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5.18 22:05
연재수 :
305 회
조회수 :
136,426
추천수 :
3,288
글자수 :
1,694,467

작성
22.08.08 23:15
조회
104
추천
4
글자
17쪽

강요되는 선택

DUMMY

유디트 황국을 통째로 멸망시켰다는 괴물들의 군대.


데트르 대륙을 평정한 그 강력함에 대한 소문은 미스드나 대륙에도 어느 정도 퍼져있었지만, 베이런 남작도 그 힘을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마족으로 이루어졌기에 웬만한 인간들보다는 강하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고 그는 정정해야만 했다.


마왕군 간부와 에든군의 싸움이 훤히 내려다보이던 우펜 요새의 성벽에는 오직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푸른 연옥의 불꽃과 그를 피하려는 자들이 지르는 비명도 이젠 멎은 지 오래.


하지만 이미 공성전이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음을 우펜의 인간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딱히 우펜 요새의 인간들의 머리가 둔한 게 아니다. 그들은 그 전장의 열기를 몸으로 직접 느꼈다.


허나 몸으로는 느껴도 머리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방금 일어난 일이ㅡ에든군이 패배한 과정이 그들의 상식을 완벽하게 배반하고 있었기에,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건 더이상 전투라고 부를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단지 혼자서, 아무런 갑옷도 무기도 없이 2천의 병력을 벌레처럼 짓밟고 태워버리는 광경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보통 저만한 군을 상대하려면 비처럼 내릴 화살에서 몸을 지킬 엄폐물이, 두꺼운 갑옷을 입은 기병들을 막을 장창 부대가, 적의 척후에 들키지 않고 적진을 빙 돌아가 적의 지휘부를 타격할 기동대가 필요했다.


에든과 오랜 전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자이나스 왕국의 장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저 푸른 머리칼의 늑대 마족은 단 혼자서 에든의 정예병들을 몰살시켜버렸다.


처음 그녀가 홀로 나서는 걸 보았을 때는 자살희망자냐고 속으로 혀를 찼지만, 그녀가 휘두른 거대한 앞발 하나에 자그마치 천이 넘는 인간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때쯤에는 베이런 남작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곳에는 전의를 높이기 위해 외치는 함성도, 필사적으로 적에게 무기를 내찌르는 절박함도, 조금이라도 적군의 허를 찌르기 위한 전략도 없었다.


늑대 본인은 무심하게 일으키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에든의 병사에게는 무엇보다 치명적인 일격이 되어, 그것을 막을 방도 하나 없이 쓰러져갔다.


마족과 마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자신하던 베이런 남작이지만, 그녀의 전투능력은 그가 가진 지식을 아득하게 상회하고 있었다.


전쟁이란 인간들이 아등바등 벌이는 사투. 이건 전쟁이라 할 수 없다.


지금은 사라진 그 거대한 앞발은 무엇이며, 영창도 없이 소환한 푸른 불꽃의 세계는 또 무엇인가. 도대체 저 생물은 무엇인 것인가.


에든은 문자 그대로 벌레처럼 죽었지만, 그들의 실력 부족을 탓할 순 없었다.


저건 인간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종류의 생물이다. 정말 마족인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베이런 남작은 식은땀을 훔쳤다. 그의 시선은 우펜 요새로 돌아오는 예의 마족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제 적진에 남은 건 한때 인간이었을 잿더미뿐. 정말이지 불합리한 힘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요새가 함락될 위기에서 벗어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불현듯 어느 생각이 베이런 남작의 뇌리를 스쳤다.


자이나스 왕국이 데트르 마도연방국과 적대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 생각에 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정말이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잘해주었다, 린.”


린이라고 불린 늑대 마족은 굳이 걸어 올라오기보다, 바로 그들이 서 있는 성벽으로 전이하는 것을 택했다.


왕립마법학교에서도 쓸 수 있는 자가 손에 꼽는다는 전이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 린은 상처는커녕 흙먼지 하나 묻지 않은 모습이었다.


기쁘게 마왕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그녀는, 그 압도적인 힘을 보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베이런 남작이 눈을 마주치기도 무서운 상대였다.


“린 님, 정말 대단해요!”


천진난만하게 눈을 빛내며 시아가 말했다. 그녀는 방금의 전투를 보고도 남작과 같은 공포를 공유하고 있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고전하고 있었던 상대를 이렇게나 쉽게 무찌르다니! 역시 마왕군에는 강한 사람밖에 없는 걸까요?”


린은 시아의 열기를 호의로 받아들였는지, 살가운 얼굴을 지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고전할만할 상대도 아니었는걸요.”


시아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그 에든군에 고전하고 있었던 베이런 남작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조금 전이라면 자신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고 주장했겠지만, 저런 걸 보고 나서는 자신의 무능함이 부끄러워진다.


“다시금 감사합니다, 마왕 폐하.”


남작은 요새의 지휘관으로서 공손하게 무릎을 꿇었다.


“폐하 일행이 아니었더라면 우펜 요새는 에든에게 함락되어, 지금쯤 저들의 진입을 허용했을 것입니다. 우펜을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마왕은 빙그레 웃더니, 그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감사라면 최종판단을 내린 공주에게 하도록. 그럼 나머지 이야기는 실내에서 해볼까.”


자기 대신 마왕이 그리 말해준 것이 매우 고마웠다. 슬슬 이대로 계속 성벽 위에 서 있기도 애매했던 것이다.


베이런 남작은 바로 그들을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 ◆ ◆ ◆ ◆ ◆ ◆ ◆ ◆ ◆


이로써 한시름 던 우펜 요새는 사후처리로 분주했다.


앞선 전투에서 잔뜩 나와버린 시체를 매장하기 위해 한곳에 모아 분류하고, 부상자는 상처의 정도에 따라 치료 우선도가 결정되어 의무대로 이송되어 갔다.


마왕의 부하가 에든군을 쓸어버리는 광경을 똑똑히 본 병사들은 낯선 이에 대한 거리감으로 쭈뼛쭈뼛하면서도 베이런 남작과 함께 걷는 마왕 일행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들은 마도연방국의 도움이 있었기에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흔쾌히 인정한 것이다.


아군이 마물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마족에게 구원받은 걸 인정할 수 있다는 게 조금 뿌듯할 정도로 마물이 우펜 요새에 끼친 피해는 컸다. 요새 주둔 병력 절반이 사상자일 정도다.


“그나저나 한번 물러간 마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 건 무슨 이유인지...”


앞서 걷던 베이런 남작이 중얼거렸다.


다시 전투가 시작된 시점에서 마물이 다시 요새를 습격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그의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에든군의 의사에 따라 철저하게 요새를 유린하던 마물들은 어째서인지 한참은 떨어진 위치에서 대기할 뿐, 그 푸른 불꽃에 에든군이 삼켜지는 와중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남작이 집무실에 들어서며 미간을 좁히자, 마왕이 고개를 까딱였다.


“아, 그놈들 말이군. 오는 길에 물러나있으라고 명령해두었다.”


“네?”


의자를 끌어다 앉던 베이런 남작이 깜짝 놀라 물어보자, 별것 아니라는 듯 마왕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마의 왕이 그 정도도 하지 못해 왕을 칭할 수 있겠나? 당연한 일이지.”


“그, 그러면 그 마물은 언제까지나 폐하의 지배하에 있는 겁니까?”


“내가 암시를 풀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마왕의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옆에서 시아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있다.


“그건 정말 대단하군요...”


남작이 혀를 내두르고 있는 동안 간단한 차와 과자가 나왔다. 군사 거점은 메이드 따위를 둘 만한 곳이 아니기에 나이 지긋한 병사장이 쟁반을 갖고 돌아갔다.


집무실의 테이블을 두고 시아와 베이런 남작, 그리고 마왕과 린이 마주 보고 앉은 모양새다.


일국의 왕은커녕 어느 귀족 자녀를 대접하기도 누추한 장소라는 자각이 있기에, 베이런 남작은 전보다도 더 풀이 죽어 있었다.


이렇게 마주 앉아 얼굴을 보고 있으니 이 소년이 마왕이라는 게 더더욱 믿어지지 않았다. 시아의 것과 사뭇 다른 흑발은 동방에 있다는 어느 나라를 연상하게 했지만, 이목구비는 미스드나 대륙의 인간의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원하는 대로 도움을 주긴 했다만, 이걸로 끝이라는 건 아니겠지.”


사소한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싫어하는지, 다리를 꼰 마왕이 먼저 본제에 들어갔다.


“에든 왕국이 침공을 위해 보낸 병력은 고작 이정도가 아닐테니 말이야. 안 그러나, 공주?”


“바로 그말대로입니다.”


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요새들이 구원요청도 보내지 못하고 함락되는 바람에 정확한 수치는 알기 어렵지만, 자이나스 왕가는 적의 규모를 적어도 10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10만...”


베이런 남작이 신음했다.


“자이나스가 아무리 군을 긁어모아봐야 8만에 그칩니다. 에든 놈들은 정말 자이나스를 무너뜨리기로 작정하고 쳐들어왔네요. 에든의 다른 부대도 마물을 사역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견고한 시벽이라도 이만한 숫자의 폭력을 막아낼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네 말대로 이미 국경을 뚫은 에든군은 도시를 함락하는 중일 테지.”


마왕이 테이블 위 지도에 검지를 짚으며 말했다.


“그러면 그들이 함락당하기 전에 내 군을 보내면 되지 않겠나?”


“네, 하지만 문제는 근처 도시들이 전부 귀족 파벌이라는 점입니다.”


시아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놈들은 국왕 파벌이 내린 결론이라면 뭐든지 끝까지 반대할 겁니다. 알현실에서는 마왕 폐하 앞이라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았지만, 자이나스가 마도연방국의 도움을 받는 걸 탐탁지 않아 할 테죠.”


“자신의 도시가 함락되기 직전인데도, 말인가?”


흑발의 공주는 침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 바보 같은 정치가 만연한 곳이 그녀의 나라라는 사실이 부끄럽겠지.


“재상이 협력하고 우리의 도움을 받아들이라는 명령을 그들에게 직접 내리지 않는 이상, 제 말을 듣고 마도연방군과 협공하는 행위는 파벌을 배신하고 국왕 파벌에 붙는 배신행위로 보일 겁니다.”


시아는 잠시 머뭇거리다, 겨우 말을 꺼냈다.


“심하면 귀족 파벌에 속한 도시장들이 역으로 이쪽을 에든군과 싸잡아 공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봤는데...”


“공주여.”


마왕이 말했다.


“나의 군이 공격을 받는다는 것은 곧 마도연방국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건 알고 있겠지?”


“... 물론입니다.”


시아가 면목이 없는지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


그녀의 희망대로 어떻게든 국경에서 에든군을 몰아낼 수 있었다면 귀족 파벌의 협력도 필요 없었을 테지만, 에든의 병력이 일부 도시를 침투한 지금은 일이 몹시 골치 아파졌다.


“원군으로 이 전장을 찾은 우리를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공격을 가한다. 그럴 경우에는 자이나스의 도시든 뭐든 철저하게 파괴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이빨을 드러낸 어리석은 놈들의 말로는 아직도 데트르에 남아있지.”


마왕은 분명 유디트 황국을 말하는 것이다. 나라 전체가 지옥으로 변한 그곳은 마왕에게 반기를 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예시로 지금도 남아있다고 했으니.


귀족 파벌에 속한 도시장이 공주의 의향을 무시하고 섣불리 마도연방국의 재산을 공격하는 짓이라도 했다간, 자이나스 왕국이라는 나라가 에든 대신 마도연방국의 침공을 받아 멸망할 것이다.


귀족 파벌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는 놈들이다. 타국의 손을 빌리는 건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아무리 간청해봐도 귀를 기울이지 않겠지.


이게 바로 둘로 나뉜 국가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흠.”


과자를 집어 들더니 이리저리 살펴보던 마왕이 잠시 눈을 감았다.


“네가 고민하고 있는 건 대충 짐작이 간다. 어떻게 하면 귀족 파벌을 납득시키고 나의 군세로 에든을 막아낼 수 있을지, 겠지.”


시아는 침묵으로 그의 말을 긍정했다.


“그에 답하려면 우선 재상이라는 작자가 자신의 파벌에 속한 귀족에게 내게 협력할 것을 명할지 아닐지부터 생각해야겠군. 공주, 그는 자이나스의 안위를 위해 한발 물러날 줄 아는 남자인가?”


시아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이미 제가 마왕 폐하와 협력한다는 결단을 내린 이상, 그에 정반대로 자이나스ㅡ즉 자신의 파벌의 힘만으로 에든을 몰아내면 귀족 파벌은 얼마 남지 않은 국왕 파벌의 힘마저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요.”


시아가 아는 재상이란 그런 작자였다. 자신의 권력을 불리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이든 감수하는 욕망 덩어리다.


“같은 파벌의 도시가 함락된다고 하더라도 재상이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 거예요. 적어도 국왕 파벌의 도시가 추가로 함락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신의 파벌이 이만큼 함락되었으니 같은 정도의 국왕 파벌이 함락될 때까지 에든군을 내버려 두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시아는 재상을 평했다.


“썩어빠진 나라다. 아직 이렇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게 놀랍군.”


마왕이 신랄한 평가를 내렸지만, 시아와 베이런 남작은 반론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방법은 있다.”


마왕은 시아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나의 힘으로 에든을 몰아내는 동시에 귀족 파벌의 속단으로 마도연방국과 자이나스가 적대관계가 되지 않을 방법이, 딱 하나 있군. 그리고 그건 너도 이미 알고 있을 테지.”


“... 네.”


시아가 쥐어짜듯 말했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그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기에.


“오로지 국왕 파벌만이 자이나스 왕국의 일원이라고 공포하고, 귀족 파벌을 자이나스에서 일방적으로 제외해버리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베이런 남작은 소스라치게 놀라 의자를 박차고 일어날뻔했다.


“진심이십니까, 공주님? 그러면 자이나스에 내전이 일어나게 됩니다!”


“충분히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 말고 무슨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남작.”


시아가 괴로운 얼굴을 만들었다. 자신의 결단으로 인해 자이나스가 흘릴 피가 눈에 선명히 보이는듯했다.


“이대로 귀족 파벌과의 협의 없이 전쟁에 참여했다가 마왕 폐하에게 귀족 파벌의 화살이 하나라도 날아오는 순간, 자이나스는 데트르 마도연방국과도 전쟁을 해야할 처지에 놓입니다. 그렇다고 방관만 하고 있으면 에든군이 점점 깊숙히 들어와 자이나스는 재기 불능에 빠지겠지요.”


“하지만...”


베이런 남작은 말을 흐리면서도 시아의 의견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귀족 파벌이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오기 전까지 국왕 파벌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건 정확했기 때문이다.


“허나.”


마왕이 검지를 들었다.


“내가 약속한 건 어디까지나 에든과의 전쟁이다. 자이나스의 내전에서 국왕 파벌에 가세한다는 건 추가요금이 붙는다고나 할까, 원래의 약속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 원래 우리는 신성국에 침공하던 중이라 너무 시간을 빼앗겨도 곤란하니 말이다.”


마왕은 마치 전쟁이 비즈니스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귀족 파벌이 내 도움을 원치 않는다면 적당히 국경 근처의 에든군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가도 상관없다. 이미 자이나스의 내부에 침투한 놈들까진 정리하지 못하겠지만 그건 자이나스의 사정이지, 내 사정은 아니니 말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마도연방국에서 도움을 주겠다는데 그걸 이쪽에서 내쳐버리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주겠다는 감사한 소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에든 왕국은 이만큼이나 준비를 하고 쳐들어왔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고 물러갈 리가 없어요.”


시아는 결의에 찬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귀족 파벌을 자이나스에 속하지 않는 반란세력으로 규정하는게 필요하다면 기꺼히 하겠습니다, 폐하. 자이나스가 끝끝내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희생은 감내하겠어요. 이 나라가 갈갈이 찢기더라도, 멸망만은 피할 수 있다면.”


“그 결과 자신이 내전을 유발한 악인이 된다고 해도, 말인가?”


“물론입니다.”


집무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자이나스 왕국이라는 나라의 운명이 이 초라한 요새에서 결정되려 하고 있었다.


“에든 침공을 막는 동시에 귀족 파벌을 처단하고 국왕 파벌을 승자로 만든다라...”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마왕은 물었다.


“일단 묻지. 자네는 자신의 국민이 피를 흘리게 하는 대가로 무엇을 지불할 수 있나?”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 시아는 이윽고 굳게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하고, 뭐든지 지불하겠습니다. 제가 악인이 됨으로써 자이나스가 더 많은 피를 흘리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좋은 대답이야, 공주.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칠흑의 마왕은 말했다.


“네 각오를 보여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9 기술의 진보는 곧 살육의 진보 +3 23.06.10 68 3 16쪽
258 포신이 품은 마법 +3 23.05.20 70 3 10쪽
257 피의 무게는 죄의 무게만큼 +3 23.05.18 72 3 11쪽
256 신의 활, 그 시위가 품는 것은 +1 23.05.14 65 3 16쪽
255 매듭을 짓지 않으면 +2 23.05.09 69 3 14쪽
254 공중 요새 +3 23.04.29 70 3 16쪽
253 마도 vs 고유스킬 +5 23.04.05 75 2 15쪽
252 인간 대 인간 +3 23.03.25 84 3 14쪽
251 이빨을 드러낸 어둠 +4 23.03.18 81 3 14쪽
250 예술은 폭발이다 +3 23.03.10 87 3 12쪽
249 전쟁 발발 +2 23.03.02 89 2 13쪽
248 겨울, 온천 +5 23.02.25 75 3 13쪽
247 성전의 전조 +2 23.02.19 86 4 13쪽
246 이스 바실루스 +1 23.02.15 87 3 14쪽
245 레벤 연합의 침공 +1 23.02.11 79 2 14쪽
244 약자의 운명 +1 23.01.28 94 3 16쪽
243 표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가름) +3 23.01.18 90 3 1쪽
242 또 다른 숙청의 시작 +1 23.01.14 95 3 14쪽
241 찬탈의 하겐 +1 23.01.01 101 4 14쪽
240 추악한 진실 +1 22.12.25 109 4 16쪽
239 개혁의 불씨 +1 22.12.10 105 4 15쪽
238 백색 죽음이 깔린 추도식 +1 22.11.20 105 3 14쪽
237 다크엘프와 여우의 진급 +1 22.11.13 100 4 10쪽
236 두 번째 보루의 소실 +1 22.11.13 97 4 10쪽
235 꺾인 십자가, 꺾이지 않는 신념 +1 22.10.31 106 4 12쪽
234 폭살의 르몽 +3 22.10.19 119 4 16쪽
233 의외의 첫인상 +1 22.10.14 111 5 13쪽
232 사절단의 방문 +1 22.10.12 154 3 13쪽
231 짙게 드리우는 전운 +1 22.10.07 118 4 18쪽
230 어둠에 대처하는 자세 +1 22.09.29 116 4 18쪽
229 어둠은 확실하게 무너뜨린다 +2 22.09.15 128 5 18쪽
228 치명적 착각 +1 22.08.27 106 3 17쪽
227 구원의 손길 +4 22.08.19 113 5 18쪽
226 공주의 각오 +1 22.08.15 120 6 17쪽
» 강요되는 선택 +1 22.08.08 105 4 17쪽
224 그 불꽃은 푸른 색을 띠고 있다 +5 22.08.04 109 5 19쪽
223 우펜 요새 +1 22.07.30 115 5 20쪽
222 마왕의 제안 +4 22.07.26 117 4 19쪽
221 인간의 도시에, 인외가 도착하다 +3 22.07.24 112 4 15쪽
220 분열된 왕국 +1 22.07.24 110 4 16쪽
219 새로운 만남은 운명의 방향을 바꾼다 +1 22.07.22 107 5 19쪽
218 칠흑에 맞선 자의 말로 +2 22.07.18 116 4 17쪽
217 어둠에 물들지 않은 빛 +2 22.07.16 109 3 13쪽
216 지나가던 어둠이 발견한 것은 +1 22.07.16 115 4 11쪽
215 다가오는 위기, 혹은 기회 +1 22.07.09 126 5 19쪽
214 칠흑의 선언 +1 22.07.04 113 4 17쪽
213 파멸의 그림 +3 22.06.26 116 3 19쪽
212 그리고, 새로운 국면 +2 22.06.25 114 5 17쪽
211 황혼의 다짐 +2 22.06.14 111 5 19쪽
210 쿠데타 +4 22.06.04 123 5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