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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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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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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925

작성
09.12.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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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B.C.XXX - 87화 민준과 원시인 (2)

DUMMY

- 87화 민준과 원시인


민준과 또 민준에게서 새끼를 꼬는 방법을 배운 잔디는 서로 마주 앉아 새끼를 꼬는데 여념이 없었다.

앞으로 닥쳐올 겨울, 그리고 추위. 민준과 잔디는 별 문제가 없지만 역시 돼랑이들과 소들은 월동준비가 필요했다.

돼랑이 새끼들은 아직 겨울을 날 정도로 크진 않았으니 어쩔수 없이 올해 겨울도 창고에서 보내면 그럭저럭 날수 있을듯 했다. 하지만 소들은 대책이 필요했다.

소들은 워낙 덩치가 큰탓에 창고로 들일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외양간에까지 불을 피울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다간 아마 놀라 발광하는 소들에 의해 애써 지은 외양간은 순식간에 풀썩 무너지고 말게 분명했다.

다행히 민준이 기억을 더듬어 방법을 찾아 내었다.

민준도 직접 본적은 없었다. 다만 어디에서 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기억 속에서 소에게 방한복을 입혀주는 장면이 있었다.

물론 사람들처럼 오리털파카나 바람막이, 패딩 같은 옷을 입히는건 아니다. 짚을 엮어 소에게 둘러 주는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맨몸으로 겨울을 나는것보다 훨씬 추위가 덜할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민준은 짚으로 발을 엮어서 뻥뚤린 벽면을 가려 바람을 막아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짚을 엮을 새끼줄이 필요했고 민준과 잔디가 그것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새끼줄을 꼬는 게 여간 단순한 작업의 반복이 아닐수 없었다. 그저 짚 몇가닥을 집어 손바닥에 놓고 비비고, 또 짚이 짧아지면 몇가닥 이어서 비비는 일의 반복. 심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렇다고 잔디와 이야기를 나누자니 일방적으로 민준 혼자서 떠드는게 될게 뻔했다. 아니 이미 그렇게 하다가 어느샌가 슬그머니 입을 다물어 버린 민준이었다.

그러다보니 둘이 있어도 심심한건 당연지사, 슬슬 머릿속에 잡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주제는 바로 원시인들. 언제부터인가 민준의 집 앞에 이런저런 것들을 가져다 놓고는 절을 하는 원시인들.

민준도 바보가 아니니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대강 눈치를 챌수 있었다.

절을 한다는 것, 즉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것은 민준을 자신들 보다 높게 여긴다는 것이고 그들이 놓고 가는 물건들은 분명 민준에게 바치는 것들이 틀림 없었다.

민준의 시선이 잔디에게로 향했다. 지난 봄, 민준의 집앞에 홀로 남겨진 원시인 여자아이.

처음엔 고개도 들지 못하고 항상 민준의 앞에서 엎드려 있던 아이. 하지만 이제는 제법 민준의 말도 알아 듣고 웃기도 하며 알아서 자신의 일을 찾아 할수도 있게 되었다.

분명 잔디도 그들이 바친 공물중 하나가 틀림 없었다. 바로 산제물.

산제물은 고래로부터 항상 있어왔다. 어디에는 어린아이의 유골이 수없이 나온 연못도 있었고 옆나라인 중국의 진시황릉에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같이 순장되었다고 했다. 그것도 일종의 사람을 신격화했기 때문에 있을수 있는 일이었다. 그게 충성심 때문에 한번 신하는 저승까지도 따라가야 한다는 이유였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같은 동급으로가 아닌 그들보다 위에 있는 이로 여겼기 때문에 있을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민준이 그런 대상이 된 것이다. 이건 공무원 준비를 하던 취업준비생으로서는 상상도 해본적 없는 일이었다.

‘나무사람이라….’

민준은 잔디가 자신을 부르는 말을 떠올렸다.

분명 민준이 가르쳐준 단어인 나무와 사람. 당시 민준은 나무를 가리키며 ‘나무’란 단어를 알려줬고 민준 자신을 가리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자 잔디는 그를 가리켜 ‘나무사람’이라고 한다.

원시인들은 나무사람을 신처럼 모시고, 그 나무사람이 바로 민준 본인이었다.

민준은 원시인들에게 있어서 신이었다.

‘내가 신이라고? 큭, 출세했구나 민준아. 그래, 공무원 보다는 신이 훨씬 높지.’

민준은 계속 새끼를 꼬며 생각했다.

신은 인간보다 우월하다. 우월? 적절한 단어가 아닐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것은 인간과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준은 인간이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금 잔디에게로 향했다.

눈 두 개, 콧구멍 두 개. 입 하나 그리고 두 귀. 팔다리도 같은 개수고 머리털이 자라는것도 똑같다. 게다가 곧잘 따라하는걸 보면 지능이 떨어지는것도 아니고 발성 기관도 같은게 틀림 없었다.

‘하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라니까. 그냥 호모 사피엔스만 하더라도 인간과 달랐다고 하지만 말야.’

잔디는 제법 귀엽게 생겼다. 물론 현대인과 비교하자면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살아온, 그리고 계속해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민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이였다. 민준은 미적 감각까지도 이미 원시에 적응해 있었다.

물론 그렇게 보이는 이유가 ‘여자’ 아이 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본의 아닌 금욕의 시간들. 긴긴 밤을 얼마나 힘들게 보내왔던가. 그런데 그 옆에 여자가 나타났다. 비록 나이는 아직 어릴지 모르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는법. 원래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이 졸업반일때 들어오는 신입생도 그가 신입생일땐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다. 그런 그들도 시간이 흐르면 똑같은 대학생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민준은 잔디에게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잔디가 어찌 민준의 힘을 당해내랴. 게다가 원시인들이 그를 정말 신으로 여긴다면 그정도야 당연한것 아니냐 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민준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두려웠다.

어렵게 어렵게, 간단하지만 의사소통을 할수 있게된 민준과 잔디. 하지만 민준이 잔디에게 손을 댄뒤, 둘 사이에 거리가 생긴다면 또는 최악의 상황에서 잔디가 떠나가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면 민준에겐 견딜수 없는 일이 될터였다.

민준은 더 이상 혼자 남는게 두려웠다. 고독은 두려움 이었다.

‘이제 곧 원시인들이 또 이곳에 올테지?’

그랬다.

늦가을, 겨울이 오기전에 원시인들은 또다시 제물을 가지고 민준의 집을 방문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여전히 민준을 신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들을 따라갈까?’

민준은 순간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도 잔디와 함께 하는 시간이 쓸쓸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왕이면 한명 보다는 두명, 그리고 셋, 넷과 함께 한다면 더 즐거운 삶이 될지 몰랐다.

그러나 두려움도 있었다.

그들이 민준에게 무언가 신에게나 가능할 법한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그래서 그가 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쩌면 민준은 그들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몰랐다. 분명 법이라는게 있을리 없으니 그들은 그저 감정이 이끄는대로 행할게 틀림 없었다.

민준에게 필요한것은 용기와 결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민준이 마음을 정하기도 전에 원시인들이 먼저 그를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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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마무리 되어 갑니다~ 아마 수요일쯤이면 끝날것 같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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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B.C.XXX - 65화 이것들은 왜 자꾸 (1) - +17 09.12.14 14,859 91 9쪽
64 B.C.XXX - 64화 봄바람 총각 (3) - +31 09.12.14 15,062 7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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