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onochrome 님의 서재입니다.

레닐하츠 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오스카린
작품등록일 :
2015.04.22 17:29
최근연재일 :
2016.12.21 18:52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217,347
추천수 :
1,706
글자수 :
1,691,657

작성
16.12.21 18:52
조회
1,025
추천
6
글자
19쪽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5화

DUMMY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5화 야성과 지성의 시련2, 덴로스와 올피나




델하니아력 ????년 ?월 ?일


제르카와 클로디아는 농부가 알려준대로 자신들 부부의 집을 찾아나선다.


“어, 음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돌아서 굴다리 밑을 지나 철물점······”


정말로 다 기억했는지 클로디아는 농부의 말을 따라 정확히 길을 찾아간다.


“삼나무 방향 길은 훼이크랬고 돌담벽을 따라 당근밭······”


“클로디아 어째 마을 주변을 뱅뱅 도는 것 같은데?”


“음, 제대로 가고 있으니까 걱정마. 아 해바라기 예쁘다.”


어느새 목적을 잊었는지 해바라기를 잠시 감상하다가 해바라기 꽃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가니 철물점이 나오고 아직 덜 여문 사과들이 달려 있는 사과 과수원을 지난 그들.


그리고 덴로스 부부의 집을 찾은지 어느새 1시간이나 지나 더 빙글빙글 걸어가 작은 식당까지 돌고는 드디어 마지막으로 파란 기와를 올린 닭농장에 도착했다.


“······ 으윽 멀었어. 저기요 덴로스씨의 집은 어딘가요?”


그리고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닭농장의 여주인에게 묻는다.


“아? 덴로스씨 아냐? 자기 집은 왜 찾아? 저기 있잖아? 설마 뭐 잘못먹었어?”


‘아차, 클로디아 처럼 변장을 안했구나. 뭐 어떻게 집은 알아냈으니 됐지 뭐.’


“농담이에요. 심심해 보이셔서, 닭은 잘 자라요?”


“농담일 줄 알았어. 닭이야 언제나 잘 먹고 잘 싸고 멍청하게 잘 돌아다니지. 사냥 끝나고 오는 건가? 왠일로 빈손이네? 올피나랑 갔는데도?”


“뭐 이런날도 있는 법이지요.”


“아쉽네, 오늘은 지비에요리(사냥한 짐승으로 하는 요리)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뭐 평소에 받은 것도 있으니 오늘 한마리 보내줌세.”


“하하 감사합니다.”


평소에 덴로스의 행실이 좋은지 닭농장 여주인은 금새 닭한마리를 잡아다가 가져다준다.


그리고 드디어 알아낸 작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덴로스의 집으로 가는 도중.


“클로디아는 어째 가는 길이 낯이 익은데?”


클로디아가 왠지 익숙한 거리 모습을 보며 갸우뚱한다.


가다보니 아까 길을 알려준 농부가 커다란 당근들을 한아름 안은채 걸어오고 있었다.


“젠장, 여긴 아까 농부한테 길을 물어본 곳이잖아!”


제르카가 바로 눈앞에 덴로스의 집이 보이는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살짝 성이 난 듯 하다.


“어! 덴로스와 올피나 아닌가? 아까 마침 자네 집을 찾는 듯한 손님이 있어서 이 몸이 개발한 루게릭 마을 미니투어 코스를 가르쳐줬지. 코스의 거리상 지금쯤이면 이곳에 도착할 때가 됐는데 말이지. 마주치면 사과의 표시로 우리집에서 갓 수확한 당근이라도 선물해 주려고 했는데 안 와서 걱정했는데 마침 잘됐군. 자네가 그 손님들에게 우리집 당근 맛좀 보여주게! 허허허!”


‘망할, 정말 제때 도착했네. 마을 미니투어라니, 어쩐지 빙빙 도는 느낌이었어! 덴로스의 집이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흑.’


결국 마을을 빙빙 돌았지만, 덕분에 이 작은 마을의 대략적인 구조를 알 수 있었고, 마지막에 자기가 기르는 밭에서 갓 뽑아온 신선한 당근을 선물하려고 했던 듯 농부 또한 마을에 애착을 가진 순박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을 지리도 대충 파악했고, 농부아저씨의 선물도 잘 받았으니 일단 집에 들어가서 생각하자.”


한시간 가량의 마을 미니투어를 마치고 이게 닭인지 독수린지 알 수 없는 잘 손질된 커다란 닭 한마리와 클로디아가 혼자 들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바구니에 수북이 담긴 싱싱한 당근들을 들고 문도 안잠겨 있는 덴로스 부부의 작은 벽돌집으로 들어간다.




“굉장히 생활감이 느껴지는 집이네.”


각종 사냥도구들이 잘 정비된 상태로 덴로스의 작업공간인 듯한 곳에 가지런히 걸려있었고, 마법사인 것으로 보이는 올피나의 방은 올피나가 깔끔한 사람인 것을 보여주는 듯 가지런히 정돈된 각종 마법서적과 잘 정돈된 집기들과 물건들이 왠지 어지럽히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꼬르륵.”


하지만 그런 단란해 보이는 집을 울리는 클로디아의 커다란 울음소리(?).


“지금 몇시일까?”


클로디아가 민망함을 감추기라도 하듯 클로디아가 시간을 묻는다.


“음, 해의 방향으로 보면. 한 13시쯤이려나, 점심시간때이네.”


“꼬르르르륵!”


민망함을 더해가는 클로디아의 배는 드디어 야수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음, 안 되겠다 밥을 해먹어야겠는데?”


하지만, 이곳에는 전속 미식형 밥당번인 루미아나, 요리가 가능한 로웨나, 가사 만능이라 알려진 클라렛도 없었고, 광기의 시련처럼 부하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제르카는 루미아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실력으로 약간의 야외요리 경험이 있을 뿐이고, 클로디아는 요리실력이 전무했다.


“음 어쩔 수 없지, 대충 주방을 둘러보니 향신료는 갖춰진 듯 하고 닭이나 굽자.”


결국 호쾌한 남자의 요리를 선보이기로 한 제르카.


올피나는 제법 요리실력이 있는듯 각종 조리도구와 향신료를 갖추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나마 닭농장 여주인이 손질을 잘해줬기에 클로디아가 생성해낸 물로 간단히 씻은 후, 왠지 주방에 걸려있던 커다란 쇠꼬챙이에(남편이 사냥꾼이라 스냥한 짐승들을 요리하기 위한 도구였다.) 커다란 독수리만한 닭을 통째로 꿰어 집밖 한켠에 놓인 장작더미를 쌓아 굽는다.


“아, 아니 클로디아 장작 그렇게 많이 쌓으면 지옥불이 되버린다구! 닭이 타버릴 거야!”


자기 키의 반만큼 장작을 쌓아올린 클로디아를 만류하며 그 10분의 1쯤 장작을 쌓은 제르카는 클로디아가 마법으로 불을 붙여주자 빙글빙글 꼬챙이를 돌리기 시작한다.


“······제르카 돌리는거 재미있어?”


“아니 단순 반복작업이라 재미 없어.”


“당근은 어떻게 할 거야? 같이 구워?”


“······ 아마 구우면 안될 것 같은데. 호의로 주신거니 잘 씻어서 먹어야겠지?”


결국 이후 10분에 걸쳐서 클로디아가 당근을 씻어왔고 제르카는 작은 검으로 그 이름도 휘황찬란해서 많은 이들이 기대를 했다가 낚이기 쉬운 메뉴인 ‘야채스틱’ 아니 ‘당근스틱’을 만들었다.


“당근 아직 많이 남았는데?”


“······ 뭐하면 갈아마실까?”


“그래? 클로디아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클로디아가 자신의 마법주머니에서 꽤나 커다란 책을 꺼낸다.


‘당신도 사용할 수 있는 최고급 생활마법 100선!’


표지에 그렇게 적혀있고 저자는······


“루미아 레닐하츠, 뭐야 동생이 지은 책이야?”


그랬다.


루미아가 여차해서 돈이 쪼들리면 팔아먹기위해 만든 자작 생활마법 100개가 담겨있는 책인데, 하나같이 유용한 생활마법들이지만······ 요구하는 마법수준이 죄다 이상할 만큼 높아서 각종 출판사와 상회에서 판매를 거절당하거나 비싼 책값에 안팔린 후 악성재고로 남은 물건이었다.


“내 동생이 장사에 실패한 몇 안되는 희귀한 사례인 책을 왜 클로디아가 들고 있어?”


“뭐, 이럴때 쓰려고.”


“믹스 슬라이서! (5단계 2차마법 생활 마법, 비전, 재료를 매우 곱게 갈아줍니다.)”


단순히 재료를 아주 곱게 갈아주는 마법이지만 전체 마법사인구의 10% 밖에 안되는 고급인력을 필요로 하는 생활마법에 커다란 보울에 담긴 당근들이 순식간에 갈아진다.


실은 이 마법은 적을 갈아 분쇄하는 매우 흉흉한 효과를 지닌 스승님 책속 비전의 공격마법(무려7단계 마법이다.)을 개량한 마법으로 마나량을 잘못 조절하면 그릇도 같이 곱게 갈아줄 가능성이 있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재료만을 훌륭하게 갈아낸 클로디아는 본 건 있는지 커다란 컵에 능숙하게(?) 즙만 짜낸다.


“당근주스 완성!”


한참을 푸닥거리며 주스를 완성하던 것을 지켜본 제르카가 살짝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클로디아를 바라보다가 다시 닭을 굽기 시작한다.


“근데 이거 언제 다 익어?”


뭘 먹여 키웠는지 독수리만큼 거대한 닭, 칼집을 내긴했지만 이정도 크기의 닭을 직화구이로 익히려면 족히 한시간은 더 걸린다.


“왠지 조리법을 바꿔야 할 것 같지 않아?”


“클로디아도 그렇게 생각해. 배고파. 제르카.”


“으음, 그러면.”


제르카는 불향은 잘 입혀졌지만 아직 속까지 다 익지 않은 닭을 조각조각 해체해서는 결국 조리도구가 놓여진 선반에서 찾아낸 프라이팬에 대충 기름을 두르고 아무렇게나 향신료를 바른뒤 닭을 올려놓고 굽는다.


“치이이이익!”


모닥불 화력이 좋아 금새 팬이 달궈지고 열전달이 잘 되자 닭이 지글지글 익어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재료가 좋아서 그런가 아무렇게나 조리해도 맛있네.”


“그건 그래. 루미아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늦은 점심밥 겸 조금 이른 저녁밥은 닭구이와 당근주스라는 이상한 조합으로 마무리되고······




“배도 채웠겠다. 이제 뭘 해야할지 알아봐야겠지?”


“목표는 성명창을 찾는 것인가?”


“클로디아 생각엔 그건 아닐거야. 지금 시기는 1000년전이니까. 장무산이 활동하던 시기는 길게잡아야 5~6백년 전이고, 청명월의 무기를 두고 무가들이 싸운 시기는 대략 450년전이니까. 대체 이 시련의 장무산은 뭘 원하는 걸까?”


“나는 애초에 이 시련이 기존에 이 무기에 도전했던 자들 중 한명의 기억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틀린 것 같네. 이 시기에는 분명히 성명창과 관련된 인물이 없었을 테니까.”


“지금 알 수 있는 건 제르카가 움직이는 것이 뛰어난 사냥꾼으로 알려진 덴로스란거고, 클로디아는 그의 ‘아내’인 마법사 올피나. 음, 그리고 아까 만난 사냥꾼의 말로 미루어 본 바, 200데카필론 로트의 사냥물을 덴바르튼지 뭔지하는 녀석에게 20일 내에 바쳐야 한다는 것?”


“음, 현재까지 중요한 정보는 그거니까. 일단은 덴로스와 올피나 행새를 하면서 마을에서 정보를 모아보자.”


“그래.”


그 뒤로 제르카와 클로디아는 각자 전체 100가구도 안되는 작은 마을을 돌며 정보를 모아보기로 한다.


“어이, 덴로스! 어쩐일로 지금시간에 이리 돌아다니고 있나? 공물준비는 잘 돼가고 있나? 이번엔 꽤나 양이 많아서 부담될 텐데?”


“페랄 블라웃 축제가 기다려지긴 하는데 말일세. 요전에 이곳 영주로 취임한 신성관 대주교 덴바르트공은 너무 욕심이 많은 듯 허이. 각지의 마을에 축제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공물을 요구했다지? 다행이도 우리마을은 자네가 손수 나서서 공물을 마련해준다하니 얼마나 고맙던지. 여기 마침 콜돈네 농장에서 판매용 갓짜낸 우유병 줄 테니까 아내랑 나눠먹으라구! 자네만 믿어!”


“어? 야채랑 과일을 좀 달라고? 육식주의자이신 덴로스님께서 어인일로 이 몸의 야채가게에 풀떼기를 사러오셨나? 세상에 해가 남쪽에서 뜨겠군! 그나저나 페랄 블라웃 축제에서 이번에 새로 취임한 대주교님이 엄청난 상품을 내걸었다는데, 그 상품이 무엇일지 기대되지 않는가?”


“덴로스! 지난번 잡아다준 멧돼지 고기 참 고마웠네. 아들의 결혼식이라고 좀 성대하게 준비하긴 했는데 자네가 잡아다 준 집채만한 멧돼지를 통구이로 내놓는 퍼포먼스 좀 했더니 아들내외나 하객들이나 모두다 즐거워해줬어, 여기 파란기와집네서 사온 달걀좀 가져가. 올피나가 좋아하는 재료니까. 안그래?”


“오늘은 곰 잡으러 안가시나? 곰 발바닥 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그나저나 올피나씨는 점점더 미모를 더해가는 군 그래. 내 첫사랑이었는데 말이지. 나쁜자식. 오늘은 사과꿀 수확했으니 좀 가져가. 올피나가 좋아할거야.”


길을 걷자니 덴로스는 마을의 유명인인듯 제르카가 가는길마다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아는체하며 말을 걸어오고는 없는 선물도 만들어내서 건네준다.




클로디아가 가는길도 마찬가지였다.


“꺄악! 올피나님 오늘은 무슨 향수를 뿌리셨길래 이리 좋은 향기가? 산책나오셨어요? 그 옷은 뭐에요? 또 수도에서 사온 최신 유행이에요?”


“어머! 올피나님! 오늘도 한층 더 미모를 더해가시네요! 그 소식 들었어요? 올해 페랄 블라웃 축제는 미인대회가 열린다던데, 올피나님 미모라면 출장하면 단박에 우승하실 수 있으실텐데 안타깝네요. 참! 저번에 만들어주신 긴급치유 스크롤 감사해요. 제 동생하나가 사냥나갔다가 다쳐서 들어왔는데 덕분에 흉터도 안남기고 말끔히 치료했어요. 아, 이건 다른 동생 부부가 질라웁 왕국에 관광가서 사온 무쿠야라는 과일인데 드셔보실래요?”


“어이쿠! 누군가 했더니 마법사 올피나님아니신가? 실례지만 여기 불 좀 붙여주시겠나? 고맙네, 마법은 편리하구먼, 역시 돼지고기는 이렇게 훈제를 해야 제 맛이지, 참 저번에 자네 남편이 나눠준 멧돼지고기 잘 먹었네. 어찌나 큰놈을 잡아왔던지 기름이 아주 잘 올라있더군. 이번 새로 부임한 덴바르트공에 대한 소식 들어봤나? 허, 누구보다 유행과 소식을 빠르게 들고오시는 올피나님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소식이······ 못들어봤다구? 덴바르트공은 이번에 지병으로 직위를 내려놓은 골듀레이스 대주교의 뒤를 이어 이 지방에 온 대주교인데 이전에 취임했던 그 누구보다도 그 성격이 세속적이라는 구먼. 풍문으로는 대주교주제에 주색잡기를 즐긴다고······ 어이쿠 연기가 잘 피어오르는 군, 역시 훈제엔 과수원집 사과나무 칩이 최고야. 참, 줄거 있으니 잠깐만 기다리게. 끙차, 여기 사과나무로 훈연한 멧돼지 소시지랑 베이컨일세, 조금 무거우니 마법으로 옮겨가는게 좋을 거야.”


“어머, 올피나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빵받으러 오셨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10분뒤면 저녁식사용 빵이 구워져 나오니까요. 마침 오늘은 라즈베리 잼을 넣은 빵이 제일 반죽이 잘 되었는데 그거 드릴게요. 참, 올피나님은 단거 별로 안좋아 하셨지. 이빨 썩는다고. 네? 아니라구요? 입맛이 바뀌어서 단거 좋아한다구요? 오호~ 그러면 평소에 안드시던 쿠키나 이런거 잔뜩 싸드릴게요. 마침 남편이 초콜릿 칩 싸게 들여왔다고 좋아했는데 덕분에 잔뜩 넣었거든요. 참 요번에 선생님께서 수도에 데려다 주신 제 아들놈이 그랑퀼 신학대학에 덜컥 합격했지 뭐에요? 거기 졸업만 하면 고위성직자가 되어 이 지방에 관료로 올 수 있을 지도 몰라요. 다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 주신 덕분이에요. 여기, 빵이랑 쿠키랑 과자랑, 넉넉하게 싸놨으니 덴로스님이랑 맛있게 드셔주세요.”


등등, 올피나가 지나가는 길마다 먼저 말을 걸어오며 양손가득 선물을 쥐여주는 인정 많은 사람들.


클로디아가 세시간 정도 마을을 돌며 탐문하다보니 여름의 긴 해도 지기 시작하고 덴로스 부부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침 자신과 같은 꼴로 양손에 한가득 먹거리를 들고오는 제르카와 마주친다.


“클로디아, 너도?”


“응, 클로디아는 무거워 죽을 것 같아.”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집어다주는 엄청난 선물과 먹거리를 한구석에 쌓아놓으니 거의 일주일은 걱정없이 놀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양이 많았다.


클로디아는 올피나가 쓰는 것으로 보이는 식료보존고에 음식물들을 넣어놓고 적당히 냉기마법을 걸어둔다.


“그래서 정보는 많이 모았어?”


“응, 아무래도 우리 부부는 마을에서 엄청나게 존경 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 클로디아가 가는 길마다 뭐든 주고 싶어서 다들 안달이었으니까.”


“나도 그랬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연기하고 있는 덴로스라는 사냥꾼은 거의 인간의 끝에 다다른 사냥꾼 같고. 엄청난 사냥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네.”


“올피나도 다인 공간이동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의 마법사인 듯 해.”


“흠,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작은 마을에 엄청난 실력을 가진 실력자 부부라는 거구나, 이들이 이번 시련과 무슨 관계일까?”


“그건 잘 모르겠고, 여기 사진 모습을 찾아왔어.”


클로디아가 마침 방을 둘러보다가 침대 맡에서 찾아낸 사진을 하나 가져온다.


’09.22.2422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라고 작고 정갈한 글씨가 적혀있고, 결혼식 복장으로 보이는 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덴로스와 올피나가 환하게 웃고있는 모습이 구형 마도 아티팩트로 찍혀있었다.


“결혼식 사진인가보네. 2422년이면 현재 시간대로부터 11년 전인가?”


“덴로스씨랑 올피나씨 미남미녀네······ 마을 사람들이 호의를 가질 만 해. 가만······ 사진에서 보이는 나이는 20대 초중반 정도로밖에 안보이는데······ 그렇다면 현재 덴로스 부부의 나이는 30대 초에서 중반정도인가?”


“클로디아 생각에는 아마도 그럴 것 같아.”


“······ 그럼 벌써 이 나이대에 높은 경지에 올랐다는 거군. 그렇다면 아마도 우리가 역할을 맡게될 이 부부도 평범한 사람들이 아닐거야.”


“그렇겠네.”


“클로디아 그 밖에 소문이나 정보 들은 것 있어?”


“클로디아가 들은 것은 대부분 새로 부임한다는 덴바르트공이나, 페랄 블라웃이라는 이름을 가진 축제정도?”


“나도 비슷해, 다들 축제를 기대하는 분위기였어. 단 하나, 대규모의 공물을 준비해야하는 것을 빼고는.”


“공물? 아, 저번에 사냥꾼들이 말했던 그거?”


“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도 마을을 대표해서 덴로스가 마을에서 내는 세금과 축제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공물을 전부 맡겠다고 한 것 같아.”


“끙, 존경받을 만한 이유가 있네.”


“문제는 20일 내에 그걸 다 내가 해내야 한다는 거지.”


“이것도 시련의 일부인 걸까?”


“그럴 것 같아. 망할 영감탱이(장무산)의 속셈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시기에 이런 사람의 역할을 맡게 한 의도가 있다면, 아마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떠드는 덴바르트공과 페랄 블라웃 축제에서 무언가를 해야할 것 같아.”


“제 1 방침은 그것으로 결정. 일단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망할놈의 시련을 공략해보자고.”


“그래, 그럼 저녁부터.”


저녁밥은 고기를 사랑하는 제르카의 취향과 단 것을 좋아하는 클로디아의 취향, 그리고 조리법이간단하다는 이유로 사과나무 훈제 베이컨구이와 라즈베리 잼 빵과 벌꿀을 묻힌 쿠키가 되었다.


물론 점심의 닭 통구이와 당근 주스의 조합만큼이나 이상한 식단이었다.


“그럼 내일을 위해 자자.”


“어, 음.”


부부의 침실에 있는 침대는 더블침대 하나 뿐이었다.


그것도 이런 작은 마을이나 아담한 집과는 하나도 어울리지 않게 하늘하늘한 장식이 잔뜩 달려있는 최고급품으로.


“부부니까. 더블인건 인정하겠는데, 대체 이 장식은 뭐야?”


“클로디아 생각엔 올피나의 취향인 듯.”


“아무리 봐도 덴로스 취향은 아니겠지. 부부의 금슬이 좋긴 좋았나보다. 이 나이까지 아이가 없는건 이상하긴 하지만. 그나저나 클로디아도 피곤하지? 얼른 씻고 들어가서 자자. 침구도 참 비싼거 쓰네.”


“어, 그래.”


그 말에 클로디아의 얼굴이 매우 빨개진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우리 사이에. 평소처럼 편하게 있으라고.”


“어, 음, 클로디아가 제르카랑 이렇게 가까이서 같이자는 건 처음이니까. 이해해줘.”


“아, 미안, 나야 어렸을 땐 동생이랑 같이 잤기에 배려가 부족했네······”


그리고는 평소의 클로디아가 가지고 다니는 옷이 아닌 올피나의 취향으로 보이는 매우 하늘하늘한 장식이 많이 달린 잠옷으로 갈아입은 클로디아와 적당히 편한 옷차림을 한 제르카는 그렇게 한 침대에서 밤을 보냈다.


작가의말

요즘 본업이 바빠서 글을 못올리고 있네요.

그날밤 덴로스의 집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났을 수도 안 일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닐하츠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설정집 8 - 인간신 허마닐레온이 설명하는 카르마 시스템 +4 16.07.13 1,256 0 -
공지 제대로 등장은 안했지만 이해에 도움이 되는 설정집 7 - 등장 집단 16.07.08 712 0 -
공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것 같은 설정집 6 - 등장인물 정보. 16.05.29 1,501 0 -
공지 읽으면 도움이 되는 설정집 5 - 나카지온 대륙의 기타 국가들 +1 16.05.21 1,230 0 -
공지 반드시 꼭 읽어야할 설정집 4 - 작품 내 등장하는 경지의 분류 16.05.20 1,240 0 -
공지 읽어두면 좋을 것 같기도 한 설정집 3 - 마법체계 +4 16.05.20 1,184 0 -
공지 몰라도 지장없는 설정집 2- 나카지온 대륙의 강국 +1 16.03.24 1,338 0 -
공지 몰라도 지장없는 설정집 1 -도량형 및 돈의 단위 16.03.24 1,812 0 -
»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5화 +3 16.12.21 1,026 6 19쪽
19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4화 +4 16.12.13 746 7 20쪽
19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3화 16.12.08 436 6 16쪽
19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2화 16.12.08 424 6 15쪽
19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1화 +3 16.11.29 474 11 16쪽
19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0화 16.11.29 433 5 17쪽
18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9화 +4 16.11.20 614 9 16쪽
18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8화 +4 16.11.13 830 6 21쪽
18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7화 +1 16.11.10 712 9 26쪽
18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6화 +1 16.11.04 760 7 19쪽
18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5화 +3 16.10.31 1,035 7 24쪽
18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4화 +5 16.10.27 826 12 20쪽
18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3화 16.10.26 967 9 18쪽
18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2화 16.10.24 717 8 20쪽
18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1화 16.10.21 614 7 17쪽
18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0화 +1 16.10.19 597 8 18쪽
17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9화 16.10.19 600 4 15쪽
17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8화 +2 16.10.18 906 7 26쪽
17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7화 +1 16.10.17 823 6 21쪽
17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6화 +3 16.10.14 955 6 16쪽
17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5화 16.10.12 582 5 20쪽
17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4화 16.10.11 553 5 16쪽
17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3화 16.10.10 589 7 20쪽
17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2화 16.10.07 602 4 22쪽
17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1화 16.10.05 644 4 19쪽
17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0화 16.10.04 594 3 18쪽
16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9화 16.09.30 761 6 15쪽
16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8화 16.09.29 713 6 17쪽
16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7화 +2 16.09.28 1,117 7 31쪽
16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6화 16.09.27 784 6 17쪽
16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5화 16.09.23 812 7 16쪽
16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4화 16.09.23 987 4 19쪽
16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3화 +1 16.09.21 944 9 19쪽
16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2화 16.09.21 1,031 8 17쪽
16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1화 16.09.19 712 7 17쪽
16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0화 16.09.19 746 8 15쪽
15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9화 16.09.08 947 7 17쪽
15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8화 +1 16.09.05 939 6 16쪽
15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7화 16.08.31 773 7 15쪽
15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6화 16.08.27 1,175 4 20쪽
15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5화 16.08.25 766 5 17쪽
15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4화 16.08.23 736 7 14쪽
15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3화 +1 16.08.18 808 6 16쪽
15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2화 16.08.16 862 8 17쪽
15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1화 16.08.11 909 7 15쪽
15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0화 16.08.09 997 9 19쪽
149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9화 16.08.04 943 6 19쪽
148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8화 16.08.02 919 7 16쪽
147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7화 16.07.29 761 7 21쪽
146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6화 16.07.27 730 7 15쪽
145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5화 +1 16.07.23 1,048 4 19쪽
144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4화 +2 16.07.20 820 6 16쪽
143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3화 16.07.18 907 11 19쪽
142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2화 16.07.15 878 9 19쪽
141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1화 16.07.13 1,017 8 18쪽
140 제 5장 청명월의 기사 - 0화 16.07.12 929 7 3쪽
139 제 4장 여신의 대지 - 40화 +1 16.07.08 974 7 27쪽
138 제 4장 여신의 대지 - 39화 16.07.07 908 5 21쪽
137 제 4장 여신의 대지 - 38화 16.07.06 956 10 27쪽
136 제 4장 여신의 대지 - 37화 16.07.05 747 7 23쪽
135 제 4장 여신의 대지 - 36화 16.07.04 829 6 23쪽
134 제 4장 여신의 대지 - 35화 16.07.03 819 10 27쪽
133 제 4장 여신의 대지 - 34화 16.07.03 811 6 20쪽
132 제 4장 여신의 대지 - 33화 16.07.02 855 7 20쪽
131 제 4장 여신의 대지 - 32화 16.07.02 1,055 8 23쪽
130 제 4장 여신의 대지 - 31화 16.07.01 870 9 15쪽
129 제 4장 여신의 대지 - 30화 16.06.30 890 8 18쪽
128 제 4장 여신의 대지 - 29화 16.06.29 826 7 20쪽
127 제 4장 여신의 대지 - 28화 16.06.28 799 7 22쪽
126 제 4장 여신의 대지 - 27화 16.06.27 756 6 23쪽
125 제 4장 여신의 대지 - 26화 16.06.24 790 9 19쪽
124 제 4장 여신의 대지 - 25화 16.06.23 965 8 22쪽
123 제 4장 여신의 대지 - 24화 16.06.23 807 7 24쪽
122 제 4장 여신의 대지 - 23화 16.06.22 856 5 17쪽
121 제 4장 여신의 대지 - 22화 16.06.21 821 5 17쪽
120 제 4장 여신의 대지 - 21화 16.06.20 850 5 13쪽
119 제 4장 여신의 대지 - 20화 16.06.18 1,049 7 19쪽
11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9화 16.06.17 994 6 18쪽
117 제 4장 여신의 대지 - 18화 16.06.17 830 4 14쪽
116 제 4장 여신의 대지 - 17화 +1 16.06.16 1,455 7 15쪽
115 지도를 달라고 하시니 드......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16.06.15 1,121 7 1쪽
114 제 4장 여신의 대지 - 16화 +2 16.06.15 861 4 18쪽
113 제 4장 여신의 대지 - 15화 16.06.15 650 7 16쪽
112 제 4장 여신의 대지 - 14화 16.06.14 991 5 17쪽
111 제 4장 여신의 대지 - 13화 +1 16.06.14 834 6 16쪽
110 제 4장 여신의 대지 - 12화 16.06.13 835 6 18쪽
109 제 4장 여신의 대지 - 11화 16.06.12 821 5 23쪽
108 제 4장 여신의 대지 - 10화 16.06.11 840 5 18쪽
107 제 4장 여신의 대지 - 9화 16.06.10 842 6 20쪽
106 제 4장 여신의 대지 - 8화 16.06.10 991 6 18쪽
105 제 4장 여신의 대지 - 7화 16.06.09 805 6 24쪽
104 제 4장 여신의 대지 - 6화 +2 16.06.08 1,031 6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