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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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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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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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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B.C.XXX - 82화 후아주 (2)

DUMMY

- 82화 후아주


민준은 잔디와 함께 산과 들을 쏘다니며 열매란 열매는 모조리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대부분이 이름도 알지 못하는 처음 보는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현지인(?)인 잔디가 선뜻 손을 대는걸 보면 분명 먹을수 있는게 분명했다.

게중에는 두꺼운 껍질에 쌓여진 열매도 있었고, 콩알만한데다가 살짝 힘을 주면 톡 터지는 검푸른 열매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과라던가 배 등 민준이 알고 있는 과일은 찾을수 없었다.


“잔디야, 이제 그만 하고 집에 가자.”

민준은 검고 작은 열매를 따 바구니에 담는 잔디를 불렀다. 그러자 잔디는 잠시 고개를 돌려 민준을 보다가 따고 있던 가지에 붙은 열매를 손으로 훑어 바구니에 담고는 몸을 돌려 민준의 뒤에 붙었다.

자박자박

탁탁탁탁

민준보다 키가 작은 잔디는 민준이 걷는 속도에 맞추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민준도 그 사실을 알기에 의식적으로 걷는 속도를 늦췄지만 어느샌가 다시 본래의 걸음으로 걷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속도를 늦췄다.

“미안.”

민준이 사과했지만 잔디는 왜 사과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미안’이란 단어를 이해하고 있다는건 대단한 일이었다.

잔디와 함께 살게된 민준은 시간이 날때마다 잔디에게 말을 가르쳤다. 그리고 잔디 역시 민준이 뭘 원하는지 알았는지 열심히 그의 말을 따라했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단어들 즉, 간단한 인사나 사물에 관한 단어는 오래지 않아 따라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잔디가 민준과 함께 생활하는데 익숙해지고 아주 간단한 수준의 어휘력을 발휘하자 민준은 그녀와 그녀를 두고간 원시인들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하지만 잔디는 민준이 만족할만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몸짓만으론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없었고 잔디는 민준이 설명하는 추상적인 개념의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민준 역시도 잔디의 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말이라고 생각되어 지는 음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민준이 다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걸음이 빨라졌는지 뒤에서 잔디가 종종 거리며 그의 뒤를 따라왔다.

정신을 차린 민준이 속도를 늦추며 열심히 걷는 잔디의 발을 보았다.

잔디의 발에는 무엇인가의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 신겨져 있었다. 민준이 신고 있는 것처럼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날카로운 풀잎과 가시 그리고 돌조각이나 벌레등으로부터 발을 보호하기엔 충분해 보였다.

이것도 민준이 만들어준 것인데 맨발로 다니던 잔디는 처음엔 불편해 했으나 점점 익숙해지면서 집 밖에 나갈땐 항상 가죽신을 챙겨 신었다. 그 모습에 나름 신발끈까지 만들어 조여 신을수 있도록 신경써 만든 민준의 마음이 흐뭇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집에 도착한 민준과 잔디는 과일주를 만들 준비를 했다.

먼저 둘은 마주 쭈그려 앉아 같은 과일별로 골라 담아 냇가에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다. 당연히 농약같은것은 없겠지만 들짐승, 날짐승들이 뛰어다니고 날아디니며 풀썩거린 흙먼지는 씻어내야했다.

다행히 민준은 어렸을적 맹장수술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겠지만 잔디의 경우엔 잘못하면 맹장에 흙이 쌓이다보면 터질수도 있는 노릇인 것이다. 게다가 역시 깨끗한게 보기도 좋을테고, 흙먼지가 묻어 있으면 먹을때도 껄끄러울게 아닌가.

과일을 씻어 가지고 돌아온 민준은 하나 하나 냄새를 맡기도 하고 먹어 보기도 하며 과일주를 만들기에 가장 적당한 과일을 골랐다. 민준이 찾는 것은 과육에 수분이 많고 비교적 시큼한 맛이 나는, 즉 산도가 있는 과일이었다.

과일로 만든 술중에 가장 유명한것은 바로 포도주이다. 또한 민준은 마셔본적이 없지만 사과주도 있다고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둘의 공통점이 바로 수분이 많고 산도가 높은 과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들이 술을 만드는데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아니면 아무런 관계가 없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분명히 술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무언가가 있을것이란게 민준의 생각이었다.

다행히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과일이 있었다. 검고 작은 열매. 이것은 놀랍게도 포도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얇은 껍질 안쪽의 과육, 그리고 손으로 누르면 보라색 과즙이 묻어나는 것까지. 열매를 직접 본적은 없지만 머루주나 복분자주를 만드는 머루와 복분자가 이렇게 생겼지 않을까 싶은 민준이었다.

민준은 이 검은 열매를 가지고 과일주를 담그기로 했다.

“에… 분명 포도주를 만들때 마구 으깬 다음에 어떻게 해서 나무통에 숙성시킨다고 했었는데….”

민준은 과거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방송했던 포도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기억을 떠올리려 했다. 하지만 오래된 기억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때 당시 별로 관심있게 보지를 않았는지 그 중간 과정에 대한 기억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아냐, 어쩌면 그 부분은 방송에서도 생략했을지도 몰라. 확실히 그런건 비법 같은거 아니겠어?”

그럴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맛집을 찾아가는 방송에서도 중요한 비법은 며느리도 모른다며 얼렁뚱땅 넘어가는게 기본 아닌가.

그렇다고 포기는 할수 없었다. 비록 시원하고 톡쏘는 맥주는 만들지 못할지언정 시작도 하기전에 접는일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민준은 그릇을 아래에 놓고 그 위에 대바구니를 하나 올렸다. 그리곤 그 위에 검은 열매를 쏟아 붇고는 마구 손으로 주물렀다.

“잔디야 같이, 같이.”

민준은 시시각각 변하는 민준의 표정을 지켜보던 잔디를 불렀다.

그러자 누구의 말씀이라고 어길쏘냐, 잔디 역시 작은 손을 검은 빛이 나는 열매속에르 파묻곤 대바구니에 문질러 으깼다.

주물주물.

물컹하고 부드러운 그리고 촉촉한 과일이 으깨지는 감촉이 재미있었는지 둘은 웃음지으며 신나게 열매를 으깼다.


한참을 그렇게 열매를 으깨고 뭉갠 둘은 더 이상 으깰 열매가 남지 않자 손을 빼고 대바구니를 들어 보았다.

그러자 그 밑에 받쳐 두었던 그릇에 한가득 검보랏빛 액체가 고여 있었다.

똑, 똑.

대바구니 밑에선 여전히 검은빛 과즙이 한방울, 한방울 떨어져 내렸다.

민준은 대바구니에 뭉쳐진 검은 찌꺼기들을 싹싹 뭉쳐 다시한번 꾸욱 눌러 짰다.

쪼르르륵.

“됐다. 이정도면 충분 하겠고, 이 껍질들은… 우물우물, 퉷. 그냥 돼랑이나 줘야겠다.”

민준은 대바구니에 남은 것들이 아까웠는지 조금 집어 씹어 보다가 문 밖으로 뱉어냈다.

“자, 그럼 이걸 나무통에 넣고 숙성을 시켜야겠지? 뭐 중간 과정같은건 하나도 없지만 후아주는 뭐 누가 만들어주나, 그냥 땅에 떨어진 과일들이 지들끼리 알아서 만들어지는거지.”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법이다. 때문에 민준은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디보자, 텔레비전에서 나오던 술통은 만들 방법이 없고…. 그러고 보니 대통주라는게 있었지? 먹어본적은 없지만 대나무통에 숙성시켰으니 대통주 아니겠어? 다행히 나한텐 대나무가 무진장 많이 있다 이말씀이야.”

물론 대통주는 술독에 담겨있는 술이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대나무 속으로 스며들어간 것이지만 별로 술하고 친하지 않았던 민준은 그것까진 몰랐고, 그저 대나무로통에 넣고 숙성시킨것이 대통주라고 생각했다.


대나무를 자르는 일은 민준에겐 아주 쉬운일이었다. 그동안 이곳에 홀로 떨어져 가장 많이 한일을 꼽으라면 첫째가 걷는일, 그리고 두 번째가 나무를 베는 일이었을 것이다.

민준은 잔디가 돼랑이들에게 검은 열매의 찌꺼기를 나눠주는 동안 대나무숲에 들어가 대나무를 잘라가지고 왔다.

그동안 민준의 손에서 혹사당한 멀티툴이 약간 문제가 있는듯 좌우로 흔들거렸지만 그렇다고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부서질게 두려워 고이 모셔둔다면 그건 신주단지이지 도구가 아니니 말이다.

어쨌든 흔들거리는 톱으로 대나무통을 만든 민준은 그 안을 깨끗이 씻어 검은빛이 나는 과즙을 따라 부은후 다른 대나무로 단단히 입구를 봉해 토굴안에 안전히 보관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나니 남은 것은 그 외에 여러 종류의 열매들 이었다. 민준은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대바구니 안에서 과일을 하나 집어 들었다.

“먹으면 되는거지 뭐. 먹어서 남주나? 잔디야 너도 먹어라. 오랜만에 과일좀 먹어보자!”

둘은 배가 터지도록 과일을 먹고 남은 것은 잘 보관했다.

아직도 많이 남았기에 시간이 흐르면 썩을지도 모르지만 말려서 보관한다면 겨울에도 말린 과일을 먹을수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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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25일 되자마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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