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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B.C.XXX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갈랑
작품등록일 :
2009.12.31 08:23
최근연재일 :
2009.12.31 08:23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886,603
추천수 :
8,304
글자수 :
367,925

작성
09.12.24 08:06
조회
14,485
추천
68
글자
8쪽

B.C.XXX - 80화 치통과 칫솔 (3)

DUMMY

- 80화 치통과 칫솔 -


민준은 아주 가는 대나무를 가져와 조심스럽게 칼집을 냈다.

틱, 틱.

대나무 끝이 조금씩 쪼개지자 민준은 더욱 조심해 완전히 쪼개지지 않도록 칼을 놀렸다.

대나무가 손가락 마디 하나가 조금 더되게 쪼개지자 이어서 바로 옆에 또 다른 칼집을 냈다. 나이프가 두꺼웠지만 처음 홈을 내고 그 뒤는 손으로 벌려 대나무를 쪼갰다. 그러기를 몇 번, 생각했던만큼 잘린듯 하자 이번엔 틑어진 청바지 뒷꿈치에서 뽑아낸 실을 가지고 더 이상 대나무가 쪼개지지 않도록 꽁꽁 감아 묶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다가온 잔디가 민준의 맞은편에 앉아 그가 하는 냥을 유심히 살폈다.

잔디는 요즘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민준의 앞에 엎드려 ‘나무사람!’ 이라고 말하는걸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전보단 민준을 편하게 느끼는듯한 느낌이었다. 이것은 확실하게 얼마얼마만큼을 더 가까이 다가온다던가, 단편적인 단어의 나열이지만 민준과 대화를 할때의 억양이나 말수가 얼마만큼 늘었다라고 수치화할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한집에 산 민준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그런 잔디는 특히 민준이 뭔가 만들때 호기심을 보였는데 오늘도 민준이 뭔가 새로운것을 만들려 하자 다가와 관찰하는 것이다.

“어? 이게 뭔지 궁금해? 이건 말야 칫솔이라고 하는거야. 칫솔.”

민준은 빈손을 들어 양치질을 하는 시늉을 했지만 잔디는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몰라요.”

“몰라?”

“몰라요.”

“잠깐만 기다려봐. 금방 끝나니까 직접 보여줄게.”

민준은 손을 빨리 놀렸다.

돼랑이에게서 잘라온 털을 물에 씻어 물기를 털었다. 그리곤 끝을 툭툭 쳐 고르게 정렬한후 갈라진 대나무틈을 살짝 벌려 밀어 넣었다. 그리고 옆 틈에도, 또 그 옆의 틈에도 돼지털을 밀어넣었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톡톡 쳐 대나무 끝의 공간을 만든후 그곳도 역시 풀리지 않도록 실로 꽁꽁 묶었다.

“자, 완성이다! 앗, 아니다. 길다란 털들을 잘라야지.”

투둑.

“자, 이번엔 진짜 완성! 이게 바로 칫솔이다!”

민준은 혼자 만지작 거리며 만든 손바닥 길이만한 대나무 막대기를 들어 보였다.

민준의 손바닥 길이만한 가는 대나무 막대기와 그 끝에 겹겹이 달린 촘촘하고 빳빳한 돼지털 솔. 그것은 분명 칫솔이었다.

물론 시중에서 판매하는 형형색색이고 인체공학적 모양을 한 첨단 칫솔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모양은 누가 보더라도 칫솔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느껴진 치통에 놀란 민준이 만든 것은 칫솔이었다.

조금전 돼랑이가 그토록 민준을 피해 도망다녔던 것도 칫솔에 쓸 털을 자르기 위해 슬그머니 다가갔던 민준이 머리털을 움켜쥐자 놀라 날뛰다가 털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잘못 잘려나갔기 때문이었다.

민준은 칫솔을 만들 생각을 하자마자 제일 먼저 돼랑이를 떠올렸었다.

요즘에야 플라스틱으로 만든 빗자루가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 나오지만 그 전에만 해도 돼지털로 만든 짧은 빗자루가 시장에서 많이 팔곤 했다. 뻣뻣하고 길다란 돼지털은 빗자루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물론 요즘에도 팔고 있고 민준도 이 빗자루를 본적이 있었다. 그래서 칫솔을 생각하자마자 돼지를 떠올렸던 것이다.

이렇게 칫솔을 만든 민준은 잔디를 보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비록 치약은 없었지만 그래도 양치를 할수 있다는게 어딘가. 위 아래, 안과 밖 그리고 잇몸과 혀까지 슥슥 닦은 민준이 입을 헹궜다.

하지만 평생 이빨을 닦는다라는 개념이 없이 살아온 잔디가 민준의 행동을단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민준도 그럴줄 알았다는듯 웃으며 다시 또다른 대나무 막대기를 들었다. 이번엔 잔디의 것을 만들 생각이다.

“이건 내꺼고 이게 네꺼야.”


잠시후 몇차례 손을 움직이고 나자 또 하나의 칫솔이 만들어졌다.

민준은 그것을 잔디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건 이제 네꺼야. 자 그럼 따라해봐.”

민준은 먼저 만든 자신의 칫솔을 들어 입에 넣었다. 하지만 잔디는 아직 뭔지 모르겠는듯 가만히 칫솔을 들고만 있었다.

할수 없이 민준이 칫솔을 쥔 잔디의 손을 들어 입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잔디는 이게 뭐냐는듯 이빨리 칫솔을 깨물었다.

“노노노노! 그러면 깨져, 물지 말고 이렇게 위 아래로 문지르는 거야.”

민준은 치아를 들어내며 앞니를 위아래로 칫솔질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론 칫솔을 쥔 잔디의 손을 잡고 살살 그녀의 앞니를 닦았다.

“이번엔 옆에도, 자 해봐. 할수 있지?”

잔디의 손을 놓은 민준은 잔디에게 혼자 해보라는 몸짓을 해보이곤 먼저 시범을 보이며 천천히 양치질을 했다.

그러자 역시 영리한 잔디답게 어설프고 딱딱한 동작이지만 민준의 동작을 따라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양치질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순간 잔디의 입에서 한줄기 침이 흘러 내렸다. 양치질을 하는 동안 입안에 고인 침이 한가득이 되었던 것이다.

민준은 이번엔 입을 헹구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잔디와 함께 밖으로 나와 시범을 보였다.

“가, 기어에(자, 이렇게) 뿍적뿍적 퉷! 하는거야. 먼저 물을 한모금 입에 머금고….”

꿀꺽.

“아니, 마시지 말고. 볼을 부풀렸다 쏙 집어 넣었다. 뿍, 적, 뿍, 적. 다시 해봐.”

꿀꺽.

“….”

아무래도 입을 헹구는 것은 조금더 가르쳐야 할듯 하다.


민준은 칫솔을 만들어 양치질을 했지만 뭔가 모자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치약. 민준이 아쉽게 생각한것은 바로 치약이었다.

몸을 씻을 때는 죠리퐁을 씻은 물을 사용해 기름때를 벗길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양치를 할수 있는지는 민준도 확신할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죽염. 대나무에 소금을 넣고 높은 온도에서 구워 만드는 죽염이 이와 잇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소금? 아니다. 소금은 민준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전에는 소금이 떨어지면 먼 길을 떠나 바다를 다녀와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이 원시인들이 올때마다 암염을 가져다 주었기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아직 두 번 가져다준것이 전부였지만 왠지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 한두번에 그칠것 같지는 않았다.

대나무도 충분했다. 산자락 옆에 대나무숲이 있으니 민준과 잔디, 두 사람이 쓸만한 죽염을 만들 대나무를 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죽염을 굽는 온도였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가마에서 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 민준으로서는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도저히 가마의 온도를 만들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맹물로 언제까지 양치를 할수 있는 노릇도 아니었다. 물론 아예 손놓고 있는 것보단 괜찮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치통이 재발할 것이고 그때는 이미 민준 혼자 손쓸수 없는 단계까지 진행된 후일 것이다.

민준은 연습장을 펼치고 ‘죽염’ 이란 글자와 ‘치약’이란 글자를 적어 넣었다.

비록 지금은 만들 수 없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언제가 되었든 민준은 죽염을 만들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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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갈랑입니다.

쓰면서도 고민을 했는데 과연 돼지털로 칫솔질을 할수 있을까요;

뻣뻣해서 잇몸에 상처날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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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C.XXX - 80화 치통과 칫솔 (3) +27 09.12.24 14,486 6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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