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XXX - 74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1)
- 74화 목축의 틀을 마련하다. -
자전거는 생각보다 잘나갔다. 미끄러운 풀들과 바닥에 깔린 돌맹이 때문에 핸들이 계속해서 흔들렸지만 그래도 어느곳 하나 부서져 나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내리막이 보이면 넘어지지 않게 두손으로 핸들을 꽉 잡았고 오르막에선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갔다. 어차피 기어도 없는 자전거, 차라리 내려서 오르는게 쉬웠다.
검은 무리는 집에서 보았을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멀었다. 집에서 봤을 때에는 눈에 보이길래 그리 멀지 않은줄 알았는데 아무리 달려도 가까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젠 차라리 집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민준은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시계를 보았다.
오전 8시 14분. 집이 있는 방향은 서쪽 하고도 북쪽으로 6도정도 위였다. 다행히 집 뒷산이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삐기기긱.
자전거가 굴러가자 풀숲에 숨어있던 다양한 동물들과 곤충들이 민준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어어.”
민준은 급히 다리를 끌며 자전거를 멈춰세웠다.
잠시후 덜컹더리며 달리던 자전거가 멈추자 황급히 자전거를 뉘이고는 민준 자신도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살폈다.
거뭇한 무리의 정체는 소떼였다. 비록 익숙한 한우같은 누런 소는 아니었지만 분명 소는 소였다. 백인이나 흑인에게 사람이 아니라고 할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민준이 황급히 몸을 숨긴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소떼를 둘러싼 작은 짐승들. 그것은 분명 늑대가 틀림 없었다.
늑대들도 그 수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들들은 그들보다 훨씬 덩치도 크고 수도 많은 소떼를 둘러 싸며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데 소들은 그런 늑대들로부터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 엉덩이를 맞대고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으르릉!”
중간 중간 늑대들이 빈틈을 노리고 공격했다. 하지만 소들도 만만치 않았다. 회색의 단단한 뿔이 달린 머리로 뛰어 오르는 늑대를 들이 받으려 하거나 살금살금 다가오는 늑대를 향해 앞발을 굴러 위협해 쫒아 내었다.
하지만 그런 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생자가 결정되었다. 무리의 뒤쪽이었다.
“메에에에!”
마치 염소의 울음소리와 같은 가냘픈 소리였다. 아마 새끼인듯 싶었다.
송아지의 비명이 울려퍼지자 순간적으로 소들의 머리가 그쪽을 향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빈틈이 보이자 늑대들이 일제히 뛰어 올라 노리고 있던 소들을 덮쳤다.
"으무, 음무우우!“
목과 다리 엉덩이 할것 없이 소 한 마리당 수마리의 늑대들이 덤벼들어 숨통을 옥죄었다.
늑대의 목표가된 소들은 머리를 흔들며 저항했지만 그럴수록 늑대들의 송곳니는 더욱 깊게 파고 들었다.
쿵, 쿠웅.
여기저기서 소들이 몸을 뉘였다. 결국 항복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소들은 쓰러진 소를 구하려 하지 않았다. 오직 늑대를 경계하며 무리를 에워싸듯 보호할 뿐이었다.
안타깝지만 무리를 보호하기 위한 어쩔수 없는 방편이었다. 여기서 소들이 무리에서 벗어나 늑대들을 위협하려 덤벼봤자 결국 쓰러지는 것은 소일 터였다. 그것은 늑대들이 바라는 일이었다.
결국 쓰러진 소들은 늑대들에 의해 옆으로 끌려 나갔다. 일단 사냥을 성공한 늑대들은 더 이상 소떼의 주변을 돌지 않았다. 그제야 소들도 조심스럽게 그 장소를 벗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였다.
두두두두두.
소떼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지만 무게와 수 때문에 지축을 울렸다. 민준이 느꼈던 진동의 정체였다.
바위 뒤에 숨어서 모든 장면을 관찰한 민준은 작년 즈음에도 이 장면을 목격했던것을 기억해냈다. 정확한 장소와 시기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것 만큼은 똑똑히 기억했다.
“…그러고보니 종종 늑대 울음소리를 들었던것 같은데 근방에 늑대 무리가 있었구나. 그것도 저런 큰 무리라니…. 우리집은 그동안 안전한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건가?”
민준은 걱정이 되었다. 저런 늑대 무리가 민준에게 덤빈다면 그로선 방어할 방도가 없었다.
한 마리라면 목숨을 걸고 덤비면 가능할지 몰랐다. 서너 마리라면 집이 틀어박혀 집을 방패삼아 어찌어찌 물리칠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백여마리의 늑대 무리라면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저기 보이는 수가 전부가 아닐지도 몰랐다. 생각할수록 민준의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소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봐서는 서쪽으로 곧장 가는것 같은것 같은데 아무리 강을 따라 간다고 하더라도, 집에서 강까지 내 걸음으로 하루거리. 그렇다면 늑대가 뛴다면 그보다 훨씬 금방일거야, 그정도 거리면 분명 내 집도 발견될테지? 이럴 때가 아냐, 빨리 집에 돌아가서 방어책을 강구해 봐야겠어.”
민준은 바위 너머로 고개를 빼들고 늑대 무리르 살폈다.
늑대 무리는 사냥한 소떼를 한참 식사중에 있었다. 게다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아니면 뭉쳐 있어서 그러지 수가 더 늘어난것 같아 보였다.
민준은 늑대들이 먹는데 열중한 사이 이 장소를 빠져 나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반쯤 뉘이고는 허리를 숙이고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내려갔다. 그리고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진것 같자 민준은 얼른 자전거에 올라타 힘차게 발을 굴렀다. 뒤에는 그 누구도 쫒아 오지 않았지만 민준은 필사적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헉, 헉.”
아마 집에서 출발할때보다 절반은 단축하지 않을까 싶었다. 엄청난 속도로 자전거를 달려온 민준은 자전거를 벽에 기대며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집 안에는 잔디가 가만히 앉아 돌판에 죠리퐁을 밀고 있었다.
“헉, 헉. 아! 절구도 필요하겠구나. 아니, 이게 아니지. 잔디! 따라와!”
민준은 똘망똘망 쳐다보는 잔디에게 손짓했다.
민준이 잔디를 데리고 간 곳은 대나무숲이었다.
민준은 그곳에서 굵은 대나무를 잘랐다. 그동안은 대나무로 주로 대바구니를 만드느라 딱딱하고 두꺼운 대나무보단 오래지 않은 가는 대나무를 주로 사용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죽창을 엮어 목책을 만들 생각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소들이 움직이는 속도로 봐서는 오늘 내일은 아닐 터였다. 늑대들도 분명 생각이 있을테니 당분간은 소떼를 따라다닐것이라는게 민준의 생각이었다.
팍! 턱턱!
대나무 밑동에 나이프를 박은 민준은 몽둥이로 칼등을 때려 박았다. 손목굵기만한 대나무였지만 몇 번 몽둥이질을 하자 금방 쓰러져 버렸다.
차라라락.
대나무잎들이 서로 스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잔디, 대나무 집으로 집! 놓고, 돌아와. 알았지?”
민준이 쓰러진 대나무를 잔디의 어깨에 짊어지어 주며 놓고 오라는 손짓을 하자 잔디도 알아 듣고는 대나무숲을 빠져 나갔다.
무슨영문인지 모를테지만 언제나처럼 잔디는 민준의 말에 따랐다. 민준은 혼자 집으로 가는 잔디의 뒷모습을 보았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대나무숲은 집 바로 옆쪽에 있었고 아직까진 근방에 위험한 짐승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늑대를 상대하려면 더 굵어야 하려나? 아니 어차피 한두개 만들것도 아닌데 가릴게 뭐있어. 더 굵은것도 잘라서 목책을 한 개라도 더 만들어야지.”
민준은 다시 단단하고 굵은 대나무를 찾아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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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날씨가 조금 덜 추워졌습니다.
음...지난화에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여케 나온뒤로 가장 많은듯 싶은데, 요지는 역시 자전거였네요.
발로 차는 자전거라는게 굉장히 힘이 들죠.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다면 그 힘은 배로 들고요.
뭐 이것에 대해 말을 하자면 끝도 없을 겁니다. 이것 뿐만 아니라 민준이 하는 모든 일들도 말입니다.
그냥 문피아에 들어오셔서 N이 안뜰때, 매일 한두편씩 올라오는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생각하면서 슥 보고 가세요.
저도 그냥 잠깐 문피아에 들어와서 선작한 글들만 보고 간게 좀 됐습니다. 회원도 가입안하고 제목만 기억해서 검색으로 찾아본 햇수도 있고요.
읽다보면 잘 나가다가 내가 생각하는것하고 다른데? 할때도 많았습니다. 그럴땐 거침없이 X를 클릭!
괜찮습니다. 언제든 읽으시다가 아니다 싶으면 삭제하셔도 좋습니다. 보다 재미있는 글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도 취미로 글을 쓰고있지만 독자중 한명입니다. 충분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이해하고 있으니 망설이지 마세요. 그리고 혹시 재미있다거나 이정도면 괜찮다 싶으면 댓글, 추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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