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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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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6,616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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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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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
9쪽

B.C.XXX - 69화 잔디 (2) -

DUMMY

- 69화 잔디 -


민준은 순간 당황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

지금까지는 그냥 ‘원시인’ 이었을 뿐인데, 이렇게 벗은 몸을 보니 인간 여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원래 원시인들은 인간이었지만 민준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민준에게 있어서 원시인은 그저 제법 사람처럼 생긴 동물 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마주하고 보니 인간과 다른게 하나도 없었다.

두발로 걸어다니며 손을 사용하고, 생각을 할수 있으며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어, 음. 미, 미안? 쏘리? 아니지, 에 이렇게 손을 비비면 알아 듣나?”

민준은 여자 아이의 옷을 훌러덩 벗기고 알몸을 봐버린 것에 대한 사죄라도 하듯이 용서를 구하려 했다.

하지만 이 원시인 여자 아이는 부끄럽다거나 민준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는듯 민준의 행동을 따라서 손을 비비기 시작했다.

“이건 모르는 건가? 그럼 이건?”

민준은 이번엔 몸을 씻는 시늉을 했다. 물을 떠올려 몸에 뿌리고 손으로 비비는 시늉을 하자 여자아이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어어, 그래. 얼굴 얼굴, 어 팔도. 그래. 잘하네? 아냐 아냐, 계속해 계속.”

원시인도 씻는 다는 개념은 있긴 한지 민준이 몇 번 시늉을 하자 이내 알아 듣더니 혼자서도 알아서 씻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만에 씻는것인지 물은 금방 더러워졌다.

“이건 뭐, 내가 처음 목욕하던 때와 다를게 없네. 그러면 원시인이나 나나 똑같은건가? 낄낄.”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물을 퍼 나른 민준은 팔이 닿지 않는 등을 직접 밀어 주었다.

동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꼬질꼬질하던 얼굴을 씻기고 보니 생긴것도 현대의 사람하고 별 다르지 않았고 손으로 몸을 씻는다는 행위를 하는걸 보니 원시인도 그와 같은 사람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일단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별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말귀도 제법 알아들으니 더욱 그랬다.

민준은 아예 등 말고 팔과 다리도 직접 문질렀다. 등을 밀다보니 때가 제법 나왔던 것이다. 게다가 혼자 하는냥을 보니 슬슬 문지르는것이 보고 있는 민준까지도 몸이 근질거리기 까지 했다.

부끄럽거나 민망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쩐지 직접 몸을 씻겨주다보니 여자아이라기 보다는 그냥 아이로만 느껴졌다. 게다가 민준의 손에 몸을 맡긴채 가만히 그의 지시에 따르니 말잘듣는 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몸을 씻기고 나니 갈아입을 옷이 없었다. 전에 입고 있던 가죽옷은 얼마나 입었던 것인지 냄새도 나고 꺼림칙해 다시 입힐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입힐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봄이라곤 하지만 목욕을 하고 물기도 안마른 상태로 벌거 벗고 있는 것은 감기에 걸리기 충분한 일이었다.

민준은 어쩔수 없이 일단 자신이 벗어 놓은 겨울 잠바를 꺼내 걸쳐 주었다. 다행히 덩치가 작아 민준의 잠바가 충분히 허벅지까지 가려 주었다.


집으로 들어온 민준은 원시인 여자아이를 불가에 앉혀 놓고는 원시인들이 놓고간 물건을 떠들었다.

전에 입고 있던 가죽옷은 빨아도 방도가 없어 보였기에 차라리 새 옷을 만들어 입힐 생각이었다.

어차피 민준으로선 작년에 이들이 가져다 주었던 가죽도 채 다 쓰지 못한 터라 아까울게 없었다.

게다가 언제까지 밑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잠바만 걸쳐 놓을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옷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민준이 뭐 대단한 옷을 만드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가죽을 겹쳐 몸통을 만들고 옆구리를 가죽 끈으로 꿰맸다. 이어서 다른 가죽으로 팔길이를 재 둥글게 이어 붙이곤 몸통의 겨드랑이 부분에 이어 붙였다. 물론 몸통엔 머리가 빠질수 있도록 구멍을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래도 바지를 만들어 주려 했지만 상의를 만드는데만도 시간이 꽤 걸려서 아래는 그냥 치마로 만들어 주었다. 치마래봤자 그냥 가죽을 둘르고 이어 붙인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신발도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원래 신발은 신지 않았던데다가 상하의를 만드는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신발은 후일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만들어진 옷으로 갈아 입혔다.

아이는 이런 옷은 처음 입어보기 때문인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다가 민준이 머리를 빼고 팔을 집어 넣어 주고나서야 신기한듯 자신의 새 옷을 훑어 보았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아이를 씻기고 옷까지 해 입히고 있는 거지?”

갑자기 민준의 머리를 강타한 생각.

“설마 난 이 애를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던 건가?”

민준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의 본심.

그동안 홀로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온 민준에게 있어서 그 앞에 앉아 자신의 옷을 신기한듯 살펴보고 있는 아이는 처음으로 그와 의사를 나눈 지적 생명체였다.

민준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의 행동은 이 원시인 아이를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씻길 필요도, 새 옷을 해입힐 필요도 없었다. 그저 집 밖으로 쫒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문득 그의 앞에 있는 원시인 아이가 새롭게 보였다. 또한 갑자기 그동안 잊고 지냈던 그리움과 외로움이란 감정이 밀물처럼 다가왔다. 민준은 이 아이를 다시 돌려 보내고 싶지 않았다.


민준은 턱을 괴고 앉아 원시인 여자 아이를 물끄럼이 쳐다보았다.

“흐음.”

맞은편에 앉은 원시인 여자 아이는 민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질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팔을 온통 가린 소매가 불편한듯 이리저리 잡아당기고 있었다.

“흐음, 아무리봐도 사람하고 똑같단 말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 확실히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것만 빼면 염색체상으로도 별 차이는 없겠지?”

민준은 계속해서 그 앞에 앉은 원시인 여자 아이를 관찰했다. 그러자 원시인 여자 아이도 그런 민준의 시선을 느꼈는지 민준의 앞에 엎드리려 했다.

“어어, 아냐 아냐. 그냥 앉아 있어.”

원시인 여자 아이는 엉거주춤 엎드리던 자세를 취하다가 민준이 팔을 잡아 바로 앉히자 다시 그 자세로 고정되었다.

“어휴, 왜 자꾸 엎드리려고 하는 거지? 그러고보니 다른 원시인들도 엎드려 있었는데 혹시 그게 날 향해서 그런거였나? 이봐, 정말 나한테 그런거야?”

민준이 물었으나 알아들을수 있을리 만무, 민준은 다시 엎드리는 시늉을 해보여야 했다.

그러자 원시인 여자 아이도 마주 민준을 향해 엎드렸다.

“허, 정말인가보네? 그러고보니 팔만 좀 안으로 접어 넣으면 완전히 절하는 동작이잖아? 절, 절 알아?”

민준은 다시 일어나 절하는 동작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이번엔 민준을 향해 절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니, 절 하라는게 아니었는데…. 어쨌든 거 참 이상하네. 왜 원시인들이 나한테 절을 하고 엎드리는 거지? 그런건 조상님들이나 어른들께 하는거 아닌가? 따지고 보면 내가 이들한테 절을 해야하는지도 모르는데.”

민준은 왜 원시인들이 자신한테 절을 하는지 알수 없었다. 생각해 보아도 민준이 그들에게 뭔가를 해준적도 없었고, 뭔가를 해줄만큼 그들과 관계를 가진적도 없었다. 애시당초 이들이 어디에서 온 원시인들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민준은 일단 계속해서 절을 하려는 원시인 여자 아이를 멈춰 세워 앉혔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마땅히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말이 통하질 않으니 왜 그러느냐고 물을수도 없고, 몸짓으로 묻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그렇다고 다른일을 하고 있자니 빤히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에잇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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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어제 바랭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대항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전 논피케이섭에서 열심히 육메퍼나르다가 컴퓨터가 수도없이 다운먹는 바람에 그냥 지워버렸습니다. 지금은 아무 게임도 안하고있죠.. 하아..컴퓨터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수리를 해도 고쳐지질 않으니...

그럼 이만...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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