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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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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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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925

작성
09.12.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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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
8쪽

B.C.XXX - 64화 봄바람 총각 (3) -

DUMMY

- 64화 봄바람 총각


민준은 집안에 들어오자 마자 바닥에 철푸덕 팔을 베고 엎드렸다.

“새애끼들, 누가 발정난 돼지 아니랄까봐 끝낼 생각들을 안하는구만.”

민준이 엎드린채로 투덜 거렸다.

뀍, 뀌익.

밖에선 여전히 돼지 울음 소리와 철퍼덕 거리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민준은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귀를 파고 들어오는 소리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으아! 시끄러. 안그래도 봄이라 그런가 싱숭생숭 한데, 저 돼지새끼들은 쿵짝쿵짝 잘도 방아질이네!”

그랬다. 가을이 남자의 마음을 외롭고 쓸쓸하게 한다면 봄은 마치 아름다운 여인이 옆을 스쳐 지나간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다. 됐고, 간단히 말하자면 민준도 발정이 났다 그말이다.

수 많은 동물과 곤충들, 그리고 식물들이 일정한 시기에 생식행위를 하고 종족을 번식해 종을 유지한다. 그것은 일년에 한번일수도 있고 또는 달마다 그 시기가 올수도 있다.

그런데 1년 365일 발정기를 가리지 않고 시도때도 없이 발정을 하는 생물은 인간과 원숭이같은 영장류가 전부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도 종의 번식과 유지뿐만 아니라 쾌감을 얻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여기서 잠깐 민준에 대해 살펴보면, 그는 원래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의 25살 남자였다. 지금은 해가 바뀌었으니 26.5살쯤 된다고 치면 어딜 보아도 당연히 한참 본능에 충실할 나이인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의 곁엔 함께 사랑할 여자도, 컴퓨터 어딘가에 숨겨 놓은 야구동영상도 없다. 게다가 살아남는데, 또 살아가는데 바빠서 본의 아니게 1년이 넘도록 자위도 못한 상태였다. 그런 민준 앞에서 생생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의 기분을 알만도 했다.

사실 일반사람들이 돼지들이 하는 짓을 보면, 동성끼리만 있다면 낄낄거리며 웃거나 이성이 섞여 있더라도 멋쩍은 웃음으로 넘기지 흥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준은 지금 상태가심각했다.

주변에 여자라곤 한명도 없는데다가 1년이 넘도록 절에 계신 스님들처럼 금욕적인 생활을 해왔다. 게다가 봄이 되면서 기운까지 뻗치니 도리가 없었다.

민준은 바닥에 깔린 멍성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질렀다.

“아아악! 아악!”

하지만 좀처럼 싱숭생숭한 그의 마음이 진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열이 오르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뀌익, 뀌이익!

밖에선 여전히 네버 엔딩 방아질이 계속되고 있었다.

민준이 그 소리에 귀를 막으며 발버둥을 쳤다.

평소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긴 시간동안 쌓여온 외로움과 갈망이 이번 일을 계기로 터져나온듯 싶었다.

민준은 이제 아예 귀를 막고 있던 손까지 붕붕 휘두르고 바닥을 때려가며 발악을 했다.

그 모습이 마치 엄마를 따라 장에 나온 꼬마 아이가 지나는 길에 있던 장난감 가게를 발견하고는 장난감을 사달라며 길거리에 철푸덕 주저 앉아 울며 떼를 쓰는 것과 비슷했다.

쯧쯧, 남자는 커도 아이라더니… 아니, 비유가 잘못 되었나? 어쨌든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잠시후, 체력이 다했는지 퍼덕 거리던 팔다리가 조용해졌다. 게다가 숨도 찬듯 엎드려있는 그의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하였다.

응? 그런데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가슴뿐이 아니다? 시선을 조금 밑으로 내려보니 민준의 엉덩이 역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하며 들썩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언제 바지춤으로 들어갔는지 꼼지락 대는 두 손. 하지만 그의 눈빛은 공허하기만 했다.

그때 갑자기 민준이 튕기듯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가방 주머니를 모두 열어 탈탈 털어내기 시작했다.

후두둑.

가방 안에선 책, 연습장, 필통, 전원이 꺼진 핸드폰, 지갑 그리고 손전등이 나왔다. 하지만 민준이 찾던 무엇가는 없었는지 빈 가방을 바닥에 던졌다.

“쳇!”

그리곤 벌떡 일어나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새 돼랑이 새끼들은 볼일을 끝냈는지 각자 볼일을 보고 있었다. 아니 이제 저들도 엄연한 성돈, 더 이상 돼랑이 새끼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았다.

“그래…, 너네들이 나보다 훨씬 낫다. 어디 재미는 좋았냐?”

축처진 어깨와 허무한듯한 그의 시선이 돼지들을 향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민준의 눈매가 가늘어지면서 돼지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돼지의 장기가 인간한테 잘 맞는다고 하던데….”

꼴깍.

침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갔다.

“아냐 아냐, 그래도 이건 아니지. 어휴.”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아무튼 민준은 다시 정신을 차린듯 고개를 가로 젖고는 두 손을 들어 양볼을 짝짝 때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에효….”

민준은 한숨을 내쉬며 어질러진 가방을 정리했다.

하나 하나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집어 들어 가방에 넣었다. 그때 민준에 검정색 반지갑이 잡혔다.

무심코 펼친 지갑. 그 안에는 그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 그리고 각종 카드와 어디선가 받은 명함 등등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가족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민준과 가족들의 관계가 소원했던 것일까? 아니다. 그보다 더 사이좋을수 없을만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들 이었다. 다만 가족 사진은 핸드폰 사진첩에 들어 있었고 지금은 배터리가 바닥나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 뿐이었다.

착찹한 심정으로 다시 가방을 정리하던 민준의 눈에 책과 연습장이 들어왔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공무원 수험교재와 집근처 문방구에서 산 천원짜리 연습장. 특별할것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민준의 손이 빨라졌다.

연습장을 이리저리 살피며 마구 페이지를 넘기더니 뭔가 찾으려던게 없자 옆으로 치우곤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다시 수험 준비라도 하려는 것일까?

“사진, 사진, 사진. 어디에 모델 사진같은게 하나라도 있을텐데….”

민준의 눈이 다시 벌개져서는 쉴새없이 책장을 넘겼다.

도대체 모델 사진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민준은 한 장도 빠짐 없이 필사적으로 살폈다.

아마 학교를 다닌 사람은 다들 알 것이다. 교문 앞에서 나눠주던 학원이나 학습지 또는 공부에 도움을 준다는 보조기구를 광고하는 연습장을. 거기엔 빠지지 않고 먼저 대학에 간 이들의 수기와 함께 사진이 붙어 있다. 게다가 대학교 홍보지에는 학교를 대표하는 미남 미녀 모델까지 수록되어 있다. 민준은 바로 그런것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여자 모델의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천원짜리 싸구려 연습장엔 어디 인터넷을 5초쯤 뒤져서 찾은듯한, 잉크도 얼마 들어가지 않았을 법한 꽃그림이 전부였다. 민준은 잠시 연습장을 사던 당시를 회상하며 조금 비싸더라도 이천원짜리를 살껄 하는 후회를 해보았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것. 연습장에 아무것도 없자 책을 펼쳤다. 그런데 어찌된것이 같은 크기의 다른 책보다 가격은 훨씬 비싼것이 그 흔한 합격자 사진이나 광고 모델조차 없었다.

아니 모델을 안써서 모델료를 아꼈으면 책값이라도 싸게 할것이지, 어째서 가격은 더 비싼 것일까? 하지만 이런 투덜도 허무할 뿐이었다.

결국 아무런 사진도 찾지 못하고 책을 덮던 민준의 눈에 사람의 형체같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부릅!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번 그림을 보니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얼굴과 몸의 비율이 1:1인 이등신 케릭터였다. 긴 머리를 하고 나름 안경에 윙크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민준이 찾던 여자긴 여자였는데 안타까웠다.

“후우….”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자 민준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그리곤 책을 들어 가방에 넣으려던 순간 민준의 손이 멈췄다. 그리곤 다시 넣으려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잠시후 민준은 힘빠진 얼굴로 밖으로 나와 쭈그려 앉은채로 따뜻한 봄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 들였다.

하지만 무릎사이로 고개를 파묻은 그의 온몸에선 알수 없는 우울한 기운이 물씬 퐁기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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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오늘은 선작 4000 기념으로 연참 가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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