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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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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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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925

작성
09.12.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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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
8쪽

B.C.XXX - 86화 민준과 원시인 (1)

DUMMY

- 86화 민준과 원시인


가을에 할수 있는 가장 큰 행사는 뭐니뭐니 해도 추수일 것이다. 그것은 민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늦봄 집에서 약간 떨어진 평지에 밭을 갈고 죠리퐁을 심었었다. 게다가 거기에 수로를 만들어 적당히 물이 공급되도록 하였다.

그런데 추수를 마친 민준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분명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첫 번째 농사가 성공할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죠리퐁 낱알마다 검은 딱지 같은것이 생겨났고 그런것들은 어김없이 먹을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속빈 강정이었던 것이다.

어찌어찌 멀쩡한 것들을 골라내 종자를 보존하고서도 얼마간 남긴 하였지만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다.

결국 민준은 덜컹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엉덩이가 문드러져라 달린 끝에 또 다른 이름모를 곡식을 찾아 낼수 있었다. 하지만 엉덩이의 그 고생에도 불구하고 결국 곡식을 찾아낸 장소는 걸어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민준의 집 뒷산 바로 너머였다.

이번에 새로 찾아낸 곡식은 민준의 키보다 높게 자라는 식물이었는데 그 줄기가 제법 단단하고 곧아 수수깡이라 이름 붙였고 낱알에는 수수라고 이름 붙였다. 물론 원래 수수라는 곡식이 있긴 하겠지만 어차피 누가 뭐랄것도 아니니 자신이 뭐라 이름 붙이든 문제될게 없다는게 민준의 생각이었다.


좋지 않은 일은 겹쳐서 온다던가? 한해 농사를 망친 민준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쳐왔다.

밤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정체를 알수 없는 불청객은 밤마다 민준의 외양간을 습격했다. 그 불청객이 노리는 것은 바로 돼랑이의 새끼들! 영악하게도 커다란 소들이나 돼랑이는 건드리지 않고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돼랑이의 새끼들을 노렸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돼랑이가 고군분투 하며 새끼를 지키는지 아직 피해가 두 마리에 그쳤다는 것이다.

민준은 밤새 우는 소들과 돼지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아침일찍 일어나 외양간을 살폈다.

밤에 돼랑이들이 울때 나와서 살피거나 불청객을 처리하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 않았다.

주변엔 가로등도, 밤새 꺼지지 않는 간판도 없는 원시의 자연. 밤이 되면 민준의 집안 말고는 어둠에 잠기는 것이다.

물론 용기를 낸다면 횃불을 들고 밖을 살필수도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민준은 그러지 못했다. 비록 2년넘게 살며 익숙해 졌다 할지라도 한치앞도 분간할수 없는 어둠속에서 정체를 알수 없는 무엇인가와 사투는 두려웠던 것이다. 만에 하나 그것이 전에 민준을 습격했던 그 짐승의 절반만 하더라도 민준은 상대를 보지도 못하고 당할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민준이 가지고 있던 손전등은 너무 아낀 나머지 건전지가 방전되었는지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수명을 다해버렸다.

민준은 외양간을 살폈다. 분명 민준이 외양간을 빙 둘러 목책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피해 외양간에 침투해 돼랑이의 새끼를 물어갔다. 벌써 4일째이다. 계산하면 이틀에 한번 꼴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상태로라면 이주가 되기도 전에 돼랑이는 모든 새끼를 잃게될 것이다.

쉬운 방법이 있다. 정체를 알수 없는 녀석이 돼랑이의 새끼만을 노리는 데다가 목책이 흩으러진 흔적이 없으니 그 사이로 왔다갔다 할수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녀석임에 분명했다. 그렇다면 늑대떼와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소들을 쉽게 어찌할수는 없을터, 돼랑이들만 창고로 들이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민준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야 할지 모를터, 한두번은 그런식으로 피한다 할지라도 근본적인 처방은 될수 없었다. 방법이 필요했다.


아직 마땅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어느날 밤.

깊은 밤 잠을 자던 민준은 밖에서 들려오는 돼지 울음 소리와 소 울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뀌익! 뀌이익! 움무우!

민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귀를 기울이자 밖에서 뭔가가 부스럭 거리며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최근 계속해서 등장하는 불청객이 틀림 없었다. 하지만 민준은 오늘도 밖에 나가지 못했다.

책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불청객이 남긴 발자국이나 털등을 보고 정체를 알아맞히던데 민준은 아무리 살펴도 정체는 커녕 발자국도 찾지 못했다. 그것은 민준의 두려움을 더 키우는데 한몫 하고 있었다.


정체를 알수 없는 불청객이 왔다간 다음날 아침. 민준은 해가 뜨자마자 외양간으로 향했다.

“하나, 둘, 셋, 넷 …. 그나마 다행인가, 잡혀간 녀석은 없나보네.” 민준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어제는 그냥 물러간듯 새끼들의 숫자는 전날과 마찬가지였다.

민준은 돌아서며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무엇인가가 계속 그의 가축을 공격하지만 아무것도 할수 없는 자신이 너무 답답했다.

“그래,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순 없어. 할수 있는건 다 해봐야지.”

민준은 각오를 다잡았다.


그날 저녁 민준은 집 밖에 모닥불을 크게 피웠다. 외양간 주변에 불을 피우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했다가 불청객이 방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때문에 언제든지 외양간 주변에 횃불을 던질수 있도록 계속해서 불을 지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날 밤은 소도, 돼지들도 울지 않았고 문뒤에 기대 불청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민준도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고야 말았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민준은 문 밖으로 나왔다. 크게 피웠던 모닥불은 새벽에 꺼졌는지 연기도 나지 않았다.

외양간에 도착해 살펴 보니 돼랑이 새끼들도 아무런 일도 일어난것 같지 않았다.

아마 민준이 피워놓은 불 때문에 외양간까지 내려오지 않았을런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전히 민준의 입에선 한숨이 나왔다. 매일밤 그정도의 불을 피우려면 장작이 보통 필요한게 아닌 것이다.

그렇잖아도 톱날도 예전같지 않고 나이프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데다가 멀티툴 자체도 내구가 다한듯 흔들 거린탓에 아예 분해를 해서 따로따로 손잡이를 만들고 멀티툴에 있던 공업용 다이아몬드 코팅 줄로 톱날과 나이프날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로 처방한 것일뿐 오히려 더 금방 마모될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이제 진짜 원시인들처럼 돌도끼, 돌칼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 갈수록 민준의 걱정은 늘어만 갔다.


며칠후, 외양간에 소와 돼지들이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러 외양간에 들어간 민준은 똥과 섞인 짚더미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고작해야 민준의 팔뚝만한 그것은 내장이 터졌는지 입과 엉덩이로 붉은 내장을 쏟아낸채 죽어 있었는데 마치 소에게 밟혀 죽은듯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뾰족한 귀와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못지 않은 발톱까지 겸비한 그 사체는 육식동물의 그것이었다.

민준은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얼마전부터 밤마다 울던 소와 돼지들이 요즘엔 조용했다. 밤마다 찾아오던 불청객이 이제 오지를 않은 것이다.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불청객과 사체로 발견된 작은 육식동물. 모든게 밝혀졌다.

분명 이 죽은 짐승이 밤마다 목책사이를 지나 돼랑이 새끼들을 물어갔던 것이다. 그러다 재수없게도 소의 발에 밟혀 생애를 끝마치고 만 것이다.

“하, 하하. 장하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가축! 이구나.”

민준은 좋아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자신의 속내를 알수 없었지만 일단은 좋아하기로 했다. 어쨌든 밤의 침입자는 물리쳤지 않은가. 비록 그것이 민준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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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서울은 어제는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다른곳도 많이 내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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