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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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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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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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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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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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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
9쪽

B.C.XXX - 83화 꿀과 고기 (1)

DUMMY

- 83화 꿀과 고기


결과부터 말해보자면 술을 빚는 일은 실패였다.

시간이 흐른후 대나무통에서 숙성시키던 과일주를 개봉한 민준은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식초 냄새에 코를 감싸쥐고 집 밖으로 나가야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온도? 아니면 뭔가 다른것을 첨가 했어야 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숙성 기간이 짧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일단 민준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대나무통은 좀더 시간이 흐른뒤에 열어 보기로 하고 다른 식재료들과 거리를 두어 보관했다. 자칫 발효과정에서 가스가 생겨 터진다면 주변에 있는 다른 식재료들까지 못먹게 될런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렇게 쉽게 술이 만들어진다면 왜 술을 사먹었겠어. 아니, 그래도 좀 이상하네. 분명 포도주스도 오래두면 술냄새가 나던데… 그게 술냄새가 아니라 원래 포도즙 냄샌가?”

여기엔 민준의 궁금증을 풀어줄 그 어떠한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다시 한번 과일주를 담그는 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다 먹지 말고 남겨두는 건데….”

그랬다. 민준과 잔디는 모처럼의 신선한 과일을 남기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하는듯이 항상 입에 과일을 물고 살았고 덕분에 남는 과일의 처분을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다.

덕분에 다시한번 과일을 채집하러 나가야 됐지만 당시에는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어쨌든 민준과 잔디는 지난번에 돌았던 반대편 지역을 돌며 과일을 채집했다.

지난번엔 어떤게 먹는 것이고 먹을수 없는 것인지 알수 없었기에 잔디의 뒤를 따랐으나, 지난번에 과일을 채집하면서 과일나무들을 유심히 눈여겨 본터라 이번엔 민준이 앞서 나가며 방향을 잡았다.

잔디는 그런 민준의 뒤를 따르면서도 주변에 보이는 이름 모를 풀들을 열심히 등뒤의 대바구니에 담았다.

민준이 뭘 그렇게 열심히 따나 싶어 잔디의 대바구니를 어깨 너머로 훑어보자 조금 다르게 받아 들였는지 대바구니에서 수수깡처럼 꼳꼳하고 단단한 풀을 꺼내 건네주었다.

“민준….”

잔디는 처음 말을 배울 당시 민준을 ‘나무사람’ 이라고 불렀었는데 그 뒤로 민준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제는 그의 이름인 ‘민준’을 정확히 발음하게 되었다.

“어, 어? 이거 먹으라고? 이거 맛있는거?”

민준이 잔디가 아는 단어를 사용해 물었다.

하지만 맛있냐는 민준의 물음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잔디. 그러더니 자신도 같은 풀을 하나 꺼내 입에 넣고 씹는다.

토독, 토도독.

잔디가 건네준 풀은 제법 섬유질이 단단한듯 씹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그런데 이상한건 잔디의 표정. 억지로 먹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씹어 먹으면서도 양미간에 주름이 접힌다.

그런 잔디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그녀가 건네준 풀을 한입에 구겨 넣었다. 먹을수 있는 풀과 먹지 못하는 풀을 구분할수 없었던 민준은 오랜 시간 채소를 먹지 못했었고, 그에 한이라도 맺힌듯 평소에도 먹을수 있는 풀들을 보면 아끼지 않고 입에 털어넣는게 그였다.

그런데 잠시후, 얼굴 근육을 온통 씰룩이며 뻣뻣한 풀을 씹던 민준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으음….”

게다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조금전의 잔디보다 더욱 미간을 우그러트리며 표정이 요상하게 변해갔다.

“으엑….”

결국 민준은 참지 못하고 이리저리 씹혀 한덩어리가 되어버린 이름모를 풀을 뱉어내었고 그의 잎가로는 진한 녹색의 액체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

“쿡.”

그 모습이 재미있게 보였는지 좀처럼 웃지를 않던 그녀가 작은 소리로 웃음 지었다.

“어쭈, 이게 웃네? 웃겨? 이게 웃겨?”

민준도 처음 보는 잔디의 웃음 소리에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다. 그리고 우스꽝스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웃는 그녀가 얄밉게 느껴졌는지 한걸음에 달려들어 잔디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키킥, 키킥.”

갑작스런 민준의 간지럼 공격에 어찌할바를 모르겠는지, 잔디는 아이의 가느다란 팔로 옆구리를 감싸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민준의 손을 피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민준의 손은 집요하게 잔디의 옆구리를 공략해 들어갔다.

지난 봄, 민준의 집 앞에 홀로 남겨진 작고 어린 소녀, 잔디.

무엇 때문에 함께 왔던 원시인들이 그녀만 남겨두고 돌아갔는지 알수 없었지만 다시 그녀를 찾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실수로 남겨진것은 아닌듯 했다.

정확한 나이는 알수 없지만 아직 여성의 몸으로 자라지 않은것을 보면 나이도 그리 많지 않은듯 한데 어딘가 있을 가족들과 떨어져 민준의 집앞에 홀로 남겨진 그녀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게 분명했다.

민준은 최대한 잔디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돌보려 했지만 역시 언제나 동쪽을 바라볼때면 쓸쓸하고 뭔가를 그리워하는 것만은 어쩔수 없었다. 또한 민준 스스로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지만 그가 그녀를 위해 해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랬던 잔디가, 몇 개월 만인지 처음으로 민준의 앞에서 웃음을 지은 것이다.

그것은 분명 잔디가 민준을 그만큼 편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뜻이고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는 신호가 분명했다. 그리고 민준은 그것을 기뻐하며 함께 즐거워 하였다.


계속 과일을 찾아 다니던 민준은 문득 입이 심심해짐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자꾸만 아까전에 먹다 뱉었던 수수깡같은 풀이 생각난다는 점이다.

민준은 힐끔 살짝 고래를 돌려 잔디를 쳐다 보았다. 아니 잔디보다는 그녀가 메고 있는 대바구니를 봤다는게 맞을 것이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중에서 민준의 시야에 들어온것은 바로 수수깡풀!

민준은 슬그머니 걷는 속도를 늦추며 잔디의 옆에 붙어 보폭을 맞춰 걸었다. 그리고는 잔디가 다른 방향을 보는 순간을 포착해 바구니 안의 수수깡풀에 손을 뻗었다.

“…?”

하지만 순간 고개를 돌린 잔디와 눈이 마주친 민준.

“하, 하하.”

어색한 웃음으로 때우며 손을 빼던 민준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바구니 안에서 수수깡풀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곤 입으로 가져가 한입 잘라 씹었다.

“음음, 쌉쌀하니 괜찮네. 좋아, 굳 굳.”

그런 민준의 어색한 웃음에 잔디도 같이 베실거리며 웃었다.

원래 웃음이 많던 아이였는지 한번 웃게되자 작은 일에도 웃음을 보인다.

민준도 그런 잔디를 보며 씨익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문질러 헝크러트렸다.

“짜식, 웃으니까 제법 귀엽네.”

그리곤 잔디와 민준은 나란히 걸으며 주변을 걸었다.


둘이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민준이 무엇인가를 발견한듯 자리에 멈춰서며 손을 들어 잔디를 막았다. 그리곤 천천히 손으로 어깨를 눌러 자리에 앉혔다.

“…?”

잔디가 의아해하는 사이 민준이 입에 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다른 손으로는 전방을 가리켰다.

“쉬….”

민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멀리서 고라니처럼 생긴 동물이 풀을 뜯고 있었다.

고기를 구할수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친다면 2년 가까이 살아온 지난 삶이 웃을터, 민준은 바구니를 내려놓고 활을 빼 들었다.

드디어 그동안 연습했던 활을 실제로 써먹을 기회가 왔다.

민준은 잔디에게 내려놓은 대바구니를 넘겨주며 주변을 살펴 다른 짐승이 없는지를 확인한 다음 조용히 말했다.

“기다려, 여기서 기다려. 움직이지 말고, 알았지?”

잔디는 민준의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슬그머니 풀숲에 몸을 숨겼다.

역시 여자아이라 하더라도 원시에서 살아가는 원시인 답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듯 했다.

민준은 그런 잔디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천천히 기어서 사냥감에게 다가갔다.

연습은 많이 했지면 역시 실전은 처음. 좀더 확률을 높이려면 사냥감이 눈치채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게 필수였다.

얼마나 앞으로 나아갔을까.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히 그리고 천천히 나아가던 민준이 살며시 몸을 일으켜 화살을 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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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부디 산타할아버지께서 찾아가시길...

전 여친좀 보내주셨으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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