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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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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610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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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29
추천
89
글자
8쪽

B.C.XXX - 88화 민준과 원시인 (3)

DUMMY

- 88화 민준과 원시인


원시인들이 찾아왔다.

어김없이 겨울이 닥치기전 민준의 집을 찾은 원시인들은 그의 집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엎드린채 제물을 쌓아두고는 전에 그랬듯 알수 없는 말들을 외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당황스럽게도 그동안 함께 잘 살아오던 잔디도 가세해 민준의 발치 앞에 엎드려 뭐라뭐라 외치기 시작했다.

전에도 몇 번 들었던 말들. 확실한 뜻은 알수 없지만 분명 민준을 부르는 말임에 틀림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그의 집까지 찾아와 같은 말을 반복할 리가 없지 않은가.

민준은 원시인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창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헝클어지고 떡진 머리와 동물 가죽을 대충 걸쳐 입은 몸. 미개하지만 사람이었다.

어째서 그전엔 그들을 무서워하고 거리를 두려 했는지 이해할수 없을 정도로 익숙해 보였다. 아마 그동안 잔디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그러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목이 아프지도 않은지, 무릎이 시리지도 않은지 맨바닥에 엎드려 열심히 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민준은 이 순간에도 고민을 했다.

‘저들을 따라갈까? 아니면 좀 더 생각을….’

‘내가 과연 안전할수 있을까? 혹시 날 잡아 먹으면 영생을 이룬다던가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복잡하게 민준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러는 사이 제사인지 의식인지 모를 행위가 모두 끝났는지 주섬주섬 몸을 일으킨 원시인들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잠깐!”

부지불식간의 일이었다.

소리를 지른 민준도 놀랐고, 원시인들도 놀랐다. 놀라지 않은 이는 잔디뿐이었다.

민준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왜 자신이 소리를 질렀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그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도 못했고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용기도 없었다.

민준은 후회했다. 왜 소리를 질렀을까. 그들이 돌아가게 두지 않고 왜 불러 세웠을까.

혹시 가만히 있으면 저러다 돌아갈까? 아니면 그들이 집 안으로 들어올까? 하는 생각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민준이 조심스럽게 밖을 살피니 원시인들이 슬금슬금 집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민준의 목소리를 신의 소리로 들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들은 민준을 신으로 여기고 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신의 목소리가 맞았다.

두근두근.

민준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 갑작스레 소리를 지른 자신의 입이 저주스러웠다. 아니 그냥 그들이 뭘 하든 그냥 놔두니 왜 창문을 열어 살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오랜만이었다. 긴장을 하자 가슴과 등, 팔과 다리 목 머리 할것 없이 따끔따끔 하며 전기가 올랐다. 민준은 긴장을 할때면 항상 이랬다. 어렸을적 성적 때문에 어머니께 혼날 때에도 이랬고 군대에 있을때 감사가 나오면 이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가장 최근엔 지금은 민준의 뱃속에서 소화가 되어 변으로 나와 땅에 뿌려진 이름없는 짐승과 마주쳤을때도 이랬다.

대체 왜그랬을까 하는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오직 잔디만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뭔가를 기대하는듯 민준을 올려다 보았다.

‘어, 어쩌라고!’

민준의 속마음은 왜 웃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잔디에게 그럴수는 없었다. 민준은 잔디가 그를 떠날게 너무나 무서웠다.

“하, 하하.”

민준은 어색하게 잔디에게 웃어 보였다.

“후우,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신이 되어주마!”

민준은 결심한듯 머리를 단정하게 만지고는 단호한 표정으로 꿀단지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뒤에는 잔디가 따랐다.


“오오오!”

“오오오오!”

민준이 문을 들어 올리며 밖으로 나오자 슬금슬금 집으로 접근해오던 원시인들이 민준의 모습을 보고는 일제히 엎드리며 절을 하기 시작했다.

“암바이야 빠삐이 두 레블레블!”

움찔!

민준은 갑자기 그의 발치에서 터져나오는 커다란 외침에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신색을 추스르고는 잔디를 불렀다.

그러자 쪼르르 옆에 선 잔디가 뭔가 기대한다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에, 어흠. 잔디야 내가 이들에게 꿀을 내린… 아니 준다고 말할수 있겠니?”

잠시 민준의 말을 이해하려는듯 눈알을 또르르 굴리던 잔디가 이내 알았다는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엎드려있는 원시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말로 뭔가 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끼리도 확실한 언어는 없는듯 손짓과 몸짓으로 설명을 했다.

‘하긴 아직은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채집과 사냥으로 먹고 살던 시기니 동일한 언어가 있을리 없지. 물론 그래도 비슷하거나 말이 통하는 것들은 있겠지만 말야.’

잠시후 잔디가 원시인들에게서 일어나자 그녀와 이야기하던 원시인이 민준의 앞까지 기어왔다.

“험험, 내 너희들의 정성을 갸륵히 여겨 친히 이 꿀을 하사하노라.”

민준은 자신이 말을 하고도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혔다.

사실 원시인들이야 당연히 그의 말을 못 알아 들을테고, 잔디 또한 아직 이런 높은 수준의 회화는 불가능하니 둘다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름 처음으로 신 행세를 한답시고 그럴듯한 말투를 사용한 민준이었다.

그래도 민준이 꿀단지를 내밀자 받아 들기는 하는 원시인. 그의 시선이 이번엔 잔디에게로 향했다.

잔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원시인도 냉큼 꿀단지를 받아 들며 다시 연신 절을 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따르던 다른 원시인들도 절을 하기 시작했다.

“어험, 가자 잔디야.”

그리고는 절을 하고 있는 원시인들을 뒤로 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휴으, 엄청 쫄았네. 그래도 이정도면 첫인상을 괜찮게 남긴건가? 설마 얼마 먹지도 못한 꿀단지까지 내줬는데 다음에 날 잡아 먹진 않겠지.”

“나무사람, 감사합니다.”

그때 잔디가 옆에서 절을 했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집 밖의 원시인들을 가리키는걸 보니 아마 원시인들이 그렇게 말한것을 옮겨준것 이거나 순수한 그녀의 마음 둘중 하나일 것이다.

그때 밖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

“나무사람!”

“나무사람!”

아마 조금전 잔디가 그들에게 해준 말중에 나무사람이라는 단어가 있었던듯, 금세 나무사람이란 단어를 배운 원시인들은 ‘암바이야 빠삐이 두 레블레블’이란 알수 없는 말 대신 ‘나무사람’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민준은 잔디에게 말했다.

“내가 나무사람이라고 하지 말랬지? 왜 잘 하다가 갑자기 또 나무사람이라고 하는거야. 다시 따라해봐, 민준. 민준 오빠.”

“민준, 민준 오빠.”

“으흐흐, 그렇지 잘했어.”

민준은 겉보기에 족히 10살은 차이나 보이는 아이에게 잘 말이 통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원시인들은 다시 돌아갔는지 모습을 감췄고 민준은 밖에 나가 그들이 놓고간 제물을 집 안으로 옮겼다.

짐을 옮기전 민준은 문득 원시인들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매번 소금을 구하기 위해 멀리 있는 바다로 길고 위험한 여정을 떠났어야 했을테고, 옷이 떨어져도 그 혼자선 가죽을 만들 방법이 없으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어야 했을 것이다. 또한 먹을수 있는 풀들을 구별하기 위해 수 많은 위험을 각오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민준은 순간 어찌보면 그동안 원시인들이 없었더라면 민준이 지금껏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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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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