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6,620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22 08:43
조회
15,356
추천
78
글자
10쪽

B.C.XXX - 77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4)

DUMMY

- 77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


혹시나 소가 덤벼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구덩이 밖으로 빠져 나온 민준은 방금전 있었던 소름끼치는 순간을 떠올렸다.


흙구덩이를 뛰어 올라 두 팔을 걸친 민준은 다리를 허우적 거리며 두 팔론 몸을 끌어 올렸다. 그런데 그때 뭔가가 민준의 엉덩이에 닿는 느낌을 받았다.

뜨끈하고 축축한 무언가.

그것은 민준의 엉덩이를 한번 훑더니 이내 가랑이 사이로 내려갔다.

민준은 식은땀이 흘렀다. 잘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돌려 살피니 소가 민준의 가랑이에 주둥이를 파묻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생각하고 싶지 않는 장면이 민준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바로 소가 민준의 거시기를 깨무는 것을!

‘내가 고자라니!’

민준은 피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여기서 움직여 소의 호기심이라도 끌면 정말로 소가 한입에 그의 가랑이를 삼킬것 같았던 것이다.

잠시후 천만 다행으로 소는 축축한 코와 주둥이로 슬쩍 밀쳤다가 고개를 돌린 사이 민준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쳐 구덩이를 빠져 나오고야 말았다.

“하아아. 십년 감수했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민준이 주저 앉으며 식은땀을 닦았다. 하지만 구덩이 속의 소는 민준이 왜 그러는지 알수 없다는듯 크고 반짝이는 눈으로 민준을 바라보았다.


민준은 일단 신선한 풀들을 구덩이에 던져 주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산에 올랐다.

산에는 굵고 길다란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짧고 가늘며 낭창낭창 휘어지는 나무도 얼마든지 있다. 민준이 찾는 나무는 이렇게 잘 휘어지는 나무였다.

민준은 산을 따라 오르며 이나무 저나무를 잡아당겨가며 나아갔다.

어떤 나무는 너무 굵어 꿈쩍도 하지 않았고, 어떤 나무는 너무 약해 잡아 당기는 순간 부러져 나가 민준의 균형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가시가 나있는 나무도 있었다. 이런 나무는 가지는 가늘었지만 좀처럼 손을 대기가 어려워다. 아마 나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적당한 나무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집 뒷산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민준의 눈에 회색 껍질을 가진 나무가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구부려 보니 적당히 휘어지기도 하고 손을 떼면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제법 탄성도 있어 보였다.

민준이 점찍은 이 회색 나무는 키가 거의 민준과 비슷했는데 중앙의 가장 굵은 가지는 민준의 손가락 세 개를 합친것 만큼 굵었고 곁가지들을 손가락 하나 굵기정도라 민준을 만족스럽게 했다.


나무를 밑동부터 통째로 잘라온 민준은 곁가지를 잘라 껍질을 벗겼다. 원래 그런 나무인지 아니면 한창 물을 빨아들일 시기라 그런 것인지 칼집을 내고 손으로 잡아 당기자 뱀이 허물을 벗듯 그렇게 훌러덩 하고 나무껍질만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다.

“좋은데?”

민준은 작업이 손쉽게 끝나자 만족스럽게 한마디 했다.

껍질이 벗겨진 나무는 축축하고 미끌거렸다. 수액때문이었다. 손에 묻은 수액은 잠시 시간이 지나자 이내 끈적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완전히 마른 수액은 끈적임도 남기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민준은 잔디에게 가죽을 잘라 가죽끈을 만들게 시키곤 불가에 앉아 껍질을 벗긴 나무를 휘었다.

조금씩, 조금씩. 구부렸다가 다시 피기를 몇차례 반복하자 나무는 점점 더 원을 만들며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겉으로 베어나온 수액은 이미 불에 말라 손도 더 이상 끈적거리지 않았다.

가지를 구부려 양쪽 가지가 서로 교차하게되자 민준은 잔디에게 가죽끈을 받아 들고는 교차점을 꽁꽁 감아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시켰다. 그리곤 끝에 남은 부분은 적당한 길이만 남기고 모두 잘라내었다.

이렇게 코뚜레 세 개가 만들어지자 남은 것은 가운데에 자라고 있던 가장 굵은 가지였다. 민준은 혹시 어디에 쓸데가 있을까 싶어 양쪽 끝을 잡고 구부려 보았다.

“어, 어후. 휘긴 휘는데 좀 빡빡한데?”

말 그대로 였다. 민준이 양쪽 끝을 잡고 구부리자 곧았던 가지가 활처럼 휘긴 했으나 좀전의 가느다란 가지들처럼 완전히 휘어지진 않았다.

“활처럼? …활? 그래, 활! 활이 있었지!”

민준이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활. 오래 전부터 동 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사냥 도구이자 무기로서 사용되어 온 활.

나무 또는 재료의 탄성을 이용해 화살을 날려 적을 쏘아 맞추는 활은 과거 일반인이 함부로 소지하지 못하게 했던적이 있었을 정도로 매우 위력적인 무기였다.

“진작에 활을 생각했더라면 좋았을텐데…. ”

민준은 생각할수록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 이곳에 홀로 떨어진지도 1년하고도 반년이 되었다. 반면에 앞으로 살아갈 시간은 그보다 몇배 몇십배는 많이 남았으니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쓴다면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소의 코에 코뚜레를 달 때였다. 민준은 가죽끈으로 고정시킨 코뚜레를 들어 불에 말렸다. 자연적으로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시간을 두고 말리면 좋겠지만 그때까지 소들을 구덩이에 놔둘순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이런저런 도구와 장작이 담긴 수레를 끌고 잔디와 함께 길을 나섰다. 생각 같아선 잔디는 집에 두고 오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혼자서는 손이 부족할것 같아 할수 없이 그녀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얼마후 구덩이에 도착한 민준은 먼저 소들이 잘 있는지, 혹시 밤사이에 어느 짐승이 물어가진 않았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소들은 모두 멀쩡히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안심한 민준은 잔디에게 불을 피우게 하고는 홀로 땅을 하기 시작했다.

팍! 팍! 팍!

도구는 조잡했지만 민준도 이 조잡한 도구에 익숙해져 제법 속도가 났다. 그런데 민준은 왜 갑자기 땅을 파는 것일까?

“미안하다 소들아. 내가 네들을 절대로! 미워하는게 아니다. 읏차! 거기서 빠져 나오거들랑 절대로 나한테 화풀이는 하지 말아라, 알았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벌써부터 소들한테 용서를 비는 것일까. 답은 그리 오래지 않아 나왔다.

후두둑! 후두둑!

“움무우우.”

흙이 소의 등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그 흙을 쏟아 붓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민준이었다. 구덩이 앞의 흙을 퍼 소가 들어있는 구덩이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소들아, 이건 절대 생매장이 아니라 네들이 막 몸부림 칠까봐 안전 장치를 하는 거야. 알았지?”

후두둑! 후두둑!

“움무우우!.”

소가 말을 알아듣던 말던 민준은 계속해서 파낸 흙으로 소를 덮었다. 그러는 사이 민준의 지시를 받은 잔디는 민준이 멀티툴에서 꺼내준 십자 드라이버를 가는 대나무에 끼워 불에 달구었다.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 구덩이는 메워졌고 소는 흙속에 파묻혀 머리만 내놓고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고야 말았다.

그제서야 소에게 가까이 다가간 민준이 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소야.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일은 절대로 널 해치려는게 아니야. 그냥 넌 코에 악세사리를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야. 귀에는 귀걸이, 목에는 목걸이 그리고 코에는 코걸이. 유 언더스탠? 오케이! 좋아. 너 방금 눈을 꿈뻑 거렸으니까 너도 동의 한거다? 나중에 딴말 하기 없기?”

이게 무슨 소린가. 쇠귀에 경읽기도 아니고 눈한번 깜빡한걸 가지고 계약이라도 성립한것 처럼 말하다니. 하지만 민준은 스스로 면죄부라도 받은 것처럼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하더니, 민준이 소를 생매장 하는 동안 달구고 있던 십자 드라이버를 받아 들고는 소에게 다가갔다.

“자자, 착하지? 이것만 하고 맛있는 풀 줄게. 잠깐만 참으면 돼. 아주 잠깐 따끔하면 끝나 알았지?”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소에게 주저리 주저리 내뱉은 민준은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땅에 파묻힌 소의 코를 붙들고 콧구멍과 콧구멍 사이로 달군 드라이버를 찔러 넣었다.

치이이익!

“움머아아아!”

소는 생살이 타는 고통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이미 구덩이에 빠져 이곳에 남겨졌을 때부터 미래는 결정된 후였다.


소가 흙속에 파묻혀 꼼짝 못하는 사이 코뚜레를 걸을 생각이었던 민준의 계획은 성공하는듯 했다. 하지만 잠시후 민준이 생각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것은 바로 달궈졌던 드라이버가 코를 뚫는 중간에 식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장작의 한계였다. 게다가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 크기의 드라이버도 하나의 이유였다.

달궈지긴 했지만 소의 코를 뚫고 나올 만큼 열기가 지속되지 못했던 것이다.

민준은 중간에 막히자 어쩔수 없이 십자 드라이버가 끼워진 대나무막대기를 뽑아 냈다. 그리곤 다시 불에 달구기 시작했다.

“음무우우우!”

뒤에서 생살이 지저져 뚫리는 고통을 겪은 소가 충열된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민준도 이것만큼은 미안했는지 소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올 때마다 움찔 거리고 있었다.

-------------------

으음...아침에 반찬으로 김치도 안꺼내고 기름에 튀긴 고로케하고 스프만 먹었더니 속이 뒤집히네요ㅜㅜ 밥도 있는데 그냥 밥먹을껄...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C.XXX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3 B.C.XXX - 93화 종장 +243 09.12.31 23,822 115 8쪽
92 B.C.XXX - 92화 문명(civilization) +27 09.12.31 21,206 85 9쪽
91 B.C.XXX - 91화 보물선 탐사 +72 09.12.30 19,562 83 7쪽
90 B.C.XXX - 90화 민준, 함께하다 (2) +20 09.12.30 17,590 84 5쪽
89 B.C.XXX - 89화 민준, 함께하다 (1) +41 09.12.29 17,729 85 10쪽
88 B.C.XXX - 88화 민준과 원시인 (3) +17 09.12.29 15,330 89 8쪽
87 B.C.XXX - 87화 민준과 원시인 (2) +30 09.12.28 15,680 85 7쪽
86 B.C.XXX - 86화 민준과 원시인 (1) +19 09.12.28 15,825 77 8쪽
85 B.C.XXX - 85화 꿀과 고기 (3) +55 09.12.26 15,890 77 10쪽
84 B.C.XXX - 84화 꿀과 고기 (2) +18 09.12.26 14,901 82 7쪽
83 B.C.XXX - 83화 꿀과 고기 (1) +41 09.12.25 15,409 73 9쪽
82 B.C.XXX - 82화 후아주 (2) +23 09.12.25 14,813 75 9쪽
81 B.C.XXX - 81화 후아주 (1) +45 09.12.24 15,159 75 9쪽
80 B.C.XXX - 80화 치통과 칫솔 (3) +27 09.12.24 14,486 68 8쪽
79 B.C.XXX - 79화 치통과 칫솔 (2) +43 09.12.23 14,934 78 8쪽
78 B.C.XXX - 78화 치통과 칫솔 (1) +17 09.12.23 15,241 71 9쪽
» B.C.XXX - 77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4) +50 09.12.22 15,357 78 10쪽
76 B.C.XXX - 76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3) +17 09.12.22 14,864 83 9쪽
75 B.C.XXX - 75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2) +58 09.12.21 15,144 81 8쪽
74 B.C.XXX - 74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1) +24 09.12.21 15,432 81 9쪽
73 B.C.XXX - 73화 땅울림 (3) +58 09.12.19 15,662 83 8쪽
72 B.C.XXX - 72화 땅울림 (2) +23 09.12.19 15,053 87 7쪽
71 B.C.XXX - 71화 땅울림 (1) +32 09.12.18 15,523 78 9쪽
70 B.C.XXX - 70화 잔디 (3) +55 09.12.17 15,838 85 9쪽
69 B.C.XXX - 69화 잔디 (2) - +53 09.12.16 15,733 77 9쪽
68 B.C.XXX - 68화 잔디 (1) - +68 09.12.15 16,014 74 10쪽
67 B.C.XXX - 67화 외전 : '똑딱 휙 삐리'의 이야기 (3) - +55 09.12.14 15,706 79 6쪽
66 B.C.XXX - 66화 이것들은 왜 자꾸 (2) - +16 09.12.14 14,979 93 8쪽
65 B.C.XXX - 65화 이것들은 왜 자꾸 (1) - +17 09.12.14 14,859 91 9쪽
64 B.C.XXX - 64화 봄바람 총각 (3) - +31 09.12.14 15,062 73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