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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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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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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612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1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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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78
추천
93
글자
8쪽

B.C.XXX - 66화 이것들은 왜 자꾸 (2) -

DUMMY

- 66화 이것들은 왜 자꾸.


비록 페달도, 체인도 없는 땅을 발로 밀며 추진력을 얻는 조잡한 자전거였지만 그래도 자신의 다리 길이까지 재가면서 만든 소중한 자전거였고 수레였다. 그렇게 애지중지 만든 자전거를 한번 타보지도 못하고, 수레 한번 밀어보지도 못한채 도둑맞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었다.

민준은 집앞의 나무토막에 걸터 앉아 멍하니 앞을 바라 보았다.

아침까지만해도 꿀꿀 거리던 돼지들은 모두 사라지고 휑한 울타리만 남았다. 그렇게 돼지들이 가고 남은것은 이유를 알수 없는 원시인 꼬마.

민준은 도대체 원시인들의 의도를 알수가 없었다.

작년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물건들을 주고서는 이번엔 돼지들에다가 그것도 모자라 자전거와 수레까지 가져갔다. 돼지들이야 그들도 사냥을 할테니 잡아먹을줄은 알겠으나 자전거와 수레는 어디에 쓰는건지도 모를터. 민준은 그들이 왜 그것들을 가져갔는지 알수 없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저 앞에 엎드린채 고개도 들지 못하는 원시인 꼬마.

“설마 돼지와 교환을? 아냐, 아냐. 생각을 해보자. 분명 교환이란건 사유재산이란게 있을때 가능한 건데… 신석기 인들이? 게다가 돼지를 가져가고 자기네 동족을 놓고 갔다라… 노예? 허! 그런게 있을 리가 없지 이시대에. 아아악!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민준은 복잡한 머리를 박박 긁으며 신경질을 부렸다.

그때였다.

킁 킁.

“응?”

“뀌이익.”

“돼랑아!”

돼랑이가 돌아왔다. 원시인들을 피해 산으로 도망갔던 돼랑이가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민준에게 돌아온 것이다.

민준은 기쁜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돼랑이에게로 달려갔다.

후다다닥.

그러자 돼랑이는 민준의 손길을 피해 멀찌감치 자리를 피했다.

“어어, 오케이 오케이. 그래, 네가 놀랬구나. 알았어, 내가 뒤로 가있을게.”

민준은 마치 돼랑이가 말을 알아 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하며 뒷걸음질치며 원래 있던 자리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나서야 돼랑이는 조금씩 울타리로 다가가 주변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그러더니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철퍽! 무너지듯이 앉고는 연신 울기 시작했다.

“뀌이익! 뀌이이익!”

돼랑이도 자기 자식들이 사라진것을 아는 것일까? 민준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꾸룩, 꾸룩.”

“뀌이익, 뀌이익.”

“꾸룩, 꾸룩.”

“뀌이익, 뀌이익.”

그런데 갑자기 또다른 돼지울음 소리가 들렸다.

“에?”

민준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니 돼랑이가 내려온 산쪽에서 회색 들돼지 한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민준이 가만히 있자 용기가 났는지 점점 돼랑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울타리 밖에 턱 하니 엎드려서는 꼬물대는게 아닌가.

그러다가도 민준이 움직일라 치면 벌떡 일어나 경계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야생 들돼지였다.

민준은 잃어버린 돼지 대신에 회색돼지라도 어떻게 해보려 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저렇게 조심성이 많다면 민준이 다가가기도 전에 도망갈게 뻔했다. 다행히 회색돼지는 돼랑이의 곁에 있을 생각인듯 하니 조금씩 안면을 익히다보면 돼랑이처럼 키울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다시 목축생활로의 길이 보이는 것이었다.


돼지들은 그렇다 치고, 엎드려 있는 원시인 꼬마는 도대체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옷이라곤 가죽을 어찌어찌 걸치고 있긴 하지만 날이 저물면 쌀쌀한 봄 밤의 공기에 어찌될지 몰랐다.

이제까지 데리러 오는 원시인도 없고, 원시인 꼬마도 돌아갈 생각을 안하는것을 보니 실수로 남겨진것은 아닌듯 하니 민준도 쉽사리 집에 들일수 없었다. 혹시라도 뇌물로 민준의 마음을 풀게 해놓고 잠을 잘 때 급습할수도 있는 노릇이지 않은가. 물론 원시인들이 그런 생각을 할수 있을거라곤 생각할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는 동안 자꾸 시간을 흘러갔다.

원시인이라면 민준과 같은 신체 구조를 가졌을테니 분명 화장실도 가고 싶을테고 배고 고플텐데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민준 까지도 생리현상을 처리하는 일 말고는 다른 아무일도 하지 못했다.

점점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었다.

봄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밤은 추웠다.

낮과 밤의 일교차. 무시할수 없었다.

겨울잠바를 벗고 있던 민준도 쌀쌀해지는 바람에 두팔을 쓸었다. 가만 보니 원시인 꼬마도 떨고 있는게 눈에 보일정도였다.

“그래도 애 같던데…. 이걸 집에 들여 말어? 그냥 놔두면 밤새 얼어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러고 보니 원시인들이 하루에 몇끼를 먹는진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뭘 먹는걸 못봤으니 배도 고프겠지….”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굶주리고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를 보면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 자신 말고 도와줄 이가 없다면 더욱 말이다.

민준도 처음 만났던 원시인들과의 기억 때문에 좀처럼 경계심을 풀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어린아이를 저대로 내버려 둘만한 차가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 교회에서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잖아. 그런데 교회가 맞던가? 어쨌든 저 애가 원수도 아닌데 몹쓸짓을 할수야 없지. 관찰이라면 지금까지 충분히 했잖아? 게다가 부처님도 자비를 베풀라고 하셨으니…. 부처님, 이걸로 제가 살생한건 쌤쌤으로 쳐주세요. 그러고 보니 이거 내가 죽인 동물만도 한둘이 아닌데 죽어서 지옥 가는거 아닌가 몰라? 하, 하나님. 그 죄는 예수님이 다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박히셨으니 전 죄 없는거죠?”

날이 어두워지자 감상적이 되었는지 어디서 주어들은 말들을 가지고 신들과 타협을 해보려는 민준이었다.

“그런데 아직 예수님이 태어나려면 멀었잖아! 어우씨 도대체 몇 년이나 빠른거야….”

민준은 궁시렁 거리며 원시인에게 다가갔다.

“어, 어이? 이봐, 원시인씨?”

민준이 천천히 다가가 창 반대쪽으로 슬쩍 밀며 말을 걸었다.

“……”

그러자 원시인 꼬마도 뭐라 말을 하는것 같았는데 좀처럼 알아들을수는 없었다.

“죽지 않은건 맞는데. 헤이 맨. 푸드! 푸드! 에이씨, 내가 뭐라는 거야.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영어는 왜해.”

“……”

“어이, 뭐라고 말좀 해보지? 죽었나?”

민준은 원시인 꼬마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용기를 내어 좀더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찔러 보았다.

꿈틀

“살아는 있네.”

“하아, 하아.”

“에?”

민준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원시인 꼬마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어? 설마 아픈건가?”

민준은 원시인 꼬마가 더운 숨을 내쉬며 헐떡이자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원시인 꼬마는 몇 번 말을 걸어 보았지만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했다. 어쩔수 없이 민준은꼬마를 안아들고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원래 집에 들일 생각이기도 했지만 아픈 사람을 밖에 둘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민준은 원시인 꼬마를 안아 들고 집으로 들어와 불가에 뉘였다. 그리곤 원시인들이 가져온 가죽을 하나 잡아빼 위에 덮어 주었다.

“그래도 전에 먹던 고깃국물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네. 이거라도 마시게 하면 몸이 녹겠지? 뭐 이참에 나도 저녁이나 먹어야겠다.”

민준은 불위에 고깃국물이 들은 그릇을 올리고 저녁 준비를 하였다.

“어? 그러고 보니 그 회색돼지 녀석, 내가 옆에서 뛰어 가는데도 꿈쩍도 안했네?”

아무래도 오늘은 무미건조했던 민준의 원시 생활 가운데 특별한 날이 될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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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B.C.XXX - 65화 이것들은 왜 자꾸 (1) - +17 09.12.14 14,859 9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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