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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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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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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925

작성
09.12.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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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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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9쪽

B.C.XXX - 78화 치통과 칫솔 (1)

DUMMY

- 78화 치통과 칫솔


탕탕!

“자! 완성이다!” 민준이 두 팔을 하늘 위로 뻗으며 외쳤다.

무엇이 완성이라는 말일까 살펴보니 민준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집이 한 채 들어서 있었다. 아니 집이라기엔 문도 없고 창문도 없는, 아니 아예 그런것이 필요 없어 보이는 한쪽 면이 완전히 뚫린 그런 이상한 집이었다.

“자자, 1호, 2호, 3호. 이제부터 여기가 너희들 집이다. 그리고 돼랑이도 이쪽 작은 칸이 네 새집이야. 어때 좋지?”

“뀍 뀍.”

민준이 돌아서며 묻자 돼랑이가 마치 대답을 하듯 콧소리를 냈다.

“그런데 저건 맨날 돼랑이 뒤꽁무니만 쫒아 다니면서 내가 다가가기만 하면 도망가네. 잔디한테는 안그러면서.”

민준이 돼랑이 옆을 지키고 서있는 회색 돼지를 보며 중얼 거렸다.

언제부턴가 돼랑이의 옆을 떠나려 하지 않는 회색 돼지. 봉이다 생각해 먹여 키우고는 있지만 좀처럼 민준에게 간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혹시 민준으로부터 돼랑이를 지키려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돼랑이의 배와 가슴이 축 처진것이 새끼를 가진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것을 볼때마다 흐믓한 민준은 까칠한 회색 돼지, 이름도 지어주지 않은 녀석을 한번 흘겨 보고는 마당의 말뚝에 메여 풀을 뜯어 먹고 있는 1,2,3호의 고삐를 잡아 끌었다.

이들은 얼마전 무리에서 떨어져 민준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졌던 그 소들이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결국 세 마리 모두 민준에 의해 코가 꿰인 상황. 처음엔 무던히도 반항을 하였지만 이미 코가 꿰인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민준이 끌면 따라갈 수밖에.

민준은 세 마리 소들을 새로 만든 외양간에 들여 넣고는 그의 팔뚝만한 기둥을 들어 입구에 걸쳤다. 그리곤 코뚜레에 묶인 줄을 기둥에 감아 묶었다. 원래대로라면 외양간에 있을땐 줄을 풀어줄만도 하지만 아직 사람에 완전히 길들여진게 아닌 터라 틈만 나면 도망갈 궁리만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드그그그극. 드그그그극.

외양간에 소를 집어 넣은 민준은 전에 만들었던 죽창 목책을 끌어와 외양간을 둘렀다. 집 근처까지 내려오는 포식자는 본적이 없지만 그래도 안전제일!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일단 소에게 코를 꿰었으니 길들이는 일은 천천히 하면 되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 아니 늦었는지 어떤지 알수 없지만 해야할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죠리퐁을 심는일! 목축은 거의 완성 되었으니 이제 농경생활로 진입하면 되었다.

사실 민준이 생각하기엔 목축보다 농경을 시작하는게 더 중요해 보였다. 어디서 쌀을 사올수도 없는 일이니 생전 민준이 뭔가 길러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다면 결국 채집 생활을 하는 원시인들처럼 안전한 이곳을 떠나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야 할것이다.

혹, 지난해처럼 곡식이 자생하는 장소를 찾아 집으로 가져오면 어떻겠는가라고 할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한해만 해도 동쪽과 서쪽을 반으로 갈라 서쪽 하루거리 내에 있는 곡식을 모두 거두어 왔다. 물론 민준의 시야에 빠진것도 있을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양이 많지 않음이 분명했다. 그러니 길어야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이곳을 떠나거나 더 멀리 범위를 넓여 탐색을 해야될 것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생활할수는 없다는게 민준의 생각이었다. 최대한 빨리 농경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민준은 먼저 토굴에 보관하고 있는 식량을 점검했다.

민준의 몸통만한 대바구니 9통 분량의 죠리퐁. 물론 껍질을 까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이정도나 남아 있는 이유는 지난해 원시인들이 놓고간 곡식들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그것보다 민준의 식생활이 더 큰 이유였다.

원래 21세기에서 살아갈 때에는 군것질도 하고 밥도 삼시세끼 꼬박 챙겨 먹었었다. 하지만 이곳에 온뒤로는 항상 먹을 것이 부족했었고 특히 밥 비슷한 것은 구경도 할수 없었다. 게다가 언제나 여유있게 세끼를 챙겨먹고 있을수도 없었으니 자연 먹는 양도 줄어들고 하루에 챙겨먹는 끼니도 많아야 두끼 정도가 다였다.

그러다가 이곳에 정착하고 조금 생활이 안정되면서 아침과 저녁을 챙겨 먹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지난 1년여간 고생하며 몸에 배인 습관 때문에 그리 많은 양을 먹지도 않았다. 그러니 자연 남을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콩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밭의 쇠고기라는 콩. 게다가 추운 겨울, 채소를 구할수 없을 때에는 콩나물을 키워 먹기도 했다. 그러다 남은 것은 이번에 모조리 심은 것이다. 원래는 민준도 얼마간 콩을 남길 생각이었는데 구멍 하나에 두세개씩 심다보니 어느새 바닥을 보였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콩은 제법 와일드한 식물이라 쑥쑥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로 말린 생선이 아직도 꽤 남았다. 사실 지난 겨울 민준은 이 생선을 별로 먹지 않았다. 질려서 쳐다도 보기 싫은데 먹을 리가 없었다. 다만 말도 할수 없는 돼랑이만이 열심히, 주는대로 먹을 뿐이었다. 지금도 돼랑이는 이 말린 생선을 끓인 죽을 먹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름을 알수 없는 다양한 열매들과 풀들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 잔디의 도움을 받은 것들이다. 원래 잔디는 그때 그때 필요한 양만 구해왔는데 민준의 생각으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비축해 놓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함께 다닐때 잔디가 뽑고, 파고, 따는 것들을 함께 채집해 토굴에 넣어두고 그것들을 먼저 소비하고 잔디가 다시 채집해 오는 것들은 토굴에 보관했다. 그러자 이제는 잔디가 알아서 그렇게 하고 있어 민준이 손댈 필요가 없어졌다.

결론은 아직 식량은 충분하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죠리퐁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하다가 안되면 다시 물고기라도 잡아 먹으면 된다는 생각도 있음을 부정할수 없을 것이다.


민준은 하루아침에 농사를 지을 생각을 하진 않았다. 이 죠리퐁처럼 생긴 곡식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그것은 과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좀더 실험 시간을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일수 있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민준이 먼저 한일은 농사지을 땅에 구획을 나누는 일이었다. 땅을 파 풀들을 갈아 엎고 대나무 말뚝을 박아 바둑판같은 토지를 만들었다. 자칫 씨를 뿌릴 시기를 놓치면 안되기에 민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일에 메달렸다.

밤이 되면 피곤하였지만 그냥 잘수는 없었다. 연습장에 펜으로 낮에 만든 토지와 같은 구획을 나누고 그리고 칸마다 번호를 붙였다. 그리고 또 남은 시간엔 활을 만들었다.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 양쪽이 대칭이 되도록 깎았다. 활 모양이 되도록 양쪽 끝을 잡아 당겨 팽팽히 묶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복합궁처럼 만들면 더 좋겠지만 그런건 배운적도 없고 정확히 어떤 구조로 된지도 몰랐다. 그러니 그냥 장궁처럼 만드는 수밖에.

구획을 나눈 밭엔 날짜를 서로 다르게 해서 씨를 뿌렸다. 어차피 들에 자라던 죠리퐁들도 누가 심은 것이 아니라 지난해 땅에 떨어진 씨에서 싹이 돋은 것이니 굳이 벼농사를 하듯이 모판을 만들고 물을 가둬 모내기를 하는, 그런 일은 필요 없었다. 다만 씨를 땅 위에 뿌리느냐, 아니면 심느냐의 차이를 뒀을 뿐이다.

밤에는 다시 활을 만들었다. 한번 모양을 잡았지만 나무가 마르면서 한쪽이 더 휘거나 덜 휘는 그런 일이 있을수도 있다. 쓸만한 활을 만들려면 번거롭지만 자주 확인하고 계속해서 모양을 잡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민준은 칸칸 마다 씨가 뿌려진 날짜, 싹이 튼 날짜와 물을 주는 양, 날씨 등등을 자세히 연습장에 기록했다. 이렇게 하면 한번 농사를 지음으로 해서 충분한 데이터를 모아 다음 해에는 농사에 성공할수 있을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시간을 두고 씨를 뿌린 민준이 다음에 한일은 냇가의 물을 끌어오는 일이었다. 그와 잔디 그리고 돼랑이와 세 마리의 소들이 마시는 물이라면 그날 그날 떠오는 것만으로 충분했지만 농사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자연적으로도 잘 살아남은 것들이니 때가 되면 자연히 내리는 비를 받아서도 충분히 자랄것이다. 하지만 농사가 무엇인가. 씨앗만 뿌리면 능사가 아니었다. 민준은 물을 주는 양과 시기도 기록함으로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뽑아낼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 민준은 올해 농사는 거의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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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날씨가 좀 우중충하네요.

다음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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