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XXX - 67화 외전 : '똑딱 휙 삐리'의 이야기 (3) -
- 67화 외전 : ‘똑딱 휙 삐리’의 이야기 (3)
확실히 우리가 모시는 나무의 신은 대단한 능력을 갖고 계신게 틀림 없어. 지난번에 우리가 용서를 구하기 위해 제물을 바치고 돌아오니 부족과 주변을 휩쓸던 저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말이야.
비록 그때 많은 부족민들이 죽어 땅에 묻히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인것은 뜨문뜨문 새로운 부족민이 유입된다는 것이야. 덕분에 우리 부족은 예전의 규모를 회복할수 있었어.
그건 그렇고 온세상을 하얗게 뒤덮고있던 눈도 제법 녹았고 추위도 물러가는듯 하니 다시 한번 신을 찾아가 빌어야겠어, 앞으로도 우리 부족을 잘 봐달라고 말이야. 지난번에도 우리의 간청을 받아주셨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들어주시겠지?
음,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신선한 제물을 구하질 못했어. 그것 때문에 난 매우 골치가 아파. 신께 바칠 제물을 정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거든.
하지만 추위가 가신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큰사람들과 여자들을 시켜 사방을 살피게 했어도 신께 바칠만한 제물을 찾지 못했어. 정말 큰일이야, 이러다가 다시 신의 노여움을 사면 어쩌지?
아! 좋은 생각이 났어. 지난번에 새로 받아들인 이들이 가져온 것인데 굉장히 신기한 돌이야. 색은 하얀것 같기도 하고 회색같기도해. 그런데 정말 신기한것은 이 돌에는 신비한 힘이 있기 때문이야.
이 신비한 돌을 바친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음식을 먹을때 이 돌의 가루를 뿌리면 훨씬 맛이 있어진데.
맛이 있어진다고? 당연히 혹한 나는 당장 가루를 입에 털어 넣었어. 그런데 어떻게 된줄 알아? 난 죽는줄 알았어. 머리는 어지럽고 입은 얼얼한데다가 속은 메스껍고 뭔가 올라오는것 같았지.
저주야! 저놈들은 분명 다른 주술사의 사주를 받고 나를 쓰러트리기 위해 온 사악한 종자가 틀림 없어!
난 당장 그놈들을 죽이려고 했지. 하지만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니라고 하는거야. 사실 내가 그동안 부족을 다스리면서 많은 사람을 다뤄봤는데, 그들의 표정은 거짓이 아니었어. 그래서 다시 한번 기회를 줬지.
음. 정말 놀라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수가 있지? 분명 같은 돌에서 나온 가루인데 이걸 고기에 뿌리니 완전히 다른 맛을 내더군. 그 뒤로 난 그들에게 큰사람 몇을 내줘 이 신비한 돌을 더 찾아오게 시켰어.
아마 이 신비로운 돌을 바치면 신께서도 충분히 만족하실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모자라. 뭔가 빠진것 같은데 그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 어이, 혹시 아는거 없어? …모르겠다고? 그래, 뭐 크게 기대한것도 아니었으니 괜찮아. 신경쓰지마.
음. 내가 그동안 신께 빌며 생각을 해봤는데, 분명 지난번 신께선 우리 부족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셨잖아? 물론 많은 이가 죽긴 했지만 그땐 신께서 내린 벌이니 어쩔수 없었지. 하지만 우리가 제물을 바치고 용서를 비니까 다시 저주를 걷어 가시면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셨지.
그런데 우리는 고작 가죽 몇장으로 끝내려고 한단 말이지. 이러다간 다시 신께서 벌을 내리실지도 몰라.
방법은 한가지 뿐이야. 눈에는 눈, 생명에는 생명.
신께서 주신 생명, 당연히 다시 신께 돌려 드리는게 옳은 거지. 암, 그렇고 말고.
드디어 신께 바칠 제물이 결정 되었어.
지난해 모은 곡식과 잘 말린 가죽 그리고 신비한 돌. 거기에 신이 내린 저주에 죽을뻔 하다가 다시 신께서 내려준 생명으로 살아난, 지금껏 단 한번도 피가 나지 않았던 깨끗한 아이를 제물로 바칠거야. 이정도면 신께서도 충분히 만족하시겠지?
오오! 신께서 우리의 정성을 받아들인 것일까?
저 나무로 만들어진 테두리 안에 갖혀있는 것들은 분명 들돼지가 틀림 없어. 아마 우리가 올것을 알고 미리 준비를 한 것이겠지?
신의 뜻을 거스르면 안되니 어서 저것들을 가져가야겠어. 어어! 이런 맙소사! 게중에 가장 큰 들돼지가 도망을 갔어! 아… 이걸로 신께 벌을 받진 않을까 걱정이야. 그렇다고 신이 계신곳에서 난리를 피울수는 없으니 어쩔수 없지.
응? 이건 뭐지? 분명 나무는 나무인데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어. 뿌리도 없고 모양도 이상해. 도대체 뭐지? 어쨌든 이것도 신이 내린 것이니 부족으로 가지고 돌아가야겠지?
이런 멍청한 것들! 휴…, 하긴 이런 녀석들한테 뭘 기대하겠어. 응? 무슨 일이냐고? 참나, 그게 말야 이 멍청한 큰사람들이 배가 고프다며 신이 내린 들돼지를 잡아 먹자는 거야.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쯧즛. 에효, 그래도 어쩌겠어. 주술사인 내가 우매한 이들을 잘 이끌어야지.
오오! 대단해! 응? 무슨 일이냐고? 자자 기다려봐 설명을 해줄테니.
기억나? 지난번에 우리가 받아온 들돼지를. 그 들돼지들이 새끼를 낳았어. 네 마리중 두 마리가 각각 무려 10마리씩을 말야. 그 말은 네 마리였던 들돼지가 아 음, 그러니까 두 손가락과 두 발가락을 다 합친거에 넷을 더 더한 수만큼으로 늘었단 말이야. 무슨 소리냐고? 그러니까 엄청나게 수가 늘었단 말이야!
내가 생각해 봤는데, 아마 이건 신께서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려고 한것 같아. 봐봐. 우리도 새끼를 낳잖아? 그것처럼 이런 동물들도 새끼를 낳는거야. 그런데 우리는 매번 힘들게 사냥을 하는데, 그럴필요 없이 이렇게 동물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놔두고 먹이만 주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수를 불린단 말야. 이건 정말 대단해!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그때 함께 내려주신 나무도 다른 무슨 뜻이 있는게 틀림 없어. 어서 큰사람들을 시켜서 묻어 놓았던 나무를 다시 파오라고 시켜야겠어.
앞으로 신의 뜻을 알기 위해선 바빠질거야. 미안하지만 이번엔 여기까지뿐이 얘기하지 못하겠어.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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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여기까지 입니다.
4천명 선작 기념이니 4연참..적절하군요.
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재미있게 봐주시고요,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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