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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팔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 천재의 재벌 1등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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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팔일
작품등록일 :
2023.01.30 21:54
최근연재일 :
2023.03.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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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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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친 능력

DUMMY

배 대표의 몸이 자기도 모르게 도진 쪽으로 기울었다. 무의식의 행동이다.


"정기 구독이 뭐야? 요즘 유행하는 OTT 같은 거?"


배 대표가 알고 있는 구독은 각종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OTT 서비스가 전부였다. 아무래도 현업이 바쁘고, 나이도 든 탓에 세상의 흐름을 예전처럼 따라가기는 버거웠다.


이때, 보미가 거들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들은 생필품 같은 것도 구독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칫솔부터 면도날, 다이어트 도시락 같은 것들요.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를 주기적으로 보내주니까 편리해서 이용하는 거 같아요. 근데 도진 씨, 과일도 구독 모델이 먹힐까?"


도진은 전에 읽었던 책 구절을 떠올렸다.


'비즈니스 모델 중, 구독 모델이 유난히 효과적인 상황이 있지.'


"자주 사용되지 않아서 재고가 쌓이거나, 필요할 때 언제든 가까운 편의점에서 살 수 있거나, 혹은 대형 마트에서 자주 할인판매 하는 상품은 정기구독과 결이 맞지 않습니다."


배 대표가 시원한 물 한 컵을 꿀떡 들이키고 말했다.


"그렇지! 언제든 구할 수 있으면 때마다 사는 게 편하니까."


"더군다나 식품의 경우, 한번 쌓여서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면 고객이 쉽게 떠나곤 하죠."


"딱 과일이지 않은가? 신선 식품이라 유통기한이 그리 길지 않아.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과일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큰 문제가 있죠. 바로 대량 판매를 한다는 점과 들고 가기 무겁다는 것."


"····"


"쌓여서 버리게 되는 문제도 해결 가능합니다. 양과 주기를 알맞게 조절하는 거죠. 적정량 보다는 조금 부족하도록. 아쉬움을 남기는 겁니다."


"그래, 그것까지는 알겠어. 근데 우리가 왜 구독을 해야 하지? 도진 씨가 지금 말하는 걸 보면, 큰 메리트가 없는 거 같은데?"


"과일이란 품목에만 부여할 수 있는 큰 메리트가 있죠. 바로, 전문가 큐레이션."


"큐레이션?"


보미의 입꼬리가 움찔 움찔 거린다. 그녀는 지금 겨우 참는 중.


'미친..!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과일은 선별이 어려우니까!"


보미는 도진의 말뜻을 바로 눈치 챈 거다.


"대표님의 가게는 주로 나이 지긋이 든 할머니들이나, 아줌마들이 주 고객일 겁니다. 그렇죠? 그럼 그들이 과일 가게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하는 건 뭘까요?"


"뭘 살까 둘러보고, 이리저리 돌려보지. 흠이 있나, 벌레가 파먹지는 않았나, 신선한가."


"여태 쌓았던 경험을 토대로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겁니다. 농부가 똑같아도 과목(果木)별로 맛이 달라지니까요."


"그 말은..!"


"네. 1인 가구들은 주로 20·30대. 그들은 과일 고르는 요령이 전혀 없습니다."


보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미 그녀의 입꼬리는 광대까지 올라갔다.


배 대표도 마찬가지다. 비록, 전성기 때에 비하면 두뇌 회전 속도가 많이 느려졌기 때문에 한 번에 말귀를 알아듣진 못했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농익은 사업 감각은 눈부시게 번뜩였다.


동물적인 감각이 먼저 눈치 채고, 그다음 이성적인 감각이 계산에 들어갔다.


'맞아. 내 딸자식도 그랬어. 아빠가 과일 가게로 성공한 사람임에도 아직까지 과일 고르는 법을 모르니..‘


시집갈 나이가 된, 과일 가게 딸내미조차 맛있는 과일을 잘 고르지 못하는데 다른 젊은이들은 어떻겠는가.


"큐레이션으로 가치를 입힌다. 이 말이지?"


도진은 씨익 웃었다.


"어디서도 얻지 못하는 가치죠. 아무튼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전문가의 눈으로 선별한 4~7종의 과일을 2주 간격으로 보내주는 겁니다.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으니까요. 과일은 종류별 한, 두 개 씩. 쌓여도 금방 처리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고, 아쉬움도 남는 양으로."


"너무 적지 않은가? 그 정도면 금방 먹을 거 같은데."


"주 고객은 대부분 여성입니다. 그들의 양에 맞춰야 해요. 젊은 남성들은 귀찮아서 잘 먹지 않습니다. 심지어 게임 할 때나 공부할 때 엄마가 깎아준 과일도 먹지 않죠."


'내가 그랬으니까.'


도진이 책을 읽을 때면, 엄마가 사과를 깎아서 갖다주곤 했다. '우리 아들 친구들이랑 밖에서도 좀 놀아' 하면서. 하지만 도진은 잘 먹지 않았다. 이상하게 알아서 갖다주면 땡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양이 부족한 고객들을 위해 업 셀링을 하면 됩니다. 양 추가 옵션을 집어넣는 거죠. 대표님은 추가 수익을 땡기시고요."


"호오라! 그러면 고객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게 되겠구만!"


배 대표의 심장이 미칠 듯이 펌프질한다. 그간 나이를 먹어가며 좁아진 혈관을, 댐이 무너지듯 쏟아 내리는 혈류가 시원하게 뚫어가는 중이다.


"미스 김! 직원들 다 모이라고 해봐! 도진 씨랑 보미 씨는 잠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있어. 내부 회의 좀 하고 금방 연락할게!"



******



"도진 씨 스무살이라고 했죠?"


보미와 도진은 배 대표 사무실 앞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도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보미는 따뜻한 우롱티.


"네 올해로 스무살이에요."


"혹시 고등학교 조기 졸업하고 MBA를 다녔다거나, 그런 거예요? 어제 일은 그렇다 치고, 오늘 말하는 거 보니까 인사이트가 말이 안 되는 수준인데요?"


"그런 거 없습니다. 부모님이 알려주신 것도 있고, 여러 분야에 대해 많이 배웠거든요."


'책에서 배운 게 많긴 하지. 부모님이 알려주신 건 그냥 미국에서 살아남기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보미는 다르게 이해했다.


'부자 부모님 빽으로 전문가들에게 미리 수업받았다는 건가? 그것도 전 분야를? 사업의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말이 허세가 아니였다니..'


큼큼.


"한국 오자마자 일 하는 건 괜찮아요? 구경도 좀 하고 싶을 거 같은데."


"전혀요. 충분히 즐거워요. 노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하긴, 야망이 큰 사람은 노는 게 더 힘든 법이죠. 앞으로도 제가 뭐 도울 거 있으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힘닿는 데까진 노력 해볼 테니까. 이래 봬도 인맥은 제가 상당하거든요."


"한 가지 있어요. 네트워킹 파티에 계속 참석하고 싶어요. 하나도 빠지지 않고요. 일감도 건지고, 인맥도 만들고 싶거든요."


"그래요. 그거야 뭐 쉽죠. 도진 씨 같은 사람이 나와주는 게 저한테도 좋긴 하고요. 일정 잡히는 대로 문자로 다 알려드릴게요."


"보미 씨는 저한테 왜 잘해주세요? 아, 물론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요. 혹시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잘 챙겨주는 건가요?"


도진은 그냥 궁금했다. 보미 덕택으로 네트워킹 파티에 참석한 건 그렇다 치고, 여기까지 따라온 건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에. 심지어 마우식은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저는 사람 만날 때 손익을 따져요.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그래서 그런 거예요. 도진 씨를 잘 챙겨주는 게 저한테 큰 이득이 될 것 같거든요."


보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입 밖으로 나온 말과는 다르게 그 웃음은 순수한 호의에 가까워 보인다.


'백 그라운드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값어치 있는 남자야.'


보미의 휴대폰이 짧게 두 번 울렸다.


-지잉 지잉


"도진 씨, 이제 다시 가요. 회의 끝났다고 하네요."



********


다시, 배 대표의 사무실 안. 미스 김이라는 여자가 회의 내용을 종합해서 말해주고 있다.


"구독 모델을 활용하여 1인 가구 대상으로 판매한다는 것은 모두가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보완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상품의 다양성입니다. 이왕 하는 거 1인 가구, 2인 가구, 3인 가구, 4인 가구 등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맞는 상품을 같이 출시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최대로 늘려야 하니까요."


미스 김이 도진의 눈치를 봤다. 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말하라며 손짓을 보냈다.


"그리고 로스가 생기는 문제도 보완해야 합니다. 과일 바구니가 비싼 이유는 장식 값, 인건비도 있지만 상태 좋은 과일만 추려서 제공하기 때문에 더더욱 비싼 것이죠. 참외 30개 들은 박스를 까면, 상태 안 좋은 참외가 2~3개 정도, 즉 10% 로스가 있기 마련입니다. 구독 모델은 여러 종류의 과일을 소량씩 제공해야 하므로 과일 바구니처럼 상태 좋은 과일만 추려야 합니다."


미스 김은 물을 벌컥 마시고는 말을 마무리했다.


"이럴 때 발생하는 로스 분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대두된 사항들입니다."


배 대표가 도진에게 몸을 기울이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어디 또 참신한 이야기를 해보란 식으로.


"자! 도진 씨,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거야?"


도진은 몸을 등받이로 젖힌 채, 다리를 꼬았다. 거만이 철철 넘치는 포즈. 이 행동은 의식해서 한 게 아니었다. 배 대표 직원들에게 실망했기 때문에 저절로 나온 행동인 것.


'여긴 멍청한 사람만 있나? 저걸 지금 보완해야 한다고 여태 회의 한 거야?"


도진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는 오랜 세월 다독 하며 '범인'의 경지를 아득히 넘어섰다.


도진보다 세상을 먼저 살다 간 위인들과 현자들의 이야기가 도진의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에, 도진은 저절로 그 급 이상에 도달한 것이다.


모두가 도진의 거만한 포즈를 보고 있는 때. 서서히 입을 벌렸다.


"1인 가구만 해야 합니다. 2인, 3인, 4인 절대 할 필요 없어요."


배 대표가 물었다.


"이유는? 이왕 하는 거 다 하면 좋잖아."


"1인 가구 패키지에 양 추가 옵션 넣으면 2인에서 3인 정도는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더 비싸게요. 더군다나 4인 이상부터는 정기 구독 모델이 맞지 않아요."


"왜 맞지 않지?"


"4인이면 가격도 비쌀 거고, 그 가격이면 먹고 싶은 걸 사 먹겠죠. 어차피 입도 많겠다, 자기네들이 원하는 걸로 골라서요. 그들이 뭐 하러 랜덤으로 오는 과일 구독을 이용합니까? 그리고, 전문성이 있어야죠."


"1인 가구만 한다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이거야?"


"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으려면 한 가지만 알려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광고의 홍수에 빠져 사니까요. 얼마나 피로가 쌓였을 거예요? 사실 특별한 게 없으면 한 가지만 알리는 것도 힘듭니다. 여러 가지를 먹겠다는 건 과욕이에요."


"오케이! 무슨 말인지 이해됐어. 그러면 로스는 어떡할까?"


"이건 배 대표님의 선택입니다. 어차피 대부분 모양만 못생기고 맛은 있을 거잖아요? 그걸 이용해서 제가 처음에 말씀드린 과일 카페를 하시던지, 못난이 과일들만 모아서 싸게 판매하시던지, 고르면 될 거 같습니다."


도진의 어투가 좀 강했다. 근데, 싸가지 없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어투가 전문성을 강화했다.


도진의 말이 전부 타당했기 때문에.


배 대표는 흥분되고, 씁쓸했다. 언젠가 자기 앞에 앉아있는 청년이 청과 업계로 들어온다면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청년은 자신보다 훨씬 큰물에서 놀 것임이 자명했다.


"좋아, 자네 말대로 하지. 오늘 정말 고마워. 내가 많이 배웠어! 하하!"


상황이 마무리된 후, 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보미가 배 대표에게 다가가서 귓속말로 속삭였다.


"대표님. 도진 씨가 어제 입금 받은 게 서운했나 봐요. 이번에는 잘 챙겨주세요. 오늘 봐서 아시다시피 능력이 좋잖아요?"


능력 봤으니 금액 맞춰서 입금하라는 협박이었다. 언젠가 도진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분명 있을 거기 때문에 배 대표는 받아들여야 한다.


배 대표는 오히려 시원스레 웃었다.


"그럼! 걱정하지 마. 하하!"


속마음은 그게 아니다.


'능력 값 하는구만! 남들 한 달 월급을 준 건데. 에잉."



그때, 보미의 휴대폰이 다시 두 번 울렸다.


지잉, 지잉


- 마우식: 다음 파티 기대해. 그 자식에 대한 이야기야.


보미는 빠르게 답장했다.


-또 사고 치면 밴이야.


-마우식: 너도 나한테 고마워하게 될 거야.


보미는 마지막 문자를 보지 못했다.


작가의말


저 사업.. 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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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뮤즈 갤러리 +3 23.02.18 1,031 18 13쪽
21 새로운 일이 쏟아진다 +3 23.02.17 1,057 12 11쪽
20 사자, 여우, 토끼 +1 23.02.16 1,122 11 13쪽
19 유병철 회장에게 눈도장 +1 23.02.16 1,151 17 12쪽
18 포부, 씨앗, 엄청 큰 판으로. +3 23.02.15 1,297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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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굳건한 입지와 새로운 컨설팅 +1 23.02.11 1,370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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