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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팔일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 천재의 재벌 1등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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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팔일
작품등록일 :
2023.01.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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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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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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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양쿠 캔들3

DUMMY

팀원 중 한명이 외쳤다.


"저는 환기할 때 자주 이용해요. 음식 냄새 나거나, 화장실 냄새 뺄 때요."


박진수 대표도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기 생각을 말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매력적이어서?"


환기가 목적이라면 스프레이 방식의 방향제로도 충분히 그 용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방향제 향은 처음만 강하게 퍼지고, 서서히 사라지며 잔향이 남는다.


고로, 냄새 뺄 목적으로는 스프레이 방향제가 제격일 터.


캔들은 작동방식이 아예 다르다. 심지에 불을 붙이고, 그 열기가 캔들을 서서히 녹여가며 공기 중에 향을 살포하니까.


강약의 조절 없이 일정한 강도의 향이 은은하게 집 전체로 퍼지는 방식이다.


도진은 다른 의견을 한동안 기다렸지만, 더 이상 나올 의견이 없는 듯 보였다. 도진이 입을 서서히 떼려고 할 때,

김 대리가 대뜸 말했다.


"저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향 자체가 목적이면 캔들을 쓰기엔 번거롭잖아요?

차라리 뿌리는 스프레이나, 고체 방향제 같은 걸 두는 게 낫죠."


김 대리는 본인이 말하고 이리저리 눈치를 봤다.


'우리 회사 향이 안 좋다는 건 아닌데! 오해하진 않겠지?'


향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에서 뜬금없이 분위기라니!


"저희 양쿠 캔들처럼 향까지 좋으면 금상첨화죠!"


얼른 뒷말을 덧붙여서 나름의 수습을 해본다.


그때, 박진수 대표는 김 대리를 흥미로운 눈으로 관찰하는 중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사원이었는데 인사이트가 제법이잖아?'


오늘까지만 해도 박진수 대표는 김 대리의 존재조차 몰랐다. 물론, 면접 때 보긴 했을 거지만 어떤 대표가 일개 대리까지 하나하나 기억하고 다니겠는가.


하지만 오늘 이후로 김 대리는 박진수 대표의 머릿속에 각인 될 거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과 불빛이 주는 분위기가 있지.'


도진은 이제 정말 다른 의견이 나올 거 같지 않아서 입을 열었다.


"모두의 의견, 좋았습니다."


정말 좋았다. 도진은 자기 생각에 확신이 생겼다.


도진은 모두에게 시선을 한 번씩 맞추고, 다시 말했다.


"캔들은 대부분 여러분이 말씀하신 이유 때문에 사용하죠. 냄새 뺄 목적, 은은하게 퍼지는 향, 캔들이 주는 분위기. 다른 향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는, 캔들만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그럼 안 쓰는 사람들은 왜 쓰지 않는가.


'직감으로 파악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가보자.'


확실하게.


"김 대리님. 혹시 캔들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에게 설문 조사 같은 거 한 자료 있을까요? 저번에 박진수 대표님이랑은 대충 얘기하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요."


김 대리가 서랍을 뒤적거리더니 파일철 하나를 꺼내줬다.


도진은 천천히 읽어내렸다.


'캔들 시장 조사 보고서.'

목차 두 번째.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고객들에 대한 조사.


화려한 그래프와 각종 도형으로 이쁘게 꾸며있는 양식이었지만, 도진은 글만 읽었다.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번거로워서, 다른 제품이 더 좋아서, 불 날 위험 때문에.'


95% 정도가 이런 이유 때문에 캔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도진은 박진수 대표의 눈을 쳐다보고 말했다.


"대표님이 저와 처음 만났을 때 말씀하신 거 기억나시나요?"

"어떤 거요? 나름 많은 이야기를 나눈 터라."

"향초를 대중화 시키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마니악한 분야니까."

"그렇죠. 할 수만 있으면 정말 바라는 일입니다."


도진은 '캔들 시장 보고서' 파일철을 박진수 대표에게 쓱 내밀며 말했다.


"두 번째 목차에 사람들이 왜 캔들을 사용하지 않는가에 대한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박진수 대표는 파일철을 받아들고 대충 읽는 시늉을 했다.


"이미 봤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죠."


도진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책 구절을 그대로 말해줬다.

사뭇, 단호한 어투로.


"문제는 여러 개지만, 문제점은 하나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박진수 대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고, 도진은 덤덤히 대답했다.


"여러 개로 보이는 문제들도 원인을 찾다 보면 결국, 단 하나의 시작점이 있다는 말이죠."


"그게.. 뭡니까?"

"캔들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해 볼 만한 '캔들의 가치'를 못 찾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창립 기념 신제품으로 그 '가치'를 줘보고 싶고요."


박진수 대표가 침을 꼴깍 삼켰다.


"어떻게요? 아까 말씀하신 '세븐 데이즈'로요?"

"네. 70주년을 맞아, 7가지 향이 나왔잖아요? 딱 좋습니다. 우리의 일주일도 7일이니까. 다른 향 제품들이 줄 수 없는, 캔들만 줄 수 있는 '분위기'라는 요소를 극적으로 이용해서 더 특별하게 만들어 보자고요."


도진은 김 대리에게 물었다.


"양쿠 캔들 대 사이즈 버닝 타임이 얼마나 되나요?"


현장은 박진감 넘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컨설팅이 시작됐음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사용 습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110시간~150시간입니다."

"용량은요?"

"623g입니다."


도진의 갑작스런 질문에도 김 대리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술술 대답했다.

막힘없는 김 대리의 대답에 박진수 대표가 엄지를 들어 칭찬해줬다.


도진은 잠시 무언가 계산하더니, 다시 말했다.


"향 하나당 버닝 타임 한 시간으로 맞출 수 있나요? 다른 곳에서 보니까 엄청 작은 캔들도 많던데요."


이번엔 박진수 대표가 나섰다.


"도진 씨가 보신 건 버닝 타임 5~6시간 정도 될 겁니다."


도진이 말없이 쳐다보자

잠시 멈칫하더니, 이어 말한다.


"더 줄이는 건 어렵지만, 저희는 가능합니다. 역사가 깊은 회사니까요. 버닝 타임 한 시간. 맞출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한 달 패키징 하는 겁니다. 캔들은 모두 버닝 타임 한 시간으로 제작하고요, 7가지 향을 하나로 묶는 겁니다."


옆에 있던 팀원이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 묻는다.


"그러고요?"

"7가지 캔들을 담은 세트 한 개를, 4개씩 묶어서 패키징해야죠. '세븐 데이즈'를 4세트 담아서 한 달 패키징 한다고 보면 됩니다. 캔들이 총 28개 들어있는 거죠."


김 대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도진 대표님은 마케팅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사실 처음에 '세븐 데이즈'란 이름 말씀하실 때, 원하는 동심의 세계로 갈 수 있다는 말도 이해가 잘 안 갔거든요."


주변 사람들도 동의하는 눈치. 다들 도진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번 창립 기념 신제품은 향 제품 카테고리가 아니라, 수면 보조 카테고리로 들어갈 겁니다."


놀란 박진수 대표가 도진을 부르려 했지만, 도진은 끼어들 틈도 주지 않았다.


"향초를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캔들을 사용할만한 이유를 만들어주려면 똑같이 '향 관련 제품'으로 승부 봐선 안 됩니다. 전혀 통하지 않을 거예요. 대안이 엄청 많잖아요?"


도진의 말이 잠시 멈춘 사이, 박진수 대표가 얼른 끼어들었다.


"수면 보조 쪽으로 진입하면 승산 있다는 건가요?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네, 보고서 봤다고 하셨으니까 이해는 쉬울 거예요. 세븐 데이즈의 사용 방법은 이렇습니다. 기존 캔들처럼 향이 필요할 때 피우는 게 아니라 잠들기 전, 내가 원하는 향을 선택하는 겁니다. 오늘 내 하루의 마무리를 본인이 직접 선택한 향으로 하는 거죠."


김 대리가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수면에 도움 되는 오일이 잘 팔린다고 했고요. 라벤더 오일이나 아로마 오일 같은 것들이요!"


도진은 김 대리를 쳐다보고, 다시 박진수 대표의 눈을 보며 물었다.


"버닝 타임 한 시간이면 해로운 물질이 나오나요?"

"유의미한 정도는 나오지 않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고객의 입장에서 잠만 잘 온다면 캔들 피우는 일이 번거로울까요?"

"효과만 있다면 번거롭진 않겠죠. 다만 정말 효과가 있는지..!"


도진은 박진수 대표의 말을 끊고,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세븐 데이즈처럼 다양한 향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수면 보조 제품이 있을까요?"

"없죠. 잘은 모르지만, 수면 보조 제품 치고 향 있는 건 없으니까요. 끽 해봐야 수면 오일인데. 그건 해봐야 라벤더, 아로마일 테니."


"한 시간 뒤에 알아서 연소하는 캔들도 화재 위험이 클까요?"

"거의 없을 겁니다. 만약 불이 난다면 악운이 정말 강한 거겠죠."


도진은 어깨를 으쓱거리고 모두에게 물었다.


"캔들을 사용하지 않는 95% 사람들이 말한 문제들, 전부 해소 된 거네요?"


박진수 대표는 아까 도진에게 끊긴 말을 이어 했다.


"이번에 런칭하는 신제품이 불면증에 효과 있는지 모릅니다. 만약, 과대광고로 걸린다면!"


그럴만 했다. 수면 보조 제품으로 활용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으니, 불면증에 도움 될 거라고 상상도 안 해봤을 터. 간단한 테스트조차 해본 적 없었다.


"실질적 효과는 없어도 됩니다. 그냥, 잠이 잘 오는 거 같다는 생각 정도만 들어도 충분해요. 수면제가 아니라 수면 보조잖아요?"


도진이 어렸을 때, 엄마의 심부름으로 약국에 수면 보조제를 사러 가곤 했었다. 이때 알게 된 것. 수면제는 의사 처방이 필요할 만큼 위험한 거지만, 수면 보조제 정도는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할 만큼 안전하다.


사실과 다를 수 있지만, 도진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수면 보조 제품 전부 법적으로 별문제 없을 거라 확신 중이다.


박진수 대표는 혼란스러웠다.


'수면 보조 제품은 괜찮나?'


도진의 말에 신뢰가 가기 때문에.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는다고 했다.


도진은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고객의 입장에서 상상해보세요. 자, 내가 오늘 하루 힘들었어요. 집에 도착해서 밥 먹고 기분 좋게 씻고 나옵니다. 할 거 하다가 시간 보니 슬슬 잘 시간이네요? 탁자로 갑니다. 탁자 위에 세븐 데이즈가 있네요. 오늘은 어떤 향을 고를까요?"


모두가 상상 중이다.


'나는 달달 솜사탕!'

'편안한 나무집.'

'난 포근한 이불 향기.'

'오늘 좀 빡세니까 시원한 하늘.'

'더우니까 청량감 아이스크림?'


도진이 캔들 하나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푸른 잔디밭으로 합시다. 오랜만에 평화를 느끼고 싶네요. 머리맡에 캔들을 키고 눕습니다. 누워있으니 향이 솔솔 나네요. 눈을 감았는데 푸른 잔디밭이 보여요. 옛날 어렸을 적 생각 나네요. 그때 친구들, 그때 감정, 그때 기분, 그때 생각. 동심의 세계로 가는 거예요. 각자만의 추억이 가득한. 행복한 기억 속에서 스르륵 잠이 듭니다."


모두가 한참 동안 상상 속 동심의 세계에 머물렀다.


가장 먼저 입을 뗀 건 김 대리.


"한 번만 써보면.. 대박 나겠는데요?"


다른 팀원들도 입을 열었다.


"저 지금 잘뻔했어요!"

"진짜 행복한 꿈 꿀 거 같아요!"

"다른 향들도 얼른 맡고 싶어졌어요."

"와.. 미치겠다."


박진수 대표의 입꼬리가 어느새 광대에 닿아있다.


다들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도진이 손뼉을 쳐서 모두를 집중시켰다.


짝-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면증을 앓고 있는지와, 기존 고객들이 세븐 데이즈를 받아들여 줄까가 문제겠죠?"


박진수 대표가 말했다.


"세븐 데이즈로 유입된 고객을 계속 잡아 둘 수 있는 방법도 분석해야 해요. 그들이 이탈하면 대중화에 실패하는 거니까요."


도진은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건 따로 의뢰하셔야죠."


날로 먹으려 하네?

다른 건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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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뮤즈 갤러리 +3 23.02.18 1,033 18 13쪽
21 새로운 일이 쏟아진다 +3 23.02.17 1,063 12 11쪽
20 사자, 여우, 토끼 +1 23.02.16 1,127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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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굳건한 입지와 새로운 컨설팅 +1 23.02.11 1,376 18 13쪽
13 도움닫기 +1 23.02.10 1,430 22 13쪽
12 양쿠 캔들 마무리와 더 깊이 +2 23.02.09 1,469 22 13쪽
» 양쿠 캔들3 +2 23.02.08 1,448 30 12쪽
10 양쿠 캔들2 +3 23.02.07 1,467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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