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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팔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 천재의 재벌 1등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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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팔일
작품등록일 :
2023.01.30 21:54
최근연재일 :
2023.03.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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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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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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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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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새로운 일이 쏟아진다

DUMMY

눈앞의 주재웅을 납득시키기 위해선 그럴듯한 말을 해야 했다.


'친구인 내가 고개 숙여가며 부탁할만하고, 재웅이까지 분노할만한.'


꾸며 낸 이야기에 재웅이 같이 분노 해주길 바랬다.

그가 자신의 편에 선다면 어마어마하게 든든할 테니까.


키 포인트 파트너스가 가진 이름값도 든든했지만, 더 매력적인 건 주재웅의 실력이다. 명실상부 1위 컨설팅 회사에 입사 한 것도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는 30대 초라는 나이에 팀장 자리를 꿰찬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이건 창피해서 얘기 안 한 건데, 정도진 그 자식이 나에 대해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녀. 단순히 나를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야."


"무슨 얘기?"


주재웅의 목소리가 살짝 격양된 걸로 보아, 이미 화가 조금은 난 듯했다.


'내가 고개 숙여가며 부탁한 게 충격이긴 했나 보네?'


조금만 더 하면 되기에, 마우식은 더욱 애잔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수입이 하나도 없다. 정도진, 그 자식이 네트워킹 파티에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어! 내가 실력 하나 없이 인맥 빨로 컨설팅 일을 한다는 둥, 나한테 의뢰 맡긴 고객사들이 죄다 사업이 처참히 망하고 패가망신했다는 둥,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껄이고 다닌다고! 나 정말 힘들다. 직원은 물론이고, 가족 볼 낯이 없어. 하루빨리 복귀해서 사람들 오해를 풀어야 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이야기를 듣던 주재웅은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맨얼굴을 큰 손으로 쓸기도 했으며, 미간도 찌푸렸고, 지금은 입술을 깨물었다.


주재웅이 가장 싫어하는 게 그거였다.

실력이 아닌, 잔머리로 승부하는 것.

이번 사건은 컨설팅 업계에 뻔질나게 있는 일인, 능력 좋은 젊은 사람이 치고 올라 온 게 아니었다.


마우식은 친구가 싫어하는 포인트를 잘 알았기에 철저히 포커스 맞추고 얘기한 거다.


주재웅의 눈에 도진은, 실력 하나 없는 어린 새끼가 악랄한 입방정으로 친구의 생계를 무너뜨린 놈으로 보였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야, 마우식. 정신 차려. 그 새끼 족치는 거 내가 도와줄게. 나도 걔 얼굴 좀 봐야겠다."


"정, 정말? 고맙다! 진짜 고맙다!"


마우식이 빠르게 옆자리로 옮겨 앉고는, 주재웅을 와락 감싸 안았다.


"이것 좀 놔! 너 다시는 비굴한 태도 보이지 마. 자존심 하나로 살던 새끼가. 하, 짜증 나네. 일단 당장 프렌차이즈 쪽에 연락 돌릴게. 세종시 담당자들이랑 미팅 같이 가자."


주재웅을 한껏 끌어안은 마우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좋아. 이제 다 됐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애써 불쌍한 표정을 짓는 건 어지간히 힘든 일이다.



*****


"도진 씨가 말했던 조건에 맞춘 사무실이에요."


얼마 전, 양쿠 캔들에서 드디어 컨설팅 비용을 입금해줬다.


금액은 무려 5,000만원.


양쿠 캔들의 박진수 대표가 한껏 신난 목소리로,

'도진 씨 덕분에, 이번 신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요! 미국 본사에서도 아주 난리래요! 그뿐 아니라 다른 지사들 전부 이번 제품 미쳤다고 열광한대요!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토록 원했던 캔들 대중화에 한 발짝 다가간 거 같아요."

이렇게 떠들어 댄 것 치고는 적은 금액이라 실망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잘 됐으니 다행이네요. 다음번에도 손발 맞춰봐요.'

하며, 다음 기회를 노리는 수밖에.


깔끔한 마무리가 다음 기회를 잡아 오는 법이다.


도진은 오랜만에 남은 잔액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통장에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금액이 찍혀 있었기 때문에, 사실 몇번의 헛구역질까지 했을 정도다. 현실성 없을 정도의 큰 금액이라면 어안이 벙벙하고 말았을 텐데 어느 정도 현실성 있는 큰 금액은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도진은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9천만원이라는 큰돈을 만든 게 아니라 누가 보면 일확천금이라 할 정도로 빨리 번 돈 이었기 때문에 그 단위에 아직 적응을 못 한 터였다. 진짜 이만큼의 돈이 있는 건지 믿기지도 않아서 괜시리 은행으로 가 몇번의 출금까지 해봤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도진은 앞으로의 계획에 맞게 일을 진행하려 했다.

'제일 처음으로 해야 할 건, 직원 뽑기.'


공격적인 태도로 일감을 물어 오려면 도진의 손발이 되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물론 보미가 도와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도 한 회사의 대표이기 때문에 항상 도진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 줄 순 없는 일이다.


직원을 뽑으려니 앞서 걸리는 게 한 가지 있었다.


사무실에서 업무 볼 일이 없을 거 같아서 보미 회사의 남는 자리에 전대차 계약으로 사업자를 발급했었는데 그렇다 보니 직원을 뽑아도 출근할 사무실이 없는 상황이었다. 사업자 주소대로 보미의 회사로 출근하는 것도 모양새가 웃기고.


그래서 우선 보미에게 부탁했다.

적당한 평수에, 적당한 가격의 사무실을 알아봐 줄 수 없냐고.


아직 스무살의 나이인 도진은 세상 물정 모르기도 했고, 혼자 부동산에 가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어떤 눈탱이를 맞을지 몰라 부탁한 거다.


보미는 일 처리가 확실하고, 꼼꼼한 사람이니까.

다행히 흔쾌히 수락했고, 며칠이나 흘렀을까.


-최보미: 압구정 로데오 쪽 사무실 찾았어요. 주소는 ····. 택시 타고 오세요.


문자에 찍힌 주소로 바로 출발했고 지금 도진의 눈앞에는 제법 만족스런 사무실 공간이 펼쳐져 있다.


"23평이고,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320만원이에요. 압구정이다 보니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죠."


생각보다 괜찮은데?


구식이긴 하지만 에어컨 있고, 벽지는 깔끔한 화이트에 바닥은 고급 재질의 우드.

은은하게 밝은 조명까지.


조금 더 들어가니 긴 테이블과 작은 싱크대까지 있었다.


"너무 좋은데요?"


"그렇죠? 주변에 부동산 쪽 큰 손이 있거든요. 그분은 펜트하우스나 고급 대저택, 사무실 빌딩 위주로 큼지막한 거래만 하는 분인데, 제가 부탁드리니까 금방 알아봐 주셨어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자기 때문에 부탁까지 하며 사무실을 찾았다는 소리에 제법 감동 먹었다.


"감사해요.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보미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꽁짜 아닌데요? 오늘 도진 씨 데리고 제 친구한테 가야 해요. 시간 있죠?"


"친구요?"


갑자기 화장실로 가더니 세면대 물을 틀었다. 거리가 좀 있음에도 물줄기 소리가 콸콸 들린다.


"도진 씨, 사무실 볼 때도 집과 마찬가지로 수압 확인해야 돼요. 이 정도면 훌륭하네. 아무튼, 친구 중에 갤러리 운영하는 애가 있거든요. 제법 규모 크게 해요. 걔한테 도진 씨 얘기를 조금 흘렸더니, 도움받고 싶은 게 있다면서 저한테 애원하더라고요."


"지금 갤러리로 가자는 거예요?"


"네. 물론, 꽁짜 아니라는 말은 농담이에요. 도진 씨 바쁘면 안 가도 돼요."


보미가 사무실 불을 끄며 눈을 맞추고 싱긋 웃었다.


저렇게 눈웃음치는데 어떻게 거절해.

처음부터 거절할 생각도 없었지만.


어찌 되었건 규모 큰 갤러리 대표니까 결국 부자라는 소리잖아?


"갑시다. 오늘 한가해요."



*******


수성 전자 회장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는 위상에 맞게 그 크기 또한 엄청나다. 널찍한 방, 홀로 안락한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있던 유병철 회장이 대뜸 인터폰을 눌렀다.


"이 상무한테 이번에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 실적 지지부진한 놈들 명단 추려서 가지고 오라해."


-네, 회장님.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혀를 끌끌 찼다.


"정부가 시키니 원, 별 같지 않은 놈들한테 투자랍시고 돈을 갖다 바쳐야 하니."


요 몇 년간,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한답시고 정부가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었다. 각종 스타트업에 묻지마 지원금과 묻지마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거다. 이 흐름은 자연스레 대기업까지 넘어왔다. 정부의 자금이 무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살살 눈치 준 것. 이 과정에서 수성 그룹 또한 포함됐고, 재계 1위라는 이름에 걸맞은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유병철 회장은 이 모든 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졌다. 매출 하나 없이 그럴듯한 말로 투자금 타 먹는 놈들을 너무 많이 봐온 터였다. 투자한 수십의 스타트업 중, 한 곳만 대박 나도 손해는 나지 않으련만.


원래 스타트업 투자가 그렇다. 한 회사의 성공이 나머지 스타트업에서 손실 본 금액을 메꿔주는 구조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고, 이 상무가 두툼한 서류 뭉치를 쥔 채로 들어왔다.


"그게 전부 지지부진한 놈들 명단인게야? 허, 참! 더럽게도 많구만!"


유병철 회장의 화난 목소리에 이 상무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들 전부 특출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라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어느 정도 성과는 나올 겁니다. 흔한 어중이떠중이와는 다릅니다."


이 말도 사실이다. 아무리 정부의 눈치 때문에 투자한 돈이라 해도 땅바닥에 버릴 순 없기 때문에 수성 금융에서 철저한 조사를 하고 투자한 명단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빛을 발할 가능성이 그나마 큰 스타트업들이다.


하지만, 버럭 소리가 들렸다.


"자네 눈에는 내가 농부로 보이는가? 열매 맺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그 열매가 익을지도 확실치 않은데?"


승산 있는 사업이라면 맹수처럼 달려드는 유병철 회장이지만, 스타트업 투자는 정말 승산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격양된 모습에 이 상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됐고, 개 중에 한 놈만 골라봐. 기술은 완성됐으나, 어디에 써먹을지 모르는 놈 있을 거 아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하는데, 스타트업은 발을 뻗고 누울 자리 찾는 놈들이 태반이니."


"네, 있습니다. 이것 좀 봐주시겠습니까?"


두툼한 서류 뭉치였지만 이 상무는 모든 내용을 암기라도 한 듯, 금세 한쪽만 쏙 뽑아서 공손히 건넸다.


"위치 파악 기술을 개발한 팀입니다. 현 내비게이션에서 쓰이는 수준보다 100배는 더 정밀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차가 1m도 안 된다고 할 정도니까요."


유병철 회장이 이 상무를 흘깃 보더니 이제 나가보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흐음. 위치 파악이라. 감도 안 오는 구만."


그는 턱을 긁적이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 나다."


스피커에선 보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유럽풍의 깔끔한 건물이네.


갤러리에 들어가기 전, 든 생각이었다.


입구에 들어가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웅장한 크기의 내부는 물론이고 각 벽면에 걸려있는 세련된 그림. 도진은 입구서 받았던 팸플릿을 다시 한번 봤다.


-팝 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예술에 문외한인 도진은 보고도 알아보지 못했지만 저 멀리 걸려있는 작품은 어디서 본 적 있었다.


'kiss v?'


눈물을 흘리는 붉은 입술의 금발 여자와 그녀를 안고 있는 남자의 그림이었다.


뭐, 딱히 느껴지는 건 없는데?

좀 멋있다 이 정도.


형편없는 감상평을 하고 있을 때,

뒤편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뮤즈 갤러리, 오수현 대표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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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진짜 노장 +3 23.02.24 881 16 14쪽
27 도진의 신원 확인 +3 23.02.23 964 18 14쪽
26 위치 파악 기술은 과연 혁신인가? +2 23.02.22 937 15 11쪽
25 뮤즈 갤러리 마무리와 하루에 두탕 +3 23.02.21 949 18 12쪽
24 뮤즈 갤러리 3 +4 23.02.20 962 21 14쪽
23 뮤즈 갤러리 2 +2 23.02.19 1,004 16 12쪽
22 뮤즈 갤러리 +3 23.02.18 1,033 18 13쪽
» 새로운 일이 쏟아진다 +3 23.02.17 1,063 12 11쪽
20 사자, 여우, 토끼 +1 23.02.16 1,127 11 13쪽
19 유병철 회장에게 눈도장 +1 23.02.16 1,154 17 12쪽
18 포부, 씨앗, 엄청 큰 판으로. +3 23.02.15 1,302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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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굳건한 입지와 새로운 컨설팅 +1 23.02.11 1,376 18 13쪽
13 도움닫기 +1 23.02.10 1,430 22 13쪽
12 양쿠 캔들 마무리와 더 깊이 +2 23.02.09 1,469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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