다 외적인 요소 말고도 민준 스스로의 문제도 있었다. 그의 마음 한켠에도 이 아이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현대의 문명과 동떨어진 원시의 자연에 홀로 남겨진지 벌써 1년하고도 수개월. 그동안 다른 누군가와 대화는 커녕 사람을 만난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씻겨 놓고 옷을 갈아 입히고 보니 입만 열지 않으면 사람하고 다를바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난 민준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 원시인 여자 아이를 보았다.

전날 민준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익혔는지 여기저기서 먹을것을 가져다 요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민준은 원시시대에 떨어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손이 아닌 누군가 해준 요리를 먹게 되었다. 물론 훔쳐먹은것을 빼면 말이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한번 뭔가 해먹으려면 씻고 손질하고 다듬는등 번거로워 끼니를 거르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다만 몸 빼면 남는게 없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해먹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민준의 마음속에 있는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바로 이 눈치 빠르고 영리한 원시인 여자 아이와 같이 사는 것으로 말이다.


“지금까지 두 번이나 왔다 갔으니 앞으로 또 올지도 모르지. 일단 그때까지 데리고 있다가 떠나 보낼지 어떨지 결정해야겠구나. 그건 그렇고 신기하네. 이런걸 어디서 찾았지?”

민준은 손에 들고 있는 돌덩이를 던졌다 받았다 하며 중얼거렸다.

아침에 일어난 민준은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원시인 여자 아이에 놀랐고, 며칠전 원시인들이 놓고간 돌덩이를 긁어 음식에 넣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짠맛이 나는 것이 분명 소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준이 가지고 있는 완전한 소금 결정과는 달랐다. 모래도 섞인데다가 훨씬 단단했다. 암염인 것이다.

“이게 어디서 나는지만 알면 굳이 소금이 떨어져도 바다까지 갈 필요가 없겠는데 말야. 물론 좀 씁쓸한 맛도 나고 모래도 씹히지만 그정도 쯤이야. 어쨌든 가까웠으면 좋겠군.”

탁.

민준은 암염덩어리를 한쪽에 내려 놓았다.

옆에서는 여전히 원시인 여자 아이가 그를 따라다니며 주시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일단 당분간은 함께 살기로 하고… 음, 먼저 호칭이 필요하려나?”

움찔 움찔.

민준은 이름을 몸짓으로 표현해보려 했지만 몸만 움찔 거렸을뿐 마땅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았다.

동물을 표현하거나 어떠한 행위를 몸짓으로 표현하는건 쉬웠지만 이름과 같은 단어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민준은 ‘이름’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길 포기하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기로 했다.

“민준. 민, 준.”

민준은 열심히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렇게 계속 반복하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알아 듣기는 하는듯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말을 하지는 못했다. 아니 말을 못한게 아니라 민준이라는 발음을 하지 못했다.

“인…아?”

“아 가 아니고 민준. 민, 준.”

민준이 몇차례 더 반복했지만 원시인 여자 아이는 제대로 따라하지 못했다. 분명 따라하려고 하는걸 보면 민준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는 알아 듣는것 같았다. 다만 해본적 없는 발음이라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뭐, 차차 좋아지겠지. 그럼 네 이름은?”

원시인 여자 아이는 민준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응? 몰라? 아니 없어? 이름이 없어?”

고개를 도리질 치는게 민준이 알고 있는 그 의미와 같다면 아마도 이름이 없는게 맞는것 같았다.

“이름이란게 아직 없나? 아니 그러기엔 내 이름이란걸 알아 듣긴 하는것 같은데. 혹시 여자 라던가, 아이들 한테는 이름이 없는 건가?”

민준이 혼자 생각하며 원시인 여자 아이를 살폈다. 하지만 멀뚱거리며 서 있는 것이 더 이상 뭔갈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다.

“그럼 어디 내가 하나 지어줄까? 당분간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같이 지내려면 호칭같은건 필요할테니 말이야. 음….”

민준은 원시인 여자 아이에게 물었다. 하지만 알아들을리 없었다. 물론 민준도 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혼잣말을 할때와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 원시인 여자 아이의 뒤로 드넓게 펼쳐진 풀밭이 눈에 들어왔다.

“음, 푸…울은 좀 그렇고 아! 잔디, 잔디가 좋겠다. 잔디… 어감도 좋고 발음하기도 쉽고, 좋네! 어디 한번 따라해봐. 잔디, 자안 디이. 잔디!”

“짠찌?”

“…짠지는 먹는거고. 짠지 말고 잔디, 잔디!”

“짠지?”

원시인 여자 아이는 잔디라는 발음 보다는 짠지가 더 편한듯 계속 짠지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민준이 몇 번이나 잔디로 고쳐주었지만 짠지처럼 된소리가 더 발음하기 편한듯 했다.

“하아, 그래 원래 외국어가 힘든 법이지. 그래도 다행이네, 잔디라고 하면 자길 부르는걸 알아 듣기는 하니. 발음이야 천천히 교정하면 되겠지.”

이렇게 하여 민준과 동거를 하게된 원시인 여자 아이의 이름은 ‘잔디’로 정해졌다.


잔디는 영리했다. 민준의 간단한 몸짓만으로도 그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금방 알아들었고, 관찰력 또한 뛰어나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민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의 행동을 따라했다. 게다가 처음 민준과 만났을때 아무것도 못하고 엎드린채 벌벌 떨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알아서 집안과 토굴 안을 왔다갔다하며 요리를 했다. 덕분에 민준은 원시인들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알게되는 성과(?)를 올렸다.

“확실히, 원시인은 원숭이가 아니구나. 비록 채집과 수렵으로 생활하지만 그건 아직 농경과 목축에 대해 모르는 것일뿐. 그들에게 부족한건 기술과 문명이지 지성(知性)이 아니었어. 그들은 분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야.”

민준은 그동안 원시인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그들은 지금껏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인간이 아닌 흔하디 흔한 포유류 중 한 종도 아니었고 유인원도 아니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등 전세계 각지에 사는 사람들이 각자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상대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민준은 뒤에서 졸졸 따라다니는 잔디가 더 친근해 보였다.

“잔디야!”

민준이 부르자 잔디는 손으로 땅을 파 민준이 알지 못하는 뭔가를 그녀가 둘러 메고 있는 대바구니에 넣고는 달음박질로 그에게 다가왔다.

“그건 뭐야? 그것도 먹는 건가? 잘했어 잔디.”

민준이 씨익 웃으며 잔디의 머리를 슥슥 문질렀다.

그러자 잔디도 민준이 칭찬하는걸 아는지 비칠비칠 웃었다.

“자, 앞으론 맨손으로 파지 말고 이걸로 이렇게, 푹! 푹! 알았지?”

민준이 막대기로 땅을 파는 시늉을 하며 막대기를 건네주자 잔디는 냉큼 그것을 받아 들고는 땅을 파는 시늉을 해보였다.

“옳지! 잘하네!”

민준이 다시 한번 잔디를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곤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하였다.

“큭, 이거 왠지 강아지라도 한 마리 기르는것 같은 기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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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요즘엔 문피아에 들어오면 메인에 제 글을 볼수가 있습니다. 투베, 선작베스트 둘다 제 아이디와 소설 제목이 들었거든요.

처음 썼던 엘른도전기때만 해도 이런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원래 글쓰는데 재주가 있었던게 아닌지라;; 엘른 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그건그렇고 얼마전부터 한담란에 초인XX 라는 글이 추천을 받더니 순식간에 부동의 1위인 카니X을 제치고 퓨전란 1위를 차지했습니다. ㄷㄷㄷ 엄청나더군요. 골베 순위권에도 있습니다.

역시 부럽네요. 전 언제쯤 그런 글을 쓸수 있을까요. 아! 물론 전 읽지 않았습니다. 1명의 선작과 1회의 조회수라도 쉽게 올려줄순 없지요!! ㅋㅋㅋㅋ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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