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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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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9.12.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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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B.C.XXX - 85화 꿀과 고기 (3)

DUMMY

- 85화 꿀과 고기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아 헐떡이고 있는 고라니를 집까지 짊어지고 온 민준과 잔디는 고라니가 죽어 피가 굳기전에 해체를 하였다.

그런데 어차피 무두질을 하는 방법도 모르는데다가 어차피 원시인들이 가죽을 가져다 주는데 익숙해진 민준이 가죽을 대충 처리해 버리려 하자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던 잔디가 슬그머니 다가와 가죽을 받아갔다.

전에도 몇 번 잔디 앞에서 사냥감을 해체하곤 했는데 이런적은 처음이라 민준도 잠시 놀라워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민준이 고라니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자 그 속에서 어느 한 부위를 집어 가는게 아닌가.

민준의 관점에선 잘쳐봤자 중학생정도로뿐이 보이지 않는 잔디가 방금 벗겨낸 뜨끈한 가죽과 피가 범벅인 내장을 들고 가자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곳이 원시 시대라는걸 상기한 민준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할 일에 열중했다.

그러나 진짜 놀랄일은 더 있었다. 가죽과 알수 없는 내장기관을 가져갔던 잔디가 그것들을 가지고 요리조리 만지작거리는게 아닌가. 물론 그때는 저게 뭐하는 짓인가 했던 민준이었지만 시간이 흐른뒤에도 썩지 않는 가죽을 보고는 잔디가 가죽을 보관하는 방법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민준이 파묻는 가죽을 보고 있었을 잔디를 생각하곤 이제는 스스로 자신의 할 일을 찾아서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잔디에게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민준은 스스로 할 일을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잔디를 내버려두고 홀로 몇가지 짐을 챙겨 다시 길을 나섰다.

조금전 사냥한 고라니를 짊어지고 오는 도중에 얼핏 벌집을 본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민준은 생각만으로도 침이 흐를것 같았다. 그동안 초콜렛이나 사탕은 커녕 설탕부스러기 조차 구경도 하지 못해왔다. 상상속으로는 따뜻한 코코아나 엿, 사탕, 초콜렛등을 떠올릴수 있었으나 그 모든 것은 부질없는 것. 현실은 시궁창이었던 것이다.

물론 민준도 지금까지 설탕이나 꿀을 찾으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설탕의 원료가 된다는 사탕수수나 사탕무같은 것들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했고, 지금까지 먹어본 것들중에도 그와 비슷하게 생긴 모습이나 맛을 내는 것은 없었던 것이다.

또한 벌집을 찾아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 보아도 보이는 것은 날아다니는 벌들뿐, 막상 그들을 쫒아 벌집을 찾아볼라치면 어느샌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허탕을 친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그토록 찾아 헤메던 벌집을 찾게된 것이다.


민준은 이미 벌집을 따, 꿀을 짜낸것처럼 흥겨운 마음으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분명 주변 지형을 기억했다고 생각했으나 여기도 비슷, 저기도 비슷, 비슷한 동네가 한두곳이 아니었다. 그래도 민준은 끈덕지게 주변을 살피며 탐색한 결과 찜해두었던 벌집을 발견할수 있었다.

벌집을 발견한 이상 말은 필요없었다.

민준은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장면을 떠올리며 풀과 나뭇가지들을 모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자주라고는 할수 없지만 드믄드믄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방송해줄때가 있다. 그것이 점점 사라져가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비추는 프로그램이거나 또는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 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프로그램이었느냐는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것은 그들이 벌집에 들어앉은 벌들을 쫒아내고 어떻게 벌집을 손에 넣느냐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민준은 다행히도 그 방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간략하게 편집된 장면일지도 모르지만 중요한것은 큰 틀이다. 나머지 자잘한 부분은 지금까지의 민준의 경험과 임기응변으로 메꾸면 될 터였다.


민준은 가져온 불씨를 꺼내 크게 불을 피웠다. 텔레비전에서 본대로 연기를 피워 벌을 쫒아내려면 쉽게 꺼지지 않을 불이 필요했다.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가지를 꺽어 불을 지피고는 옆에 있는 나무에서 생가지를 꺽어냈다. 나무로서는 아닌밤중에 홍두깨겠지만 그런것까지 신경쓸만큼 감수성이 풍부할 민준이 아니었다.

생가지를 몇 개 겹쳐낸 민준은 불위에 가져가 연기가 잘 나는지 확인했다.

“콜록, 코올록! 케엑!”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피어오른 연기에 몇모금 들이마신 민준은 한참을 콜록거리며 따가운 눈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며 눈물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잠시후 바람을 등지고 선 민준은 불붙은 가지 하나를 생가지 밑에 붙여 들고는 천천히 벌집으로 다가갔다.

벌들이 낯선 침입자가 다가오자 탐색을 나왔는지 민준의 주변으로 점점 다가왔지만 민준이 몇 번 생가지를 흔들자 몇 마리만 남기고 벌들은 민준의 주변에서 물러나야 했다.

벌들도 민준이 흔드는 생가지를 피하고 있었지만 민준도 사실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벌들에겐 당연히 독침이 있을 것이고 자칫하면 벌떼의 습격을 받아 온몸이 퉁퉁 불게 될것이 명약관화한 것이다. 게다가 재수가 없어서 붓는것 뿐만 아니라 죽기라도 한다면 이보다 개죽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럴수는 없지.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는데.”

순간 명절을 맞아 벌초를 하다가 땅벌에 쏘여 숨을 거뒀다는 기사가 떠올랐지만 애써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No risk no gain. 사람이 날로 먹으려고 하면 벌받는 거야. 게다가 이녀석들은 크기도 작은게 딱 일반 꿀벌이잖아? 별일 없을거야.'

휙, 휙!

민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생가지를 들고 점점 벌집에 가까이 다가갔다.

벌들은 민준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아니면 연기 때문에 피하려고 하는 것인지 벌집 여기저기에서 기어나와 날개짓을 했다.

민준은 그럴수록 더 생가지를 풀썩 거리며 연기를 내뿜었다.

“콜록, 콜록!”

민준도 연기 때문에 목과 눈이 따가웠지만 여기서 멈추면 당해도 보통 당하는게 아닐거란 생각에 멈추지 못했다. 그의 상황은 어느샌가 물러설곳이 없어져 있었다.


하지만 결국 민준은 벌집을 따는데 성공했다.

자꾸만 벌집안에서 벌들이 기어나와 그의 손을 타고 올라올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민준은 쉬지 않고 달려 집까지 오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동안에도 혹여 벌들이 뒤따라오지 않을까 생가지를 이리저리 흔드는것을 잊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민준은 바로 집으로 달려 들어가 토기 하나를 꺼내 왔다. 아니 이제부터는 토기가 아니라 꿀단지였다.

민준은 기대반 걱정반으로 나이프로 벌집을 쪼갰다. 혹여 벌집안에 숨어있던 벌들이 달려들지도 몰라 엉거주춤한 자세를 유지했다.

집에 있던 잔디는 민준이 급히 뭔가 하는듯 하자 쫄래쫄래 따라와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잔디야, 훼이. 저기로 가있어. 내가 뛰면 너도 냇가로 막 뛰는거야, 알았지?”

잔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말을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건지 걱정이 되었지만 여차하면 뛰면서 끌고 가면 될터, 민준은 힘차게 나이프를 내리 그었다.

지직!

민준은 벌집이 쪼개지는 동시에 몸을 돌리며 뛰쳐나갈 자세를 잡았다. 그러면서도 눈은 벌집을 향해있었다.

다행히 벌집 안에는 벌이 없었다. 아마 민준이 연기를 피울때 모두 도망간듯 했다.

벌집 안에는 육각형의 칸마다 진한 구릿빛의 꿀이 가득차 있었다. 아마 가을내 모은 꿀임에 틀림 없었다.

민준은 한 귀퉁이를 잘라 입에 넣었다.

“으음….”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단맛’ 이던가. 탄수화물을 꼭꼭 씹어 삼킬때와는 차원이 다른, 머리가 아플정도로 단 맛이었다.

혀를 몇 번 움직여 이빨이 끼인 벌집 즉 밀납 조각을 뱉어낸 민준은 다시 한조각을 뚝 떼어내 반으로 나눠 잔디와 함께 나눠 먹었다. 잔디역시 민준이 먹는게 뭔지 알고 있는지 환한 표정으로 벌집을 받아 들고는 한입 크게 베어 물며 웃었다. 그리고 민준도 웃었다.


벌꿀은 달고 맛있었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을건 못되었다. 뱉어낸다 하더라도 자꾸만 끼이는 밀납조각도 문제였고 밀려오는 두통도 문제였다.

민준은 두고두고 아껴먹을 생각으로 벌집을 조각내 꿀단지에 담았다. 그리고 놀랐다.

그안에 아직 도망가지 않은 커다란 벌이 한 마리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아! 여왕벌!”

순간 민준의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여왕벌이 이곳에 있다면 벌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여왕벌을 찾아 몰려올 것이다. 그렇다면 자칫 벌들에게 둘러싸여 무수한 벌침을 온몸으로 받아내야할지도 몰랐다.

민준은 여왕벌이 들은 벌집 조각을 들고 냇가 건너편으로 던져 버리려 했다. 하지만 때마침 민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하나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이걸 내가 아는 장소에 놔두면 벌들이 다시 벌집을 만들테고, 내년에 다시 꿀을 얻을수 있겠지?”

참으로 낙관적인 생각이지만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양봉이란게 바로 그와 같은것이 아니겠는가.

민준은 집에서 바로 보이는 냇가 건너편의 굵은 나무의 가지 위에 여왕벌이 들은 벌집을 올려 놓고 돌아와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민준이 이러고 있는 사이 그가 벌집을 따온 북동쪽의 대지위에선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민준이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도망오느라 끄지도 못한 연기를 피우기 위해 만들었던 불씨. 그것이 가을의 마른 풀과 나무, 나뭇잎을 태우며 큰 불길로 번졌고 결국 일대는 화마에 휩싸여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검은 재만 남고 말았다.

불길은 삼일간 타오르며 북동쪽으로 계속 번져가다가 마지막날 밤, 쏟아진 비에 간신히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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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점점 2010년이 다가옵니다...1월 1일은 없다고~ 12월 32일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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