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6,624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14 08:20
조회
14,859
추천
91
글자
9쪽

B.C.XXX - 65화 이것들은 왜 자꾸 (1) -

DUMMY

- 65화 이것들은 왜 자꾸.


다시 시간이 흘러 어느덧 봄의 기운은 완연해 졌고 눈이 녹아 질척 거리던 대지도 거의 말라가고 있었다.

얼마전의 당혹스러울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민준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민준은 집안에 있던 자전거와 수레를 밖으로 가지고 나와 벽에 기대어 놓았다. 겨우내 집안에서 먼지만 먹었으나 땅이 굳으면 곧 사용할수 있을 터였다.

“굳이 어디에 묶어 두지 않아도 훔쳐갈 사람은 없겠지. 설마 동물들이 자전거를 도둑질해 가겠어?”

이곳엔 자전거를 도둑질해갈 사람도, 동물들이 네 다리를 두고 자전거를 탈리도 없으니 일견 민준의 생각은 타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그가 상상도 못한 일이 있어 났으니….


다음날 아침. 짚을 엮어 만든 거적을 덮고 자던 민준은 밖에서 나는 소란에 잠에서 깨어났다.

“이번엔 또 뭐야….”

잠이 덜깬 민준이 투덜거리며 반쯤 감긴 눈을 비볐다.

“음냐.”

터덕 터덕 걸어 창가로간 민준은 창을 덮은 거적을 걷어 치우고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밖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암바이야 빠삐이 두 레블레블!”

“암바이야 빠삐이 두 레블레블!”

원시인들 이었다.

“뭐, 뭐야!”

민준은 잠이 확 깨는것을 느꼈다.

“아씨, 저것들은 좀 잊을만 하면 와가지고 자꾸 뭐하는거야?”

투덜거린 민준은 창옆에 숨어 조심스럽게 밖을 내다 보았다.

원시인들은 엎드려서 뭐라고 외치고 있었다.

“암바이야 빠삐이 두 레블레블!”

“저게 무슨 소리야? 지난번에도 저 비슷한 소리를 냈던것 같은데. 설마 저것들끼리 쓰는 말인가? 암바… 뭐? 나한테 암바걸겠단 소린가? 큭.”

민준은 밖의 원시인들이 하는냥을 따라하며 입을 삐죽이다가 자기가 한 농담이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혼자 소리죽여 웃었다.

“뭐 가만히 있으면 조금 있다가 알아서 돌아가겠지. 아! 그러고 보니 혹시 이번에도 뭔가 주고 가는건가? 그런데 왜 나한테….”

민준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나가서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혹여 그들이 자신이 있는지 모를수도 있었고, 자칫 자신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공격을 당할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였다. 점점 조용해지더니 갑자기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뀌이익! 뀌이익!”

돼랑이 가족이었다.

지난 겨울동안 창고에서 살며 민준이 주는 먹이를 받아 먹으며 살던 돼랑이네 다섯식구는 날이 풀리면서 집 밖 대나무 울타리 안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 이유는 더 이상 민준이 돼지똥냄새를 견딜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창고 건물과 민준의 집은 지을때부터 이어서 지었기 때문에 완전히 붙어 있어서 어떻게 피할 방도가 없었다. 그렇다고 밖에 내보내자니 얼어 죽을게 분명했다.

어쩔수 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겨울을 난 민준은 날이 풀리면서 바로 밖에 있던 대나무로 만든 돼지 우리를 보수해 그 안에 집어 넣었다.

그뒤로 얼마간 지켜보니 돼랑이들도 민준에게 먹을것을 받아 먹는데에 익숙해 졌는지 좀처럼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는 데다가, 가장 우려하던 짐승의 습격도 없었다. 민준은 아마 다른 동물들도 민준의 집 근처를 민준의 영역으로 인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확실한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민준으로선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원시인들이 울타리 안으로 넘어 들어가 돼랑이의 자식들을 꺼내는게 아닌가!

“저, 저저!”

민준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은근히 정이 들었던 돼랑이네. 게다가 얼마전 발정기를 거치면서 혹시 새끼를 가진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돼지들을 원시인들이 무자비한 손길로 한 마리 한 마리 들쳐 업고 나가는게 아닌가.

민준은 마음같아선 당장에라도 나가서 막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의 머리 속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밖으로 나가서 원시인들과 싸우기라도 한다면 숫적으로 불리한 민준의 최후와, 돼랑이네 가족을 빼앗긴다는 두 개의 추는 사실 재고 자시고 할것도 없이 민준 자신의 안전으로 기울어졌다.

“제길! 아깝지만 다음에 다른 들돼지들을 잡아오는 수밖에….”

민준은 화가났지만 어쩔수 없이 참았다.

그때였다.

후다다닥

자기 자식들보다 큰 돼랑이가 원시인들의 손을 뿌리치고 울타리를 넘어 도망친 것이다.

“그렇지! 달려라 달려!”

민준이 창문 너머로 눈만 내민채 돼랑이를 응원했다.

덕분인지 돼랑이는 무사히 산으로 도망을 쳤고 원시인들 몇 명은 잠시 쫓다가 다시 되돌아갔다. 그리곤 잠시후 돼랑이 자식 네 마리를 모두 빼낸 원시인들은 그길로 다시 사라져갔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후 원시인들이 완전히 돌아갔다는 생각이 들고서야 민준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앞마당에 있던 돼지 우리는 한 귀퉁이만 무너져 있었다. 아마 돼랑이가 도망간 흔적인듯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원시인들이 가져다 놓은 이런저런 다양한 물품들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쌓여진 물건들 옆으로 뭔가가 들썩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민준은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갔다.

꼼지락.

민준이 조금씩 움직이는 그 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놀랍게도 사람이었다.

작은 팔과 다리를 땅에 댄채 머리를 처박고 꼼지락 거리고 있는 것은 분명 사람의 형상이었다. 하지만 이시대에 저런 용모를 하고 있는 종은 분명 민준과 원시인 둘 뿐이었다.

바로 원시인인 것이다.

민준은 재빨리 몇걸음 물러나다 자리에 멈춰섰다.

자세히 보니 팔다리가 가늘고 덩치도 조그만것이 좀전에 왔다간 성인 원시인은 아니었다.

조금 경계심이 풀어진 민준이 살금살금 다가가자 원시인도 발소리를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머리를 돌리며 민준쪽을 살폈다.

“암바이야 빠삐이 두 레블레블!”

그러더니 민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이렇게 외치며 다시 머리를 처박았다.

“어익후, 깜짝이야. 덤비는줄 알았네.”

갑작스런 원시인의 행동에 놀랐던 민준은 원시인이 다시 움직이지 않자 조심스럽게 그 옆에 쌓인 물건들에 손을 뻗었다.

몇 개를 들춰보니 작년에 두고간 것들과 거의 비슷한 품목이었다. 여러 종류의 가죽과 민준도 먹어본 곡류와 알수없는 뿌리들. 지난번의 색이 있는 열매는 없고 대신 흙이 묻은 뿌리 덩어리가 있었지만 아마 그것은 이맘때 나는게 아닐거라 생각되었다.

“에휴, 그래. 원시인들이 돼랑이네를 가져갔으니 나도 이거라도 챙겨야지. 좋게 생각하자. 그동안 그녀석들 먹이느라 식량이 많이 들었잖아? 앞으로 식량을 아낀다고 생각하면 좋은거지.”

민준은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며 원시인들이 쌓아둔 물건을 안아 들었다. 그러지 옆에 엎드려 있던 원시인 꼬마가 놀란듯 꿈틀거리며 옆으로 슬쩍 몇센치 정도 움직였다.

원시인 꼬마가 왜 혼자 여기에 남겨졌는지 알수 없었지만 그것은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민준은 일단 짐들을 옮겼다.

터벅 터벅.

“그런데 참나, 내가 손해 같단 말야? 분명히 그놈들 새끼를 가졌을 텐데…. 게다가 지금껏 먹이고 보살펴준 노동력까지 계산하면? 쳇, 됐다 됐어. 내가 장사를 한것도 아니고, 가만? 혹시 이것들 나하고 교환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에? 그런거야? 자, 잠깐! 그러니까 나한테 가죽하고 먹을걸 주고 자기들은 내 돼지들을 가져갔다는 거야? 그럼 저건 뭐야?”

민준이 뒤에서 엎드린채 떨고 있는 원시인 꼬마를 흘깃 쳐다 보았다.

교환이나 장사로 보기에는 원시인들이 이 앞에서 엎드린채로 뭐라 뭐라 소리지르던게 마음에 걸렸다.

“아으, 복잡해. 뭐 말이 통해야 말이지. 에이, 모르겠다. 뭐 나한테 공격적인건 아닌것 같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무어엉? 뭐야! 내 자전거! 내 수레! 여기 있었는데?”

민준은 물건들을 집안으로 들고 들어가려다가 벽에 세워 놓았던 자전거와 그 옆에 있던 수레가 사라진것을 발견했다.

“으악! 이 원시인들! 돼지뿐만 아니라 내 자전거랑 수레도 훔쳐갔어!”

민준이 소리를 지르자 뒤에 엎드려 있던 원시인 꼬마도 마주 소리를 질렀다.

“암바이야 빠삐이 두 레블레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C.XXX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3 B.C.XXX - 93화 종장 +243 09.12.31 23,822 115 8쪽
92 B.C.XXX - 92화 문명(civilization) +27 09.12.31 21,206 85 9쪽
91 B.C.XXX - 91화 보물선 탐사 +72 09.12.30 19,562 83 7쪽
90 B.C.XXX - 90화 민준, 함께하다 (2) +20 09.12.30 17,590 84 5쪽
89 B.C.XXX - 89화 민준, 함께하다 (1) +41 09.12.29 17,729 85 10쪽
88 B.C.XXX - 88화 민준과 원시인 (3) +17 09.12.29 15,330 89 8쪽
87 B.C.XXX - 87화 민준과 원시인 (2) +30 09.12.28 15,680 85 7쪽
86 B.C.XXX - 86화 민준과 원시인 (1) +19 09.12.28 15,826 77 8쪽
85 B.C.XXX - 85화 꿀과 고기 (3) +55 09.12.26 15,890 77 10쪽
84 B.C.XXX - 84화 꿀과 고기 (2) +18 09.12.26 14,901 82 7쪽
83 B.C.XXX - 83화 꿀과 고기 (1) +41 09.12.25 15,409 73 9쪽
82 B.C.XXX - 82화 후아주 (2) +23 09.12.25 14,813 75 9쪽
81 B.C.XXX - 81화 후아주 (1) +45 09.12.24 15,160 75 9쪽
80 B.C.XXX - 80화 치통과 칫솔 (3) +27 09.12.24 14,486 68 8쪽
79 B.C.XXX - 79화 치통과 칫솔 (2) +43 09.12.23 14,934 78 8쪽
78 B.C.XXX - 78화 치통과 칫솔 (1) +17 09.12.23 15,241 71 9쪽
77 B.C.XXX - 77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4) +50 09.12.22 15,357 78 10쪽
76 B.C.XXX - 76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3) +17 09.12.22 14,864 83 9쪽
75 B.C.XXX - 75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2) +58 09.12.21 15,144 81 8쪽
74 B.C.XXX - 74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1) +24 09.12.21 15,432 81 9쪽
73 B.C.XXX - 73화 땅울림 (3) +58 09.12.19 15,662 83 8쪽
72 B.C.XXX - 72화 땅울림 (2) +23 09.12.19 15,054 87 7쪽
71 B.C.XXX - 71화 땅울림 (1) +32 09.12.18 15,523 78 9쪽
70 B.C.XXX - 70화 잔디 (3) +55 09.12.17 15,838 85 9쪽
69 B.C.XXX - 69화 잔디 (2) - +53 09.12.16 15,733 77 9쪽
68 B.C.XXX - 68화 잔디 (1) - +68 09.12.15 16,014 74 10쪽
67 B.C.XXX - 67화 외전 : '똑딱 휙 삐리'의 이야기 (3) - +55 09.12.14 15,706 79 6쪽
66 B.C.XXX - 66화 이것들은 왜 자꾸 (2) - +16 09.12.14 14,979 93 8쪽
» B.C.XXX - 65화 이것들은 왜 자꾸 (1) - +17 09.12.14 14,860 91 9쪽
64 B.C.XXX - 64화 봄바람 총각 (3) - +31 09.12.14 15,062 73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