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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217,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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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
글자수 :
1,691,657

작성
16.07.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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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21쪽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DUMMY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펴다. 1



델하니아력 3481년 2월 20일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의 끝자락,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


동면을 마친 개구리처럼 눈 밑이 시커메진 채로 살이 빠져 홀쭉해진 루이브란이 칩거를 깨고 제르카를 부른다.


“제르카님 최근에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응? 루이브란씨 이야기해 보세요.”


“등룡서의 병법은 1000년도 더된 내용이기에 매우 고전적이고 수많은 병력을 다루는 법을 설명했지만, 그 시대에도 강력한 아티팩트나 9~10단계의 능력자들, 초월적인 강자들은 존재했습니다. 전략이 아닌 순수 무력, 단신으로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하지요. 물론 강자를 상대하는 전술이 더 정교해진 지금에 와서는 10단계 마스터급의 능력자로도 혼자서 평범한 1만 인대를 박살내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만, 잘 짜인 전술을 박살내는 크랙(crack)으로써 예상치 못한 적군에 있는 강자의 존재는 그만큼 전술가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이고, 반대로 적이 알지 못하는 우군의 강자들은 그만큼 든든한 보험이 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요?”


제르카는 루이브란이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가 궁금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다.


“제가가진 등룡서는 아시다시피 사본입니다. 특별한 재질의 종이로 만들어진 책입니다만, 읽다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구절이 있어서요.”


“이상한 구절요?”


“네, 패의 병법서 중간에 갑자기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이상한 구절이 있습니다. 여기 한번 봐주세요.”


제르카는 눈앞의 새하얀 책장에서 페이지를 넘기기 전 병력의 차를 이용한 전술의 부근에서 내용이 끊기고 이상한 내용이 들어가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 나는 청류(淸流)의 검 플란데스터를 엑센드라 협곡에 숨겨두었고 나의 모든 일족을 동원하여 지키게 하였다. 맑게 흐른다는 이름과는 반대로 이미 백 명이상의 주인을 거치고 아직도 혼탁한 피를 갈구하는 마검. 나는 이 피에 젖은 마검을 봉인하고자, 금지(禁地)라는 핸델로픈 평원을 지나 이곳에 숨겨두었으나, 이 또한 누군가 발견하리라 의심치 않느다. 다만 이곳까지 올 수 있을 만큼 강자라면 검이 바라는 욕망에도 대항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장무산 네 녀석! 무엇을 만든 것이냐. 진실로 이 세 자루의 무기를 얻는 자, 천하를 얻으리! 하지만 진실로 이 무기를 얻지 못하는 자에 대한 대가는 혹독하리라. 무슨 생각으로 무기를 벼려내었느냐! 수 많은 혼탁한 피와 욕망의 영혼이 천하를 얻기 위해 이 검에 도전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정말로 이 검엔 천하를 얻을 힘이 담겨있다는 것인가? - 아더트리 플란조스 -”


제르카가 책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읽는다.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아요?”


제르카가 어리둥절해하며 루이브란에게 묻는다.


“다음 구절도 읽어보십시오.”


“나는 힘을 갈구해왔고, 그 힘을 위해 혈령검장 장무산이 남긴 청명월의 3종 무구를 찾아왔다. 하지만 과연 피와 영혼을 먹고 힘을 빌려준다는 이것을 얻어 조국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무기를 얻더라도 진정한 힘을 깨울 수 있을 것인가. 나 스스로의 힘으로 루폰테와의 전쟁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 볼 지어다. 그래, 나라면 그 힘을 얻을 수 있고 시련을 견뎌낼 수 있겠지, 그리고 수호자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폰테와의 전쟁은 고작 3개월 앞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없다. 나는 오직 내 스스로의 힘을 믿기로 하였다. 테그라, 토닐라.”


“뒷부분은 스승님 글씨체군요.”


제르카는 심하게 꼬불꼬불한 글씨체를 간신해 해독하고는 그동안의 스승님이 남겨주신 책에 쓰인 글씨체와 같다는 점을 말한다.


“그렇습니다. 저는 갑자기 나온 이 구절에 심히 당황하여 며칠 동안 고민해 보았고 결국 관련 자료를 조사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 낼 수 있었습니다.”


“일단 혈령공장 장무산이라는 자는 약 4세기전인 3000년 경에 활동하던 대동제국의 아주 유명한 대장장이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품을 만든 4대 장인을 꼽으라면 첫째로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며 오직 주문제작으로, 비싸지만 주문자의 어떠한 요구도 200%이상 만족시켜준다는 ‘라 밀로메’의 엘시아 M 실하츠베론, 둘째로 7세기 전 활동하던 사람이며 희대의 기기괴괴한 작품과 아티팩트급 무구만을 남겼다는 유한제국의 기괴수(奇怪手) 전룡창, 엘시우스 황제 등장 이전에 가장 뛰어난 마법무구들만을 생산해왔다는 파스톨 마법제국의 마도학사 오즈볼트 D 프란첼라슈카,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와 영혼을 소재로 마가 깃든 소수의 무구만을 제작했다는 대동제국의 혈령공장 장무산. 이렇게 네 명이 금 10세기 안에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유명한 무구제작자들이며, 전부다 자기분야에서 초인각성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입니다. 그 중 5계에서 활동하는 현역은 엘시아님뿐이지만요.”


“흥미롭네요. 그래서요?”


“일단은 왜 이런 구절이 갑자기 등룡서의 한 곳에서 나왔나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 내용은 아마도 등룡서에 끼워진 쪽지 같은 부분을 크란델님이 말한, 도서관의 자동 사본 제작시스템이 잘못 만들어서 생긴 오류라고 보이는 군요.”


“그러니까 원래는 책에 끼워진 쪽지 같은 건데 책 페이지인 줄 알고 복사되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역사적으로 엘시우스 황제의 루폰테 패황국과의 전쟁을 생각한다면 크란델님은 진지하게 장무산이 남긴 3종 무기를 얻으려 했지만 전쟁은 급박해졌고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전쟁을 타파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루이브란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요?”


“실은 첫 번째 내용의 아더트리 플란조스라는 이름 저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입니다.”


“정말요?”


“300년 정도 전에, 아직 제올리오 공국이 꽤나 큰 영토를 가진 왕국이었을 무렵 제올리오 왕국을 수호하던 제 1의 기사가문이 플란조스가였습니다. 다만, 플란조스가는 어느 날 급격히 성장한 가문으로 30년 정도의 전성기를 누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이는 제올리오의 역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요.”


제르카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에 묵묵히 듣고만 있는다.


“핸델로픈 평원, 엑센드라 협곡, 이것도 들어본 지명입니다. 어디에 있는지는 제르카님도 아실 만한 곳에 있는 지역이지요.”


“그곳이 어딘가요?”


“카렐리토 중립지대입니다.”


“네? 그곳은 캐논 신성왕국 북쪽에 있는 중립지대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렉스톨과 캐논 신성왕국, 아온필과 경계를 걸치고 있는 중립지대이지요. 하지만 영토욕심이 가득한 렉스톨이나 샤키온연합이 이 영토를 놔두고 중립지대로 놔둔 이유가 무엇일까요?”


“모르겠으니 아는 대로 말해주시죠. 꽤나 조사하신 것 같은데.”


“후후, 점점 눈치가 빨라지시는군요. 알겠습니다. 카렐리토 중립지대는 캐논 신성왕국과 함께 약 300년 전쯤에는 제올리오 왕국의 영토였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플란조스가가 활동하던 시기랑 일치하는 군요.”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제르카가 미리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 핸델로픈 평원에서는 수 많은 무가들이 전쟁을 벌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 뒤로 플란조스가가 제올리오 최고의 기사가문으로 떠올랐고요, 그 뒤로 무슨일이 있었는지 30년 뒤에는 제올리오 왕국은 둘로 쪼개져 위쪽은 캐논 신성왕국, 아래쪽은 제올리오 왕국으로 분열되고 플란조스가가 사라졌으며, 5년 쯤 뒤에는 캐논 신성왕국의 북쪽은 주변 국가들의 조약에 의해 금지로 지정되어 핸델로픈 평원을 포함한 카렐리토 중립지대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기가 일치하는 군요. 그런데 왜 핸델로픈 평원은 금지가 되었나요? 무가들이 전쟁을 벌인 이유는 뭐죠?”


“핸델로픈 평원이 금지가 된 이유는 사기(邪氣)와 마기(魔氣)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이 지역에서는 땅이 비옥하고 수량이 풍부함에도 작물이 거의 자라지 않고 사령이 떠돌며, 언데드가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가들이 전쟁을 벌인 이유,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도서관이나 정보길드에 조사해본 바, 300년이라는 어떻게 보면 그다지 멀지 않은 시기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록이 별로 없었거든요. 이건 제 사견입니다만, 모든 것을 종합해본다면, 이 시기, 핸델로픈 평원에서는 청류검, 플란데스터를 놓고 한바탕 쟁탈전을 벌였고, 플란조스가가 이 검을 가진 최종 승자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검에 담긴 어떠한 힘을 이용하여 왕국의 최고 기사가문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플란데스터, 플란조스, 이름이 비슷한 이유가 아마도 그것이겠지요.”


“그럼 30년 뒤 플란조스가가 사라지고 아더트리 플란조스가 이 검을 협곡에 숨긴 이유는?”


“......검의 ‘진정한’ 힘을 깨우지 못했기 때문이겠지요. 그 힘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알았어요...... 여기까지 장황하게 저에게 설명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르카는 여기까지 듣고 나서 루이브란이 말하는 의중을 거의 눈치 챘다.


“저는 제르카님이 이 청류검 플란데스터를 얻으신다면 강대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검은 희대의 마검이라 불렸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만큼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고 어쩌면 제르카님이 ‘진실로’ 그 검을 소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루이브란의 렉스톨에 대한 복수에 대해 저도 잘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이 건은 조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군요. 힘을 위해 희대의 마검이란 물건을 찾는다라......”


“강대한 힘은 강대한 세력을 모으는 데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플란조스가도 아마도 검을 얻고 일순간에......”


하지만 그 중간 제르카가 루이브란의 말을 끊는다.


“강대한 세력을 만들었지만 결국 사라졌지요. 청류검이란 물건에서부터 금지라는 핸델로픈 평원까지 결국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물건이란 뜻인데, 크란델 스승님까지 소유를 망설였을 정도라면...... 루이브란, 잠깐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보죠.”


약간 제르카와 루이브란이 싸우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잠시 바람을 쐬고 오니 루이브란과 제르카의 머리도 냉정해졌다.


“흠, 죄송합니다. 너무 뜨거워졌었군요. 제르카님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은 일전에 말한 ‘힘’과 ‘무력’을 얻기 위한 방법 중 한 가지 방법일 뿐이라는 정도로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실례를 범했군요.”


“아니에요. 루이브란님이 저희를 돕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언젠가 시도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카드’로써 염두 해 두도록 하지요. 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천하를 손에 쥘 수 있는 무기들이라니.”


“설마요, 혈령공장 장무산은 과장이 좀 심한 제작자였다고 하니 천하를 얻는다는 말은 그대로 믿어선 안 되겠지요. 대동제국어의 특성이 문법상 과장이 심한면도 있구요. 그래도 그가 제작한 무구의 상당수가 그가 장담한 만큼의 위력은 가졌다는 것은 실제입니다만.”


결론은 힘을 원한다면 한 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하지만 위험 부담도 그만큼 큰 무기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 뒤로 루이브란과 제르카가 열심히 토론을 하고 있을 무렵, 늦잠을 푹 자고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루미아가 나타난다.


“아침부터 뭘 그리 열심히 떠들고 있어? 어? 루이브란 오늘은 웬일로 자기 방에서 나왔데?”


요 며칠간 밥먹을 때, 화장실 갈 때 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루이브란이었기에, 루미아가 놀라는 척을 한다.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러 나왔달 까요. 뭐, 별일 아닙니다.”


루이브란은 루미아가 이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튈지 모르기에 이 주제에 대해서 꺼내지 말라고 제르카로부터 신신당부를 받았기에 다행이도 적당히 얼버무린다.


“아 그래? 잘 됐네. 루이브란한테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떤 이야기인가요?”


“아마도 조만간 겔브론 시에 다시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아서.”


“무슨 일 있습니까?”


“좋은 건수가 생각났단 말이지. 그를 위해선 루이브란과 네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언제 가게 될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알겠습니다. 일정이 잡히면 알려주십시오.”


그 뒤로 부스스한 몰골을 깨끗이 단장한 루미아는 로스베이라 연금공방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루미아님. 오늘은 또 클로디아님 보러 오셨나요?”


루미아를 반갑게 맞아주는 점원.


“아뇨, 오늘은 로스베이라씨를 만나러 왔어요. 사업상의 목적으로.”


“그렇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장님 모셔오겠습니다.”


잠시 뒤 금방 갈아입은 듯 초록빛을 띤 연금술사 복장으로 갈아입은 듯한 로스베이라가 응접실에 나타난다.


“루미아, 잘 지냈어? 사업상으로 보자고 한다니 무슨 일이야?”


“제가 요전에 이런 물건을 획득해서 말이죠. 어디 써먹을 데가 없나 싶어서.”


루미아가 마법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무려 셰릴 여신의 신물, 세르의 돌로 만들어진 작은 항아리였다.


“......골동품 팔러 온건 아니지? 잠깐, 재질이 평범한 도기는 아닌 듯하고, 어디서 본 듯 특이한데? 루미아 설마 이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네, 맞아요 세르의 돌을 통짜로 사용해서 만든 항아리죠.”


“연금술 책에서나 보던 전설의 연금술 촉매를 실제로 보게 되다니. 게다가 이만한 크기라니, 설마 클로디아를 데리고 체노 대륙에 간 이유가 이거 때문이니?”


“뭐 이게 목적은 아니었고, 결과적으로는 ‘빌린’거니까요.”


“누구한테?”


“셰릴 여신님 본인이요.”


“...... 농담 아니지?”


“네. 확실해요. 너무 남용하지는 말라 하셨지만. 그래서 말이죠, 이걸로 무얼 할 수 있기에 그리 귀한 물품취급을 하는 거에요?”


“먼저 연금 촉매라는 물건은 연금술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매개하는 물질이야. 그리고 고스란이 소모되지 않고 남아있지. 결국은 현상의 중개자의 역할은 하지만 소모되지 않기에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뭐 과정에 따라 약간 손실이 따르기도 하지만. 즉 일반적으로 소모해야하는 소모품과는 달리 계속 써먹을 수 있는 물건이야.”


이 정도는 이쪽 세계에서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루미아 너도 잘 알거야. 프론키마에서 보듯이 평범한 강철을 폭발성이 있는 가루로 만드는 것처럼, 연금술이라는 것은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마법적, 화학적, 그 외의 모든 방식을 통해 다른 성질로 바꾸고 추출해 내는 기술이라는 것을.”


로스베이라는 세르의 돌을 본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빠르게 말을 잇는다.


“세르의 돌은...... 그 성질변환을 기존의 상식과는 벗어나서 상상이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촉매야. 이전 기록에는 싸구려 금속을 금으로 바꾼다던가...... 바이탈 에센스라고 생명의 정수를 모아 젊음을 유지시키는 약이라던가, 라 밀로메 공방의 비전 금속인 마나 전도도가 무한이라는 세잘로늄, 이것도 우리 업계에서는 세르의 돌을 이용한 합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상식 밖의 물건들을 연금해 낼 수 있는 촉매라는거지.”


“대단하네요.”


“하지만, 세르의 돌이라고 만능은 아니야. 일단은 소모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만들어 낼 수는 없지. 세르의 돌이 가진 기운이 있고 그 기운을 소모하면 묵혀서 다시 충전해 줘야해. 이적(異蹟)을 일으킬 수 있는 물건이닌 만큼 일반적인 촉매랑은 다르달까. 게다가 위에 설명한 기술들은 대부분 비전이라 방법도 알 수 없어. 즉 세르의 돌이 있더라도 활용 기술이 없다면 꽝이랄까?”


“로스베이라씨는 그러면 세르의 돌 활용 기술을 알고 있어요?”


“당연히 알리가 없지. 역사상 몇 번 등장한 적도 없는 물건인데, 누가 그런 기술을 개발했겠니? 온갖 비밀을 가진 라 밀로메라면 모를까, 금을 만들어 낸다는 기술이나 젊음의 약이라든가 하는 것은 다 전설상의 기록이야. 실제로 남아 있는 문헌이 있다면 천금의 가치를 지닐지도. 아니 그전에 세르의 돌이 있어야만 천금의 가치를 지니겠지만.”


“그러면 한번 연구해 보는 건 어때요?”


“이걸? 정말? 그렇게 막 굴려도 돼?”


“어떻게 하고 싶기에 막 굴리실 생각이에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


항아리를 보는 로스베이라의 눈빛이 매우 초롱초롱하다.


“......왠지 무섭다.”


로스베이라가 항아리를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는 바, 갑자기 공간이 열리고 일반인의 1/4로 쪼그라든 셰릴 여신이 나타났다.


“이 몸의 무녀 외에 누가 나의 신물을 건드리느냐!”


“어? 셰릴 아줌마.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아줌마라 부르지 말라 했잖느냐!”


“농담이에요. 여신님 여긴 어쩐 일로?”


“내 신물에 나의 무녀 외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기에 내려와 봤다.”


“하셰릴유스트 여신님을 뵈옵니다.”


로스베이라가 깜짝 놀라 항아리에서 손을 떼고 정중하게 인사한다.


“그리 격식 차릴 건 없다. 나는 혹시 도둑놈 같은 녀석한테 도난당했나 확인 차 온 것이니. 그래 루미아는 내 신물을 활용해 먹으려고 한 것이구나?”


“맞아요. 어떻게 써먹어야 잘 써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궁리중이죠.”


“흐음. 나의 신실한 종인 너에게 내가 허락을 내렸으니 사용하는 건 괜찮은데 몇 가지 제한을 두고 싶구나. 이전에 말한 것처럼 그 물건은 남용하면 세상의 리(理)를 어지럽힐 수 있는 바, 사람의 잘못된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물건. 세상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사용하며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물건만을 만들도록 하라.”


“구체적으로는요?”


“내가 내 신민들을 다스릴 적, 몇몇 신민들에게 바이탈 에센스를 내린 적이 있었지. 뭐 실질적인 제작은 메즈쿨리안이 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것을 마신 그들의 수명은 계속 늘어났고, 안 그래도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그들의 욕심을 계속 불려나갔지. 그것이 로고스 연합과 셀게란과 같은 벌레들이 전쟁을 일으켜 대량의 카르마를 얻기 위해 파고 들어 노린 약점이었고, 내가 봉인되고 다스리던 국가가 멸망한 원인중의 하나였다.”


“......”


“뭐, 이정도면 알아 들었겠지. 요컨대, 제한을 두지 않겠다만 적당한 물건을 적당한 양만 생산해서 적당히 해먹으란 말이다. 가끔씩 감시해서 세상의 이치를 잔뜩 어지럽혔다간 회수해 갈테니 그리 알아.”


그 ‘적당한’이라는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기준이라는 게 문제다.


“제가 죽을 때까지 빌려주신다는 거 아녔어요?”


“문제 일으켜서 내가 내 물건 회수해간다는데 불만 있어?”


“없어요. 흑흑.”


아무리 루미아가 셰릴여신과 농담까지 하는 사이라지만, 셰릴여신은 엄연히 시간축을 관리하는 최상급신이다.


당연히 루미아가 개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둘의 이런 대화를 듣고 있던 로스베이라는 거의 정신이 달아나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엔 데리안 남매와 티아여신 이야기를 포함한 잡담을 하기 시작한 두 존재는 그제야 영혼까지 멍해진 로스베이라를 보고는 이상한 만담을 종료한다.


“아. 미안. 뭐 루미아가 맡길만한 녀석이니까 당신도 사용하는 것쯤은 허가해 줄게. 도난 걱정은 안 해도 돼. 루미아와 당신, 두사람 이 외의 사람이 내 신물에 손을 댔다간 당장 나랑 면접해야 할 테니까. 앞서 말한 것은 잊지 말고. 오랜만에 귀여운 라나나 데리고 놀까나.”


그러면서 뿅하고 사라진 셰릴여신.


“루미아 저분 하셰릴유스트 여신님 맞지?”


“네. 보신 것처럼.”


“깜짝 놀랬어. 신을 직접 보다니.”


“뭐 본신이 아니라 아바타 같은 거니까요. 셰릴 아줌마의 신체를 직접 본 일이 있는데 꽤나 어마어마했으니까요.”


또다시 셰릴이 제 5계에 본신을 강림했다간 법정에 끌려가 온갖 징계를 먹을 것이 분명하므로 셰릴은 놀러올(?) 때마다 신성을 봉인한 저런 분신 상태로 내려오곤 했다.


“그럼 허가를 받은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 볼까?”


“그렇게 하죠.”


그렇게 루미아의 돈벌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지난번엔 웅크렸으니 펴야할 차례죠?

제르카와 루미아도 각자의 이상을 펼치기 위해 웅크렸던 것들을 펴고 있는중......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한게 지난번엔 덥다고 비좀 내려달라 했더니 조금 비가내렸다고 습도가 올라서 끈적끈적하다고 불평하는게 작가의 현실......


에어컨 틀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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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9화 +4 16.11.20 613 9 16쪽
18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8화 +4 16.11.13 830 6 21쪽
18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7화 +1 16.11.10 712 9 26쪽
18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6화 +1 16.11.04 760 7 19쪽
18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5화 +3 16.10.31 1,035 7 24쪽
18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4화 +5 16.10.27 826 12 20쪽
18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3화 16.10.26 967 9 18쪽
18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2화 16.10.24 717 8 20쪽
18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1화 16.10.21 613 7 17쪽
18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0화 +1 16.10.19 597 8 18쪽
17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9화 16.10.19 600 4 15쪽
17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8화 +2 16.10.18 906 7 26쪽
17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1 16.10.17 823 6 21쪽
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2 5 16쪽
17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89 7 20쪽
17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17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3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16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4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7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9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5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6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15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7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1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20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9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6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7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9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9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5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70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6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6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0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50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1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40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2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104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1 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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