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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353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22.08.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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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치명적 착각

DUMMY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케이프 도시의 북문은 에든군에 의해 함락되었다.


이곳을 내주면 그대로 도시의 중심부까지 뚫릴 거라는 걸 아는 자이나스군은 에든군이 시벽을 공략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결국 두 시간도 버티지 못했다.


군에 배정되는 예산 자체가 적기 때문에 에든의 정예병에 비해 장비와 훈련의 질 둘 다 떨어지는 도시주둔병력은 이들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도망치거나, 일부는 끝까지 남아 항전하다 죽음을 맞이했다.


“놈들은 괜한 반항을 했군. 어차피 이렇게 될 게 분명했는데.”


에든군 중갑기병 3중대장, 크로포드 우거는 깔끔히 정리된 시벽 위를 걸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전투로 아군의 피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적의 피해에 비하면 에든은 거의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시벽을 점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금 시벽 위를 걷는 그의 발에 차이는 건 자이나스의 병사뿐, 에든의 시체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이끄는 중대야말로 침공병력 중 제일 처음으로 도시를 함락시킬 거라고 생각하니 조국에 이바지한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벌써 고개를 들었다.


첩자들이 일찌감치 빼낸 자이나스의 내부 정보를 통해 그의 상관들이 예측했었듯, 자이나스는 에든의 침공에 전혀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


허울뿐인 평화에 취해 늘어진 자이나스군은 언제나 죽기 살기로 훈련에 매진해온 에든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갔다.


너무 일방적인 싸움이긴 하지만 이것 또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선 당연한 일이라고, 크로포드는 냉정하게 생각했다.


케이프 시는 침공의 시작일 뿐이다. 에든군은 왕도를 무너뜨릴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전진해, 자그마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획해온 군사작전을 시행한다.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는 주변국들이 자이나스의 위기에 움직이는 동향도 없으니, 자이나스는 아무런 도움 없이 이대로 멸망하고 에든의 뱃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이나스의 마법기술을 흡수한 에든은 전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강국이 된다.


머릿속에 그려진 찬란한 에든의 미래에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낀 크로포드는 적군의 장비를 회수하고 시체를 옮기는 부하들을 별생각 없이 지켜보다, 문득 뭔가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기분 탓인지, 그들의 뒤에 그림자 비슷한 것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으로는 그게 무엇인지 도저히 쫓을 수 없었지만, 크로포드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부하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어이, 거기 뒤에ㅡ”


그는 거기까지밖에 말하지 못했다.


콰앙ㅡ!


귀를 먹먹하게 하는 굉음이 울렸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내리치는 소리가 따로 없었다.


그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있던 곳을 기점으로 눈부신 섬광이 터지는가 싶더니,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보이지 않는 칼이 공간을 난도질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곳에 서있던 아군 병사들의 몸이 순식간에, 그것도 일제히 썰려나간 것이다.


너무나도 눈이 부신 나머지 고개를 틀면서도, 크로포드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죽어 나가는 아군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했다.


에든이 자랑하는 고강도 갑옷도, 그 밑의 잘 단련된 육신도, 들고 있는 무기조차 한치의 예외 없이 조각나버렸다. 버터나이프가 버터를 지나가듯,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잘려버렸다.


뭔가 잘못돼도 대단히 잘못됐다. 아무리 날카로운 검이라도, 아무리 대단한 공격 마법이라도 이런 기행은 해낼 수 없을 터다.


크로포드는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끔찍한 죽음을 아군에게 선사한 것인지 알아내려 했다.


아니나 다를까, 비참하게 터져나간 인간의 목숨ㅡ온갖 신체 부위와 피가 진한 냄새를 풍기는 사이에서, 누군가 서 있었다.


크로포드가 무어라 명령하기도 전에, 분명 저것이 적이라고 단정한 부하가 여럿 뛰어들었다.


그는 염려스러운 마음에 저들을 말릴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저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출중한 자들로, 그가 아직 초급 장교일 때 직접 엄선해서 선발한 검사들이다.


수십 번의 전투에서의 실전 경험을 자랑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정예들이라면 저 미지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자랑스러운 에든의 군인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희망적인 생각은 다음 순간 끊어졌다.


민첩한 몸놀림으로 달려들던 정예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움직임을 갑자기 멈춘 것이다. 그 너무나도 무방비한 모습에, 일부러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봐, 무슨 일이냐!”


크로포드가 더 다그치기도 전에 스르륵, 하고 그들의 상반신이 하반신과 분리되었다.


창ㅡ


검이 검집에 들어가는 맑은 소리와 함께, 양단된 정예들은 그대로 쓰러져 이미 바닥을 나뒹굴고 있던 고깃덩이들에 합류했다.


그곳엔 그가 숱하게 보아왔던 굴지의 검사의 모습 따위는 없고, 장기를 끔찍하게 드러내고 눈알이 뒤집힌 채 죽은 고깃덩이가 있을 뿐이었다.


“히익ㅡ!!”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에 정신을 사로잡혀 뒷걸음질 치던 크로포드는 그대로 부서진 시벽의 귀퉁이 밑으로 떨어질 뻔하다, 겨우 낙사를 모면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자신의 부하들을 저리 간단히 죽인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까의 섬광으로 인해 얼얼한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그는 이질적인 존재를 발견했다.


무슨 농담인지, 그 너무나도 무자비한 살육 현장의 한가운데 있는 건 소녀 하나.


“마, 마족···?”


크로포드는 덜덜 떨면서도 그 소녀의 큼지막한 여우귀를 보고 중얼거렸다. 자이나스에는 아인들도 꽤 있다고 들었으니 사실 이 전장에 여우 마족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저것이 자이나스의 아인이 아니라고 그가 짐작하게 한 것은 바로 그녀의 복장과 무장이었다.


자이나스의 양식과는 매우 다르지만 군복처럼 보이는 검은 의복을 입고 있고, 돈이 많은 귀족이나 취미로 수집할 법한 동양풍의 검을 허리에 두 개나 차고 있다.


전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였지만, 저것이 장식용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소녀는 무사의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뭐, 뭐지···”


크로포드는 자신도 모르고 뒤로 물러서려 하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걸 기억해냈다.


저 소녀가 어떻게 자신의 부하들을 절단해버린 것인지 모르지만, 이대로라면 그도 같은 운명을 맞을 게 분명했다.


이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어느새 베일 것 같은, 칼날 같은 공기가 그의 가슴을 압박했다.


오른손에 오래 사용해온 애검이 있지만, 도저히 그걸 사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이나스군을 무찌르고 자신만만하던 그의 태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저 소녀 앞에는 무엇을 들이밀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다. 그와는 격이 아예 달랐다.


“본관은 쿠도 하루네 대위.”


그를 빤히 바라보던 소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적갈색 눈은 잘 벼려낸 검처럼 날카로웠다.


“데트르 마도연방군 군무부 총괄 보좌다.”


소녀가 참으로 친절하게도 자기소개를 해주었지만, 크로포드의 혼란은 가중될 뿐이었다.


“마도연방··· 그렇다면 마왕군? 어, 어째서 여기에?”


그는 에든군의 중대장에 지나지 않지만, 세력을 빠른 속도로 넓혀나가고 있다는 극악무도한 마왕군의 소문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마왕군은 데트르를 본거지로 하고 있기에 미스드나 대륙과는 현재로선 연이 없었는데, 왜 이 전장에 나타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자이나스 왕국이 마족들과 내통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크로포드를 본 쿠도는 엄지로 검의 코등이를 살짝 미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쉽지만, 그대들에게 설명하는 건 내 임무가 아니다.”


“어, 자, 잠깐만!”


그 순간 자신의 목이 떨어지는 미래를 본 크로포드는 검을 내던지며 두 손을 들었다.


“에든 왕국은 마도연방국과 적대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자이나스를 침공했을 뿐이다!”


완전한 굴복의 모습.


나름 중대장이라는 작자가 보이기에는 너무나도 한심한 모습이지만, 이 순간은 애국심이나 명예 같은 추상적인 것보다도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쿠도는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를 버렸으니 목숨을 빼앗지는 않겠다. 하지만 네 동료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로군.”


크로포드는 그제야 아군이 자신의 뒤로 몰려왔다는 걸 깨달았다.


낯선 소녀가 서 있고 동료들이 단체로 절단되어 미트 수프가 된 광경을 보면 누구나 머리에 피가 쏠리기 마련이다. 자신과 상대의 확연한 전투력의 차이를 보고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네년, 잘도!”


“죽여라!”


뭐라고 말을 해보기도 전에 병사들이 노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그들의 눈에 보이는 적은 오로지 한 명, 그것도 전투와는 연이 없어 보이는 소녀뿐이었다.


“그, 그만둬!”


그들이 어떻게 될지 아는 크로포드가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군은 이미 검을 높이 치켜들고 창을 내찌르고 있었다.


열댓 명의 병사들이 달려드는 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처럼, 쿠도는 가만히 있었다.


아니,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였다.


크로포드가 간신히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쿠도가 검의 코등이를 살며시 미는 것뿐.


끝끝내 검을 완전히 뽑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그의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녀의 검은 인정 따위 보이지 않았다.


한줄기의 섬광이 지나가고, 목숨은 참으로 부질없게도 나뒹굴었다.


“ㅡ잡병들 뿐이군.”


각각 수십 조각으로 나뉘어 바닥을 구르는 병사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쿠도가 조용히 말했다.


“이곳은 현 시간부로 마도연방군이 점거하겠다.”


짧게 고한 쿠도가 시벽 위를 천천히 걸어간다. 낯선 자를 발견한 아군들이 크게 소리쳤지만, 무기를 든 순간ㅡ그 여우에게 적의를 품은 순간 그들은 하나같이 썰려나갔다.


화살을 쏘아도, 검을 휘둘러도, 창을 찔러도, 방패를 들어도 그 소녀에게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지나치게 깔끔한 절단면과 함께 베여, 그야말로 모닥불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목숨을 잃었다.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 곧 수십의 피해가 수백을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다.


절대 검을 든 마족 혼자서 군을 상대로 입힐 수 있는 피해가 아니지만,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아군의 피가 일방적인 살육의 증거다.


이건 이미 전투가 아니다. 이해의 영역을 벗어날 정도로 실력의 차이가 나는 이상 이건 학살ㅡ에든이 앞서 자이나스를 희롱하던 것과 흡사했다.


완전히 에든의 통제 하에 있었던 이 북문에서 들려오는 건 커다란 파괴의 소리와 아군의 비명소리. 잘 풀리고 있었어야 했을 침공의 판도가 뒤집히는 소리다.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 아군을 보며, 망연자실한 크로포드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냔 말이다...”


◆ ◆ ◆ ◆ ◆ ◆ ◆


케이프 시의 북문이 뚫렸다는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나서 약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에든군이 몰려오기 전에 도시를 버리고 떠날 생각으로 귀중품들만 챙겨 짐을 싸고 있던 자네트 백작의 저택에는 의외의 낭보가 도착했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북문을 점거하고 있던 에든군이 전멸했다는 것.


한번 함락된 북문을 되찾는 것은 시벽에 주둔시킨 도시주둔병력의 능력 밖이라는 걸 알기에, 자네트 백작은 케이프 바깥의 세력이 개입했을 거라고 바로 짐작했다.


“뭐지? 근처 도시에서 지원군을 보낸건가?”


아무리 같은 파벌의 동료라고 해도 다른 귀족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백작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채 물었다.


“그래서? 어디에서 보낸 병력이냐?”


“그, 그게...”


참모가 주저하며 말했다. 자신이 말하면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ㅡ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자이나스의 자가 아닙니다.”


“뭣?”


“북문을 탈환한 것은 데트르 마도연방국의 사람ㅡ아니, 마족입니다. 본인의 말로는 왕가의 부탁으로 와있다고 하는데, 일단은 북문 앞에서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대기 중이라고 합니다.”


참모가 쏟아낸 말에, 자네트 백작이 놀라서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렸다.


“마도연방국이라고? 그게 사실이냐?”


마도연방국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데트르에 있다. 빈말로라도 가깝다고 하기 어려운 데트르 대륙의 나라가 미스드나 대륙에서 발발한 지 불과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전쟁에 개입한다는 건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아직 그곳까지 이 침공에 대한 소식이 닿지도 않았을 터인데, 이곳에 병력이 이미 있다는 것은 마도연방국이 원래부터 미스드나에 일부 병력을 주둔시켰다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어려운 이야기다.


적어도 자네트 백작은 그 마족 놈들이 미스드나에 왔다는 소식은 접해본 적이 없었다.


백작의 얼굴에 떠오른 의심을 본 참모는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보고의 내용을 바꾸지는 않았다.


“적어도 본인은 그리 주장하고 있습니다. 외견을 직접 본 병사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너무 뜬금없는 소리기는 하지만, 도시주둔병력이 이 정도로 허황된 거짓말을 일부러 꾸며낼 이유가 없다고 백작은 생각했다.


분명, 데트르 마도연방국은 신성국에 선전포고를 해서 큰 전쟁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데트르로부터 신성국까지 이동하는 경로에 미스드나 대륙이 있으니, 굳이 자이나스에 개입하는 이유는 알 수 없더라도 그 마왕군이 이곳에 있는 건 물리적으로 가능하긴 했다.


“마도연방국... 마왕군이라.”


자네트 백작은 마도연방국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로서는 가끔 들려오는 데트르의 소문이 전부이기에,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 군대를 가졌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족의 나라가 스파세니예 연방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도 원정병력이 패배한 것이지, 스파세니예 연방의 본토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놈들은 대수롭지 않아보였다. 마도연방국을 지금까지의 외적과 같은 수준으로 본 자네트 백작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중이었지만, 그 오류를 고쳐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참모가 백작의 생각을 알고 있다면 극구 말렸겠지. 하지만 아무리 참모라고 해도 이 백작이 속으로 어떤 어리석은 것을 꾀하고 있는지는 몰랐기에.


“북문에 있다고 했지, 그 마족?”


메이드가 눈치 좋게 새로 갖고 온 술잔을 거만하게 받아든 자네트 백작이 물었다.


“예, 백작님. 백작님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모양인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는 천천히 자신의 수염을 매만졌다.


에든군을 쓸어버린 것에는 감사하지만, 마도연방국의 병력이 왕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하면 마냥 같은 편으로 볼 수는 없다.


왕가가 마도연방국의 개입을 허가한 이상 그를 비롯한 귀족 파벌에 그에 순순히 동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국왕 파벌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왕가의 선언에 찬동한 것도 놈들의 입김이 닿아서 그런지도 몰랐다.


왕가는 분명 에든 왕국의 침공이라는 국가의 위기를 이용해서 귀족 파벌을 몰아낼 생각이겠지. 국가의 내분을 위해 외적을 불러들이다니 언어도단이지만, 이대로면 천천히 먹혀버릴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충분히 그럴 놈들이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그가 생각해볼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개.


첫 번째는 마도연방국이 왕가와의 약속을 파기하고 귀족 파벌로 오도록 회유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의 선택지는 그게 통하지 않을 경우 죽여버리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지의 경우 마족 놈들과 적대하게 되지만, 마도연방국은 지금 시점에서는 자이나스에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마도연방국은 신성국과의 전쟁에 정신이 팔려있다. 미스드나 대륙에 보낸 병력 정도는 자이나스의 힘으로도 격퇴할 수 있는 소규모의 군일 게 분명했다.


일련의 생각을 마친 자네트 백작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시청에서 만나볼 테니 그리로 인도해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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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금속은 생각보다 무르다 +3 23.07.05 67 3 13쪽
260 천사와 대척점에 선 것은 +2 23.06.18 75 3 15쪽
259 기술의 진보는 곧 살육의 진보 +3 23.06.10 70 3 16쪽
258 포신이 품은 마법 +3 23.05.20 73 3 10쪽
257 피의 무게는 죄의 무게만큼 +3 23.05.18 73 3 11쪽
256 신의 활, 그 시위가 품는 것은 +1 23.05.14 66 3 16쪽
255 매듭을 짓지 않으면 +2 23.05.09 70 3 14쪽
254 공중 요새 +3 23.04.29 74 3 16쪽
253 마도 vs 고유스킬 +5 23.04.05 77 2 15쪽
252 인간 대 인간 +3 23.03.25 86 3 14쪽
251 이빨을 드러낸 어둠 +4 23.03.18 82 3 14쪽
250 예술은 폭발이다 +3 23.03.10 89 3 12쪽
249 전쟁 발발 +2 23.03.02 92 2 13쪽
248 겨울, 온천 +5 23.02.25 79 3 13쪽
247 성전의 전조 +2 23.02.19 93 4 13쪽
246 이스 바실루스 +1 23.02.15 89 3 14쪽
245 레벤 연합의 침공 +1 23.02.11 82 2 14쪽
244 약자의 운명 +1 23.01.28 96 3 16쪽
243 표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가름) +3 23.01.18 92 3 1쪽
242 또 다른 숙청의 시작 +1 23.01.14 96 3 14쪽
241 찬탈의 하겐 +1 23.01.01 101 4 14쪽
240 추악한 진실 +1 22.12.25 111 4 16쪽
239 개혁의 불씨 +1 22.12.10 109 4 15쪽
238 백색 죽음이 깔린 추도식 +1 22.11.20 107 3 14쪽
237 다크엘프와 여우의 진급 +1 22.11.13 101 4 10쪽
236 두 번째 보루의 소실 +1 22.11.13 99 4 10쪽
235 꺾인 십자가, 꺾이지 않는 신념 +1 22.10.31 106 4 12쪽
234 폭살의 르몽 +3 22.10.19 122 4 16쪽
233 의외의 첫인상 +1 22.10.14 113 5 13쪽
232 사절단의 방문 +1 22.10.12 155 3 13쪽
231 짙게 드리우는 전운 +1 22.10.07 121 4 18쪽
230 어둠에 대처하는 자세 +1 22.09.29 116 4 18쪽
229 어둠은 확실하게 무너뜨린다 +2 22.09.15 128 5 18쪽
» 치명적 착각 +1 22.08.27 107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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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인간의 도시에, 인외가 도착하다 +3 22.07.24 115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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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새로운 만남은 운명의 방향을 바꾼다 +1 22.07.22 109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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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지나가던 어둠이 발견한 것은 +1 22.07.16 117 4 11쪽
215 다가오는 위기, 혹은 기회 +1 22.07.09 128 5 19쪽
214 칠흑의 선언 +1 22.07.04 115 4 17쪽
213 파멸의 그림 +3 22.06.26 116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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